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 제대로 하려면
잘나가던 휴대전화 회사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낙오한 것은 일등의 자만심 때문만은 아니다. 체계적인 경영관리와 상당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혁신을 추구했지만, 휴대전화 시장의 판세를 읽지 못해 한 단계 진화할 타이밍을 놓쳤던 게 문제였다. 제대로 된 기술경영을 하려면 다음 십계명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연구개발(R&D)의 목표는 반드시 중장기 사업 전략의 일부가 돼야 한다. R&D 노력이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 목표와 동떨어져 진행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가 사실상의 R&D 최고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둘째, 일부러라도 문제 상황을 만들어라.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R&D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간절함의 정도가 약해진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 R&D조직의 성취의욕을 자극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탐색하라.
셋째, 과거에 성공했던 기술에 대한 애착을 버려라. 현재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과연 언제까지 의미 있을 것인지를 반문해 봐야 한다. 터치스크린이 대세가 됐는데 키보드의 기능 개선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무슨 소용인가.
넷째, 산업 전반의 기술 지형도를 파악하라. 스마트폰이라는 멋진 아이디어도 터치스크린 기술이 발전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전체 산업계의 기술 트렌드를 읽으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나 우리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다섯째, 기술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라. 모든 기술을 회사 내부에서 개발하려고 고집하기보다 회사 밖에 존재하는 우수한 인력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우리 제품에 적용하는 것 역시 스마트한 R&D 전략이다.
여섯째, 이종(異種) 기술과 융합 기술에 주목하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경계를 넘나드는 통찰에서 얻어진다. 늘 다양한 분야의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일곱째, 가교 기술(bridging technology)에 주목하라. 자동차·컴퓨터 등 산업계의 기술들은 독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섬들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여덟째,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접근하라. 멋진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소비자들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 라고 반문한다면 헛된 노력에 불과하다.
아홉째, 표준을 반드시 고려하라. 소니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비디오테이프 사업에 실패한 것은 기술표준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남이 만든 표준을 따르든지, 내가 가진 기술을 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열째, 지적 재산권이 문제다. 오랜 경험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 내에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는 그 어떤 자산보다도 중요하게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