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허리케인 올때 맥주 쌓아둔 월마트, 왜? – 빅데이터 분석해보니 그기간에 가장 많이 팔려…예측경영의 힘

# 1. 한 중년 남자가 미국 대형마트 타깃(Target) 미네소타점에 들어왔다. 타깃의 광고전단지를 한 손에 든 그는 화가 난 표정으로 매니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그는 “이제 고등학생인 내 딸에게 임부복과 유아용 침대를 사라고 할인쿠폰을 보내는 게 말이 되냐”며 “고등학생에게 빨리 임신하라고 부추기는 거냐”고 항의했다. 타깃 매니저는 이 중년 남자의 딸에게 임부복과 유아용품 광고전단지가 배송된 데에 대해 사과했다. 매니저는 며칠 뒤 재차 사과하기 위해 이 중년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딸의 출산 예정일이 8월이라고 한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는 찰스 두히그 뉴욕타임스 기자의 책 `습관의 힘`에 나온 빅데이터(Big Data) 관련 사례다. 타깃은 빅데이터를 통해 그 중년 남자의 딸에게 임부복이 필요할 것을 예측해 할인쿠폰을 보낸 것이다.

# 2. 맥주와 팝타르트(켈로그에서 만든 딸기가 들어간 과자), 휴대용 랜턴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3개 품목은 세계 최대 기업으로 꼽히는 월마트가 2004년 8월 허리케인 `프랜시스`가 들이닥쳤을 때 급히 물량을 확보한 품목이다.

2004년 당시 미국은 그해 찾아온 알렉스ㆍ찰리 등 대형 허리케인의 발생 예보를 기점으로 어떤 소비패턴이 나타났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허리케인 기간에는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데다 팝타르트 판매량이 평소 대비 무려 7배나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8월 허리케인 프랜시스가 카리브해 인근에서 발생한다는 예보가 나왔다. 월마트는 플로리다 지역 점포의 재고량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플로리다 점포들의 맥주, 팝타르트, 휴대용 랜턴 재고량을 급격히 늘린 것이다. 월마트 매출액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위 2개 사례를 통해 우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 두 곳에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2개 회사에는 무한대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과 프로그래머들이 존재한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빅데이터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많은 투자비용을 들여 마케팅에 적용하기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 관련 각종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으로 재미를 봤다는 한국 기업들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한국 속담처럼 이런 데이터를 누군가가 꿰어 주어야 그 가치를 다시 알아차릴 수 있다. 타깃과 월마트는 고객들의 임신 예측모델과 허리케인 예측모델을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부서와 전문가들은 있지만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부족하다.

이언 에어즈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슈퍼크런처(Super Crunchers)`에서 빅데이터 시대의 효과적인 분석법을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오를리 아센펠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데이터를 통한 수치분석을 통해 그해 생산된 와인의 미래가치를 예측해냈다.

와인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아센펠터 교수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날씨 데이터 수십 년치를 분석해 겨울철과 수확기의 강수량, 여름철 평균기온이 와인 품질을 좌우한다는 점을 알아챘다. 그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들과 달리 와인 품질을 공식으로 풀어냈다. 아센펠터 교수는 이 공식으로 와인통에 술이 담긴 지 3개월 만에 와인의 미래가치를 예측했다. 그는 “1986년산 보르도 와인은 평론가들의 평가와 달리 질이 낮고 1989년산이 오히려 세기의 와인”이라며 “1990년 와인은 더 대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와인의 신비를 깨뜨리고 수학으로 난도질한 죄로 아센펠터 교수는 온갖 비난과 함께 괴짜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아센펠터 교수의 예측이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와인 가격에도 아센펠터의 방식이 반영됐다.

이처럼 기업들은 가설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갖추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트렌드, 미래예측 능력 세 가지가 종합한 예측경영이 미래 한국 기업들의 해답인 셈이다.

미국 최대 건축자재업체 홈디포도 예측경영을 도입했다. 홈디포는 월마트처럼 모터나 합판, 소독제와 손전등 등 재난에 필요한 도구를 준비했다. 더 나아가 애틀랜타 본사에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홈디포는 긴급 투입을 위해 복구에 필요한 제품을 가득 실은 수천 대의 트레일러를 미리 준비했다. 허리케인 지역 홈디포 매장의 피해에 대비해 이웃 지역 매장에도 재고물량을 넉넉히 쌓아놓았다. 홈디포의 사례는 예측경영이 단순히 데이터 패턴 분석으로 단기 미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그 이상의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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