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돈과 명예를 거래하다니…영악한 맥도날드

[Weekly BIZ] 돈과 명예를 거래하다니…영악한 맥도날드

  • 로라 전 교수
입력 : 2012.05.05 03:01

합병은 기업의 정략결혼_돈 많은 다국적 기업과
착하지만 가난한 기업 상호보완하는 윈·윈 전략
통합 위해선 소통이 필수_합병 전부터 일한 직원은
전처의 자식과도 비슷해 새엄마가 왜 필요한지 잘 설명해야 상처 덜 받아

로사 전 교수

노동절(5월 1일)에 US에어웨이를 타고 LA에서 취리히로 가는 길은 재미있는 모험이었다. 삐걱거리는 비행기에 웃음이라고는 없는 메마른 서비스, 두 시간 연착에도 한마디 사과도 없는 조종사…. 과거 두 번이나 파산한 적이 있는 US에어웨이는 저비용 항공사인 아메리카웨스트와 합병(2006년)해 살아남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두 회사 간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적대적 관계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임금비용도 총매출의 17%로 가장 낮고 파일럿들의 파업이 끊이지 않아 작년 11월 파산 신고를 했지만 한때 가장 규모가 컸고, 매출 대비 임금비용도 가장 높은(28%) 아메리칸에어라인(AA)과 합병을 한다면 내부 통합 과정에서 자갈길이 예상된다.

‘돈’과’평판’거래하는 합병

5월은’결혼의 계절’이다. 한 결혼 정보회사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예비 배우자의 외모·나이·재력·직업 등을 보지만, 100억원대 자산가들은 남녀 차이 없이 개인의 능력과 부모의 직업을 중시한다고 한다. 자산가들은 위단계 계층으로 진입하기 위해 힘과 돈을 거래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것이다.

기업 합병도 일종의’정략결혼’이다. 재정적 시너지를 노리던 기업 합병의 새 트렌드로’콩쥐와 팥쥐’식 짝짓기가 부상하고 있다. 착하지만 돈 없는 기업들과 나쁘지만 돈 많은 다국적 기업들과의 짝짓기 말이다. 즉, 힘과 돈이 아닌 평판과 돈을 거래하는 것이다.

영국 런던의 샌드위치 전문점 프레타 망제에서 점원이 고객에게 샌드위치가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주고 있다. 프레타 망제는 신선한 재료로 즉석에서 만드는 샌드위치와 유기농 커피로 유명하다. / 블룸버그

맥도날드는 2001년 영국의 유명한 유기농 샌드위치 가게 체인인 프레타 망제(Pret a Manger) 경영 지분의 3분의 1을 샀다. 당시 맥도날드는 소송에 휘말렸고, 건강에 나쁜 음식·과장광고·환경오염·저임금 등을 파헤친 책 ‘푸드네이션(FoodNation)’까지 발간돼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혔던 반면 프레타 망제는 자선사업으로’착한’ 평판을 유지해 왔다. 프레타 망제의 긍정적 이미지를 맥도날드에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이런 상호 보완성은 윈·윈(win·win) 전략의 첫 번째 스텝이다.

윈·윈하는 결혼을 위한 두 번째 포인트는 궁합이다. 윤리 가치관이 확고한 작은 브랜드가 돈 많은 브랜드에 시집갈 때 궁합이 안 맞으면 원래 철학이 약해진다. 벤앤제리(Ben&Jerry’s)라는 미국 아이스크림 회사의 CEO 월트 프리즈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 소유로 회사가 넘어간 후 창립자인 벤과 제리의 윤리 모토가 흐지부지됐다”고 했다.

세 번째는 책임감이다. 결혼은 법적 계약이자 사회적 계약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논리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조강지처를 버리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헤어지는 방법일 것이다. 합병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흔히 생기는 정리해고에서도 그 사람의 약점을 캐내 쫓아내는 식의 비도덕적 방법을 선택한다면 원성의 화살이 언젠가 되돌아올 것이다. 즉,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에 더 비용이 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열린 소통으로 합병 충격 흡수해야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합병에 대한 반응은 직원의 출신 회사와 회사와의 시간적·공간적 거리에 따라 달랐는데, 성공적 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열린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합병 전부터 근무한 직원들은 그 연수가 오래될수록, 본사에서 멀리 떨어져 일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다. 합병 후 입사한 직원들은 오히려 멀리 떨어져 근무할수록 훨씬 안정감이 강했다.

합병 전부터 근무한 직원들을 전처(前妻) 자식들이라 볼 때 그들을 멀리 유학 보내는 것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통상적으로 합병이나 구조조정이 발표될 때의 첫 반응은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합병 전후로 상당 기간 직원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처의 자식들에게 왜 새엄마가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과거를 부정하거나 아예 침묵으로 합병을 맞이한다면 표면상으로 행복한 모습 속에는 표현되지 못한 상처가 훨씬 깊게 자리 잡을 것이다.

기내에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사인이 떨어졌다. 기체가 흔들릴 때 우리 마음을 평안하게 지켜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일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후 구조조정을 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이때에 직원들이 필요한 안전벨트는 가까이에서 열린 소통으로 얻는 안정성과 사랑에 대한 확신이다. 과거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침묵으로 시작한 많은 합병회사들이 나중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노동절에 이어 어린이날, 어버이날에도 열린 소통을 하며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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