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도는 경주馬 아닌 야생馬로 살라”

‘하워드의 선물’ 펴낸 하버드大 경영대학원 스티븐슨 명예교수
죽음의 문턱 경험한 멘토
2007년 교내서 심장마비···1%의 확률로 살아나···
40년 넘은 멘토 경험···책으로 내 작년 인기몰이
당신의 장례식을 생각하라
저거 하나는 남겼다라고 얘기될 수 있는 부분 바로 그곳서 다시 시작하라
신발을 과감히 벗어라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서 조직이 맞지않다 생각되면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요즘, 기업인들에게 ‘멘토’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내가 걷는 길은 옳은 선택일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하워드 스티븐슨(Howard Stevenson·72) 명예교수는 가장 많은 멘티를 둔 멘토 중 한 사람일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최초로 기업가학(學) 과정을 개설한 그는 1969년부터 42년간(2011년 정년 퇴임) 가르친 제자만 8000여명이고, 이 가운데 약 60% 정도가 창업했다.

그는 2007년 1월 교내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생사를 헤맸다. 누군가 그를 즉각 심폐 소생술로 살리지 않았다면 생존 확률이 1%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제자이자 하버드대 동료 교수였던 에릭 시노웨이(Sinoway·40)는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노(老)교수에게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묶어 책으로 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묶은 책 ‘하워드의 선물'(Howard’s Gift)은 지난해 출간돼 10만부 이상 팔리며 아마존에서 지난해 10월 ‘이달의 10대 비즈니스 서적’에 선정됐다.

Weekly BIZ는 지난 6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정에서 스티븐슨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첫째 조건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먼 훗날 당신의 장례식장에서 주위 사람들이 당신을 두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해 봤나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오른쪽)와 에릭 시노웨이씨가 하버드대 교정에서 마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제자인 시노웨이씨는“심장마비를 겪고 난 직후 병 실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이 그렇게 평온해보일 수 없었고, 그래서 그의 인생 철학과 조언을 책으로 옮기고 싶었다. 그와의 만남은 현재 벤처기업을 운영 하는 나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 에릭 시노웨이 제공

◇당신의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생각하라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누군가가 ‘그래 저 친구가 저거 하나만큼은 유산으로 남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부분 거기서부터 인생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카터 캐스트란 친구 이야기를 해 드리죠. 수영 선수 출신으로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도 나간 적 있는 그 친구의 목적은 오로지 ‘1등’이었어요. 게임 회사 일렉트로닉 아츠를 거쳐 월마트닷컴 CEO 자리까지 올라간 전자상거래 업계의 스타였지만,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뒤를 돌아봤더니 자신을 망쳐놓은 것이 1등병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자신이 죽으면서 남길 인생의 유산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CEO 자리를 과감히 때려치우고 대학교수가 된 그는 ‘내 삶의 진짜 경쟁 상대는 나 자신이었다’고 털어놓았어요.”

그의 긴 멘토링이 이어졌다. “서울대 졸업생들을 보세요. 많은 졸업생이 ‘저 정도 직장에 가면 내 프라이드와 평판에 도움이 되겠지’ 하며 대기업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깨닫는 것이죠.

얼마나 많은 CEO가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까요? 그들이 죽는 마지막 날, 수백만달러를 벌어놨겠지만 자식들이 아버지를 위해 진심으로 슬퍼할까요. 제 생각에 많은 CEO가 단 1분도 이 질문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경주마가 아니라 야생마로 살아라

스티븐슨 교수는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결정했다면 가끔 찾아오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용기를 내고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했다.

“버트(Bart)라는 친구가 조언을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녀석인데, 사업 아이디어가 많은 그를 감당하기엔 보수적인 조직은 역량이 부족했어요. 그에게 병원 부사장이 ‘자넨 똑똑하고 젊지만 조직에서 필요치 않으니 나가주게’라며 해고했죠. 저는 그에게 이렇게 전해줬어요.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거나 조직에서 밀려날 때 좌절하고 낙담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닌지 물어봐야 한다네. 자네의 능력은 세상의 평가보다 높을 수 있다네’라고요.”

그가 멘티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전환점(inflection point)’이다.

“전환점이란 지금까지 달려오던 것과 전혀 다른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트는 것을 말합니다. 단지 살짝 변화만 주는 차원이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그 전환점에 우리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겁니다.”

―전환점을 만난 제자를 멘토링한 경험을 얘기해 주세요.

“미셸이란 10년 차 직장인이 있었지요. 그녀의 상사가 회사를 그만두자 회사는 해당 부서를 재편하기로 결정했지요. 처음에 미셸은 회사가 조직을 개편하고 자신에게 어떤 기회를 주는지에 따라 행동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러나 그냥 좋은 방향으로 풀리기만 기다렸죠. 저는 그냥 기다리지 말고 주도적으로 회사에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이런 게 바로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사내 정치 한다’고 오해할 수 있잖아요?

“(단호하게) 아니요.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해 적어도 내 경력 개발의 방향은 무엇이며 내 강점이 무엇인지 말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자네 의견에 관심이 없네’라고 해도 큰 수확이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회사가 자신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가만히 있지 말고 과감하게 벌떡 일어나 뛰어들어야 합니다. 단지 정해진 트랙을 도는 경주마가 되어선 안 돼요.”

―경주마라고요?

“경주마는 단순히 골인 지점만 보고 달립니다. 반면에 야생마는 가야 할 곳이 어딘지 피할 곳이 어딘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때로는 천천히 달리기도 하지요. 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만 야생마는 생각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춥니다.”

◇삶의 목적은 ‘극대화’가 아니다

1982년 스티븐슨 교수는 그해 동료 교수 4명과 함께 헤지펀드인 바우포스트 그룹(Baupost Group)을 창업했다. 초기 자산이 3000만달러였던 이 회사는 보수적인 가치 투자 방식으로 큰 성과를 거둔다. 2012년엔 운용 자산이 294억달러로 늘어나 현재 세계 11위 규모다. 그런데 그는 생각지도 못한 전환점에 부닥치게 된다.

“이혼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려면 헤지펀드 회사와 하버드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예상 수익 수천만달러를 포기했습니다. 아이들이야말로 돈보다 제 마지막 유산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는 2004년 ‘그 정도면 충분하다(Just enough)’란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극대화(maximization)는 좋지 않은 방향이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미는?”

“영어로 ‘충분한(enough)’은 두 가지 뜻이 있어요. 한 가지는 ‘너 충분히 했니?'(did you do enough)란 뜻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that is enough)는 뜻입니다. 그런데 후자의 의미에 집중하면 나눔을 생각하고 나만의 유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워드 교수의 Advice

인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생을 설계하라.

당신의 장례식장에서 “저 친구는 저거 하나만큼은 남기고 갔다”고 지인들이 말할 수 있는 그 부분, 바로 거기서부터 인생을 새로 시작하라.

삶의 목적은 극대화가 아니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가득 찬 항아리가 아니라 그 속의 여백에 있다.
A+가 아니라 일과 여가, 가족 등 요소들이 균형 잡힌 B+의 삶을 지향하라.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용기를 내고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은 버려라.

조직은 실제로 당신을 하나도 모른다.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거나 조직에서 밀려날 때일수록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게 아닌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신의 능력은 세상의 평가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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