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처럼…고객 습관 바꾸는 기업이 이긴다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 저자 NYT 찰스 두히그 기자
“애플 특허전의 숨은 전략은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독차지하는 것”
개인습관 추적하는 기업… 성공기업엔 핵심습관 있다… 리더의 무관심은 치명적

19세기 후반(1886년) 나온 구형(舊型)인데도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2001년부터 발표한 ‘100대 브랜드’에서 12년 연속 1위인 코카콜라, 사전예약 개시 24시간 만에 200만대가 팔린 애플의 아이폰5, 전 세계에서 0.45초당 한 대씩 불티나게 나가는 삼성 스마트폰(갤럭시S3), 부동(不動)의 세계 요구르트 시장 1위인 프랑스 ‘다논(Dannon)’, 중국 시장에서 올해까지 14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오리온 초코파이….

이들의 공통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상황이 바뀌어도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광적(狂的)으로 ‘집착’하는 구매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품질과 디자인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습관적 구매’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행동 전문가이자 ‘습관(Habit)’의 저자인 닐 마틴(Neale Martin)은 말한다. “소비자들의 행동 가운데 95%는 무의식적 사고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들이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기보다는 습관에 좌우되는 ‘호모 해비타쿠스(homo habitacus)’에 가깝다는 것이다.

찰스 두히그 기자는 2006년쯤부터 매일 오후 3시 15분~3시 45분에 2층 편집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 라운지에 올라가 쿠키를 먹는 습관이 5년여 동안 들어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작년 여름부터 ‘습관 바꾸기’에 착수해 2개월 만에 몸무게를 9.5㎏ 정도 줄였다고 했다. 휴게실 안에 있는 쿠키 진열대 앞에서 두히그 기자가 “이젠 이런 쿠키를 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뉴욕= 장일현 기자

‘습관’의 진정한 가치는 요즘 같은 대침체기에 더 빛을 발한다. 소비자들이 기존 습관에 젖어 계속 구매토록 하려는 1등 기업들과 새 습관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다른 선택을 유도하려는 후발 기업들 간의 불꽃 튀는 대결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키워드도 변하고 있다. “20세기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수요(needs)를 정조준했다면, 21세기에는 그들의 욕구(wants)를 발견하고 자극해 ‘습관화’하는 게 핵심 수단이 됐다”(홍성태·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것이다. ‘습관’이 기업의 생사(生死)를 판가름 짓는 이 시대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지금 전 세계에는 ‘습관 쟁탈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저마다 소비자 습관 파악과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입니다. 여기서 승리한 기업은 대박을 터뜨릴 것이며, 실패한 기업은 존망을 걱정해야 합니다.”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 뉴욕타임스(NYT) 탐사전문기자는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낸 배경에는 소비자 습관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하거나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크게 만드는 기능(핑거투줌·finger to zoom)처럼 많은 사람이 익숙해져 있는 습관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요즘 같은 침체기에 습관에 길들여진 충성도 높은 소비자는 기업에 ‘금맥(金脈)’ 같은 존재이다.

두히그는 2004년부터 인간과 기업의 ‘습관’에 관심을 갖고 틈틈이 짬을 내 지금까지 300여명의 과학자·기업인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700편이 넘는 논문과 자료도 섭렵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 2월 말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을 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2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 아마존닷컴의 경제·경영 부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지금도 이 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있으며 세계 31개국에 번역·출간됐다.

그의 접근법은 스티븐 코비(Covey)나 말콤 글래드웰(Gladwell) 같은 기존 전문가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대다수가 성공과 건강, 학습을 위해 어떤 습관이 좋고 어떻게 습관을 몸에 배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두히그는 습관의 분석 대상을 기업과 사회로 넓히고 습관 개조법에 집중했다.

Weekly BIZ는 이달 5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NYT 본사에서 두히그를 만났다. 키 183㎝, 몸무게 86㎏의 건장한 체격인 그는 환하게 웃는 게 매력이었다. 인터뷰는 NYT의 14층 휴게실 라운지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그가 5년여 동안 매일 오후 3시 15분쯤부터 3시 45분 사이에 쿠키를 먹는 ‘습관’을 가졌던 장소이다.

“습관을 연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기업들이 사람들의 습관을 파악해 소비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기업들이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우리 행동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기업들에게 정밀한 소비 습관 행태 연구와 추적은 필수 과제이다”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습관을 어떻게 연구하나.

“미국 5대 대형 마트 중 하나인 타겟(Target)의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와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아 소비 습관을 분석하는 탁월한 능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 그동안 구매한 상품 목록과 신용카드 사용 실적, 나이, 결혼 여부, 자녀 수, 직업 등 모든 걸 파악하고 지금도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유의 구매 습관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30대 후반 남성 직장인이 어느 날 갑자기 냉동 음식을 샀다고 치자. 왜 그럴까. 아내가 1주일 정도 해외여행을 갔나? 이웃집에 주려고? 아니면 이혼? 타깃은 그 이유를 파고든다. 심지어 임신한 여성이 임신 몇 개월인지도 꽤 정확히 알아내고 있다.”

―이런 정보를 어떻게 매출로 연결하는가?

“사람이나 상황에 맞게 구매욕을 자극하는 쿠폰을 주고 정보를 제공한다. 이혼한 남성에게는 새집에 들어갈 만한 각종 가구와 물품의 할인 쿠폰을 준다. 임산부에게는 때에 맞게 각종 영양제와 옷, 유아용 물품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그렇게 끌어들인 고객은 평생 손님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소비자 입맛에 딱 맞는 서비스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활동을 하지 않나?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거의 모든 주요 기업들이 소비자 습관 연구를 하고 있다. 아마존닷컴, 베스트바이, 크로거 수퍼마켓, 안호이저부시, 휴렛패커드,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 우편공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수많은 기업이 소비자 성향을 알아내기 위해 예측분석부(Predictive Analytics Department)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기업들이 개인 습관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는 일은 사생활 침해라는 측면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두히그는 이에 대해 “미국에서도 논란이 있다. 프라이버시와 기업 활동에 따른 편리함은 서로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상충관계)’가 있다”고 했다.

―기업이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습관을 ‘조종’한다면 문제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한 뉴욕 시민이 맥도널드와 마쓰다 자동차,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타겟과 월마트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사회는 아직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기업 활동을 좀 더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다. 개인 입장에서도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자신의 쇼핑 습관이 노출되겠지만 그게 편하기 때문에 놔두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이런 활동을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 미국에서도 개인의 병력이나 치료 기록 등은 철저히 보호한다. 보험회사는 이런 개인 정보를 절대로 이용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규제 영역이 훨씬 더 넓다. 결국은 한 나라 국민들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리더들은 ‘핵심 습관’ 정착을 최우선 추진 과제로 삼아야 한다”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자 습관 선점 경쟁은 더 치열할 것 같다.

“정확한 진단이다. 로얄티(loyalty·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불황기일수록 더 소중한 존재다. 기업들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고, 고객을 내 제품·서비스에 길들이는 일은 불꽃을 튈 것이다. 1등 기업은 현재 습관을 유지하는 전략을 쓸 것이고, 2,3등 기업은 그 습관을 깨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불황이 엄습할 때, 현명한 기업 오너나 CEO는 ‘위기’를 도약을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2008년 글로벌 1위에 올랐다가 대량 리콜(recall) 사태 후 지난해에는 4위로 밀렸던 도요타는 고유의 ‘도요타 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에다가 혹독한 가이젠(改善)을 접목, 올해 세계 1위 탈환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TPS의 요체는 최고의 생산성과 의사 결정력을 목표로 회사 조직과 직원들의 행태와 습관을 초(秒)·분(分) 단위로 혁신한 것이다.

―다른 많은 기업도 도요타의 TPS 같은 ‘습관’이 있나?

“그렇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 되려면 좋은 습관을 구축해놓는 게 지상(至上)과제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핵심 습관(keystone habit)’이다. 이 습관이 바뀌면 기업 전체의 문화와 시스템이 달라진다. 사람이 운동을 하면, 식생활이 바뀌고 생활 패턴이 바뀌며,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일의 능률도 오르는 식이다. 미국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Alcoa)는 직원들의 안전에 집중하는 습관을 정착시킨 다음, 사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는 선순환을 낳았다. 알코아의 순이익은 10여년 만에 5배나 뛰었다. IBM, 골드만삭스, 삼성그룹에도 이런 핵심습관이 있다.”

―이런 좋은 습관을 정착시키려면 기업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같은 위기 상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좋을 때는 습관을 바꾸기 어렵지만, 안팎의 위기는 기업들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기업을 망치는 파괴적인 습관은 리더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멍청한 결정을 하게 만드는 그런 습관은 독버섯처럼 쉽게 자란다. 큰 회사일수록 문제다. 이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는 한두 가지 ‘핵심 습관’을 발굴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발굴한 ‘핵심 습관’이 정착되도록 애쓰고 그 가치를 모든 임직원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반복적인 강조와 지속성이 중요하다. 짐 콜린스(Collins)가 얘기하는 ‘광적인 규율(fanatic discipline)’도 필요하다.”

―국가나 정부, 사회기관도 습관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나.

“물론이다. 요즘 미국인들 식탁에 내장육이 오르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정부가 국민들의 식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당시 미국은 전쟁터 군인들에게 고기를 대량 보급했고 국내에선 부족 현상이 생겼다. 이때 정부는 간과 염통, 콩팥, 내장 등을 먹도록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고 결국 성공했다.”

―습관이 파악되면 사람의 행태를 조종할 수 있지 않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 문제가 현실에도 등장할 수 있겠다.

“그렇다. 최근 6개월 뉴욕에선 상점에서 파는 탄산음료 용량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블룸버그 시장이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제안한 것인데, 많은 사람이 ‘왜 내 사생활까지 간섭하려 드느냐. 여기는 미국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규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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