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런던~서울
노선에 제3주자로 뛰어든 BA는 한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내식 등 각종 서비스에 총 20억파운드(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2011년 밝혔다. 중국과 인도는 노선이 취항한 지역 특식을 기내식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BA가 기내식에 방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항공시장 사정과 맞닿아 있다.
◆ `세그멘팅(세분화)` 통한 차별화
영국 런던
하몬스워스(Harmondsworth)에 위치한 BA 워터사이드 본사. 이곳에서 만난 제이미 캐시디 BA 아시아태평양ㆍ중동지역 총괄 책임자는
“항공산업은 유가와 경기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으면서 일종의 주기를 따른다”며 “BA도 수차례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은 다운텀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BA를 비롯한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은 2001년 미국 9ㆍ11 테러와 2003년 이라크전쟁, 이에 따른
고유가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저가항공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퍼스트ㆍ비즈니스ㆍ이코노미 등 3개 좌석
등급으로 운영해오던 기존 항공사들이 궁지에 몰렸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단거리 노선에는 저가항공사처럼 기내식을 별도로 판매하거나
제공하지 않는 곳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케이터링 업체 등 각종 협력업체들에 압력이 쏟아졌고 항공 서비스 전체적인 질도
떨어지고 있었다.
BA도 이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1998년 총 7억5000만파운드(약 1조2400억원)를 들여 저가항공
자회사 `고 플라이(Go Fly)`를 설립했다. 그러나 `고 플라이` 취항 1년 만인 1999년 BA 순이익이 전년 대비 84% 하락하는 등
지난 7년간 최악 실적을 기록했다.
캐시디 BA 총괄 책임자는 “고 플라이 노선이 기존 BA 노선과 겹치면서 모회사 이익을
갉아먹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BA는 2002년 결국 저가항공사 고 플라이를
저가항공 경쟁사인 이지젯(EasyJet)에 설립 비용 절반도 안 되는 3억7400만파운드에 팔았다. 대신 한정된 공간인 BA 기내를 더
효율적으로 쪼개기(세그멘팅) 시작했다.
우선 비즈니스등급 좌석인 `클럽 월드(Club World)` 좌석을 개선했다. 보통
항공사는 한 줄당 비즈니스석 4~6개를 배치한다. BA는 `음과 양`에 따라 두 의자를 정방향과 역방향으로 엇갈리게 배치하는 디자인으로 한 줄에
비즈니스석 8개를 만들었다. 타 항공사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즈니스석을 늘리면서 수익성도 한층 개선됐다.
BA는 `월드
트래블러(World Travellerㆍ이코노미석)`와 클럽 월드 사이에 숨겨진 고객층을 찾아냈다. 클럽 월드처럼 180도 평면 침대는 필요
없지만 이코노미석보다 약간 공간이 더 넓고 고급 기내식 등 비즈니스석에 준하는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젊고 여유 있는 고객들이 존재했다. 이에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중간 단계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월드 트래블러 플러스(Plus)`를 만들었다. 3개였던 좌석 등급을 4개로 더 쪼갰더니
수익성이 한층 더 개선됐다. 캐시디 BA 총괄 책임자는 “에어프랑스 캐세이퍼시픽 콴타스 등 경쟁사들이 우리 전략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 저가항공에 직접 대응
영국에서는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와 이지젯(EasyJet)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BA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과 가치`를 내세웠다.
BA는 자사 홈페이지 `가치 계산기(Value
Calculator)`를 통해 고객들에게 `이래도 저가항공 탈래?`란 식으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4인 가족이 항공권 예약부터 공항
체크인과 인당 화물 15㎏, 아침 기내식을 이용했을 때 라이언에어는 436파운드(약 72만1000원), 이지젯은 183.2파운드(약 30만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들지만 BA는 추가 비용이 단 한 푼도 필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웬달 하먼 BA 푸드&비버리지 메뉴
디자이너는 “라이언에어는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로 뛰어가야 하고 각종 추가 비용도 물어야 한다”며 “반면 BA는 높지
않은 가격에 뛰어난 기내식과 여유롭고 편안한 여행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적극적인 M&A로 시장 키우기
BA는 2009년 스페인 국적기 이베리아항공을 인수한 뒤 지주회사인 `인터내셔널 에어라인스 그룹(IAGㆍInternational
Airlines Group)`을 출범시켰다. IAG는 이를 통해 연매출 기준 세계 7위, 유럽 3위(2011년 기준)인 거대 항공사로
재탄생했다. 작년에는 영국 국내선 항공사 BMI(British Midland International)를 인수해 영국공항 내 활주로 할당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밖에도 합작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캐시디 BA 총괄 책임자는
“전 세계에 항공사 2000개와 비행기 제조사 2개, 케이터링 업체 5~6개가 있다”며 “항공사 간 합병 가속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항공사 중에서도 인수ㆍ합병(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 보스에게 (대답해도 되는지)물어봐야 한다”며
“영국항공은 살아남기 위해 M&A를 하고 있고 합병 가속화는 필연적인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런던 =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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