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로]⑦책 100권 읽고 중국을 알았다

<이랜드 중국사업 성공 비결>
6개월간 전국 돌며 시장조사 최종양 中법인장 철저한 준비
발음 쉬운 이름으로 친근감..프리미엄 전략 더해 인기폭발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2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내기업으로 흔히 삼성과 현대차, LG 등을 꼽는다. 이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휴대폰을 앞세워 한국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알린 기업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주는 곳이 유통·식음료업체다. 길어야 20년, 짧게는 5년에 불과한 해외진출의 역사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이데일리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세계시장에 당당히 `글로벌 코리아`의 깃발을 꽂고 있는 유통·식음료업체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편집자]

한중 수교 체결 이듬해인 1993년.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북경대학의 초청을 받아 이대 앞 2평짜리 옷 가게로 시작해 매출 1조원대 규모의 패션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으로 강연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박회장의 시선은 강연 내내 강당 뒤편에서 강의를 지켜보던 교수들에게 모아졌다. 한결 같은 인민복차림에서 박회장은 막 빗장을 연 중국

 

패션시장의 무한한 미래를 내다 볼수 있었다. 박성수 회장은 바로 현재 중국사업부 법인장인 최종양 부사장과 함께 중국 구석 구석을 돌아다녔다. 폭발력을 지닌 중국 경제가 국민의 생활을 바꿔 놓을 것 이라는 생각과 함께 중국 진출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귀국 후 박성수 회장은 지침을 내렸다. `인사 성적 A인 직원만 중국에 보내라`, `2~3년 있다가 올 생각하지 말고, 아예 중국인이 되라`. 이랜드는 다음해인 1994년 상해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에 생산지사를 설립 진출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이랜드는 국내 패션·유통 업체 가운데는 처음으로 올해 중국에서만 매출 2조원 돌파를 목표하고 있다. 작년 중국서 1조 6000억원 올렸고, 올해는 1300여개의 매장을 신규로 오픈하고 2조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중국 사업의 성공 비결은 첫째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한 초기투자로 기회를 선점한 점을 꼽는다. “방대한 내수시장 규모만 보고 무턱대고 덤볐다면 예상치 못한 고전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루긴 어려웠을 겁니다. 중국은 지역마다 색깔이 확연한 만큼 어느 곳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요구 되는 시장입니다” 제조법인에서 판매법인으로 역할이 바뀐 이랜드 중국비즈니스의 초대 대표를 지냈고, 현재 중국사업부 법인장인 최종양 대표의 성공분석이다.

그는 부임 전 중국관련 서적 100권을 독파하고, 부임 후에는 기차로 6개월간 중국전역을 순회했다. 이는 지금도 중국에 새로 부임하는 경영진이게도 이어져 이랜드 그룹의 문화로 계승되고 있다.

아주 작은 행정구역인 찐(한국의 읍)단위의 시장조사까지 직접 나선 최종양 대표는 기차와 싸구려 버스는 물론, 한국의 여관이나 여인숙 정도의 숙박까지 가리지 않고 전국 순회를 감행했다. 도시사이 이동 시간은 짧아야 5시간, 길게는 30여 시간. 밤낮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맞지않는 중국 음식으로 배탈난 배를 움켜쥐며 사업장을 돌던 날들이었다.

사전 시장과 현장 조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중국 법인 직원들은 중국 대도시 곳곳을 일일이 방문하며 도시별 특징, 백화점 목록 등을 작성하고 세밀한 조사를 이어갔다.

◇길게 내다보고 기본에 투자=패션업의 성패는 유통망 확보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꾸준한 관리와 비용이 소요되는 직영보다는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대리점 체제가 일반화됐지만, 브랜드 이해도나 매장 관리력 등을 감안하면 대리점 체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랜드 중국법인은 100% 직영체제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입점 원칙을 중국진출 이후 내내 고수하고 있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초기에도 꾸준한 투자를 지속하며 2~3년 단위의 리뉴얼을 감행했고, 성급한 매장의 확산도 자제했다. 인내의 시간을 보냈지만 `브랜드가치, 백화점 유통망 확보`라는 기본기에 충실했던 점은 적중했다.

백화점은 철저한 강자생존의 장.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출규모가 작았던 당시의 이랜드에 대한 중국 백화점 관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는 중국 시장에 나선 모든 한국 기업들이 겪는 공통된 고충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중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른바 `꽌시(關係)`를 맺기 위한 부정한 접대를 거듭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꽌시`에 대한 이랜드의 생각은 달랐다. 부적절한 꽌시는 모래성이며 기본을 중시하는 정신이 굳건한 꽌시의 토대라는 철학이 바로 그것.

백화점 책임자들과의 정기적인 미팅을 통한 상호 발전적 대화는 물론 정부 관계기관들의 초청 강의나 친필 편지를 통한 성의표시 등은 이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했다. 또 성실한 영업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정직한 매출을 일으키고 합당한 세금을 내면서 중국 정부의 인정을 받았다. 다양한 지역 사회 후원 활동 등은 공고한 관계 유지에 큰 힘이 됐다.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여라= 해외진출의 필수요소는 과감한 도전정신과 현지화를 위한 개척정신. 위험 부담을 안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타국의 벽을 넘지 못한다.

이랜드는 중국 소비자의 소비성향을 파악, 우리나라와 동일한 디자인 대신 현지 적응화 전략을 택했다. 빨간색을 선호하는 중국 문화의 특성을 활용, 매장의 로고 색상을 빨간색으로 선택했고, 중국 고객들의 친밀도를 감안해 `이랜드` 대신 `이리엔(衣戀)`이라는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중국형 새로운 명칭으로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모든 직원들이 현지인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생활했다. 심지어는 자녀들도 모두 인민학교에 보냈다. 처음에는 안 믿었으나 군림하지 않는 모습에 그들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청소에서 식사까지 직급에 상관없이 함께하는 이랜드만의 문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거리감을 두던 중국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충분했다.

진심이 담긴 사회공헌활동도 현지인들의 감동을 샀다. 가기 꺼려하는 나환자 병원을 방문해 임직원들이 직접 청소와 문화활동을 펼쳤고, 고아원에도 생활필수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왔다. 또 기업이익의 10% 사회환원 경영철학에 따라 소수민족지역 2곳에 학교를 건립해 무상 기증키도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 확보=국내 중저가 시장에서 성공경험을 갖고 있던 이랜드는 중국에서 고급의류 시장을 겨냥했다. 불모지의 시장에서 국내와 다른 전략은 무모하게 여겨질 만큼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반대로 해외 고급 의류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이랜드의 전략은 적중했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가격적인 측면만을 중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취향과 실용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현재 중국 의류 소비 경향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다가선 이랜드의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공항카트를 활용한 광고는 구매력이 높은 공항이용객에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기회로 활용했고, 국내 대중적이고 단순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미국 명문대학 `아이비리그` 테마를 사용한 브랜드 이미지와 인테리어는 소비자의 호감을 샀다.

현재 중국에서 이랜드는 상당히 고급스런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인식돼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스코필드`, `이랜드` 등 여성 캐주얼 브랜드를 시작으로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 고급 백화점에 수백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 중국 중상류층에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시장내 인기 한국 의류 브랜드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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