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마케팅 성패, 3초안에 결판난다

`합리적 vs 충동적` 고객 차별 접근
소비재 상품 소비패턴 DB 만들어 프레임 구성·매장 진열땐 매출 `쑥`

 

 

추석이나 설 연휴가 다가오면 많은 이들이 선물을 구매한다. 그들은 분명 `쇼퍼`(shopper)다. 하지만 해당 물품의 사용자(user)나 소비자(consumer)는 아니다. 최소한 1년에 두 번 대부분의 유통업체와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소비자ㆍ사용자 마케팅`이 아닌 쇼퍼를 대상으로 하는 `쇼퍼 마케팅`을 펼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쇼퍼마케팅`이 이제 모든 제품군의 상시적인 마케팅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최대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에서 아예 `쇼퍼마케팅`을 연구해 책을 내놓은 이유다. 쇼퍼마케팅 전문가 중 한 명인 김상용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구매하는 쇼퍼는 사용자 또는 소비자일 확률이 높지만, 슈퍼마켓에서 음료수를 사는 사람은 마시는 사람, 즉 사용자가 아닐 수도 있다”며 “이걸 깨닫는 순간 `쇼퍼 마케팅`의 개념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 쇼퍼의 구매 결정은 무의식적이다

쇼퍼가 매장 내에서 구매 의사 결정에 사용하는 시간은 3초에 불과하다. 눈 깜짝할 시간에 물건이 팔릴지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

제일기획에 따르면 쇼퍼는 보통 매장 내 머무르는 시간의 80%를 상품 구매와 상관없이 보내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신중하게 물건을 비교하고 따져서 제품을 고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브랜드 선택에 있어서도 쇼퍼의 절반 이상이 진열대 앞에서 순간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구매의사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한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상세한 쇼핑목록을 정리하는 구매자는 식음료에서 28%, 잡화에서는 27%, 건강ㆍ미용에서는 17%에 불과하다. 또 이렇게 목록을 작성하고 간 구매자의 30%는 쇼핑목록에 적어놓은 것과 다른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의식적인 구매 결정의 3초를 잡아내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이유다.

일본 코카콜라는 `방문고객을 구매자로 전환하라`는 특명을 내걸고 고객의 영수증 데이터베이스, 매장 내 구매행동 관찰, 패널조사를 활용해 어떤 진열대에 어떤 광고와 함께 콜라를 배치해야 할지를 정했다. 매출이 급격히 뛰었음은 물론이다.

유통기업도 소비자의 구매가 이뤄지도록 함께 작업을 진행한다. 아침식사 대용 `시리얼` 역시 대표적인 쇼퍼마케팅 대상이다. 만약 시리얼이 과자 코너에 있다면 주부들은 이를 `간식`으로 인식해 잘 구매하지 않지만, 식빵과 함께 배치하면 `영양가 있는 식사`로 인식하고 구매를 한다는 것. 쇼퍼마케팅의 기본 원리는 이처럼 실제로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매하는 사람의 인식과 패턴을 파고드는 것이다. 면도기를 남성용품 코너에 비치하지 않고 피부관리 섹션에 배치했을 때, 주부가 이를 집어드는 것 역시 쇼퍼마케팅의 원리를 적용한 사례다. 기저귀 판매대 옆에 맥주를 두는 것 역시 아이의 기저귀를 사기 위해 마트를 찾은 아버지들이 자신을 위한 맥주를 담도록 하는 방식의 또다른 쇼퍼마케팅이다.

◆ 마케팅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에서 일주일 동안 1억2700만명의 소비자가 월마트를 방문한다. 이들이 바로 구매의사를 갖고 현장에 나타난 `쇼퍼`다. 저녁뉴스를 시청하는 6800만명은 단순한 소비자에 불과하다.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잠재적인 소비자보다 `구매자`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김상용 고려대 교수는 “지금까지 막연하게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실행해온 기업들이 많다”며 “이제는 구매가 실제 일어나는 쇼퍼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혹은 잠재적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트렌드가 쇼퍼마케팅으로 대전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수환 베인&컴퍼니 팀장은 “정보가 다양해지고 전체적인 소비수준이 향상되면서 한 사람이 구매하는 양 자체가 늘어났고 구매에 수반되는 인지의 과정이 매우 복잡해졌다”며 “매장도 대형화되고 단독전문매장이 아닌 복합매장으로 형태가 변화하면서 실제 구매 현장을 찾은 고객에게 순식간에 제품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샴푸`하나를 구매하겠다고 마음먹고 샴푸 코너나 화장품가게를 찾으면 됐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 엄청나게 많은 샴푸 상품군에 다양한 기능과 브랜드가 즐비하기 때문에 가격이나 성능이 `합리적`으로 보이거나 최소한 광고 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받은` 제품을 구매하고 이 과정에 기업이 마케팅 전략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팀장은 “합리성을 중시하는 고객인지 좀 더 충동적인 고객인지에 따라 차별적인 접근까지 해야 완벽한 `쇼퍼마케팅`이 이뤄질 수 있다”며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재ㆍ저관여 상품에 대한 소비패턴을 데이터베이스화한 후 이를 토대로 제품 프레임을 구성하고 매장 내 진열 등을 할 때 쇼퍼마케팅이 곧바로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제일커뮤니케이션 연구소의 박소연 디렉터는 “매장 방문 전 쇼퍼의 정보수집이 기존 TV광고 등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는 시대”라며 “쇼퍼인 소비자를 위한 가치를 설계하고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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