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경영]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리더보다 모두 두려워하는 리더가 낫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워런 버핏(Buffett)은 투자의 달인이다.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고 장기간 보유하여 수익을 올리며 수백억 달러를 기부하는 활발한 자선과 검소한 생활태도, 체육관 주주총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래서 그는 ‘오마하의 현인’등으로 존경과 사랑의 대상으로 불린다. 하지만 투자와 경영방식은 다른 측면이 있다.

1998년 콘도처럼 회원제로 제트기를 임대하는 네트제츠(NetJets)를 인수했을 때다. 당초 예상과 달리 조종사들의 잦은 파업과 방만한 운영으로 부진이 이어지자, 버핏은 조종사 300명을 단번에 해고하는 강수를 시작으로 철저한 감량 경영을 단행했다. 이후 네트제츠의 수익은 5배 가까이 불어났다.

버핏의 경영진 개편은 조용한 암살이다. 결코 요란한 마찰음을 내지 않는다. 1991년 월가의 투자은행인 살로먼브러더스를 인수하면서 부도덕한 핵심인원 20여명을 한순간에 정리했고, 1998년 코카콜라의 CEO 더글러스 이베스터(Ivester)도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자 가차없이 물러나게 했다. 전기작가 엘리스 슈뢰더는 “버핏의 현명함이나 인자함은 냉정함 때문에빛을 더욱 발한다”고 평가한다.

“군주가 사랑받는 것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중 만일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군주론’17장)

“인간은 두려워하던 자보다도 애정을 느끼던 자에게 더 가차없이 해를 입힌다. 원래 사람은 이해타산적이어서 단순히 은혜로 맺어진 애정쯤은 자기와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기회가 생기면 즉시 끊어버리기 때문이다.”(‘군주론’17장)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고, 리더십은 지갑에서 출발하지만, 사랑받는 리더와 성공적인 리더는 별개다. 리더십과 관련해 선행을 베풀고 사랑받는 리더가 조직을 성공시킨다’는 유의 주장은 늘 인기이다. 리더가 친절하게 대하고 물질적으로 베풀면 자연스럽게 사랑받고 조직은 성공한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받는 리더가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리더십은 감정적 친밀감을 유지하면서도 원칙에 따른 명확한 질서를 확보하는 두 가지 축에서 생긴다.

“여러분이 만약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칭찬한다면, 그는 곧이 듣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하고서도 여러분이 하는 칭찬을 믿지 않을 것이다.” 5세기 서유럽을 휩쓸었던 유목민 훈족의 왕 아틸라가 남긴 말이다.

한비자는 “상을 지나치게 남발하는 지도자는 되레 백성의 마음을 잃을 것이며, 형벌을 지나치게 가하는 지도자는 되레 백성들이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사랑만 받으면 자칫 하찮아 보이기 쉽고, 두려움만 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조직의 생존과 발전이 현실론과 이상론의 합주곡이듯이, 리더십도 사랑과 두려움의 합주임을 마키아벨리는 통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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