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훌륭한 CEO는 `社內정치 9단`

경영자는 정치를 해야 한다. 아주 잘해야 한다.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경영이 곧 정치라는 뜻이다.

많은 이가 `정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협잡과 음모`, `줄서기(라인)와 사조직`을 떠올리지만 그건 `나쁜 정치`의 단면일 뿐이다. 가치와 명분을 정립하고 건전한 견제와 토론, 경쟁이 이뤄지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좋은 정치`다. `좋은 사내 정치`는 `훌륭한 리더십`, `올바른 조직관리`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독재자의 핸드북`을 쓴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 국내 리더십 갈등 연구 최고 전문가인 한만현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대표 등 국내외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또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좋은 사내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가치와 명분 만들기, 건전한 경쟁구조 만들기, CEO의 세 가지 핵심역량 발휘하기. 이 3단계 전략에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법`이 숨어있다.

 

[매경 MBA] CEO 되고싶나? `사내정치 9단` 이 돼라

잘 쓰면 성공경영 核되는 `사내정치`
좋은 사내정치는 ▶ 건전경쟁 유도 가치창출
나쁜 사내정치는 ▶ 줄서기·상대 흠집내기…

 

#1. 국내 H기업에서는 최근 후계자 물망에 있던 한 명이 거듭된 실수로 경영에서 배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그 한 명이 후계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래의 오너이자 CEO가 될 수 있었던 그를 향해 줄을 서 있던 수많은 사내 인사도 한꺼번에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들 중에는 회사 안에 만연한 `사내정치`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유능한 인재도 포함돼 있다. 전형적인 `나쁜 사내정치(Bad Politics)`가 빚어낸 엄청난 손실이다.

#2. 지금은 물러난 삼성의 윤종용 부회장은 `좋은 사내정치(Good Politics)`를 잘했던 인물로 손꼽힌다.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전형적인 `나쁜 정치`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가치와 명분`에 있어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삼성의 막강한 조직 `비서실`과도 맞설 일이 있으면 맞섰다. 비서실장과 대립하다가도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앙금을 풀었다. 나쁜 정치를 통해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현업에서의 막강한 실력과 경영 능력으로만 올라선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경영은 정치다. 올바른 정치란 명분을 유지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당연히 좋은 리더십이 발휘돼야 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과 고객에게 인정받은 기업 가치를 추구하면서 `지속성장`과 `직원복리`라는 명분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란 기업에 있어서는 `올바른 관리(Management)`와 `리더십 발휘`의 다른 말이다. 경영자에게 정치란 피해야 할 요소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고 잘해야만 하는 일인 셈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사내 정치`를 어떻게 관리하고 구성해야 경영과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을 다수 인터뷰했다. 우선 `독재자의 핸드북`이라는 책을 써서 기업 내 리더십 갈등과 권력장악 문제를 다룬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를 인터뷰했다.

국내에서는 `리더 간의 갈등관리` 분야 최고 전문가인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의 한만현 대표를 만나 국내외 기업에서 `좋은 정치`가 실현된 사례와 기업에 줄 수 있는 시사점 등을 들었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인사전공 교수에게서는 `정치의 핵심`인 인사와 조직관리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줄 서기, 사조직 형성과 상대편 흠집 내기 등 많은 사람이 흔히 떠올리는 `사내 정치`는 사실 진짜 정치가 아닌 `나쁜 정치`다.

김광현 교수는 “학문적으로 보면 △조직구조가 슬림하지 못하고 위계가 지나치게 서열화됐을 때 △성과가 명확하게 측정되지 못할 때 △회사 미래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 △정보가 독점돼 있을 때 △심리적으로나 기업 문화적으로 상사에 대한 감정적 안도감이 낮을 때 전형적인 `나쁜 정치`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내 모 대형 전자회사가 뛰어난 엔지니어 인재 몇 명을 해외에서 영입한 적이 있는데, 그 회사에서 전형적인 나쁜 사내 정치가 발생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우수한 인재가 대거 회사를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며 “국내 기업에 만연한 나쁜 정치의 폐해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나쁜 정치를 없애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경영자가 내부 정치를 차라리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본인 스스로 탁월한 정치가가 돼야 한다.

한만현 대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가 운영에서 정치는 `가치와 명분`을 놓고 싸우면서 각자 그 방법에 따라 `국익`과 `국민 복리`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기업의 이익`과 `직원 복리`로 치환하면 그대로 회사에 적용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치의 중요한 과정이자 목적 중 하나가 `리더`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 역시 기업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기업의 미래와 수익 창출 방향을 놓고 이뤄지는 임원 간의 건전한 경쟁,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적합한 리더가 육성되고 선택되는 과정이 CEO가 관리해야 하는 기업 내 정치”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탁월한 기업 리더의 덕목과 훌륭한 정치인의 덕목은 완전히 일치한다는 얘기다.

기업 내 정치에서는 `독재`도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명분과 가치를 설정하고, 건전한 내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CEO가 자신의 권한을 강하게 활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일이 된다.

메스키타 교수는 “언제든 주변의 핵심 측근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수입의 흐름을 장악하는 등 다소 독재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사내 정치시스템`을 잘 정립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지자들이나 성과자에게 보상한다`는 신뢰를 쌓으면 기업 안에 `좋은 정치`가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매경 MBA팀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가치와 명분 만들기` `건전한 경쟁구조 만들기` `CEO의 세 가지 핵심역량 발휘`로 이어지는 `좋은 사내정치(Good Politics) 만들기 3단계 전략`을 구성했다.

 

 

[커버스토리] 때론 CEO들도 히틀러·김정일처럼 한다

정치학의 대가 브루스 교수가 말하는 `사내 정치`

 

 

`언제든 측근을 갈아치울 수 있음을 보여라.` `수입의 흐름을 장악하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지자들에게 보상하라.`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교수가 최근 그의 저서인 `독재자의 핸드북`에서 밝힌 이른바 `독재자들이 감춰둔 통치 원칙`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김정일, 히틀러, 루이 14세 등 절대 권력자들이 애용했던 이들 통치 원칙이 기업 경영에서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도 인간 사회의 일부인 만큼 사내 정치(office politics)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사내 정치가 기업 성과의 극대화로 이어지려면 기업은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할까? 매경 MBA팀이 메스키타 교수에게 물어봤다.

-당신은 정치학 교수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파워게임의 법칙`이 왜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치와 경영은 모두 경쟁, 자원의 조절과 배분에 관한 것이다. 둘 다 협상이나 위협, 강권을 통해 내부의 이견을 해결할 수 있다. 정치에서 다루는 핵심 이론은 정부, 기업 또는 어떤 다른 조직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핵심 지지자들의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해 특전이나 혜택을 활용한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핵심 집단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군의 크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핵심 집단을 견제한다. 기업의 인수ㆍ합병(M&A)은 CEO가 이사회 멤버를 고를 수 있는 후보군의 크기와 이사회 자체의 규모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다. 휴렛패커드의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가 2001년 컴팩과의 합병을 주도한 것도 사내 정치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CEO는 자신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사회에 자신의 우호 세력을 최대한 심으려 하기 때문이다. 휴렛패커드는 컴팩과 합병하면서 기존 이사회 멤버 중 일부가 이사회를 떠났고, 컴팩의 기존 경영진이 새로 이사회에 들어갔다. 피오리나 지지 세력이 커진 것이다. 또한 CEO는 회사를 더 많은 부서와 사업 부문으로 쪼개 재조직화하면서 자신의 경영권을 뒷받침할 핵심 집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나. 미국 기업인 GE는 좋은 승계 시스템을 갖고 있다. 애플도 스티브 잡스에서 팀 쿡으로의 승계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들의 승계가 가족 내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라. 기업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경영자 후보군을 기업 내부인이나 가족 구성원에 한정하지 말고 관련된 기술을 갖춘 사람들로 그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GE는 당신이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점을 아주 훌륭하게 실천하고 있다. 애플은 사내 CEO 후보자들에게 CEO에게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배양시키려고 노력해왔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성공적 경영권 승계의 일반적 규칙은 경영권에 관여하는 핵심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주나 기업주의 가족에 대한 충성도보다는 기업 성과에 초점을 둔 경영권 승계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영권 투쟁 과정에서 회사 경영이 차질을 입지 않으려면 어떤 경영시스템이 정착돼야 하나.

▶경영권 투쟁은 기본적으로 회사를 더 잘 경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 경쟁이기 때문에 회사 가치를 저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처럼 핵심 집단 비율이 낮은 경우에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이들 기업에서 경영권 투쟁이 발생하면 기업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기업 경영 방법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보너스, 급여, 특전 등 사적 이익을 놓고 벌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기업 지배구조는 이사회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핵심 집단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사적 이익보다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경쟁한다.

■ He is…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현재 미국 정부 안보자문위원, 미국 학술원 회원이다. 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메스키타 앤드 라운델`이라는 컨설팅회사의 공동 회장으로 있는데 이 회사의 1회 자문료는 최소 5만달러에 이른다. 세계 500대 기업이 주요 고객이며 기업 합병, 국제적 변화 등에 대한 예측을 해주고 있다. 저서로는 미국정치학회 최고도서상을 받은 `정치적 생존의 논리` 등이 있다. 2009년 `포린 폴리시`는 그를 `100대 글로벌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용환진 기자]

 
 
기업내에 좋은 정치환경 만들려면

① 가치와 명분 ② 건전한 경쟁구조 ③ CEO의 역량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구 라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절대 `줄서기`를 하지 않았는 데도 동료들에게 그렇게 인식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규정되는 라인은 △업무적으로 윗사람과 잘 맞는다든지 △같은 팀에 근무한 경력이 있었는지 △학연ㆍ지연이 같다든지 등에 의해 다양하게 형성된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라인 간 갈등의 당사자나 희생양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라인(줄서기)을 피할 수 있을까. 대답은 대체로 `아니다`인 것 같다. 중간지대에 있다 보면 보호막이 없어 라인 간 갈등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혈연ㆍ지연ㆍ학연과 같은 전근대적인 방식에 의해 형성된 라인은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반면, 업무 협조나 프로젝트 공유 등과 같은 사례로 만들어진 라인은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라인, 즉 `사내정치`가 반드시 독은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GE는 특유의 포트폴리오 사업전략 등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강점도 지니고 있다. `좋은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리더십 파이프라인`으로 표현되는 GE의 건전한 리더십 경쟁구조는 잭 웰치에 이어 제프리 이멀트라는 리더를 만들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사업으로의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 등 `가치와 명분`을 내걸고 벌이는 경쟁은 GE라는 거대한 기업이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한만현 모니터그룹 대표는 “`사내정치`라고 하면 `줄서기`부터 떠올리는 한국의 많은 기업과 경영진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좋은 정치`를 GE가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GE 같은 기업이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내정치가 가능하다면, 기업 내부에서의 정치란 절대로 관리하거나 억제해야 될 문제가 아니라 CEO가 나서 활성화해야 하는 `기업 경영 전략`의 한 부분으로 포함돼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과 폴로어십으로서 정치가 구현돼야 하는 것. 사람들은 흔히 `정치`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은 사실 의욕이 부족한 사람이다. 한 기업의 리더나 임원이 되고 싶은 욕망 자체가 일종의 권력욕이다. 권력욕이나 정치 같은 단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는 얘기다.

매일경제 MBA팀은 한만현 모니터그룹 서울사무소 대표와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 `좋은 정치 만들기 3단계 전략`을 만들었다.

◆ 1단계: `가치와 명분` 만들기

본래 정치란 특정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무기가 `명분`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치는 회사마다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회사의 지속성장과 주주ㆍ직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물론 방법론상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정치`가 이뤄지는 기업이라면, 바로 이 지점에서 `건전한 토론과 경쟁`이 등장하게 된다. 이견을 가진 리더그룹이 각자 명분으로 삼는 건 바로 회사의 성장과 직원복리, 주주이익 등의 공유된 가치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CEO가 창업 초기 혹은 기업혁신 과정에서 명백한 기업의 가치와 명분을 만든 다음 회사 임직원들이 공유하게 하면, 기업 내 정치가 자연스럽게 발전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만현 대표는 “정치에서 명분이 때로는 전부인 것처럼, 기업에서도 올바른 명분을 추구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기만 하면 이를 두고 벌이는 리더십 그룹 간 경쟁은 회사에 발전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러한 `가치와 명분 만들기`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가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꼽았다. 단순한 경영이 아니라 기업 내에서의 `좋은 정치`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것. 한 대표는 “안 교수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회공헌과 수익의 균형`이라는 가치를 설정하고 임직원들과 이를 공유했다”며 “여기에 사람들이 동의하고 일을 하다 보니 사내정치가 `좋은 정치`로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 2단계: 건전한 경쟁구조 만들기

아무리 올바른 가치를 설정해놓고 명분을 만들어 두더라도 기업 내 리더십 경쟁구조가 건전하고 공정하지 않으면 어렵게 만들어놓은 가치와 명분도 금방 망가진다. 김광현 교수는 “조직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대립적일 수 있다. 이때 조직의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명분`을 얻게 되고 치열하게 자신의 이익과 일치하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시스템상으로 개인과 조직의 이익이 일치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임직원들이 `줄서기 전쟁`이 아니라 `회사 성장전략`이나 `아이디어`를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 김 교수는 “이러한 건전한 경쟁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과보상과 승진 시스템`이 엄밀하게 짜여 다수가 납득할 수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도 “GE의 경우 권한위임, 성과에 대한 보상과 필벌이 확실해 리더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없다”며 “이런 경쟁구조가 `좋은 정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건전한 경쟁구조는 우리나라에 많은 오너기업에 특히 중요하다. 오너기업의 경우 `혈육간 정치`부터 시작해 그들을 둘러싼 `줄서기`와 온갖 협잡이 난무할 수 있다. 괜히 드라마 단골 소재가 되는 게 아니다. 한 대표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현직 오너가 가진 두 가지의 핵심 권한 `사람에 대한 권한` `돈에 대한 권한`을 활용해 `줄서기 정치`가 용납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힘을 가진 `독재자`이고 혈육이나 후계자들마저도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건전한 경쟁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직 오너가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창업 초기 혹은 취임 직후 정립한 가치와 명분은 가족기업ㆍ오너기업일수록 오히려 쉽게 망가진다는 것이 전문가들 조언이다.

◆ 3단계: CEO의 세 가지 핵심역량 투입

`가치와 명분 만들기`에 성공하고 `건전한 경쟁구조`를 만들어냈다면, 오너 경영자든 전문경영인이든 진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이때 CEO는 세 가지 핵심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한 대표는 “CEO는 △경청을 통한 균형감각 유지 △정확한 의견 선택 △선택된 의견의 확고한 실행이라는 세 가지 핵심역량을 키우고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풀어 보면 매출신장과 수익창출, 직원복리, 주주이익, 사회기여 등 각 기업이 공유하고 있는 핵심 가치를 놓고 다양한 방법론과 전략이 제시될 때 치우치지 않고 잘 듣는다는 메시지를 줘야 `좋은 정치`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의견을 누가 의견을 제시했는지에 관계없이 선택하는 결단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택된 의견은 반드시 회사의 자원을 투입해 실행한다는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만약 CEO가 세 가지 핵심역량을 투입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오너나 CEO의 의중이나 판단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임직원들은 곧바로 `줄서기 정치` `나쁜 정치`로 빠져들게 된다.

이를 현재 가장 잘하고 있는 경영자로 한 대표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꼽았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배운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경청`이었다”며 “이러한 경청 의지와 기술이 같은 목표를 놓고 등장한 다양한 방법론과 전략을 균형감 있게 들어볼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어 “좋은 정치가 활성화됐는지 여부는 결국 눈에 보이는 기업 성과와 임직원들의 승진인사 등에서 나타난다. 최근 출신 학교마저 다양해지고 있는 삼성의 임원 인사가 이 회장의 `세 가지 핵심역량 투입`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소지가 많은, 즉 `나쁜 정치`가 등장할 여지가 많은 가족기업ㆍ오너기업일수록 오히려 예측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 임직원들을 `정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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