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China CEO] 춘추항공의 왕정화

 

모든 중국인을 날게 하려면… 저비용이 답
“불필요 서비스 계속 없애라… 원가 낮추는 기업이 이긴다”

중국에서 유일한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인 춘추항공(春秋航空)의 회장 집무실과 회의실은 너무 허름하고 단출했다. 상하이 시내 훙차오(虹橋)공항 옆 낡고 작은 호텔에 세들어 있는 춘추항공 본사는 바깥에서 찾는 것부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인터뷰를 한 회의실은 족히 10년은 된 듯 낡아 보이는 싸구려 의자와 책상을 제외하면 아무 실내 장식물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인 왕정화(王正華·68) 회장은 2004년 회사 설립 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임직원 급여를 하루도 늦게 지급한 적이 없어 ‘진정한 기업가(企業家)’로 불린다. 금융회사 대출금도 단 1위안도 떼먹거나 연체한 적이 없다. 오히려 반드시 기한 하루 전에 모두 갚는 ‘성실 경영’으로 일관한다. 그는 회사 주식의 30%만 소유하며 70%는 임직원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땀 흘려 벌지 않은 돈은 무의미하다. 나는 돈을 잠시 보관했다가 흘려보내는 부(富)의 관리인일 뿐이다.”

그는 자신의 삶도 철저한 ‘저비용’ 구조로 꾸린다. 절대 비즈니스석 티켓을 사지 않고, 허름한 호텔에서 사발면을 먹고, 혼자 지하철을 탄다. 직접 옷을 사본 적이 거의 없고 한 달 용돈이 몇 백위안(약 10여만원)에 불과하다. 명품(名品) 가방이나 구두·지갑 등은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반감(反感)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왕 회장은 술·담배를 일절 안 하고 골프는 반대하며, 37년 동안 매일 아침 하는 중국 권법인 태극권(太極拳)이 유일한 취미이다.

상하이시 구청 공무원이던 그는 37세에 춘추여행사를 세워 중국 최대 민영 여행사로 키웠다. 50세 때 국영 항공사들의 독점 무대인 항공업계에 뛰어들어 춘추항공 창립 첫해부터 흑자를 냈다. 2006년 3000만위안이던 춘추항공의 매출액은 2010년 4억7000만위안으로 급증했다.

“저비용 항공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모두 정신 나갔다고 조롱했다. 공무원들이 승인을 안 해줘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다. 흑자를 내자 ‘불가능한 일’이라며 믿지 않다가 소득세로 1000만위안(약 18억원) 이상을 내자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갔다.”

그의 경영 모토는 ‘모든 중국인이 비행기를 타게 한다(人人都能飛)’이다. 춘추항공의 평균 탑승률은 9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Weekly BIZ가 이달 2일 왕 회장을 만났다.

왕정화 춘추항공 회장은 ‘늦깎이 기업인’이지만, 탁월한 사업 감각과 열정, 전략적 자세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는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사바사바 잘하고 어물쩍 넘어가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행정업무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1981년 철밥통 직장인 공무원을 그만둔 다음 3200위안을 종잣돈으로 상하이에 두평 남짓한 방을 구해 춘추여행사를 세웠다. 이 여행사는 2000여개의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994년 업계 1위에 올랐다. 중국 1위 민영여행사 CEO가 된 그는 현실 안주 대신 새 도전을 택했다.

“1994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3년 동안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 항공·여행업계와 중국 국내 항공시장을 면밀하게 연구한 끝에 항공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지요.”

중국 상하이 시내 훙차오(虹橋)공항의 춘추항공(春秋航空) 비행사 훈련 시설에서 포즈를 취한 왕정화(王正華) 회장. 그는 구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행사 사장으로 입지를 굳힌 다음 중국 최대 저가 항공사를 운영하는 회장으로 우뚝 섰다. / 로이터 뉴시스

그는 1997년부터 중국 대형항공사와 계약을 맺어 전세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7년간 총 3만여회의 전세기를 중국 내 유명 관광지에 띄웠다. 전세기 평균 탑승률은 99%로 업계 최고였다. 특이하게 왕 회장은 반기(半期) 또는 분기별로 전세기 영업실적을 꼼꼼하게 정리해 관계 당국인 민항총국에 보고했다. 그는 “이것이 2004년 5월 민항총국이 중국 최초의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의 설립을 허가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상하이-옌타이 노선에 첫 항공기를 띄운 춘추항공은 168명의 탑승객 중 13명에게 199위안이란 초저가 혜택을 제공했다. 일반 항공료보다 75%나 싼 가격이었다. 당시 대형항공사들이 가격 인상 러시에 나선 것과 반대로 ‘역발상 전략’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일반 항공사보다 30~90% 싼 저가 티켓으로 매번 95% 이상 만석(滿席)

―취항 두 달째에 2만장의 티켓을 팔고 1년 만에 흑자를 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이윤을 낼 수 있었나.

“항공사는 리스크가 크지만 저가항공은 틈새시장이어서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고 봤다. 우리는 또 춘추여행사라는 자체 여행사가 있어서 유리했다. 사업 초기에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 70%를 판매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원가절감이다. 사무비용이나 출장경비(3성급 호텔 이하 숙소, 항공권은 50% 이상 할인받을 때만 탑승), 관리비용 등 모든 경비를 일반 항공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맞췄다. 항공티켓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해 판매 비용을 다른 회사의 4분의 1로 줄였다. 일반 항공사는 빈 좌석이 20~30%이나 우리는 모두 만석(평균 95%)을 유지한다.”

춘추항공은 실제로 티켓 가격을 99위안, 199위안, 299위안, 399위안 등으로 책정, ’99시리즈’ 상품으로 대히트를 쳤다. 지금도 춘추항공은 매월 9일과 19일 오전 10시에 인터넷을 통해 9위안짜리 ‘폭탄 세일’을 이어가고 있다.

― 9위안짜리 티켓은 너무 심한 헐값 가격 아닌가?

“그렇지 않다. 텅 빈 비행기로 운행하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지만 싼값에 표를 팔며 최소한 유류 할증료는 건질 수 있다. 중국 도시는 물론이고 국제선으로 분류되는 홍콩으로 가는 편도 항공권 중에도 99위안짜리가 수두룩하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안전’ 문제가 가장 신경쓰인다. 춘추항공은 어떤가.

“안전은 항공사의 기본이다. 안전문제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낡은 비행기를 최대한 덜 쓰고 비행기 부품은 세계 최고를 쓴다. 회사가 보유한 비행기가 A320인데 현재 그 비행기의 성능이 가장 안정돼 있다. 우리는 저비용항공이지만 안전성 면에서는 거대 항공사들보다 낫다고 감히 자부한다.” 춘추항공은 신규 항공사 19개 중 국가민항총국으로부터 유일하게 ‘안전 선진 단위(單位)’로 선정돼 있다.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

“불필요한 모든 서비스(식사 포함)를 없애고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신다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충실하는 것이다. 물론 값싼 가격으로. 경제적인 형편이 되고 안락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고급 항공여행도 당연히 필요하다.”

춘추항공은 항공기 기종을 A320으로 통일하고 좌석도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없애 이코노미석으로 통일했다. 이 때문에 원래 154석이던 A320의 좌석 수를 180석으로 만들었다.

왕 회장은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승객을 위해 ‘스프링 플러스(Spring Plus)’ 좌석제도를 마련해 현재 30여개 국내 노선 맨 앞부분에 24석씩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프링 플러스’ 좌석은 일반 항공기의 이코노미 좌석보다 싼 가격이지만 춘추항공 일반석보다 실내 공간이 3~4인치 더 넓은 일종의 준(準)비즈니스석이다.

식사도 불필요 서비스 – 싸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승객 모시는 것으로 충분… 全좌석 이코노미로 운용

빨리 이윤 낸 비결 – 자체 여행사로 티켓 소화
폭탄 세일로 빈좌석 없애 안전에는 절대 돈 안 아껴

9 to 5 근무제에 반대 – 젊은 직원은 배울게 많아
나처럼 12~13시간 일해야… 책 읽으라고 늘 잔소리

68세인데도 매월 위기 대응 전략회의 직접 주재

―많은 항공사가 춘추항공을 모방해 생겼다가 모두 망했다. 춘추항공만 성공하는 비결은?

“고객들의 불만불평을 면밀하게 체크해 적극 반영한다. 비즈니스 고객들이 신속 탑승이나 좌석 선정, 음식물 구입 시 추가 비용 지불 등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고 작년 6월부터 기내에서 음식물·선물 등 판매를 일절 금지했고 ‘스프링 플러스 좌석제’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 당국만 허가한다면 기내 별도 공간에서 반은 앉아있고 반은 서 있는 형태의 반(半)좌석(standing room ticket) 도입도 적극 검토할 것이다.”

― 올해 만 68세로 적지 않은 나이이다. 후계 구도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2004년 춘추항공을 창업하는 첫날, 나는 20년 후인 2024년과 2025년 무렵의 춘추항공의 모습을 생각하고 계획했다. 나는 이상(理想)으로 충만해 있다. 너무 늙어서 일을 못하기 전날까지 춘추항공을 위해 일하고 싶다.”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이고 항공업계는 10년 주기로 부침을 반복하는데 어떻게 대응하나?

“나의 목표는 춘추항공을 10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항공사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월 위기 대응 전략회의를 내가 직접 주재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회사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

“수익을 계속 늘리며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것이다. 또 원가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불필요한 서비스는 계속 없앨 것이다. 우리는 원가를 낮추는 기업이 결국 성공한다고 본다. 우리는 자체 여행사가 있는 데다, 중국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힘든 일을 더 잘 견디기 때문에 민족성에 따른 경쟁력도 있다. 아울러 중국 증권시장에 춘추항공을 상장(上場)시켜 더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건강하게 회사를 발전시키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 분투해야 하며 안일(安逸)을 탐해서는 안 된다”

―구두쇠라고 소문났던데.

“나는 여행할 때 모두 이코노미석을 탄다. 누가 대신 비즈니스석 티켓을 사준 적은 있지만 내 손으로 산 적은 없다. 어떤 때는 다른 항공사가 내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줄 때도 있었다. 한때 유럽의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 우리 회사와 거래관계가 있는 은행 등이 나를 극진하게 대접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모두 거절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를 대접하는 비용은 모두 내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회의에 갈 때 내가 묵는 곳은 모두 값싼 호텔이다. 가격이 다른 참가자의 10분의 1 정도다.”

그는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1년에 5만위안(약900만원)씩 준 다음 미국, 일본 등에서 공부하도록 했다. 왕 회장은 “중국에서 요리와 담쌓고 살던 큰아들이 1년간 미국에서 반찬 3개, 국 하나를 직접 요리하며 살았다”며 “최저층의 삶을 체험해 보는 게 언젠가 도움된다”고 했다.

―임직원들에게 춘추항공 주식의 70%를 나눠준 이유는?

“나는 스스로 땀 흘려 벌지 않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도 하지 않는다. 명품(名品)도 그렇다. 돈이 있다고 수만위안짜리 명품을 산다면 한 달 급여가 2000~3000위안 하는 근로자들은 분노해 할 것이다. 고가 사치품은 우리 사회의 안정을 갉아먹을 수 있다.”

―오너가 열심히 뛰면 직원들이 힘들어하지 않나.

“나를 쫓아오느라 좀 힘들 것이다. 나는 매일 12~13시간 일하는데 그들도 나를 쫓아와야 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책도 많이 읽으라고 잔소리한다. 젊은 사람들은 배워야 할 게 많다. 나는 직원들이 여유롭게 빈둥거리는 것을 보기 싫어한다. 그들이 모두 좀 바쁘기를 바란다. 그들의 발전에 좋다. 나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나인 투 파이브’ 근무에 반대한다. 너무 한가하다.”

―좌우명이 무엇인가.

“분투, 원려(遠慮), 근검절약, 감사하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분투해야 하며 안일을 탐해서는 안 된다. 또 멀리 생각해야 한다. 원려하지 않으면 곧 근심거리가 생긴다. 춘추 항공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원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행기표 30% 싼 대신 생수 1병만 무료제공
여승무원 유니폼 비용 타 항공사의 7분의 1

춘추항공(Spring Airlines)의 고속 성장 이유를 분석해 보면 항공사 경영의 새 모델을 찾을 수 있다. 춘추항공의 키워드는 철저한 경비 절감과 이에 따른 저렴한 항공료이다.

춘추항공의 항공요금 가운데 99위안(약 1만7800원)짜리가 전체 판매 항공권의 20%에 이른다. 평균 항공료는 시장 평균 가격보다 최소 30% 이상 낮다. 올해 1월 처음 취항한 상하이일본 사가(佐賀)현 항로의 경우, 편도 항공료가 239위안에 불과했다. 다음 달 신규 취항할 상하이-방콕 노선의 항공료도 399위안으로, 기존 중국 항공사 국제노선 요금(1100~5500위안)과는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싸다.

승객들이 춘추항공 기내에서 무료로 제공받는 음식물은 딱 생수 1병이다. 한국의 저가항공과 달리 주스나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지 않고 물 외에 나머지는 다 돈을 내야 한다. 춘추항공은 항공권 판매도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해 비용을 대폭 줄였다. 고정 비용 절감을 위해 여성 승무원의 제복도 가격을 1000위안(약 18만원) 아래로 맞추었다. 기존 항공사의 제복(평균 7000위안대)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항공기의 공항 계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어 있는 비행장을 이용하거나 공항 청사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계류장을 이용하고, 계류 시간도 30분으로 맞추어 매번 계류 비용을 5000~6000위안 절감한다.

전체 경영비용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상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고공(高空) 비행을 한다. 고공에서는 항공기에 대한 공기 저항이 줄어 유류 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줄이는 비용이 연간 최소 3000만위안에 달한다고 춘추항공 측은 밝혔다.

중국은 14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갖고 있지만 현재 연간 여객운송량은 연인원 7000만명에 불과하다. 인구 3억명에 여객운송량은 연인원 5억명인 미국에 비하면 매우 낮다.비싼 항공료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 서민층의 거대한 항공 잠재수요를 감안할 때 저비용 항공의 향후 전망은 밝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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