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nside] 메뉴 4개 ‘인앤아웃버거’에 굴욕당한 맥도널드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의 메뉴는 4개뿐이다. 음료수 컵도 한 종류로 크기가 동일하다. 그런데도 점포당 수익은 총 14개의 메뉴를 갖고 있는 맥도널드 같은 프랜차이즈 경쟁사보다 30% 정도 높다. 인앤아웃버거의 기업 철학은 ‘간단할수록 좋다(Simpler the better)’이다. 간단함과 수익은 어떤 상관성이 있는 걸까?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면, 고객들은 편의가 증진된다고 느끼기 십상이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 고객들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결과는 의외이다. 전반적인 만족도가 더 낮아진 것이다. 국내 한 건설사는 입주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파트 안에 많은 옵션을 제공했다. 부엌은 5개, 방문 손잡이는 4개, 욕조는 5개….

언뜻 경쟁력 요인으로 여겨졌지만 여러 옵션을 모두 합쳐보니 상이한 주택 모델만 1만개에 육박했다. 이로 인해 비용은 25% 정도 증가했다. 각양각색의 소재를 주문하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었던 데다, 재고 요구량도 충족할 수 없었다. ‘비용 블랙홀’에 빠진 것이다.

영국 유통기업인 테스코(Tesco)는 계층별·유형별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과를 공급받아 매장에 진열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기대 이하였다. 이후 사과 종류를 단 3개로 줄이자 판매량이 두 배로 뛰었다. 조사해 보니 고객들은 테스코가 판매하는 사과의 종류가 줄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합해 보면, 기업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마련한 여러 선택(옵션)들은 오히려 비용만 증가시키고 고객 인지도나 매출 상승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용 증가에다가 조직 내 경영의 속도가 늦어지고 중요 사업에 집중 투자할 시간을 사소한 활동에 낭비하는 결과도 초래됐다. 베인의 연구에 따르면 필요 이상의 옵션을 제공하는 경우, 기업 효율성은 25%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복잡성에 따른 비용을 줄이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원점(zero base)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제품군을 새롭게 간소화해 본다. 단 하나의 제품만을 판다면 무엇을 팔까? 신규 옵션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객관적인(outside-in) 제로베이스 접근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한때 다양한 모델을 생산한 적이 있다. 모델별로 부품을 계속 생산해 고객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목표에서였다. 그러나 모델을 출시한 다음 부품 재고를 유지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이런 비용은 여러 모델 출시에 따른 추가적인 매출 이익보다 더 많아 경영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뒤늦게 이를 깨달은 자동차 업체들은 지금의 모듈화 설계(modular design) 시스템으로 수정했다.

둘째, 제품군별 제공 옵션이나 모델 수에 대한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고 이를 매년 검토한다. 제품 포트폴리오 위원회가 포트폴리오 관리를 관장하며, 신규 옵션을 한 개 도입할 경우 기존 옵션을 하나 제외함으로써 언제나 일정한 제품 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취급하는 제품 숫자만 10만개가 넘는 프록터앤갬블(P&G)이나 유니레버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일정한 제품 수를 유지하는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해 자사의 다른 제품의 매출 감소를 막는 한편, 복잡성 비용 관리도 효과적으로 한다. 현재 100개가 넘는 신용카드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x)는 정교한 비용 모델을 개발해 카드 상품 추가 시 발생하는 비용을 정밀하게 측정해 최대한 억제한다.

셋째, 기업 내 혁신 운동을 벌일 때 상업성 검토를 조기(早期)에 수행한다. 상당수 혁신 노력은 ‘혁신은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혁신을 위한 혁신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혁신 그 자체는 물론 좋지만, 상업성 검토가 너무 늦다면 비용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많은 상품이 서둘러 출시됐다가 해당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반응이 신통찮다는 사실을 발견한 다음, 철수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착오를 방지하려면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재무적 평가와 분석을 충분히 해야 한다.

항공산업의 경우, 초기 고안 단계에서 유망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신규 모델 개발에 소요되는 7~10년의 시간 요인을 감안하면 재무적으로는 무익한 것일 수 있다. 고객의 니즈(needs)와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바뀌며 진화하는 탓이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제품 평가 위원회에 특정 시기마다 아이디어의 원안(原案)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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