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망한 항공사끼리 극적인 합병…세계1위로

[Cover Story] 망한 항공사끼리 극적인 합병…세계1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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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두 항공사 실적 수직 상승 스마트 합병의 마력!
“고유가에 대응하려 항공사 최초로 아예 정유공장 인수… 편견을 깨는 혁신적 접근 필요”

그래픽=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지난해 미국 인구(3억1384만명)의 절반 정도인 1억6383만명이 이 회사 항공기에 탑승했다. 연간 탑승객의 총비행거리(2669억㎞)로 지구를 665만번(지구 한 바퀴 4만120㎞) 일주하고, 전 세계에서 하루 5089대의 항공기가 63개국 332개 시(市)를 오간다. 애플은 1분당 362개의 제품을 팔지만, 이 회사는 1분당 311명의 승객을 맞는다.

애플이 땅을 호령한다면, 하늘길을 지배하는 이 회사는 델타 항공(Delta Airline)이다. 714대의 항공기와 8만명이 넘는 직원을 둔 세계 최대 규모 항공사다. 경제전문지인 ‘포천’지(誌)는 지난해 351억달러(약 41조원)의 매출을 올린 델타항공을 ‘2011년 가장 존경받는 항공사'(The most admired airline) 1위로 뽑았다. 2위와 3위는 각각 싱가포르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이었다.

하지만 델타는 한때 경영난으로 폐업 직전까지 갔다. 9·11테러 사태 후 여객 급감, 유가 급등, 임금 협상 실패 등으로 2005년 3월 당시 세계 항공업계 3위인 델타는 10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못 견디고 파산보호 신청(chapter11·우리나라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직원 1만1000여명 감축과 연금폐지 같은 자구노력 끝에 2007년 파산을 졸업했다.

그해 델타의 CEO를 맡은 리처드 앤더슨(Anderson·56·사진)의 생존 전략은 독특했다. 같이 파산을 졸업한 노스웨스트항공(NWA·당시 업계 4위)과의 합병 추진이었다. 1979~2005년까지 33개의 미국 항공사가 파산했는데, 이 중 살아남은 5개사가 합병에 성공한 전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앤더슨은 “합병은 글로벌 경쟁자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파산했던 항공사라는 통념을 깨자”고 밀어붙였다.

통상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일반 기업의 합병절차와 달리 그는 감원 최소화와 조종사 급여 30% 인상 등을 약속하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아시아와 미국 북부에 노선이 집중된 NWA와 남미와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한 델타의 결합은 300여개 노선 중, 단 4개만 겹치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두 회사는 합병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세계 최대 규모 항공사로 거듭났다.

델타는 지금도 세계 항공업계의 살아있는 ‘롤 모델’이다. 매년 승객 탑승률을 평균 85% 이상 유지하면서 유류 헤징(hedging·유가 변동을 예상해 선제 대응하는 것)으로 매년 평균 4억달러씩을 절감한다. 항공사 최초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정유공장도 인수했다. 항공유를 직접 조달해 매년 3억달러(약 3500억원)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외에 세계 최초로 한번 쌓은 항공 마일리지의 평생 사용제도, 침대처럼 수평(180도)으로 완전히 펴지는 비즈니스석 제공….

앤더슨은 그러나 “목표치의 절반도 못 왔다. 모든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선지 델타항공의 캐치프레이즈는 ‘계속 올라가자(keep climbing)’다.

Weekly BIZ는 최근 리처드 앤더슨 CEO를 단독 인터뷰했다. 시곗바늘을 항상 정시보다 10분 빠르게 맞춰놓는 습관이 보여주듯, 그는 2~3분 단위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이틀 동안 3~4차례 걸쳐 5~10분 단위로 진행됐다.

CEO 앤더슨, 반대 무릅쓰고 추진력 발휘… 감원 최소화·급여인상으로 사기 올리고
양사의 기내 음식 서빙방식·탑승 시간 등 미세한 차이까지 조정해 화학적 결합 성공

“델타는 앞으로도 수십년간 꾸준히 옳은 결정을 할 것입니다.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16일 정오 미국 애틀랜타 공항. 국제선 터미널 개장식에 나온 리처드 앤더슨 델타항공 CEO의 인사말에 수백여명의 델타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120만㎡(약 36만3000평) 규모의 이 국제선 터미널은 델타가 애틀랜타시(市)와 함께 4년 전부터 총 13억달러를 들여 지었다. 델타와 전략적 제휴관계인 에어프랑스·대한항공 등 스카이팀(Skyteam) 소속 항공사들이 한데 모여 국제선 환승 고객을 2~3년 내 연간 900만명에서 15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1987년부터 미국 항공사 3곳에서 근무한 앤더슨 CEO는 합병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델타와 합병한 노스웨스트항공(NWA)의 CEO(2001~04년)도 지냈다. 그는 항공업계가 처해 있는 현실과 생존전략에 대해 차분하게 대답하다가도 거침없는 주장을 쏟아내는 식으로 ‘냉정’과 ‘열정’을 표출했다.

거점화 전략으로 경쟁 돌파, M&A로 덩치 불려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배럴당 100달러대의 국제유가 등으로 항공업계가 어려운데, 델타항공은 어떤가?

“우리는 최근 2년간 꾸준히 흑자를 내왔고 항상 승객 탑승률을 85% 이상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윙릿(winglet·항공기 날개 끝에 수직 형태로 부착하는 날개)을 설치해 항력(抗力)을 줄여 설치 이전보다 매 비행 시 3~4%의 연료를 절약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코노코필립스의 정유공장을 얼마 전 1억50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해 델타항공 기름 소비량의 80%를 이 공장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델타항공의 연료 총지출액이 12억달러였는데, 이 공장 운영으로 3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항공사는 한 다리 건너 연료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편견을 깬 혁신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정유공장 운영 경험이 없는 항공사의 오판(誤判)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정유업계에서 25년간 일한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모셔 왔고 운영을 맡길 계열사도 따로 설립했다.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조언을 받고 있어 큰 리스크가 없다. 우리가 못할 건 없다.”

―글로벌 항공업계에 경쟁이 치열한데, 델타항공만의 생존 전략은?

“거점화(aggregation) 전략이다. 예컨대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인 콜럼버스(인구 19만명)엔 국제선 터미널을 지을 수 없다. 애틀랜타 국제선 터미널 같은 요충지를 만들면 주위 수요를 모두 흡수한다. 항공기 관련 공급회사들도 경쟁시킨다. 델타는 에어버스와 보잉, 두 회사의 항공기를 비슷한 숫자로 보유하고 있다. 한 회사에 구매물량을 몰지 않는다. 두 회사를 긴장시키기 위해 최근 중국의 한 항공기 제조기업에 연락하기도 했다. 자꾸 경쟁시켜야 수준이 높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델타항공의 취약점으로 ▲아시아·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이 낮고 ▲화물(cargo) 운송 분야에서의 상대적 낙후를 꼽는다. 실제 델타항공은 전체 탐승객의 55~60%가 미국 국내선 승객들이다. 화물여객 전문지 ‘에어카고닷컴’에 따르면, 2010년 국내외 수송량을 기준으로 델타는 페덱스(694만t·1위), 대한항공(180만t·3위) 등보다 훨씬 뒤진 23위(52만t)에 불과하다.

―델타는 큰 규모에 비해 정작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약한데.

“중국은 향후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호주의를 고수하는 중국 정부가 중국 항공산업의 향방을 90% 정도 결정하며 아직 외국 항공사의 진입 장벽이 높아 시장점유율 면에선 매우 낮다. 우리는 중국 남방·동방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협조관계를 다지고 있다.”

그는 또 “사회주의 국가로 애국심이 높을 것 같은 중국인이 미국으로 비행할 때 중국 국적기를 70%만 이용한다”며 “중국은 매우 흥미로운 나라이다”고 말했다. “영국 시민이 미국에 올 때 영국 국적기를 90%나 이용하는데 말입니다. 이는 중국인들의 여행 습관이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중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 합작회사 설립 등으로 적극 공략에 나설 것입니다.”

지난달 16일 델타항공의 리처드 앤더슨 CEO가 애틀랜타 공항 국제터미널 개장식장에서 직원들과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앤더슨 CEO는 “항공업계는 경쟁과 협동이 둘 다 필요하지만 더 많은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시장이 보다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애틀랜타=이신영 기자

―승객 규모에 비해 화물수송은 왜소한데, 이유가 있는가?

“지난해 화물수송 분야 매출액은 10억달러로 회사 전체 매출의 3% 정도다. 좋은 시장에 적절할 때 진입해 이익을 내려 하지만, 다른 항공사보다 규모가 작다. 우리 회사에선 항상 이익률이 모든 결정을 좌우한다. 화물수송 특성상 매출을 늘린다고 해서 항상 이익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항공사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보는데, 미국 정부는 항공업계를 애물단지처럼 취급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난다면 뭐라고 제안할 것인가?

“요즘 항공 티켓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30년 전보다 40% 정도 값싸졌다. 그런데 세계 항공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항공산업을 정부가 키우지 않는 게 섭섭하다(웃음). 일례로 미국에선 개인이 소지한 총기보다 항공사 티켓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 더 높다. 1993년 미국 항공업계가 납부한 세금이 연간 36억달러였는데 지난해에는 170억달러나 됐다. 다양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통관절차가 1시간이나 걸린다. 무(無)비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노스웨스트항공과의 합병으로 델타항공이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직하게 소통하고 성공에 대한 갈망을 직원과 공유하는 것이 합병의 첫걸음이다. 주주들에게 연간 10억달러의 시너지 효과, 직원들에게 이익의 15%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을 꼭 실천할 것이다. 물론 합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예컨대 노스웨스트항공사는 냉동식품을 기내식으로 제공했고, 델타는 직접 재료를 써 만들었다. 델타는 1928년부터 80년의 역사가 있었고, NWA는 그보다 역사가 길다. 누가 양보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왜 합병 파트너가 NWA였나?

“NWA의 문제는 미국 노선이 취약했다는 것이었다. 반면 델타항공은 미국 노선에 편중돼 있었다. 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서로에 없던 아시아·남미 시장이 생기면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봤다.”

―합병을 앞두고 있거나 추진하려는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합병은 두 회사가 동등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경우, 처음부터 어떤 상황에서든 ‘델타’란 기업 명칭을 유지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이 결정을 내린 다음 수천 개의 결정 속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일의 우선순위와 양보할 수 없는 원칙 등을 먼저 정해야 한다. IT 기술이 워낙 복잡하므로 시스템 표준화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 합병 뒤엔 반드시 부채부터 갚아야 한다. ‘돈을 충분히 벌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고객 만족에 최우선
승객들 심장박동수 측정해 언제 스트레스 받는지 분석
5% 고객이 매출의 26% 차지 주거래 고객엔 통관 등 혜택

아웃소싱보다 인소싱
세계 150개 항공사로부터 엔진·부품 수리 의뢰받아 작년 6억5000만달러 매출
사내 직원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라”

―델타항공은 고객 만족도 면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경쟁사보다 낮은 편이다.

“합병 이후 공항을 찾는 고객들의 심장박동수를 측정해 스트레스 정도를 분석해봤었다. 공항에서 주차공간을 찾고 공항 현관에서 보안직원과 맞닥뜨린 뒤, 통관을 위해 긴 줄을 기다릴 때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달한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불편을 덜기 위해 요즘 우리는 전체 항공기의 95% 이상에 무선랜(WIFI) 설치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소득수준 상승으로 항공사 고객 취향도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최근 80년 동안 델타는 모든 고객을 똑같이 대접했다. 그런데 최근 조사해 보니 고객의 5%가 연간 총매출의 26%를 책임지고 있더라. 그래서 변호사·컨설턴트·금융인 등 높은 가치를 지닌 고객(high value customer)들에게 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 이들 고객은 먼저 통관을 끝내고 이동할 수 있는 ‘스카이 프라이어리티(sky priority)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은행처럼 항공사도 ‘주거래 고객’을 관리하려고 한다.”

델타항공에는 ‘고객을 상대로 하는 직원에게는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실제로 델타항공의 조종사 연봉은 연간 10만~30만달러(약 1억1700만~3억5400만원), 일반 직원은 평균 6만달러(약 7020만원)로 경쟁사들보다 많은 편이다. 하지만 2005년 델타항공이 파산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조종사들과의 임금협상에서 10억달러 상당의 감축안 합의에 실패해서였다.

―직원에게의 고연봉 지급이 재정난을 초래해 빈번한 구조조정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델타항공은 예전부터 직원과 직접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해왔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파산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직원을 최고로 대우해주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

―대기업인 델타는 아웃소싱보다 인소싱(insourcing)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 우리는 12년 전부터 인소싱 사업인 테크 오퍼레이션(tech ops)을 운영 중이다. 테크 오퍼레이션은 매년 북미·아시아 등 전 세계 항공사 150개사로부터 650개의 엔진과 20만개의 부품을 건네받아 보수 작업을 벌이고 돈을 버는 회사이다. 이 회사에만 세계적으로 1만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6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흑자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아웃소싱보다 훨씬 좋지 않은가? 나는 항상 사내 직원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항공사 CEO로서 시간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세 가지다. 종이 보고서는 딱 한 번만 읽고 항상 주어진 숙제는 미리 끝낸다. 또 요청이나 전화가 오면 즉각 답변해 준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10분 전에 약속장소에 도착한다.”

리처드 앤더슨 CEO는

▲출생: 1956년 미국 텍사스주

▲학력: 휴스턴주립대·남부텍사스대 로스쿨(STCL) JD

▲경력: 1987년 텍사스주 지방검사보(Assistant district attorney)

1987년 컨티넨탈항공 입사

2001년 노스웨스트항공 CEO

2004년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수석부사장

2007년 델타항공 CEO

▲기타: 미국항공사협회(A4A) 회장

카길(Cargill) 메드트로닉(Medtronic)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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