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모두 떠날때 뚝심으로 버틴 남자… 5천억 대박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갈
“품목별로 가장 좋고, 싸며, 제일 큰 하나만 공략…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게 우리의 힘”

시애틀 시내에서 승용차를 타고 동쪽으로 30㎞쯤 달리니, 나무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는 세계 최대 창고형 할인점 기업인 코스트코(Costco) 본사가 보였다. 미국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 또는 ‘전설(legend)’로 불리는 코스트코 창업자이자, 29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짐 시네갈(Sinegal·76)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회장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자 9㎡(약 3평)짜리 칸막이 수십 개가 펼쳐졌다. 복도를 걷는데 한 칸막이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짐입니다”라며 손을 불쑥 내밀고 나왔다. 하얀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시네갈 창업자다. 그의 집무실에는 유리창과 문이 없었다. 그래서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크기도 일반 임원 사무실과 거의 똑같았다.

시네갈 창업자는 “저희 회사는 신입사원이든 CEO든 따로 방이 없습니다. 또 서로 이름으로만 부릅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티셔츠에 붙은 명찰에는 ‘짐, 1983년부터 직원(JIM, employee since 1983)’이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놓고 있는 그는 되도록 첫 벨소리에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매주 평균 50여 통씩 고객들에게 직접 편지 답장을 보낸다. “매일 최소 6~7번에서 최대 12차례 매장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지켜보는 게 너무 즐거워요.” 그래서 그의 별명은 ‘진솔하고 실천적인(down to earth)’ CEO이다.

시네갈이 1983년에 창업한 코스트코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誌)가 선정한 ‘포천 500대 기업’ 랭킹에서 24위(2012년)이다. 마이크로소프트(37위·매출 699억달러)나 아마존(56위·480억달러)보다 높다.

미국을 포함한 9개국에 매장 592개, 임직원 12만8000여명, 멤버십 회원 6400만명, 889억달러(약 101조원)의 매출…. 지난해 이런 ‘성적표’를 달성한 코스트코는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짧은 시기인 6년 만에 매출 30억달러를 달성했고, 주가와 매출은 상장 당시인 1992년과 비교해 각각 800%, 700% 올랐다.

월마트와 카르푸가 한국에서 2006년 철수할 때도 버텼던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국 유통 기업이다. 코스트코의 서울 양재점 연간 매출(약 5000억원)은 세계 코스트코 매장을 통틀어 1등이다.

“월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은 가격을 어떻게 하면 높게 책정해 이윤을 늘릴까 고민한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어떻게 하면 가격을 더 낮춰 이익을 최소화할지 고민하는 역발상으로 성공했다.”(존 뮬린스·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시네갈 창업자에게 직접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으로 4가지가 돌아왔다. 첫째, ‘법에 복종(obey the law)’이다. 편법을 동원한 로비와 관시(關係)가 절대적인 중국 시장에 코스트코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중요 이유 중 하나는 이 원칙의 훼손을 우려한 때문이다. 둘째는 ‘고객을 정성껏 대우하라’이다. 코스트코는 창업 때부터 ‘마진 15%룰(rule)’을 엄수한다. 마진이 더이상 생길 때는 가격을 낮춰 고객에게 혜택을 나눠준다.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20~25%), 백화점(50%)의 마진율보다 크게 낮다. 다음은 ‘직원에게 최고의 혜택을 준다’이다. 코스트코 직원들의 연봉은 유통업계 평균보다 40% 정도 더 많다(시간당 평균 20달러). 매출의 1.25%(지난해 11억1200만달러·약 1조1391억원)를 직원 건강의료보험 및 복지혜택에 쏟아붓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품 공급업자를 똑같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존중한다”고 했다.

“주주(株主)에 대한 보상은 맨 마지막으로 신경 쓸 일입니다. 월가는 매주 월~목요일까지 실적으로 회사를 평가하지만, 저희는 50년 뒤까지 평가받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고객이 구입하는 제품의 품질을 희생시킬 수 없고 직원들의 행복도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Weekly BIZ는 2년여 동안 공을 들여 시네갈 창업자를 본사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올 1월 CEO에서 물러난 후에도 이사회 멤버로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영원한 ‘코스트코 맨’인 그를 통해 세계 5위 소매기업 코스트코의 ‘정신’과 ‘비즈니스 세계’를 해부했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매일 아침 스타벅스 커피 두 잔을 마시는 스타벅스 열혈 팬이다. 그는 손에 든 스타벅스 컵을 가리키며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다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 코스트코가 스타벅스에서 대량 공급받는 커피 가격이 비싸 스타벅스에 ‘제품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직접 통보했다는 것. 그랬더니 슐츠 CEO가 “나한테 이럴 수 있나? 당신이 ‘가격 경찰'(price police)인가?”라고 펄펄 뛰어 몇 개월간 냉전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네갈 창업자는 “내가 이겨 결국 가격을 낮췄다”고 했다.

“비즈니스에선 친구도 절대 봐줄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가격을 깎고, 흥정하고, 또 깎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뼛속 깊이 박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는 만 18세 때 대형할인점인 ‘페드마트'(FedMart)에서 매트리스 하역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적자였던 페드마트의 여러 매장을 흑자로 전환했고 창고형 할인점의 효시(嚆矢)인 프라이스클럽(Price club)에서 수석 부사장까지 지냈다. 그는 47세에 투자가인 제프 브로트먼(Brotman)과 함께 750만달러를 들여 시애틀 시내에 코스트코를 창업했다.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고 묻자, 그는 5초 정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전하고 싶은 갈망이 컸습니다. 남들은 저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합니다. 그와 한 가지 닮은 것은, 저도 제 일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죽기 전날까지 일한 그처럼, 저도 제 일에 몸과 열정을 다 바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하나를 팔되 최고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팔아라”

―창업 당시 가졌던 원칙이 있나?

“‘돈은 매장에서 버는 것이고, 경영진은 매장의 직원과 고객을 왕처럼 대접해야 한다’는 철학을 세우고 창업했다. 사무실 벽에 ‘매장에서 연락이 오면 모든 일을 멈추고 매장 일에 집중하라’는 문구를 써 붙였을 정도다. 나는 지금도 매장의 계산대 현금 출납기에서 울리는 ‘링링!’ 소리가 가장 즐겁다.”

―CEO 시절 연간 평균 200일 정도 매장을 방문했다. 일에 지쳐 회의가 든 적이 있을 법하다.

“성공하려면 항상 일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건강이나 가족도 챙긴다. 1주일에 3차례 라켓볼을 치고 일요일엔 반드시 가족과 저녁을 먹는다. 휴가도 간다. 하지만 가족과 저녁 먹기 전에는 문서 작업에 몰두하고 휴가지에서도 코스트코 매장을 꼭 방문한다.”

―경영 철학 가운데 왜 제품 마진율은 15%를 고집하나?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하는 적당한 기준이다. 그 이상 이익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discipline)이 사라지고 탐욕을 추구하게 된다. 나아가 고객들이 떠나고 기업은 낙오한다.”

―코스트코의 이익률은 2%대인데 어떻게 성장이 가능했나?

“월마트는 14만개 아이템을 진열해 놓지만 우린 4000개만 판다. 품목별로 가장 품질 좋고, 값이 싸며, 큰 사이즈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 4~5개를 고객이 고르다가 결국 안 사가는 것보다, 확실한 제품 하나가 잘 팔리는 게 낫다. 이런 방식으로 코스트코는 1년에 재고가 13차례 소진된다. 월마트 등 경쟁 기업은 연간 9차례 재고가 소진된다.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게 우리의 힘이다.”

―초창기 인지도가 없을 때 어떻게 회사를 키웠나?

“보통 5달러짜리 햄버거가 잘 팔리면 대부분의 매장은 6~7달러로 가격을 올린다. 그러나 우리는 3~4달러로 가격을 낮춘다. 중요한 건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 제품 규모를 키우는 일이다. 제품 공급자들을 설득해 이들이 먼저 양질 제품을 내놓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과거 우리는 대니시 쿠키(danish cookie) 1파운드를 3~4달러에 팔았다. 그 뒤 해당 공급 업체를 잘 설득해 쿠키 2파운드를 5달러에 내놓았다. 그러자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더니 그들이 먼저 5파운드짜리 쿠키 제품을 7달러로 만들어 찾아왔다.”

기자가 찾아간 이달 3일 낮, 코스트코 본사 1층 로비에는 제품 공급자 수십여명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쪽 벽에 ‘제품 공급자들에게 : 어떤 비판과 조언도 환영합니다. 다만 최대한 낮은 가격의 품질 좋은 제품을 부탁합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매일 코스트코 제품 담당자와 만나기 위해 평균 1시간 30분을 기다린다고 했다. 제품 선별 과정은 ‘낙타의 바늘 구멍 통과’를 연상케 한다. 500대 1에서 1000대 1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시장점유율을 넓혀라

―경영 철학이 위협받아 가장 흔들렸을 때도 있을 법한데.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때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을 때였다. ‘이익률이 낮아지니 인력을 줄이고 마진을 높여라’는 압박이 극심했다. 그러나 진짜 훌륭한 기업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업이라고 믿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가격을 높이는 것은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모든 제품 공급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오히려 제품 가격을 내렸다. 금융 위기 때는 가격을 내려도 어차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동일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즉각 거부반응이 온다. 결국 우리는 위기를 극복했다.”(코스트코는 2010년과 지난해 각각 9.13%, 14.07%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스트코는 일정 금액(40~50달러)을 연간 회원비로 받는데 불황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소비보다 저축이 미덕인 지금 상황에선 부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기업이 ‘충성심'(loyalty)을 만들며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충실해진다는 점이다. 회비를 내면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묶어놓는 효과도 있다(웃음). 연간 멤버십 경신 비율은 90% 정도다.”

‘내실 경영’을 실천하는 코스트코의 또 다른 핵심 자산은 직원이다. 코스트코의 계산대 직원(정규직)의 연봉은 4만9000달러이다. 월마트 등 경쟁 유통 기업 직원들은 연봉의 25%를 건강보험료 같은 의료 비용으로 지출하지만, 코스트코 직원은 연봉의 8%만 낸다. 차액(差額)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하는 덕분이다. 직원 정년(停年)도 없어 코스트코 매장에는 60~70세의 ‘정정한’ 노인이 점원으로 상당수 활동 중이다.

―직원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아닌가?

“아니다. 혜택을 많이 주면 좋은 업무 분위기가 절로 생겨난다. 우리는 후배를 칭찬하는 문화 못지않게 후배가 상관을 칭찬하는 문화도 있다.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내 상관이 잘 돌봐줬다’는 칭찬들이 회사 안에서 매일 생겨나 회자된다. 적자가 나더라도 기업은 직원들에게 가는 혜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의무의 일부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의 집무실은 직원들과 찍은 수백여 장의 사진과 코스트코를 상징하는 다채로운 물건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는 “CEO도 지속적으로 배우며 경영 노하우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자기 사업장은 물론이고 경쟁자들의 사업장도 자주 방문해 학습과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사콰=이신영 기자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에게 회사 가치관을 전하고 훈련시키는 일이다”

“CEO는 단 한 번 도약해 고층 빌딩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수퍼맨’이나 ‘총알보다 빠른 사나이’가 절대 아닙니다. CEO는 조직의 ‘선생님’일 뿐입니다. 저는 항상 중간 관리자 이상급 직원들에게 ‘만약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깨닫지 않는다면, 그 직업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CEO의 열정만큼 직원들이 현장에서 똑같은 열정으로 일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CEO의 1순위 과제는 직원들에게 회사 정신과 가치관을 가르치고 훈련시켜 이를 공유하는 ‘코치(coach)’가 되는 일입니다.”

그는 매년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에서 높은 성과를 낸 이른바 ‘고성과 임원(high performing executives)’ 24명을 뽑아 직접 본사로 1년에 4차례씩 불러 교육한다. 세계적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 같은 경영 서적을 읽고 몇 시간씩 토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외부에서 유능한 직원을 영입하지 않는 ‘순혈주의’로 비판받고 있다.

“우리 회사의 모든 임원은 회사 내부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외부 영입은 없다. 외부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우리 사람만 생각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장점이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되는 원칙 중 하나다.”

―매년 연봉을 35만달러(약 3억9500만원) 받았다. 코스트코 매출의 절반에 불과한 코카콜라의 켄트 CEO는 당신보다 연봉(1447만달러)이 47배나 많다. 너무 적은 연봉을 받은 게 아닌가.

“35만달러조차 너무 큰돈이다. 비용에 민감한 조직을 경영하려면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 CEO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보다 100배, 200배나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한국 CEO들에게 조언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해야 한다. 분기 실적에 얽매이면 비즈니스에 손상이 간다.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간 적자를 견뎠다. 그 후에 흑자로 만들었다. 경영진 회의 때마다 ‘한국 시장은 잠재력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성공의 때를 기다리며 끈기있게 버티자’고 다독거리면서 살아남았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출생: 1936년 미국 피츠버그

학력: 1959년 샌디에이고 주립대 졸업

경력: 1954~79년 페드마트 입사, 수석부사장
1979~83년 프라이스클럽 수석부사장
1983~2012년 1월:코스트코 CEO
2012년 1월~현재:코스트코 이사회 멤버

기타: 비즈니스위크지‘최고의 CEO’(2003년), 타임지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2006년)

취미:라켓볼

 

 

 

[Weekly BIZ] 토종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따라잡기’ 3대 원칙

①경쟁자를 압도할 상품의 차별화
②목표 마진율을 공개적으로 정하라
③자체 상표 강화… 유통비용 절감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글로벌 경기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이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연평균 20~30%씩 성장하며 지난해 국내 7개 매장에서 매출 2조원을 넘기며 잘 나가고 있는 코스트코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코스트코는 임대료가 싼 비(非)상권 지역에 매장을 열어놓고, 생산공장에서 상품을 바로 납품받아 인테리어를 꾸미지 않은 대형 창고에서 대용량으로 진열·판매한다. 또 카테고리별로 1~2개씩 고품질 제품만 3000~4000개 선별해 최저 가격으로 판매하고, 연간 일정금액을 내는 회원고객만 입장토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는 코스트코의 이런 창고형 할인점을 본떠 2010년 ‘이마트 트레이더스'(Traders)를 열었다. 지난해 7개 점포에서 6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년까지 3개 점포를 더 열 계획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총 4000여개 제품을 코스트코보다 3~5% 정도 싼 가격에 파는데, 비회원들도 이용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올 6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Vic Market)을 열었다. 개점 한 달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연회비(3만~3만5000원)를 내는 회원을 8만5000명이나 확보했다. 당초 1년 내 10만명 회원 유치 목표를 4개월로 대폭 단축을 자신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 매장의 인기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더 싸고 더 품질 좋은 물건을 따져서 사는’ 방향으로 실용화되고 있는 게 큰 이유이다. 이런 소비 가치 전환 현상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수만 개의 제품을 한데 모아 파는 대형마트의 제품 라인업을 최대한 잘게 쪼개서 핵심 대표 상품을 발굴한 다음, 해당 제품의 판매 규모를 키워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퍼·백화점(1990년 이전), 대형마트(1990년대~현재), 월마트·까르푸 등 외국계 대형마트(1990년 후반~2000년대 중반)라는 3단계를 거치면서 유통업계에서 가격 혁신을 경험했다. 이제 새로운 단계로서 ‘창고형 할인점’에 도달한 것이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창고형 할인점으로 성공하려면 몇 가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경쟁자를 압도할 제품, 즉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를 만들기 위해 차별화된 공급업체 발굴이 필수적이다. 코스트코의 최대 강점은 공급망을 글로벌화했다는 점이다. 국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체 제품 가운데 30% 정도는 외국에서 수입한 제품이라는 사실은 큰 매력이다. 한미 FTA 등이 활성화할 경우 수입품 가격이 더 떨어져 한국코스트코의 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이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이를 위해 같은 계열사부터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에서 제철이 지난 명품제품은 다른 아웃렛몰에 내다 팔기보다 ‘빅마켓’에서 저렴하게 팔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해외의 우수 공급망을 찾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둘째, 제품 마진율을 설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통기업은 15% 마진율을 정해놓고 있는 코스트코와 달리 마진율을 공개적으로 정해놓고 있지 않다. 마진율을 정할 경우, 제품을 둘러싼 당사자들이 동반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즉, 대기업과 협력사가 마진율을 정해놓는다면 정확한 목표이익을 설정할 수 있는데, 목표초과 달성 시 초과달성분을 공유하는 이익 공유제를 실현할 수 있다. 마진율을 대기업의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바꾸면, 목표이익이나 초과달성분 공유를 제대로 실천하기 어렵다.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최대 혜택을 제공하려면, 대기업과 공급업체(협력사) 간의 진솔한 협력과 합심이 전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체 상표브랜드(PB제품)를 강화하면서 유통비용을 더 절감해야 한다. 코스트코의 경우, 자체 PB브랜드인 ‘커크랜드 시그니처’ 제품이 전체 매출의 20%나 차지한다. 다른 브랜드보다 더 값이 싸고 품질이 좋은 PB제품은 불황기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가장 많이 여는 ‘효자 상품군(群)’으로 유력하다.

 

 

 [Cover Story] “경쟁자가 없었다면 성공 못했을 것… 한국에서도 신세계·롯데가 있기에 우리가 존재”

 

 

코스트코가 세계 1위의 창고형 할인점포로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올 1월 CEO에 취임한 크레이그 젤리넥(Jelinek·60) CEO는 세 가지를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첫째는 ‘경쟁자와 더불어 경쟁을 즐긴다’이다. 지난해 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코스트코에 사업허가를 내렸지만 미국 내 1위 유통기업인 월마트의 진입은 불허했다. 이에 대해 코스트코는 ‘월마트도 똑같이 허가해달라’며 강력 호소했다. 젤리넥 CEO는 이에 대해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은 오히려 월마트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경쟁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경쟁은 고객을 위한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입니다. 예컨대 한국에선 신세계와 롯데가 쉽지 않은 경쟁자이죠. 그러나 그들이 있어 우리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둘째는 ‘고객에 대해 상상을 뛰어넘는 보상제도’이다. 코스트코는 현재 ‘무제한 이중(二重) 보증제(unconditional double guarantee)’를 실시하고 있다. 상품에 문제가 없더라도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일정 기한이 지나지 않은 범위에서라면 언제든 100% 환불해준다. 연간 회비도 고객이 코스트코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전액(全額) 돌려준다.

“1990년대 초 미니애폴리스와 밀워키 지역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11개월 동안 회원을 유지하다가 회원 기간이 한 달 남은 고객에게도 우리는 연회비 전체를 환불해 줬습니다.”

마지막은 ‘인터넷 등 온라인을 이용한 하이엔드(high end) 제품 판매’ 강화다. 일례로 코스트코는 지난해 28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인터넷으로 팔았다. 그는 “코스트코 고객의 30%는 연소득 10만달러가 넘는 고소득층”이라며 “이들을 겨냥한 인터넷 판매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인터넷으로 아마존이나 월마트보다 저렴하게 TV·명품(名品) 가구 등을 팔아 지난해 20억달러의 매출(미국 인터넷 소매부문 17위)을 거두었다.

젤리넥 CEO는 이런 전략을 토대로 “코스트코의 매출을 10년 안에 두 배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매년 20개씩 새 매장을 열었지만 앞으로는 30~35개씩 열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해외 매출 비중이 7대 3인데, 10년 안에 5대 5로 만들 겁니다. ’30년 성장 방안’도 만들어 공개하겠습니다.”

그는 또 “코스트코의 지속적인 성장은 면밀한 ‘후계자 플랜’을 통해 재충전되고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코스트코에서 각 부문의 중간관리자 이상급 직원들은 모두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2~3명의 후보를 정해놓고 평소에 늘 후계자 양성에 진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계자 관리’는 글로벌 기업의 존망을 좌우하는 열쇠입니다. 소니(Sony)를 예로 들어볼까요? 2005년 소니는 외국인인 스트링거를 CEO로 영입한 다음 후계자 양성에 실패해 제품 품질까지 나빠졌습니다.”

Related Posts

Comment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8 − 6 =

Stay Connected

spot_img

Recent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