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현지 맞춤형 마케팅

도시바가 1980년대 초반 미국에 처음 진출할 때 도시바의 모든 사업분야를 담은 자료를 유수 경제잡지에 보냈다. 다양한 사업군을 지닌 ‘대단한 기업’ 이미지를 심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실패. ‘모든 걸 다 잘하는 기업은 없다’는 미국인들 시각에서 도시바는 ‘이상한 기업’으로 인식돼 버렸다.

1990년대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도 한국식 스타 마케팅으로 휴대폰을 광고하다가 실패했다. 최고 인기 컨트리 뮤직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서 삼성 휴대폰을 내밀었지만 미국인들은 ‘저 가수가 왜 저 휴대폰을 쓰지?’라는 의문만 품게 됐다.

반면 2000년대 중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3M은 ‘중국이니까 쓸 수 있다’는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대박을 쳤다. 경제성장과 함께 득세하기 시작한 ‘중화사상’을 적절히 공략했다는 말이다.

아무리 세계화가 진행됐다고 해도 ‘하나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를 가든, 어느 지역을 가든 그 지역 특성과 문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물건을 팔 수 없다. ‘현지 맞춤형 마케팅’은 한국 기업들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다.

매일경제 MBA팀은 현지인과 호흡하는 마케팅 원칙을 정리하기 위해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를 통해 ‘표준화와 현지화의 황금비율’ ‘제품 개발 단계부터 수립돼야 하는 마케팅 전략’의 방법과 원칙을 정리했다.

 

 [커버스토리] ‘현지 맞춤형 마케팅’ 의 필수조건은

#1. 초당 9만달러(약 1억2000만원).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 가장 비싸고 영향력이 센 TV 광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슈퍼볼 중간광고다. 현대자동차는 자사 고급차 `제네시스(Genesis)` 마케팅을 위해 2008년 슈퍼볼 광고를 이용했다. 광고를 본 1억명이
넘는 시청자들은 그들 머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제네시스`라는 단어를 컴퓨터 검색창에 쳐보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언어 특성상, 인도나 중국에서는 종교문화적 특성상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문제였다. 기독교 문화와 전통에 기반한 미국에서
`Genesis`라는 단어를 치자 `창세기` 관련 내용만 10페이지 넘게 나타난 것. 10페이지 뒤에서야 등장하는 현대차 `제네시스`까지 클릭해보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Genesis`라는 단어 말고 다른 검색 키워드를 던져주거나 아예 다른 브랜딩을 했으면 좀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당시 현대차 슈퍼볼
마케팅에 대해 아쉬워했다. 제품 품질에 자신 있다고 해서 꼼꼼하게 현지 문화 특성을 살펴보고 마케팅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2. 2009년 시작해 지금까지도 미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기아자동차 `쏘울` 마케팅은 완벽한 성공
사례다. 힙합전사 햄스터가 기아차 쏘울을 타고 전쟁터를 비롯한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힙합 음악과 춤으로 현장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 현지 문화와 사람들의 공감코드를 정확히 읽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힙합 햄스터 전사들의 랩은 미국적 `쿨`함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광고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크게 성공하기가 어렵다.
실제 유튜브 조회 수만 믿고 한국에서도 같은 광고가 한국 TV에 등장했지만 미국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진 못했다. 경쾌한 댄스음악이나 발라드에
스타마케팅 위주로 진행되는 한국 광고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힙합전사 햄스터와 정통 블랙 힙합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통 인도음악이
여전히 각광받는 인도라든가, 중화주의가 날이 갈수록 득세하는 중국 등지에서는 더더욱 통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그 나라 사람에게 세계 지도를 그려 보라고 요청해 보라.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자기 나라를 가운데에
놓고 지도를 그려나갈 것이다. 그만큼 모든 사람은 자국 중심적이고 자국 문화를 최고로 친다.

아무리 `하나 되는 세계`라고 외쳐도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사회 곳곳에 뿌리 박혀 있는 문화와 사람들 사고방식이 쉽게 바뀔 리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이 세계 경제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했을 때는 세계화(globalization)가 곧 서구화(westernization)와 동의어였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지금은 `서구적인 기준`과 `서양문화의 합리성`으로만 제품을 표준화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서는 곤란하다.

경영 석학들과 마케팅 전문가들이 “최근 품질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되기 위해 이제는 `마케팅 현지화 전략`을 전체적으로 재점검할 때가 됐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은 `성공적인 마케팅 현지화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외 많은 전문가와 석학을 취재했다.

먼저
`항상 마케팅의 교과서를 쓴다`고 평가받는 세계 1위 브랜드가치 기업 코카콜라 광고전략 부사장인 조너선 밀든홀(Jonathan
Mildenhall)을 단독 인터뷰했다.

마케팅 현장 경험을 듣기 위해 글로벌 컨설팅사 모니터그룹의 김현정 부사장, 마케팅 분야
최전선인 광고현장을 뛰고 있는 제일기획
이노션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또 이론적인 뒷받침을 위해 김주헌 숙명여대 교수,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정헌수
건국대 교수 등에게 얘기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먼저 `어설픈 현지화 전략`이 가져오는 재앙부터 경고했다. 다들 `마케팅
현지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지만, 꼼꼼하게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채 접근했다가 비용 증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입은 사례가
너무나 많다는 것.

김주헌 교수는 “좀 오래되고 잘 알려진 얘기지만, 도요타 `프라도` 광고는 어설픈 현지화 마케팅의 최악
사례이자 반면교사”라고 입을 모았다.

2003년 도요타는 중국인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SUV 차종 프라도 모델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광고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할 법한 중국 전통이 물씬 묻어나는 큰 석사자상이 등장했다.

문제는 광고상에서
사자상이 자동차를 향해 절하거나 경례를 하는 장면이었다. 김 교수는 “사자상을 등장시킨 것까지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중국인들이 사자를 좋아하는 것까지만 파악하고 이것이 존엄과 권리를 상징한다는 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게 결정적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일본이나 미국에서 쓰던 광고를 그대로 가져와서 프로모션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왔다는 것. 도요타는 그해 12월 중국
소비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광고가 실린 신문은 전량 수거해 폐기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반면 오리온 초코파이는 빨간색으로 포장지를 바꾸고
`좋은 친구`라는 의미까지 담은 새로운 브랜딩으로 중국에서 대박을 쳤다.

현대자동차는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실직하면 차를
되사준다`는 마케팅으로 미국 소비자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특히 현대차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직을 하면
사실 구직을 위해 자동차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반품한 사례는 거의 없었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들 어려움을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기업이자
브랜드로 현대차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인식 전환은 사실상 그 효과를 금액으로 측정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성과다.

전문가들이 러시아와 중국에서
성공한 오리온 초코파이, 중국에서 한류와 바둑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성공한 농심 라면과 더불어 현대차 마케팅을 `마케팅 현지화 전략의
모범답안`으로 꼽는 이유다.

 

`CEO 등 경영진은 품질이 좋은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외국시장 개척을 지시한다. 실무진은 유럽이나 미국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신흥시장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을 골라 연구에 들어간다. 마케팅 현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임직원들이 소비자 인식조사와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통계를 낸다. 현지 광고기획사와 손잡고 대대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들어간다.` 전형적인 성공 공식일까? 아니다. 반드시
망하는 길이다. 누가 봐도 가장 모범적으로 보이는 제품 개발과 외국시장 진출 마케팅 수순이다. 하지만 마케팅 현지화 전략의 기본 원칙을 각
단계마다 모두 어겼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마케팅 현지화 전략은 제품 개발 이전 단계부터 수립되어야 하고, 더욱 새로운 신흥시장에
접근할수록 전형적인 설문조사에 의한 시장조사는 피해야 한다. 당장 제품 프로모션에서는 현지 광고기획사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든 국외든
`연락이 닿는` 기획사가 아니라 최고 업체와 오랜 시간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는 브랜딩을 모색하는 단계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당연히 시간은
오래 걸린다.

김주헌 숙명여대 교수는 “치안과 인프라스트럭처가 열악하지만 인구만 1억5000만명이 넘어 성장 가능성이 엄청난
나이지리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기업 LG전자
사례가 신흥시장 마케팅 현지화 전략의 모범”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년 가까이 직원들이 고생을 하면서, 어설픈 시장조사에
몰두하기보다 직접 그 나라를 겪고 느끼고 관찰하면서 그들 문화와 삶을 이해한 상태에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현지 법인에 붙어 있는 두 가지 수칙,
`제1 수칙, 이곳에 의문을 제기하지 마라` `제 2수칙, 그래도 이상하면 첫 번째 수칙으로 돌아가라`는 외국시장 진출 마케팅의 정수를
표현한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김현정 모니터그룹 부사장은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기업 중 신흥기업은 없다”며 “생소한 시장일수록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외국시장 진출과 현지 마케팅을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은 이 같은 마케팅ㆍ광고계 전문가 의견을
모아 `마케팅 현지화 전략 3가지 원칙`을 정리했다.

◆ 제품 개발보다 마케팅 전략 수립이 먼저다

572959 기사의  이미지
`+1` 법칙. 어느 시장에서든 외국에서 성공하는 제품에는 특별히 추가하거나 바꾼 무엇인가가 딱 하나 있다.
표준화 공정의 효율성과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품 현지화를 추진하는 방법이다.

LG전자 TV가 인도에 진출한 스토리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인도에서는 힌두교 전통 축제와 행사로 상당히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TV를 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다른 시장에서보다
기계적으로 소리를 크게 키워서 TV를 제작했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LG전자가 대형마트에서 가공식품을 한꺼번에 사는
미국 특성을 고려해 미국 판매 냉장고에는 냉동실을 늘린 사례도 이 같은 원칙을 따랐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내다파는 냉장고는 냉동실을
줄이고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 특성을 감안해 채소칸을 늘린 것 역시 전형적인 `제품 현지화 +1` 전략이다.

볼보사가 기계 도난이
잦은 중국에 수출하는 굴착기에는 도난방지 장치를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고, 이탈리아에는 길이 좁고 전통 시가지 보존 필요성이 높은 현지 특성을
감안해 기계 폭이 좁은 굴착기를 주로 판매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러시아에는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옵션을 달고 인도에는 화강암과 대리석
자원 채취를 위해 특별 제작된 작업장치와 운전자
보호장비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성공 사례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미 마케팅 전략이 동시에 수립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좋은 제품을 개발해 놓고 `자, 이제 이걸 외국시장에 팔아 보자`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자`는 건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얘기다.

`+1` 법칙은 본격적인 제품 프로모션에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광고와
프로모션 등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론칭하기 전에 어느 시장, 어느 지역 소비자도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확실하게 찾아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현지 특성에 맞고 현지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하나를 만들거나 제품 특성 중 시장별로 다른 부분을
강조하는 방법 등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기업을 예로 들면 쉐보레는 100년 역사를 가진 자동차 본질을 브랜드 이미지로
삼았지만, 미국에서는 미국 경제 발전 주도세력임을 강조하고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인간애`를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꿈을 응원한다`는
식으로 자긍심을 자극했다. 브랜드 자체의 본질은 인간의 `공통분모`에 두지만 방점을 다른 곳에 찍어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 표준화와 현지화 황금비율을
찾아라

`제품이나 마케팅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해서 `현지화`만 부르짖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 유명한 미국 공구업체 블랙
& 데커는 나라별로 모양이 완전히 다른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했지만 `브랜드 일관성`만 잃고 높아진 비용으로 결국 `현지화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김주헌 교수는 “한 하버드대 교수는 아예 `현지화를 포기하고 표준화에만 집중하라`고 말할 정도”라며 “현지화
전략에만 매몰되면 기업을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결국 중요한 건 균형점인데, 품질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면 시장에서 폭발을 만들어내기 위해 산업별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치 화학물질을 배합해 폭탄을
제조하듯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터뜨려줄 수 있는 뇌관을 만들기 위해 황금비율을 기업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 결국
문제는 일관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그리고 비용 절감이 보장되는 `표준화`를 현지 문화와 언어 그리고 소비자 감성을 정확히 읽어낸 `제품
기능과 마케팅 전략 현지화`와 어떻게 배합하느냐로 모아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말을 종합하면 건설이나 플랜트는 제품부터 마케팅까지
표준화를 기본으로 하되 이미지 광고 수준에서만 현지 감성을 자극하면 해결된다.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최근 각국에서 펼치는
캠페인이나 사회공헌활동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자동차 회사들은 오랜 경험으로 최근 그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쉐보레는 `자동차의 본질,
100년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토대로 국가나 지역별로 각기 다른 점을 강조했다. BMW는 `즐거움(JOY)`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토대로
미국에서는 `오래된 모델을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을 보여주며 진정성을 드러냈다.

유럽에서는 자동차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통해
`진짜 즐거운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더 강조한다. 중국에서는 `꿈`과 연결시키는 화법을 쓰고 한국에서는 고급차 이미지만을 지속적으로 인식시킨다.

유통 소비재, 식료품으로 갈수록 현지화 배합 비율은 더 늘어난다. 라면이나 과자는 아예 입맛에 맞게 `본질`에 가까운 맛을
바꾸거나 브랜딩을 새로 하는 사례도 있다.

광고업체인 이노션 관계자는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브랜드 일관성 창출과
단기적인 제품 프로모션을 구분한 뒤 브랜드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는 표준화에 신경 쓰고, 개별 제품 프로모션에서는 현지화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제품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다

`본질은 언제나 통한다` `품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만 믿고 가는 것 역시 자살행위다. 전 세계 유수 기업이 보유한 제품 기술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한 지금, 기술력만 믿고 있다가는 호되게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LG전자가 큰
성공을 거둔 인도시장에 조금 먼저 진출했던 일본 전자기업은 제품 개발의 +1 원칙도 무시하고, 마케팅과 프로모션 전략에서도 브랜드와 기술력만
믿고 있다가 최대 굴욕을 당했다. 그 기업이 인도에서 판매한 TV는 1년에 단 2대. 1년 만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김주헌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 현지화 전략을 그나마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건 `품질에 있어서 소비자들이 완벽하게 신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겸손함 덕분이었다”며 “우리 기업들 제품이 고품질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금이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충고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 부분에서 대부분 실패해 삼성이나 현대차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겸손하고 현지인을 `배려`하려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마케팅 현지화 전략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한편 `다채널 시대`를 강조하면서 온갖 매체에 광고를 쏟아붓는 것도 앞뒤가 뒤바뀐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노션 관계자는
“SNS, 유튜브 등 엄청난 미디어가 퍼져 있지만, 이걸 전부 다 활용해야지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메시지가 반드시
흔들린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히트를 했을 때, 성공을 거뒀을 때 다채널은 기회가 될 뿐 다채널 자체가 기회를 만드는 게 아니다”고 단언했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전 세계에서 통하는 강한 브랜드 파워.` `현지 문화를 고려하는 프로모션 전략.`

이 두 문구는 사실상 세계화 시대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전부 설명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브랜드 파워 1위, 제품과 마케팅 표준화의 상징이면서도 제품 프로모션의 핵심은 현지
문화와 결합시킬 줄 아는 기업은 어디? 바로 코카콜라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은 부산국제광고제 `AD STARS 2012`에
연사로 참석한 조너선 밀든홀(Jonathan Mildenhall) 코카콜라 부사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광고제가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부산
벡스코 VIP 대기실에서 만난 밀든홀 부사장은 런던올림픽 때 마케팅 성과부터 얘기했다.

-런던올림픽 때 성과가
궁금하다.

▶정말 대단했다. 코카콜라에서 일한 지도 벌써 6년째인데, 베이징올림픽 때 벌인 다양한 캠페인도 성과가 좋았지만 런던은
코카콜라에 더 큰 기회가 됐다. 직접 런던에 다녀왔는데 10대들이 모여서 코카콜라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었고 우리 회사 전체 역량이 제대로
발휘됐다. 코카콜라가 진출한 110개 시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하나로 뭉쳐져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창의성의 향연이었다.

-런던에 쏠린 전 세계 시선과 영국민 자부심을 활용할 수 있었나.

▶일단 영국이나 런던의 특성을 생각해봤다. 누가
뭐래도 영국은 팝 음악 중심지다. 음악을 당연히 프로모션과 캠페인의 핵심 테마로 삼았다. 아까 10대들이 코카콜라 노래를 함께 불렀다고
얘기했는데, 우리 회사가 바로 영국 특성에 맞춰 이를 기획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밖에도 올림픽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10대는 물론 전 세계인이 뛰어난 운동선수의 기량과 그들 노력에 존경심을 드러내는 행사다. 에너지 음료 등을 활용해 그 중심에 코카콜라가
있다는 걸 계속 인식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코카콜라는 항상 `마케팅의 교과서`라는 말을 듣는다. 브랜드 가치도 세계 1위다.
비결이 뭔가.

▶우리는 마케팅을 제품 차별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본다. 아예 마케팅 혁신 파이프라인을 별도로 갖고 있고, 아주
활성화돼 있다. 최초의 쿠폰 발행도 코카콜라 작품이고, 백인 남성들만 등장하던 광고에 일하는 여성이나 흑인들이 등장한 것도 코카콜라 마케팅이다.
브랜드는 그 자체로 아이콘이어야 한다. 코카콜라는 브랜드이자 아이콘이라는 얘기다. 여기에서 핵심은 `행복함`이다. 코카콜라 음료를 마시면
행복해진다는 느낌, 이걸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전달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웰빙` 열풍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코카콜라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지. 어떻게 돌파하는가.

▶코카콜라는 아주 다양한 음료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가
있다. 콜라만 해도 `제로`부터 `다이어트`까지 다양하고, 비타민 음료나 건강 주스 등 없는 게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비만 문제
등에 무관심한 건 절대 아니다. 항상 소비자들에게 `비만` 위험성을 경고하고 교육하려 한다. 라이프 스타일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올림픽이나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관심도 운동선수처럼 정열적이고 활동적으로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케팅은 이제 단순히 제품을 광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세계 각 지역에 들어간 코카콜라가 사회적으로 어떤 공헌을 하고
기여를 하는지에 따라 그 성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각 나라에서 그 나라에 필요한 게 뭔지,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고승연 기자]

Related Posts

Comment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4 × 3 =

Stay Connected

spot_img

Recent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