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Rebuilding] 4050 주로 입던 라코스테의 변신

“패션은 신선식품… 일방적 세계화 고집않고 현지 특성 살렸다”
공급자 마인드 버려야_나라마다 다른 타깃층 패션 구매 패턴 차이 커 단일 컬렉션 정책 버리고국가·지역 차별화 실천
우선 순위를 정해라_젊은 고객 확장이 최우선 SNS 이용한 마케팅 시도 남성 스포츠 브랜드서 생활 브랜드로 탈바꿈
소통이 가장 중요_전세계 800명 임직원과 한 자리서 브레인 스토밍새 CEO 취임 3년 만에 매출액 50%나 급증

악어 상표로 유명한 의류업체 라코스테(Lacoste)는 1933년 출범 후 2000년대 중반까지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제품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는 보수적 기업이었다. 마케팅보다 생산을 훨씬 중시하고 시대 변화 수용은 꺼리는 ‘올드 브랜드(old brand)’의 전형이었다. 핵심 고객도 주로 40·50대였다.

하지만 라코스테는 요즘 20·30대가 즐겨 찾는 ‘영 브랜드’가 됐다. 현상 유지에 급급한 소극적 판매전략으로 정체돼 있던 경영 성적표도 2009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 전통 캐주얼 의류 부문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넘본다.

이런 변화는 2009년 6월 프랑스 최대 할인점 업체인 까르푸(Carrefour) 최고경영자 출신인 호세 루이스 듀란(Duran)이 라코스테의 CEO를 맡으며 시작됐다. Weekly BIZ가 변신의 선봉장인 듀란 CEO를 최근 서울에서 만나 확인한 결과 라코스테 ‘브랜드 리빌딩’의 견인차는 세 가지였다.

최근 방한한 호세 루이스 듀란 라코스테 CEO가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국 지사에서 라코스테의 브랜드 리빌딩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2009년에 세운‘5년 내 매출 2배’목표 달성에 점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패션도 신선상품처럼 팔라…공급자 마인드를 버려라”

듀란 CEO는 라코스테로 옮긴 후 ‘공급자 마인드’에 회사가 사로잡혀 있음을 깨달았다. 새로운 디자인 도입이나 신시장 개척에 소극적이었다. 각국 소비자의 취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시즌마다 단일 컬렉션 정책을 고수했고 제품을 총판(總販)에 넘긴 후에는 재고가 얼마 남든 무관심했다.

소비재 유통과 식품 분야에 정통한 듀란 CEO는 “나라별로 신선식품이나 소비재 구매 패턴이 다르듯 패션 구매 패턴도 차이 난다는 데 주목해 일방적 세계화가 아니라 현지 특성을 강조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전략을 밀어붙였다”고 했다.

프랑스·독일·일본 고객의 평균 연령층이 40대, 미국은 35세, 브라질·터키·한국은 20대 후반인 상황에서 라코스테가 단일 컬렉션으로는 다른 나라와 다른 연령층을 공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통과 패션산업은 특히 남미·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고객 중심 마케팅을 벌여야 한다”며 “브랜드 전략과 상품 기획까지 모든 분야에서 국가별·지역별 차별화를 실천했다”고 했다.

“비즈니스 목표와 우선순위를 재정의해 집중하라”

라코스테는 2008년까지 남성용 스포츠 의류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듀란 CEO는 라코스테를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이 찾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바꾸는 데 주력했다. 이 목표에 따라 인력과 자원을 재배치하고 지역별 선별적 확장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듀란 CEO는 “나는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보다 리디파이닝(redefining·우선순위 재정의)이라는 말을 선호한다”며 “리디파이닝은 비즈니스의 우선순위를 재정의한 다음 이에 맞춰 자원과 인력을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디파이닝 전략에 맞춰 특히 젊은 고객 확장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자원을 재배분했다. 젊은 층을 겨냥해 지난해 ‘라코스테 라이브’ 브랜드를, 올해는 여성을 위한 ‘라코스테 우먼스’ 브랜드를 각각 새로 내놓았다. 지역적으로는 성장 정체 상태인 북미·유럽 대신 아시아·브라질·터키 쪽으로 대거 돌렸다. 그는 “부모 세대와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는 광고나 마케팅도 그들이 원하는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직영 매장 등으로 새롭게 접근했다”고 했다.

자료=라코스테

“많은 사람을 변화 물결에 합류시키고 소통 또 소통하라”

해묵은 조직문화에도 메스를 가했다. 방식은 최대한 많은 임직원을 논의에 참여시켜 구체적인 변화 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조직 전체에 전파하는 하의상달식을 구사했다.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브레인스토밍’이 대표적이다. 부서 간 칸막이에 갇혀 있던 임직원들이 수차례 브레인스토밍에 참가하면서 다른 부서의 얘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유럽·아시아·북미 등 전 세계 800여명의 임직원과 실무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네 차례 대규모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지요.”

올해 초에는 회사 내부 의견 수렴과 근무 만족도 파악을 위해 전 세계 3000여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듀란 CEO는 “기업 성장을 위해 내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많은 임직원이 참여해 이끌어낸 결론은 내부 소통은 물론 주주(株主) 설득에도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라코스테는 세계 114개국에 300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2009년 매출액은 8억4800만유로였으나 올해는 12억8100만유로로 50%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는 “취임 당시 5년 후인 2014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자 대다수가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지금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듀란(Jose Luis Duran) CEO는

출생: 1964년 스페인

학력
: 스페인 ICADE대학 졸업(경제·경영 전공)

경력
1987년 아서 앤더슨 컨설팅 입사
1991년 까르푸 스페인 지사 입사
2001년 까르푸 CFO
2005년 까르푸 CEO
2009년~현재 라코스테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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