‘100번째 원숭이 효과’도 한 마리에서 시작

일본 학자들은 1950년대 고지마(幸島) 지역에 사는 야생 원숭이들이 흙이 묻은 고구마를 어떻게 먹는지 관찰했다. 처음에 원숭이들은 손으로 흙을 털어내는 등의 꾀를 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후 18개월 된 암컷 원숭이 ‘이모’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그 후 이모의 또래 및 어미 원숭이도 고구마를 씻어 먹었고 이런 습관은 다른 어린 원숭이와 암컷 원숭이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하지만 나이 든 원숭이와 대다수 수컷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씻지 않은 채 먹었다. 그러다 고구마를 씻어먹는 원숭이의 수가 소위 ‘100마리’라는 임계점에 도달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지마의 모든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먹게 된 것이다. 더욱 신기한 일은 고지마와 멀리 떨어져 있는 다카자키야마(高崎山)에 사는 원숭이들까지도 고구마를 씻어 먹었다.

저명한 동식물학자인 라이얼 왓슨은 어떠한 접촉도 없던 원숭이들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 행동을 ‘100번째 원숭이 효과’라고 명명했다. 이후 이 용어는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행동이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물론 고지마와 다카자키야마 원숭이들의 고구마 세척 행태는 우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실험이 시작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고지마 원숭이들의 고구마 세척 습관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경영자들이 혁신을 추진할 때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변화와 개혁을 시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조급해하는 것이다. 혁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내 영속적 문화로 내재화할 때 의미가 있다. 그리고 문화란 공유와 학습을 통해 전파되고 오랜 시간의 축적을 통해 발전한다.

어떤 조직이라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나이 먹은 수컷 원숭이’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를 선도하는 ‘어린 암컷 원숭이’ 역시 존재한다. 당장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리더의 조급증은 혁신의 확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변화를 선도할 어린 암컷 원숭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조직의 구조와 문화, 프로세스 등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100번째 원숭이라는 임계점을 돌파하자 고지마 야생 원숭이 집단 전체의 행동이 바뀌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단 한 마리의 어린 암컷 원숭이, 이모였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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