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후계자 검증 3단계

“고민이 정말 많았다.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주변 사례를 수없이 보고 듣다보니, 잘못했다가는 아들 신세도 망치고 기업도 망할 수 있겠더라. 아들은 대주주 정도로 빠지도록 하고 전문경영인이나 내부 임직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최고경영자(CEO)로 앉힐 생각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내년에 은퇴를 생각하는 한 중소기업 오너의 얘기다.

매일경제 MBA팀은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최고위직 임원과 최고경영자 `승계`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글로벌 3대 인재 서치ㆍ컨설팅사 이곤젠더(Egon

Zehnder International)의 데이미언 오브라이언 글로벌 총괄대표(회장)를 인터뷰했다.

 
미국의 잘나가던 통신회사가 의욕적으로 남미에 진출했다. 합작투자회사를 현지에 설립하고 최고경영자(CEO)도 새로 영입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회사는 부도 얘기가 나돌 정도로 큰 위험에 처했다. 6개월 만에 잘린 CEO를 대신한 후임자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도산 위기에 처했던 이 회사를 살려내고 성장궤도에 올려놨다. 박수가 쏟아졌다. 더 놀라운 사실은 회사를 최악의 위기로 몰고간 CEO는 사실 통신업계 최고 베테랑이자 전략과 마케팅의 대가로 칭송받던 사람이었고,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살려낸 이는 업계 문외한이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성과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막상 최고위급 임원이나 CEO가 됐을 때 발휘하는 능력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모든 기업의 영원한 목표라 할 수 있는 이 단어를 보고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사회책임경영`과 `친환경 소비` 등만 얘기한다면 딱 절반만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다. 최고의 임직원을 밑에 두고도 막강한 권한을 지닌 CEO 한 명이 잘못하면 회사는 곧바로 망한다. 미국 통신기업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 경영자가 중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에서 바로 `회사의 승계` 문제 중요성이 부각된다.

궤도에 오른 기업의 CEO와 최고위직 임원들은 이미 그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들이 천년만년 계속 기업을 운영할 수 없는 이상 누군가 기업을 이어받아야 한다. 적절한 인물이 각급 최고 임원이 돼야 하고, CEO로는 정말 최고의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 오너기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창업해 회사를 키운 오너가 능력 검증 없이 가족에게 기업을 승계하려 하면 기업이 곧바로 위험에 처한다.

매일경제 MBA팀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첫 번째 핵심 과제인 `승계`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글로벌 인재서치ㆍ컨설팅사인 이곤젠더(EgonZehnder)의 데이미언 오브라이언(Damien I. O`Brien) 글로벌 총괄 대표를 단독 인터뷰했다. 그가 이끄는 이곤젠더인터내셔널의 컨설턴트와 연구진은 최근 `승계를 위한 잠재능력 평가 모델`을 개발해 이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게재했다. 최고위급 임원 및 CEO 후임자 선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전 세계 기업인과 경영학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오브라이언 대표는 “화려한 과거 성과를 보거나 혹은 현재 위치에서 발휘하는 현란한 능력을 보고 후계자로 지목하면 기업은 위기에 처한다”며 “과거 성과와 현재 역량을 토대로 후보군을 추린 뒤 미래에 발휘할 수 있는`잠재력`을 세분화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계는 왜 중요한가.

▶고위직 승계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은 훌륭한 조직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핵심이다. 리더십의 지속성을 확고히 해주고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안심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2~3명의 내부 임직원 중에서 승계 대상을 물색하고 경합을 붙이는 동시에 또 다른 눈으로 외부에 영입 가능한 인재는 없는지 찾아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기업들에는 늘 새로운 도전과제가 주어지는데 이는 예측조차 어렵다. 완전히 다른 기술과 경험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리더들은 성장이 이뤄지는 환경에 적합한 반면, 다른 이들은 상황이 어려울 때 비용을 줄이고 회사를 생존시키는 데 더 적합하기도 하다. 둘 다 잘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최근 들어 많은 회사의 이사회 멤버들은 승계 계획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지켜보고 개입하고 있다. 최근 2주간 영국에서 상장기업 세 곳의 CEO가 쫓겨났다. 주주들은 그들의 임금인상이나 보너스에 반대했다. 이들이 CEO를 쉽게 해임할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해둔 후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사회 멤버들은 CEO의 승계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대략적인 승계 계획을 항상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그러면서 늘 내외부에서 후임자를 찾고 있다.

-최고위 임원 혹은 CEO가 되기 전에 큰 성과를 보여주던 사람도 막상 그 자리에 오르면 전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 한계를 넘어서고 발전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이다. 안타깝게도 이 믿음은 자주 깨진다. 최고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면서, 그것도 아주 요직을 맡게 되면서 크게 실패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한 글로벌 기업은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여주던 전무를 부사장 자리에 앉혔다. 한 국가의 지사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진출한 지사들을 맡아서 관리하는 임무가 부여됐다. 처절하게 실패했다. 분명 그는 능력과 운영역량을 갖고 있었지만 팀 리더십이 부재했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술이 부족했다. 팀 리더십이 부족하다 보니 다수의 나라에 펼쳐져 있는 사업들을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을 운영했고, 사람들의 동기를 깎아 먹었다.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만약 CEO였다면 그 회사는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이곤젠더가 각각의 역할과 직급에 맞는 특정한 `역량`에 대해 연구해 고객들과 공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외부에서 사람을 찾아 CEO나 최고위급 임원으로 만들 때 정말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 평가하고 준비시키는 일은 가장 중요하지만 제일 어려운 일이다.

-과거 성과나 현재 보이는 능력보다는 `잠재력(Potential)`을 집중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잠재력은 `CEO감`이나 최고위급 임원에 누가 적합한지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잠재력이란 아직 보여주지 않았거나 잠재된 채 숨어 있는 개인의 능력인데, 그 역량을 발휘할 자리에 있거나 상황을 미처 겪지 못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을 의미한다. 리더십의 복합성을 이해하면서 다양한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어떤 사람이 CEO나 최고위급 임원에 적합한지 평가할 때에는 그 역할에 필요한 역량, 전략적 사고, 성과에 대한 집념, 팀 리더십과 관리ㆍ경영능력을 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잘 검토해 후계자를 선임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동기(Motive)가 있는지, 리더로서의 정체성(Identity)이 확실한지를 봐야 한다. 이걸 `소프트`라고 부른다. 또 우리가 `리더십 자산`이라고 부르는 것도 평가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잠재력의 영역이다. 이때부턴 과거 성과나 현재 역량이 아닌 미래 잠재력을 보는 단계다. 다른 이들에게 개입하면서도 단호한 문제해결력을 보여줄 것인지, 또한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높은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우선 `잠재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잘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보통 기업들이 막연하게 생각할 뿐 이처럼 명확하게 개념화시켜 놓고 분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잠재력이란 미래에 최고위직 후임자 후보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통찰력 △이해 △개입 △단호한 결정력 등이다. 이렇게 정확한 정의를 해놓은 다음에 이력의 궤적을 최대한 신중하게 살피면서 과거와 현재를 평가해야 한다. 예전의 성과는 어땠는지, 준비된 상태와 현재 역량은 어떤지 보라. 여기에서 끝나면 안된다고 거듭 말했다. 그 다음에 잠재력을 보는데, 과거ㆍ현재ㆍ미래가 딱 분리돼 있지는 않다. 현재의 역량에서 문화적 적응력과 정체성 등 `소프트`한 부분이 잠재력의 구성요소로 발전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꼭 짚어 보고 넘어가야 한다.

-왜 글로벌 기업들조차 자꾸 승계에 실패할까.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모두 잠재의식 속에 특정한 편향을 갖고 있고 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 사람을 채용할 때 우리 자신의 선호에 기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회사를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평가를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 사람의 과거 성과와 현재 보이는 능력이 `후광효과`를 만들어내고 정말 최고임원이나 CEO가 돼도 잘할지 여부는 평가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엄청난 분석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인데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얘기다.

-한국에는 오너기업이 많다. 가족에게 승계를 할 경우 유의점은.

▶오너기업에서의 가족승계가 얼핏 보면 단순할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복잡하다. `가족간의 감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감정이 상황을 더 꼬아버리고 냉정한 평가를 방해한다. 그래서 더 주의해야 한다. `실력`이 우선이다. 절대 가족관계가 들어오게 하지 마라. 기업이 망한다. 오너기업에서 가족승계를 하는 경우에 창업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 생존하는 비율은 30%밖에 안된다. 3세 경영 시기까지 생존한 경우는 10%밖에 안된다. 10개 기업 중 9개는 가족승계를 잘못해서 회사가 망했다는 뜻이다. 우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겠다. 첫째, `무조건 실력`이다. 감정을 지우고 후계자 후보의 실력만 보라. 둘째, `독립성 확보`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임명일수록 독립적인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셋째, `객관성`이다. 승계를 하기 전에 먼저 공정한 승계 계획과 절차를 만들어 놓고 가족간, 혹은 가족이 아닌 후보자까지 모두 올려놓고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가족승계 기업에서 제시한 원칙들을 잘 지켜 성공한 사례는.

▶유럽에 식품 기업을 일으킨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아들이 하나 있었다. CEO로 취임했는데, 아들은 기업 운영의 기술적인 관리 측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자본투자와 신제품 등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고 인상적인 성장과 이윤을 가져왔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회사를 업계 3위로 키워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M&A가 끝나고 국제적인 회사들이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공급망에 변화가 생겼고 회사 경쟁력이 급격히 추락했다.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도산위기에 몰린 회사를 두고 당시 2세 CEO는 뭘 했을까. 정말 훌륭한 판단을 했다.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새로운 CEO를 영입하고 자기는 물러났다. 만약 그가 3세에게 회사를 물려줄 고민을 했다면, 물려줄 회사가 사라졌을 것이다.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 조직과 시스템은 어떻게 정비해야 하나.

▶성공적인 승계가 이뤄지고 신임 CEO나 임원이 새로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 90일간 그들이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우리는 이를 `통합의 기둥`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5가지로 구성된다.

△리더십 운영을 가정해보고 △핵심 경영 팀에서 권한을 장악하며 △주주지분을 재정렬하고 △경영과 조직문화에 단단히 결합하고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에서 새로 취임할 사람들이 스스로 준비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

사례를 하나 들어주겠다. 영국의 큰 회사 하나가 경영환경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진 고위 재무 임원(Senior Finance Executive)을 영입했다. 그 여성으로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맡는 임원직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도 남유럽 출신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고위 임원이었고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그 회사는 우리의 도움을 얻어 `통합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 여성임원이 스스로 어떻게 새 조직에 자신을 적응시켜 갈지, 그가 맡을 재무팀에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 등을 정해진 통합 프로그램에 의해 순서대로 진행했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 그는 취임과 동시에 활발하게 업무수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이곤젠더는 …

1964년 스위스에서 설립한 이곤젠더인터내셔널(EgonZehnder International)은 전 세계 39개국에 65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3대 인력서치기업 중 하나다. 글로벌 매출액은 약 7000억원이며 400여 명의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임원서치, 임원평가, 이사회 구성 등 인사결정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며 인재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곤젠더인터내셔널 서울사무소는 2002년 설립한 이래 삼성, LG, 두산 등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3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He is…

호주 출신인 대미언 오브라이언 총괄대표는 2008년 6월 이곤젠더인터내셔널의 CEO가 됐고 2010년 회장이 됐다. 1988년 이곤젠더 시드니사무소에 입사한 지 23년 만이다. 오브라이언 대표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중국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곤젠더 입사 전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근무했다. 이곤젠더에서 그가 맡았던 주된 업무는 소비재, 사모펀드, 리더십 전략 컨설팅 등이다. 지금은 전세계에 있는 이곤젠더의 사무소들을 방문해 컨설턴트들과 고객들을 만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학부에서 무역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① 과거 성과기록 ② 현재 역량 ③ 잠재력 분석해야
마지막 단계 덕목 4 ▶ 호기심, 통찰력, 직원교감, 결정력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아니다.

`관이 무거우면 목이 부러지거나 다친다`는 얘기처럼 `자리`가 아무나 그 직무에 걸맞은 사람으로 바꿔주지는 못한다. 설사 변화시킬 수 있다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그동안에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회사는 망한다). 실제로 초단위 경쟁이 벌어지는 2012년에 기업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최고경영자부터 이사회까지 모두가 최고의 후임자를 곧바로 찾을 수 있도록 내외부를 열심히 살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일경제 MBA팀은 기업의 명운을 쥐고 있는 최고위급 임원, 때론 기업 경쟁력 그 자체가 되기도 하는 CEO 승계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세계 3대 인재서치ㆍ컨설팅사 이곤젠더(EgonZehnder)로부터 `성공적인 승계를 위한 후보검증전략`을 들었다.

◆ 1단계, 후보군을 추려라

이곤젠더의 모델에 따르면, 후보검증을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성과(Performance)에 기반한 `후보군 추리기`다. 여기에서는 `과거`의 기록이 핵심이 된다. 어떤 능력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검증해야 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만약 최고전략책임자(CSO) 자리에 앉힐 후임자를 찾는다면 어떤 임직원들이 과거에 어떤 전략으로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기록을 찾아봐야 한다. 후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찾는 중이라면 역시나 임직원들 중에서 제품 마케팅 전략으로 회사 매출 신장에 기여한 사람들을 찾아 후보군을 추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단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후보군을 추려내야 하지, 절대 최고의 성과자를 곧바로 후임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 이 단계에서 후임자를 바로 정하면 `과거`로만 후임자를 정하는 셈이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업무, 즉 아직 성과가 나타나기 전인 업무에서는 어떤지, 그가 가진 잠재력이 있는지는 전혀 평가되지 못한다. 승계 실패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가 대부분 바로 `성과기록`만 보고 후임자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 2단계, 최후 후보 2~3명을 선택하라

후보군이 추려졌다면 이들의 현재 역량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이른바 `준비상태(Readiness)` 평가 단계다. 여기에서 집중적으로 검증해야 할 것은 `직위에 필요한 능력을 갖고 있는가`이다. 4가지 덕목을 검토해야 하는데 핵심기술과 경험, 역량 부분은 `하드(Hard)`한 역량, 즉 눈에 보이는 역량이기 때문에 쉽게 평가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나머지 두 가지 `고위직으로서의 정체성(identity)`과 `문화적 적응능력`이다. 고위임원 혹은 CEO가 된다는 건 자신이 처한 위치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또 `경영진으로서의 새로운 문화`와 동시에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업계 최고의 전략가이자 마케팅 대가로 통했던 미국 통신회사 CEO가 6개월 만에 회사를 부도위기로 내몰고 쫓겨난 것은 그 CEO에 대한 현재 역량평가 단계에서 점검해야 할 4가지 덕목 중 `소프트`한 부분, 즉 문화적응력과 CEO로서의 정체성 부분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실패 사례는 잘 알려진 HP의 레오 아포테커 사례다. 엄청난 기대 속에 CEO로 취임했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분리하다가 HP를 위기로 몰아갔고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HP 자체다. 그는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요구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CEO로서의 정체성이나 그들과 함께 사고해야 하는 문화적응에 실패했던 셈이다. 이 단계에서 후임자를 바로 선택하면 기업은 곧바로 망하지는 않지만, 지속성장에 있어서는 한계를 갖는다. 잠재력이 있는지 충분하게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성공 승계가 되지만, 운이 나쁘면 기업이 현상 유지하거나 퇴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 3단계, 후임자를 지목하라

2단계에서 충분한 역량검증을 마치고 후보자 2~3명을 선택했다면 마지막으로 미래의 능력 `잠재력`(Potential)을 분석해야 한다. 최고위급 임원이나 CEO가 됐을 때 발휘할 수 있는 숨겨진 능력과 계발 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후보자를 검증해야 한다. 여기서는 4가지 덕목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호기심(Curiosity) △통찰력(Insight) △상황에 대한 적극적 개입 혹은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연결을 의미하는 `개입(Engaement)`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추진해가는 `단호한 결정력(Determination)` 등이 분석 대상이다. 특히 단순한 최고위급 임원이나 경영진이 아니라 후임 CEO를 영입하거나 선발하는 과정이라면 3단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3단계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승계에 성공한 또 다른 사례로 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들 수 있다. 후임 CEO 물색에 나섰던 그 에너지 회사는 굉장히 신중했다. 내부의 뛰어난 임원들과 외부에서 영입 가능한 대상 모두를 꼼꼼하게 알아봤다. 내부에서 후보로 오른 사람은 역량이 탁월해 보였지만 CEO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가 됐다. 외부 영입 대상은 CEO로서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끈 경험도 있었다. 당장에는 외부영입대상 후보가 나아보였지만 이사회는 결국 내부의 `CEO 경험이 없는` 후보를 승진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이사회는 그의 `경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부분만 적절하게 지원하면 됐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현재를, 현재보다 미래를 봤기 때문에 내린 현명한 결정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2단계의 덕목 중 `소프트`로 분류되는 정체성과 문화적응력은 잠재력의 4가지 덕목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그 연결고리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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