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빅 데이터 활용 실시간 가격경쟁… 美 사이버 먼데이 매출 30% 늘어

1센트라도 싸게 팔아야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활용 손님 유인할 가격 제시
가격설정 프로그램 위해 월마트, SNS분석회사

인수시장 트렌드 읽는 지표
불황일수록 하이힐 인기? 빅 데이터 분석해 보니 구두굽 다시 낮아져
생산·재고 관리에 도움

미국 온라인 종합 쇼핑몰 아마존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닌텐도의 게임 소프트웨어 가격을 약 12% 할인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추수감사절 연휴기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마존은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월요일(11월 26일)에도 세일을 계속했다. 이날은 직장인들이 근무를 시작하는 날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 전부터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추수감사절 연휴에 못 다한 쇼핑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온라인 쇼핑업체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다.

전통적으로는 미국에선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연중 최대 규모의 쇼핑이 이뤄졌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 확대와 경기 침체 탓에 ‘사이버 먼데이’로 쇼핑족들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상점 앞에 긴 줄을 서던 과거 양태와 달리, 이제는 모바일기기와 PC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구매조건과 정보를 갖고 온라인 사이트를 실시간(實時間) 검색하고 있다. 가격 조사 기관인 ‘다이너마이트 데이타’는 “온라인에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연말 쇼핑시즌 기간 안에 최고 3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이 사이버 먼데이에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골라 운반하고 있다. / 블룸버그

미국 IBM 조사에 따르면 올해 ‘사이버 먼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30.3% 늘어 역대 최대 소비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동안 약 15억달러(약 1조6200억원)의 제품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IBM은 ‘사이버 먼데이’ 당일 전미 500개 주요 유통 기업에서 발생하는 하루 100만건 이상의 거래와 테라바이트(TB)급의 빅(Big·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쇼핑이 가장 많이 이뤄진 시간(오전 11시 25분)과 모바일 쇼핑 비중(18%), 고객 1인당 평균 주문금액(185.12달러), 업종별 판매 추이 등을 확인했다. 아이패드 사용자의 구매 비중이 7%로 아이폰(6.9%), 안드로이드(4.5%)보다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유통 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음은 물론 세부적인 구매 수단과 경로 같은 데이터를 낱낱이 파악해낸 것이다.

그렇다면 월마트와 아마존, 타깃 등 미국 주요 온라인 유통회사들은 어떻게 ‘사이버 먼데이’ 당일 판매를 늘릴 수 있었을까? 숨은 주인공은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유통 기업들 간의 실시간 ‘가격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분 안에 경쟁 기업과 대적(對敵)할 수 있는 가격을 즉각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상점에서 경쟁사 동향을 알아내려면 사람을 보내, 손님이 많은지와 판매 가격 등을 알아본 다음 ‘세일’ 여부를 결정했다. 지금은 이런 노력 대신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만 있으면 그때그때 손님을 유인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고 매출 추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유통 기업들의 실시간 가격 전쟁은 단 1센트라도 싼값에 쇼핑하려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일종의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이다. 만약 온라인 쇼핑몰들이 급변하는 소비 행태를 제대로 포착해 내지 못한다면, 여전히 ‘블랙 프라이데이’만 바라보며 ‘왜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게임스톱’이나 ‘베스트바이’ 같은 쇼핑몰들은 아직도 제품 가격 산정(算定) 시스템을 하루 단위로 설정해 놓아 실시간 가격 전쟁 대열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월마트는 지난해 경쟁력 있는 가격 설정 프로그램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분석회사인 코스믹스까지 인수했다. 그 결과 SNS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지역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탄다면, 해당 점포의 상품군과 가격을 특별하게 조정해 매출을 최고로 올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패션업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불황일수록 여성들이 하이힐을 선호한다’는 통설이 여전히 유효할지 검증해 본 결과,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IBM의 소비자 제품 전문가 트레버 데이비스 박사는 수십억 건의 SNS 게시글과 파워블로거를 선정해 빅 데이터 분석을 시도한 결과, 여성 구두 패션의 중심이 2008년부터 2009년 말까지 5인치부터 8인치까지 굽(heel)이 높아졌다가 이후에는 낮아져 지난해 중반에는 2인치 이하로 떨어졌음을 확인했다.

만약 구두 회사들이 이런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제품 공급 관리 측면에서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를 겪게 된다. ‘채찍 효과’는 수요의 작은 변동이 제조 기업에 확대 전달돼, 왜곡된 정보로 말미암아 재고가 쌓이고 고객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전히 굽 높은 구두(하이힐)가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 구두회사들이 오판(誤判)할 경우,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배송 시간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다. 비즈니스에 결정적인 올바른 데이터를 제대로 입수해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의 명운도 장담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다음 맞는 첫 월요일을 일컫는다. 미국 소비자들은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대형 할인 행사를 하는 쇼핑몰에 가는데, 일부 알뜰 소비자들이 월요일에 직장에 출근해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한 뒤 최저가로 구입하는 행태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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