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 신발업체 `자포스` 급성장 비결은

물류는 아웃소싱…그러나 콜센터는 지켰다

 

미국의 많은 기업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콜센터 업무를 인도에 아웃소싱했다. 임금이 저렴하면서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콜센터를 핵심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해 비용 절감 대상으로만 인식한 측면도 컸다.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 기업들의 오판이었다. 신우석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는 “인도인 발음이 미국인과 매우 다른 데다 문화 격차도 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객들의 불만은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콜센터를 비용 대신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고, 최근 콜센터를 미국으로 복귀시키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AT&T가 대표적이다. 특히 소비자들과 긴밀하게 접촉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인건비가 더 들더라도 콜센터를 직접 운영한다.

이들 업종에서는 `고객과의 최일선 접점`인 콜센터야말로 기업 경쟁력의 근간이기 때문에 콜센터에 투자를 늘리면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문규 한국표준협회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는 삼성생명이 콜센터 업무를 삼성생명서비스라는 자회사에 맡겨 고객상담 서비스의 품질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3대 백화점 체인 중 하나인 JC페니가 최근 콜센터를 없애는 등 기존의 대고객 서비스를 바꿨다가 반발에 직면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도 콜센터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신발업체 자포스(zappos.com)는 처음부터 콜센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콜센터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13년 전 설립된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10억달러가 넘는다. 자포스는 콜센터가 상담원이 단순히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포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물류 부문을 페덱스나 UPS와 같은 물류 전문회사에 아웃소싱했지만 콜센터는 아웃소싱하지 않았다. 콜센터를 자포스의 핵심 역량으로 삼아 상담원과 고객이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피터 패이더 와튼스쿨 마케팅 교수는 최근 날리지앳와튼을 통해 공개한 리포트에서 자포스 콜센터가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다른 점을 소개했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들이 콜센터 연락처를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둔 반면, 자포스는 콜센터 연락처를 홈페이지 상단에 보기 쉽게 노출시킨다. 상담원도 아웃소싱하거나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또 미리 준비된 대본을 읽다시피하며 상담하는 대부분의 콜센터 상담원들과 달리 자포스는 대본 사용을 금지하고, 상담원들에게 많은 재량을 부여했다. 고객 상담이 형식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직원 한 사람당 하루에 처리하는 통화 수를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의 콜센터에서 상담원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하는 통화 수를 가장 기본적인 관리 지표로 두는 것과 대조된다.

파라슈라만 마이애미주립대 석좌교수는 “통화 수에 따라서 상담원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되면 몇몇 상담원은 상담전화를 많이 처리하기 위해 고객의 얘기를 제대로 듣지 않으려 하거나 왜곡하게 된다. 당연히 고객의 만족도 또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포스 사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기능을 아웃소싱하면서도 고객만족도가 하락하지 않게 하는 방법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파라슈라만 교수는 “고객들이 웹사이트에 후기를 올리거나 콜센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물류 등의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더라도 아웃소싱 이전처럼 서비스 품질을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 요구에 대해 섬세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도 “영리한 회사는 아웃소싱을 확대하더라도 계속해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는다”고 강조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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