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송병락 교수의 ‘손자병법’] 세상사는 勢 놀음… 키우고 빌리고 사용하라

송병락 교수의 ‘손자병법’] 세상사는 勢 놀음… 키우고 빌리고 사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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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전쟁·기업경쟁은 스피드·타이밍이 승패갈라
어린사자 사냥 성공여부도 형세를 판단하면 알 수 있어
이순신 장군의 명랑대첩은 울돌목 힘 빌린 借勢의 예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손자병법’의 총 13편(篇)을 통틀어 서양인에게 가장 난해한 것은 제5편인 세(勢)편이다. 과연 ‘세(勢)’란 무엇인가?

드넓은 초원에서 사자가 가젤 영양을 노리고 있다가 전속력으로 달려들어 순식간에 낚아채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손자에 따르면, 이때 노리는 자세가 ‘형(形)’, 쫓아달리는 것이 ‘세(勢)’, 일격에 목을 물어 숨을 조이는 것이 ‘절(節)’이다. 야구에서 타자가 홈런을 치는 것에 비유하자면, 치는 자세는 형,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은 세, 공을 맞추는 것은 절이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사자의 사냥 성공 여부도 ‘형세(形勢)를 판단’하면 알 수 있다.

사자의 사냥에는 밤과 낮, 평지와 언덕, 풀과 숲, 바람의 방향 등 시간과 공간, 주변 환경 같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勢)란 상대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 어떤 여건인지 알아가면서, 시간·공간의 이점을 살리고 외부조건을 종합 활용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증강시켜 승자가 되도록 발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세(勢)와 절(節)에는 스피드, 타이밍, 리듬이 결정적이다. 스포츠는 물론 전쟁이나 기업 간 경쟁 모두 그렇다.

군대의 경우에선 조직과 편성, 곧 시스템을 잘 짜야 하는 것은 물론, 장수가 지휘를 잘해야 한다. 손자는 시스템을 ‘분수(分數)’, 지휘체계를 ‘형명(形名)’이라고 했다. 또 상대의 약점과 강점 곧 ‘허실(虛實)’을 찾아내고, 그에 맞게 정면 또는 기습 공격, 즉 ‘기정(奇正)’ 전략을 잘 펼쳐야 승리할 수 있다. 손자는 분수, 형명, 허실, 기정 이 네 가지가 군대의 세(勢)를 좌우한다고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 220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월마트(Walmart)가 대표적이다. 분수(分數)나 형명(形名)은 앞서 말한 형세(形勢)에서 형에 해당된다. 형이 좋아야 세가 잘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높은 산꼭대기에서 바위를 굴린다고 상상해보자. 이때 바위가 크고 둥글수록(형이 좋을수록), 이를 굴리면 엄청난 세가 나온다. 잘 조직되고 지휘계통이 좋은 군대는 크고 둥근 바위와 같다. 이를 굴려서 엄청난 세가 나오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가?

나폴레옹은 끊임없이 전쟁심리를 연구했다. 그의 전투심리를 자극하는 격려,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연설, 능수능란한 진두지휘는 건달이나 패잔병 집단 같은 군대마저도 적을 향해 용맹스럽게 돌격하게 만들었다. 심리조작만으로도 엄청난 세를 만들었기에 ‘심리학자 나폴레옹’으로 불리기도 했다.

일러스트=이동운 기자

댐에 물을 모아두었다가 일거에 터뜨리면 급한 물살이 거대한 바위도 뜨게 만드는 세를 형성하듯, 전쟁의 고수들은 전력과 전의를 충분히 다진 다음 일시에 공격을 감행해 엄청난 세를 조성한다. 이렇게 해서 큰 승리를 거둔 것이 노르망디상륙작전과 인천상륙작전 등이다. 대포와 학익진(鶴翼陣)으로 세를 모아 대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대첩도 그런 예이다. 일본 역사학자 안도 히코타로오(安藤彦太郞) 등은 ‘일·조·중 3국 인민 연대(連帶)의 역사와 이론’이란 책에서 이순신의 대포주도형 해전은 서양에 비해 거의 3세기나 앞선 놀라운 전략이라고 평했다.

세상사에는 물론 모두 세(勢)가 있다. 세를 타지 못하면 1의 힘은 어디까지나 1에 불과하지만, 세를 잘 타면 2나 3, 심지어 100의 힘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손자는 “승리의 가능성을 조직의 세에서 찾으라”고 했다. 전쟁이나 초(超)경쟁에서는 조직의 세가 구성원 역량의 곱하기로 나온다. 지도자가 세를 조성하지 못할 경우 0.9의 인재만 모이는 조직은 곱할수록 힘이 줄어든다. 반면, 1.1 이상의 인재가 모이는 조직은 계속 힘이 증가한다. 물론 세를 잘 조성하면 0.9의 인재도 1을 크게 넘는 인재가 되어 조직의 세가 막강해질 수 있다. 이처럼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자체를 키우는 것을 ‘모세(謀勢)’라고 한다.

파리가 하루에 100km를 갈 수 있을까? 적토마의 엉덩이에 붙으면 더 많이 갈 수도 있다. 이처럼 다른 것의 힘을 빌리는 것을 ‘차세(借勢)’라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일본 수군과 명랑에서 싸운 것은 울돌목의 세를 빌린 것이다. 싸이는 유튜브와 SNS의 힘을 빌렸다.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귀인의 도움을 받는 기술이란 것도 차세를 일컫는다. 피터 드러커 박사가 미래형 성장방법으로 제시한 전략적 제휴 역시 차세이다.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경우 차세는 생존과 직결된다.

모세와 차세를 통해 증대시킨 세를 사용하는 것은 ‘용세(用勢)’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 학생도 용세를 잘못하면, 곧 시험을 잘 치지 못하면 패자가 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 초경쟁 시대, 환경급변 시대는 ‘세(勢)의 전략 시대’이다. 개인,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형세(절)를 잘 판단하고 모세, 차세 및 용세를 잘하여 모두 승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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