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잉게 툴린 회장이 말하는 3M ‘110년 생존의 비결’

“남들도 다 만들 수 있는 것만 만들어선 못 버텨… R&D가 살 길”
R&D는 미래 경쟁력
불황이라고 혁신 안 하면 위기 끝났을 때 신제품 없어… 힘든 가격경쟁 시달리게 돼
직원에게 자유·권한 줘야
하루 업무시간의 15%는 원하는 데 쓸 수 있게 하면 창조적 아이디어 나와
유망한 분야는 어디?
다양한 소재산업 잠재력 커… 일본 제외한 아시아에 기회 고객 체험서 혁신 끌어내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21.9%. 지난해에 6개 사업부문 모두 20%가 넘는 영업이익 달성.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Collins)가 ‘돌연변이 기계(Mutation Machine)’로 명명한 3M 얘기이다. “3M은 끊임없는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있다.”

공업용 사포부터 접착용 테이프·가정용 걸레포·정수필터·의료용시료·LCD(액정화면표시장치) 부품까지 3만 5000여개 제품을 만드는 3M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 영업이익률(9.8%)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달 8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린 투자자설명회에서 3M은 “2017년까지 연구개발(R&D)비를 현재 총매출의 5.5%에서 6%로 늘리겠다”고 했다. 미국 재정절벽, 유럽 장기침체같은 암초들이 산적한데도 R&D증액을 결단한 것이다. 작년 8월 조지 버클리(Buckley) 당시 CEO를 인터뷰했던 Weekly BIZ는 지난달 잉게 툴린(Thulin) 신임 회장 겸 CEO를 만나 새 전략과 비책을 들었다.

‘전통 3M 혁신의 귀환’.

잉게 툴린(Thulin·59) 3M 회장이 올 5월 취임 당시 그룹 안팎에서 나온 평가이다. 툴린 회장은 1979년부터 33년 동안 3M에서만 일해온 ‘정통파 3Mer(3M 직원)’이다. 1902년 출범한 3M이 내부 승진으로 회장을 뽑은 것은 11년 만이다. 2001년 GE 출신인 제임스 맥너니(McNerney)가 3M 100년 역사상 최초로 외부 영입 회장이 된 후 전임 조지 버클리(Buckley) 회장까지 2번 연속으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 하지만 연쇄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3M의 선택은 내부 승진을 통한 ‘3Mer의, 3Mer를 위한, 3Mer에 의한 혁신’ 강화였다.

Weekly BIZ는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은 툴린 회장을 만났다. 아시아 언론과 가진 첫 공식 단독 인터뷰였다. 툴린 회장은 시종일관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취임 후 사내에 가장 먼저 발표한 내용이 R&D 예산 증액이었습니다. R&D는 3M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연구개발 투자를 줄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항상 미래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는 지난달 방한 기간 중 김황식 국무총리와 삼성·LG 등 고객사 최고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R&D 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고 했다.

잉게 툴린(Thulin) 3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3M이 생산한 산업용 테이프 롤 사이로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앞으로 유망한 분야는 소재(素材) 산업”이라며“지역적으로는 중요 자원이 많고 계속 성장하는 아시아가 유망하다. 중국·한국·인도·동남아시아 등 일본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혁신과 신기술 개발이 3M 110년 역사의 버팀목이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신음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R&D 예산까지 줄이려고 하는데….

“(질문을 자르며) 지금 연구개발 투자를 줄인다고? 그 회사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가?”

―그럼 당신은 지금이 R&D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하다. 지금이야말로 R&D 투자의 최적기다. 3M은 미국 세인트폴 본사 인근에 5000만달러(약 540억원)를 들여 새 연구 센터를 짓기로 했다. 3M은 R&D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 힘든 시기에 다른 비용은 다 아끼더라도 R&D만은 많이 투자했다. 힘든 시기는 대공황·오일쇼크·금융 위기 등 여러 번 있었다. 3M은 항상 R&D에 투자했기 때문에 경제가 회복됐을 때 소비자들에게 팔 신제품이 있었다. 우리는 항상 신기술과 혁신을 추구해 왔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110년을 버틴 거다. 만약 우리가 R&D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도 다 만들 수 있는 거나 만들어 팔 것이다. 그럼 마진이 줄어들고, 쪼들리고, 가격 경쟁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모습이다.”

―하지만 3M의 올 3분기 매출은 감소하지 않았나. 현재 경제 상황은 3M에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매출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당(株當) 순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올 3분기 주요 6개 사업 부문에서 모두 영업이익률을 21% 이상 기록했고, 회사 전체로는 22.4%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기대했던 것보다 약간 매출이 줄었을 뿐이다. 3M 역시 세계경제 상황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아니기에 경제 상황 악화에 따라 판매가 감소했다. 매출 증가는 세계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3M이란 회사만으로 보자면 시장점유율도 안 떨어졌고, 오히려 이익은 늘었다.”

―매출이 감소했는데도 이익을 늘린 비결은 무엇인가?

“계획을 적절하게 세웠기 때문이다. 각 시장의 성향, 경제 발전 정도 등에 부합하도록 비용을 맞췄다. 경제 상황, 기후, 재해와 같은 것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다. 하지만 판매 관리비 같은 것은 조절할 수 있다. 출장비, 회사 내부 회의 비용 같은 것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우리의 비결은 ‘선제적으로’ 비용을 줄인 것이다. 비용을 먼저 줄이지 않으면 나중에 감원할 수밖에 없다. 감원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감원하지 않으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단, 인재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늘려야 한다. 불황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호경기가 오면 신제품이 필요하다. 이건 모두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 준비를 위해 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직원들에게 자유와 권한을 나눠줘 혁신 창출할 것”

―당신은 10년 만에 나온 내부 승진 최고경영자다. 전임 회장 2명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 것인가?

“일단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많다고 본다.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나는 회사를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는 사실이다. 임직원도 잘 알고, 고객도 잘 안다. 나는 두 전임 회장과 가까이에서 일했기에 그들의 장점도 잘 배웠다. 맥너니 전 회장은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했고, 버클리 전 회장은 R&D를 중시했다. 나는 여기에 글로벌 경험을 더하려 한다. 나는 스웨덴·벨기에·프랑스·러시아·홍콩에서 일했다. 러시아에서 일할 때는 1990년대 중반이었는데, 그때 러시아 경제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몸으로 경험했다. 신흥국 경제성장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회사 경영에 더하려 한다. 여기에는 고객·직원·연구개발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된다.”

―당신의 새로운 비전이란 어떤 것인가?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동시에 6시그마를 추진하고, 인터넷 시대에 맞게 조직을 변화시키고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을 벌이는 것들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것은 혁신을 강력하게 일으킨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고, 권한을 주고, ‘15% 규칙(하루 업무 시간 가운데 15%를 자기가 원하는 데 쓰도록 하는 제도)’처럼새로운 아이디어가 새로운 상품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3M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연구개발을 위해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15% 규칙’이다. 모든 연구 직원이 근무시간의 15%를 자신이 생각하는 창조적 활동을 위해 쓰는 것이다. 3M의 15% 규칙은 맥너니 CEO 때 폐지됐다가 전임 버클리 CEO 취임 후 부활했다. IT 기업인 구글이 3M을 본떠 ‘20% 규칙’을 만들었다.

3M은 이와 함께 공유(共有)도 권장한다. 3M은 미네소타 본사에서 매년 9월 ‘글로벌 테크 포럼(Global Technology Forum)’을 60년 넘게 열고 있다. 1만명이 넘는 3M의 연구개발 인력 중 3분의 1 정도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 진행하는 기초 기술 연구와 제품 개발 현황 등을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행사다.

―R&D 가운데서도 특별히 중점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R(research·연구)’이다. 사실 R&D에서 ‘R(연구)’과 ‘D(개발·development)’는 따로 봐야 한다. 3M의 전체 R&D 예산은 연간 16억달러(약 1조7300억원)인데, 이 중 연구의 비중은 4분의 1(4억달러, 약 4300억원) 정도이다. 연구는 당장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10~20년 후 새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찾는 것이다. 혁신은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만남이다. 과학은 이걸 언제 어떻게 얼마나 싸게 생산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담당하며, 예술은 자유로운 아이디어 부분을 맡는다. 혁신은 이 두 가지가 더해질 때 탄생한다.”

―회장 취임 후 ‘고객 주도 혁신(customer inspired innovation)’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고객 주도 혁신’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전문가 시장’, 또 다른 하나는 ‘소비자 시장’에서 생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점을 끄집어내서 우리에게 그것을 직접 얘기한다. 3M은 문제 해결 방안 즉 문제점을 보고 개선품을 내어놓는다. 소비자 시장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자기 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행태를 관찰하고, 우리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체험해 보면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을 3M이 직접 찾아내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고객’으로부터 영감(靈感)을 얻는다는 이유에서 ‘고객 주도 혁신’이라고 말한다.”

―3M은 총매출에서 최근 5년간 개발한 신제품 매출의 비중(NPVI·신제품활력지수)이 높은 편이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지금은 32% 정도다. 2005년에는 19%였는데, 3M으로서는 유례없이 낮은 숫자였다. 우리의 현재 목표는 40%다.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한 방법은 연구개발과 인수합병이다. 우리는 최근 6년 동안 70개 회사를 M&A했다. 10억~20억달러를 M&A에 썼다. 앞으로도 관련 예산 규모는 비슷하겠으나 건당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작은 규모 회사를 여럿 인수하기보다 회사 전체의 유기적 성장에 도움 되는 규모의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소재 산업과 아시아를 주목하라”

―3M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해 글로벌 최신 흐름에도 정통할 것 같다. 3M이 보는 현재와 미래의 거대 흐름은 어떤가?

“크게 세 분야가 유망하다. 첫째는 천연자원·물·에너지·기후변화 관련 산업이다. 3M은 채광·석유·가스 사업부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과 자원에 관한 사업은 미래에 정말 중요한 분야이다. 둘째는 스마트폰·태블릿 기기 같은 글로벌화와 연관된 산업이다. 모든 개개인은 세계를 하나로 밀접하게 연결하는 개인용 정보 기기를 각기 하나씩은 갖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신흥 시장이다. 신흥 시장은 인프라 구축→제조업 발전→산업 안전 강화→소비자 시장 확대→헬스케어 성장 순서로 성장한다. 현재 브릭스 시장은 소비자 시장 확대와 헬스케어 성장 단계까지 와 있다. 이 외에도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 증가, 중동의 이슬람 소비자 증가, 여성 소비 행태 변화 등도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정 산업군이나 국가는?

“소재(素材) 산업이다. 그동안 잘 안 쓰이던 다양한 소재가 산업 현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소재 산업에는 거대한 성장 잠재력이 있고, 몇몇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급성장할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중요한 자원이 많고 계속 성장하는 아시아가 유망하다. 중국·한국·인도·동남아시아 등 일본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거기에 돈을 낼 줄 안다. 한국의 IT와 자동차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수익을 낼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매우 안정적이고 잘 짜여 있고, 계획 실천에 탁월하다. 3M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헬스케어·소비자 가전·자동차 등 여러 부문에서 수익을 낼 것이다.”

잉게 툴린(Inge Thulin) 회장은

출생 : 1953년 스웨덴 말모
학력 : 스웨덴 예테보리대(마케팅 학사), 스웨덴 IHM경영대학원(MBA)
경력 : 1979년 3M 스웨덴 지사 입사, 러시아 지사장, 유럽 및 중동지역 담당 부사장, 2004년 해외사업부문 총괄 수석 부회장, 2012년 5월~현재 3M 회장 및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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