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마케팅, 무심코 내뱉는 말과 행동을 읽어야

 
 
`마케팅 업계에 터진 체르노빌 사고.` 1985년 온갖 소비자 설문조사와 시음회를 거쳐 코카콜라사가 야심차고 자신있게 내놓았던 `뉴코크`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당시 시음행사와 설문, 그리고 제품 출시에 쏟아부었던 마케팅 비용 400만달러가 한순간에 날아갔음은 물론이다. 정성적 방법론으로 마케팅을 연구하는 브랜딩 대가 수전 포니어 보스턴대 교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량적 방법으로만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고 정성적 방법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원자력에 대한 시각을 완전하게 바꿔 놓았던 것에 빗대어 마케팅 업계에서 뉴코크 사건을 `마케팅 체르노빌`로 부르는 이유다(한편 뉴코크는 코카콜라를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 코크에서 아스파탐을 빼고 훨씬 싸고 이익이 많이 남는 HFCS(액상과당)를 넣으려는 꼼수였다는 지적도 있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은 한국 CEO들에게는 여전히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정성 마케팅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포니어 교수를 인터뷰했다. 또 소비자 행태를 정성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데이비드 글렌 믹 버지니아대 교수와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정성 마케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딱 떨어지는 수치로 자료가 제공되지 않는 정성적 조사의 특징 때문에 많은 CEO들이 정량적 방법을 선호하는 것 같다. 왜 정성 마케팅이 중요한가.

▶데이비드 글렌 믹=정량적 조사는 실제 표면적인 부분만을 반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활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맥락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러면 제품이나 가격 광고 등에 있어 효과적인 전략을 짜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정성적 방법으로 접근하게 되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느끼고 소비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수전 포니어=어느 상황에서나 먹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별도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정량적 방법이 확실히 끌리는 이유는 똑 떨어지는 수치로 무엇을 결정하고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단순화시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1~7까지 선호 척도를 제시하고 답변을 받아 통계로 보여주는 건 최근 들어서 실패한 사례가 많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척도화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소비자 마음도 그렇다.

-정성 마케팅, 정성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때가 있나. 아니면 경영자나 마케터들이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인가.

▶포니어=문제를 진단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을 찾을 때 혹은 떨어진 매출을 뒤집고 싶을 때 언제든 정성적 방법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 항상 CEO 머릿속에 정량적 통계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정성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진실을 알아 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있어야 한다.

▶믹=항상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물론 정량적 방법과 적절히 혼합해서 활용해야 한다.

-정성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쓸 순 없을 것 같은데.

▶포니어=정성적 조사 방법 중 어떤 걸 쓸 것이냐를 따질 때는 어떤 유형의 브랜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문제가 노출됐느냐, 어떤 통찰력을 얻어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심층면접`은 통찰력 있는 전문가 집단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고 인류학 혹은 민속지학적인 방법은 특정 국가나 소비집단의 문화적 특성 차이를 맥락에 따라 이해하고 어떤 상품을 어떻게 출시할 것인지를 알고 싶을 때 쓴다. 이 방법을 잘 사용한 사례는 여러 공구 등을 만들어 파는 `블랙앤드데커`다. 이들은 전동 공구를 만들어 팔기 전에 공구를 쓰는 소비자, 즉 공작 전문가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누구고, 그들에게 전동 공구가 어떤 의미인지, 그들이 작업할 때 어떻게 사용하는지 치밀하게 연구해서 성공했다. 인텔은 아예 인류학자들을 소비자집단에 집어넣어 소비자들이 좀처럼 말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사례연구도 좋은 정성적 방법인데, 이케아(IKEA)가 이를 잘 활용해 최고급 가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사례 얘기가 나온 김에, 정성 마케팅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와 정성적 방법을 무시해서 실패한 사례를 알고 싶다.

▶믹=피자헛 사례가 아주 재미있다. 피자헛은 수년 전 `개인맞춤형 팬피자`를 개발해 성공한 적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서 아무리 연구해도 보이지 않던 `틈새`가 고객들을 관찰하고 심층면접 등을 진행하면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점심시간에 피자헛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원하는 적절한 가격대와 더 먹기 편한 피자가 그래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퀘이커 감미음료인 `스내플`은 처참한 실패 사례다. 그런 음료가 나오면 먹겠다고 답한 설문조사만 믿고 덤볐다가 감미음료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포니어=1985년 뉴 코카콜라 사례는 너무 유명하고 자주 인용돼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공 사례 하나를 떠올려 보면 `도브`사 제품인 `도브 리얼뷰티`다. 정량조사 방법을 써서 소비자 설문을 했지만 그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도브는 소비자, 특히 주 소비자인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여성들 마음을 알아보는 다양한 정성적 기법을 썼다. 관찰했고 심층 인터뷰를 했고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문화인류학적이고 민속지학적인 방법을 다 사용했다. 그랬더니 전 세계 여성들 중 상당수가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마케팅`을 활용해 `대박`을 쳤다.

-정성 마케팅 미래는.

▶믹=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조사방법이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다. 예전에는 고객 행동만 관찰했다면 이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던지는 말과 그들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포니어=정성 마케팅 미래는 아주 밝다. 최근 마케팅 회사들은 민속지학자, 인류학자 등을 기용해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하기 전에 어떤 국가나 집단의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특성을 맥락적으로 파악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매출에 반전이 이뤄지고 CEO는 영감을 얻는다. 정성 마케팅을 통한 성공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다. 잘트먼 기법(ZMET)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정성적 조사방법이자 마케팅 전략을 위한 기본적인 도구로 쓰이고 있다. 그림 등을 소비자들이 보면서 연상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뽑아내고 연상 작용에서 드러나는 소비자 진심을 읽는 기법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법이 계속 나오고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CEO들이 계속 정성 마케팅 기법이 발전하는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고승연 기자 / 정슬기 기자]

Related Posts

Comment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1 × 4 =

Stay Connected

spot_img

Recent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