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토시 어떻게 팔지…” 스티브 잡스의 고민 `선거 전문가`가 풀었다

정치에서 배우는 마케팅 비법

새 지지층 찾아낸 클린턴처럼…스토케 유모차, 新고객층 발굴
케네디 ‘TV’·오바마 ‘트위터’…파급력 강한 미디어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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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겨울. 애플 매킨토시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꿈이 담긴 컴퓨터였다. 출시일이 다가오자 잡스의 고민은 깊어갔다.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 광고는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잡스는 매킨토시 출시를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경쟁 상대가 전 세계 PC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IBM이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전쟁을 해본 전문가만이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잡스가 최종 선택한 것은 마케터가 아니었다. 정치컨설턴트였다. 선거라는 전쟁을 수도 없이 치른 이들이 IBM과의 전쟁에 적격이라고 봤다. 그리고 패트릭 캐들과 스콧 밀러를 초청했다. 캐들은 여론조사 전문가였다. 1976년 지미 카터를 대통령으로 만든 주역이었다. 스콧 밀러는 광고 전문가였다. 그들이 잡스에게 한 제안은 무엇일까. 잡스는 정치컨설턴트들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의 대결

캐들과 밀러는 여러 차례 잡스와 만나 토론했다. 그리고 얼마 후 보고서를 내놨다.

제목은 ‘돌고래와 상어’. IBM을 상어로 묘사했다. 강력하지만 어둡고 험악한 존재. IBM을 ‘자신의 마음대로 고객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만한 지배자’란 존재로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애플은 명랑하고 날렵하며, 자유를 추구하는 돌고래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매킨토시에는 성장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고 캐들과 밀러는 판단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선택의 자유, 기존 제도에 대한 거부 등이 그것이었다. 보고서는 “IBM은 낡은 세계, 애플은 새로운 세계라는 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PC 전쟁을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로 몰고 가자는 것이었다.

1984년 1월 말 슈퍼볼 경기 도중 방영된 전설적인 ‘1984년’ 매킨토시 광고는 이렇게 탄생했다. 노동자들을 향해 연설하는 빅 브러더가 나오는 대형 화면에 한 여성이 큰 망치를 던진다. 화면은 폭발하고 노동자들은 자유로워진다. 기존 주류 기업과 다른 길을 가는 애플의 이미지는 이렇게 형성됐다. ‘알파독’의 저자 제임스 하딩은 “기업이 정치에서 배우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선거와 마케팅

잡스뿐 아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전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 코카콜라의 전설적 CEO 로베르토 고이수에타 등도 일찌감치 정치컨설턴트의 효용성을 깨달았다. 실제 후보자는 기업들이 팔아야 할 상품과 비슷하다. 지지율은 점유율로 바꿀 수 있다. 선거 캠페인에서 내거는 슬로건은 기업의 광고 카피와 유사하다.

빌 클린턴 부부의 정치컨설턴트이자 홍보대행사 버슨마스텔러의 CEO였던 마크 펜은 “정치 캠페인은 여론조사와 통계, 전략 등을 가장 정교하게 사용한다”며 “기업들은 정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정치 캠페인에서 배울 수 있는 5가지 교훈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소비자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1996년 재선에 나선 클린턴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공장 근로자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다. 새로운 유권자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사커맘(soccer mom)이라는 고객층을 찾아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아이들을 축구교실에 데려다 주는 주부들이었다. 2008년 버락 오바마는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등 연봉 20만달러가 넘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기업 중에는 육아용품 업체인 스토케를 들 수 있다. 스토케는 한국 등 저출산 국가에서 고가의 유모차를 팔았다. 유모차 업계의 벤츠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에이트 포켓 원 마우스(8 pocket 1 mouth)’라는 소비행태였다. 부모·조부모·외조부모에 골드미스인 30대 고모·이모까지 가세한 8명이 한 어린이를 위해 돈을 내는 고객들에 초점을 맞춰 성공했다.

◆진보하는 기술을 활용하라

펜은 또 새로운 기술이나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존 F 케네디는 TV를, 오바마는 인터넷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곧바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치 공세에 노쇠한 정당들이 무릎을 꿇었다”는 게 펜의 평가다. 파괴적 힘을 갖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업들이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잘못된 인식이 퍼지기 전에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대중은 회의적이다. 사실이냐 거짓이냐에 관계없이 가장 부정적인 내용을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부정적 얘기가 퍼지기 시작할 때는 빠르고 솔직하게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자나 제품이 심판대에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거가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자신의 제품이 비난받는 상황이 되면 다른 제품과 비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선거와 마케팅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안이 더 낫느냐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유권자와 고객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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