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卽生…고객만족 위해선 `쓴소리` 청하라

13년간 외국계기업 韓지사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외국기업도 한국의 가치 존중해야…전문가 키워
최대한 권한 위임을

 

 

외국계 기업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막상 일해 본 사람들은 이곳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한국은 시장의
절대규모가 크지 않아 본사에선 시장이 작다고 무시하기 일쑤이고, 한국에선 국내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외국계는 고달프다.
이런 외국계 기업에서, 상고 출신으로 35년간 살아남은 한국인이 있다. 이 중 18년은 한 회사에 있었고, 그중 13년을 지사장으로 살았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얘기다. BMW그룹 독일 본사에서도 그는 임원이다. 올해는 전 세계 임원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챔피언
오브 더 이어(Champion of the Year)` 자리에까지 올랐다.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들은 그에게 `경쟁자보다 두 걸음 앞서 있다` `모든 부분에서 선도적이고 모범이 된다`는 평가를 했다. 덕수상고에서 숫자를 배워
졸업하자마자 직업 세계에 뛰어들었고, 주특기를 살려 MBA 출신이나 하는 것으로 여겼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거머쥐었으며, 13년간
사장 자리를 지킨 사람. 그를 지난 8일 서울 남산 스테이트타워에 위치한 BMW그룹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사장은 자신의 성공을 `운`과
`호기심`에서 찾았다. 그의 표현대로 `가진 것이 없고` `배움이 짧았기에`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가지면서 일해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가장 성공한 외국계 기업의 한국인 지사장이라는 평가가 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1995년 BMW코리아에 합류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지켜온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수입차 사업에서 핵심적인 좋은 딜러도 있었다. 수입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도 나에겐 득이 됐다. 욕심을 좀 더 부리면 시장을 예견하고, 선도하며 새로운 고객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덕분에 13년 동안 사장 자리에 있으면서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995년 BMW코리아에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아직까지 대부분 외국 기업 CFO는 본사 파견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덕수상고가 말 그대로
상업학교다 보니 경리, 세무, 회계, 재무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고, 이를 살려서 졸업 후 이쪽 일을 쭉 해왔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다. 학문적 배경이 짧다 보니, 어떤 분야든 호기심을 갖고 배우는 자세로 내 업무 밖의 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했다. BMW 전에 다니던 신텍스라는 미국계 제약회사에선 나를 두고 `다양한 실무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이건 학문적 바탕이 짧아
몸으로 많이 부딪쳤기 때문이다. 재무를 하는 사람이 이런 배경을 갖고 있으니 외국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신기하고, 또 그것이 장점으로 느껴진 게
아닐까 한다.

-통상 한국 지사장들이 본사의 매니저급인 것과 달리 본사의 정식 `디렉터`, 즉 임원을 맡고 있는데.

▶원래 본사 임원이 되려면 두 군데 이상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BMW그룹만의 룰이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만 일을 했으니,
아예 자격요건이 안 됐다. 그런데 BMW그룹이 나 때문에 이 규정을 바꿔주더라. 18년을 한 시장에만 있는 사람은 BMW그룹에서도 내가
유일하다. 물론 여러 시장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시장에서 최소 5년 이상 경험을 쌓아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본사와 지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갈등 조정은 어떻게 하는가.

▶`기업의 성장`은 본사와 지사의 공통목표지만,
지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 나라에서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본사에서 처음엔 이런 시도를 의심스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과를 내면 그 다음부턴 믿어주게 마련이다. 나에겐 차를 많이 파는 것도 중요했지만, BMW라는 외국 기업이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배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객과 기업이 함께하는 사회공헌을 위해 `BMW미래재단`을 만든 것, 100인의 고객평가단을
만든 것, 어린이 교육을 위한 주니어캠퍼스를 만든 것, 이런 것들은 이 업계에서도 최초지만, BMW그룹 본사에서도 최초의 일이다.

-본사에서 반대는 없었나.

▶왜 없었겠나. 본사에서도 `이걸 왜 해야 하냐` `이게 되겠냐`는 우려가 많았다. 특히
100인의 고객평가단 구성 때 그랬다. 나는 `사즉생(死卽生)`을 떠올렸다.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인데, 죽으려고 하면 산다는 정신이었다.
우리는 항상 고객만족을 이야기하는데, 그 평가는 고객이 아니라 우리가 한다. 우리는 이만큼 하고, 경쟁사에 비해 이만큼 잘했으니 됐다는 식이다.
고객에게 우리를 평가해 달라고 하고 백서를 만드는 건 `죽을 각오`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얼마나 신랄한 평가가 나오겠나. 하지만 `나를
죽여서` 다시 출발할 수 있다면 그게 모든 회사들이 말하는 진짜 고객만족이다. 처음엔 반대했던 본사 임원들도 이제는 오히려 다른 나라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시장이 작다 보니 제대로 말이 안 먹히는 경우도 없지 않았 을 것 같은데.

▶그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본사에서는 각 국가에 `목표`를 준다. 그러면 보통 지사는 그 목표에 충실하거나, 그
목표도 힘들다고 하며 하향조정을 한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언제나 본사에서 준 목표 이상을 하겠다고 했다. 2000년에 BMW의 최고급 세단
7시리즈가 나왔는데, 한국에 600대를 배정하겠다고 본사에서 그랬다. 나는 시스템 한글화만 시켜주면 1500대 이상 팔겠다고 본사에 얘기했다.
본사는 놀라워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였고, 첫해에 우리는 1800대의 7시리즈를 팔았다.

-외국계 회사에서 권한을 갖고, 일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외국계 회사라고 경영 방식이 다르진 않다. 나는 경영이 무수하게 반복되는 의사결정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결정을 내리는 우수한 경영자를 많이 양성하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를 최대한 많이 양성하고 이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은 내가 진다.
예전에는 고객이 차를 수리할 때 이를 보증수리로 적용해야 할지, 아니면 기타로 적용해야 할지 딜러가 본사에 일일이 보고해서
허락받는 구조였다. 나는 그 권한을 딜러에게 위임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작업강도나 비용이 줄어들더라. 믿고 맡기면서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인혜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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