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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트렌드 내다본 아시아 커피업계 혁명가…”팔지 말고 팔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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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도리바 히로미치 <도토루커피 명예회장>

16세에 가출하다
인형 눈 팔아 생계 꾸리던 소년…대학 대신 레스토랑 주방보조 취직
커피 접하곤 원두 도매회사 차려…유럽서 카페문화 감탄…”이거다”

도토루의’커피 혁명’
9년을 준비한 스탠딩 커피숍…일본에 첫 소개 선풍적 인기
커피값 절반…인테리어 비용 줄여 매장 1480개·年매출 700억엔 성장

소년이 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생활 능력이 없던 아버지는 유리로 인형 눈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장사에 서툴렀다. 소년은 아버지 대신 인형 눈을 팔러 돌아다녀야 했다. 쉴 틈도, 공부할 틈도 없었다.

1954년 어느 날, 열여섯 살이 된 소년 도리바 히로미치는 여느 때처럼 인형 눈을 팔고 받은 돈을 계산했다. 그날 따라 수지가 맞지 않았다. 지켜보던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얼간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도리바는 그 길로 집에서 나왔다. 홀로 도쿄로 향했다. 고향 사이타마현 후카야시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소년은 다짐했다. “친구들은 대학에 가겠지만, 난 지금 사회로 나간다. 대신 친구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절대 그들에게 뒤지지 않겠다.”

그로부터 58년 뒤. 소년이 세운 회사 도토루커피는 연매출 700억엔, 직원 수 1000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도토루 커피숍을 포함해 카페 콜로라도 등 일본에만 1480개 매장이 있다. 열여섯 살 소년이 ‘커피혁명’을 일궈낸 도리바 도토루커피 명예회장이다. 성공비결에 대해 그는 “모든 일에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음으로 달려든다”고 말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팔지 말고, 팔리게 灸��

도쿄에 도착한 도리바는 작은 레스토랑에 취직했다. 주방보조였다. 손엔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첫 월급은 1500엔. 당시 대졸 초임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기숙사 환경도 열악했다. 벌레가 들끓고 악취가 났다.

다행히 업무 중에는 도리바가 좋아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주방장에게 커피를 타주는 일이었다. 커피를 끓이면서 그는 자신이 마실 몫을 조금 남겼다. 향 좋은 커피 한잔은 위안이었다. 도리바는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커피 끓이는 솜씨가 나날이 좋아졌다.

커피를 좋아하게 된 도리바는 1956년 원두 도매회사에 취직했다. 처음 맡은 일은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원두를 파는 일. 도리바는 당황했다. 어린 시절 인형 눈을 팔 때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뭔가를 팔려고 마음먹고 사람들을 대하면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그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무리해서 팔 필요 없다. 사람들의 마음부터 얻자.” 바쁜 레스토랑에 들러서 접시를 정리했다. 백화점에 가서는 제품 수량을 체크해 부족한 분량을 채워 놓았다.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 하면 그들도 자연스럽게 날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노력은 결실을 얻기 시작했다. 한 유명 레스토랑이 새 지점을 열기로 했다. 도리바를 눈여겨본 이 레스토랑의 구매담당자가 커피 도매업자로 도리바가 다니는 회사를 택했다. 도리바는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성과는 알아서 따라온다는 교훈도 얻었다.

도리바는 1962년 작은 원두 도매회사를 차렸다. 원두를 팔며 얻은 교훈을 활용했다. ‘커피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는 주방보조로 일할 때 마셨던 커피의 맛을 떠올렸다. 커피를 통해 사람들에게 휴식과 활력을 제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들었다. 장사는 저절로 잘됐다. 고객들 앞에서 땀 흘리는 버릇도 사라졌다. ‘팔지 말고, 팔리게 하라.’ 고객 중심 경영은 회사의 이익도 끌어올린다는 도리바의 철학은 현재 도토루커피의 경영 원칙이 됐다.

○유럽 여행에서 시작된 ‘커피혁명’

커피로 휴식과 활력을 주겠다는 도리바의 생각은 1960년대 일본에서는 새로운 것이었다. 순수하게 커피만 파는 커피숍이 당시엔 거의 없었다. 커피숍 내부는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미인커피숍, 누드커피숍이라는 이름의 퇴폐업소도 많았다. 도리바는 ‘편안하고 밝은 커피숍’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971년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 유럽 여행이 계기였다. 그는 커피가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것에 감명을 받았다. 자리에 앉는 대신 카운터 앞에 서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도리바는 가격이 다른 것에도 놀랐다. 일본 돈으로 테라스는 150엔, 테이블은 100엔, 서서 마시면 50엔이었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스탠딩 스타일(서서 마시는 방식)이 커피숍의 마지막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커피숍을 내기로 결정했다. 1972년 밝고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콜로라도를 열었다. 콜로라도는 이용 고객층과 시간대가 제한적이었던 다른 커피숍들과 달랐다. 아침엔 직장인들이 찾았고, 오전엔 상점 주인들이 왔다. 오후엔 프리랜서들로, 저녁엔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북적였다. 한가한 시간대가 사라졌다. 그때만 해도 커피업계에선 테이블이 하루 6번 회전하면 성공이라고 했지만 콜로라도에선 12번이 평균이었다. 1981년 콜로라도의 점포 수는 280개로 급증했다.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은 덕분이다.

콜로라도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도리바는 유럽식 커피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1980년 스탠딩 스타일 커피숍을 일본에 소개했다. 도토루 커피숍 1호점이었다. 도토루 매장은 지금은 1200여개에 달한다. 도토루 커피의 가격은 컵당 150엔만 받았다. 일반 커피 값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런 가격은 테이블을 없애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토루 커피숍은 1981년 4개, 1983년 20개, 1987년엔 100개로 늘어났다. 칼렌 홈즈 전 스타벅스 부사장은 도리바를 ‘아시아 커피업계의 혁명가’라고 불렀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위기 경영

유럽 스탠딩 커피문화에 감명받은 도리바였지만 도토루 커피숍을 열기까지 9년을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왜 당장 실행하지 않았는가. 누군가 먼저 도입할까 걱정되진 않았나”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한 도리바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그때 시작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1970년대 초반, 커피는 고급 기호품이었다. 일본인들은 음식을 서서 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도리바는 문화까지 고려했다. 시기가 더 지나야 스탠딩 스타일의 커피숍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9년간 그는 커피숍을 설계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1970년대 말부터 일본인들의 식습관이 변하고 젊은이들의 소비가 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그는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도토루를 연 것이다.

커피숍 개설을 서두르지 않기로 한 것은 경험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는 16세에 커피업계에 뛰어들어 온갖 고생을 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늘 미래를 불안해 했다. 그래서 경영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생존 본능에 가까웠다. 그는 “난 남들의 두 배로 위기에 민감한 체질”이라며 “항상 지니고 다니는 위기감은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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