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이들은 `최악의 CEO`였다…이유는 독선·안주

`실패 전문가`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부학장
자신의 결정 100% 확신…CEO
맹목적 추종 조직은 반드시 재앙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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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5년 3월. 일본 도쿄에 위치한 9개 초등학교에서 900명이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얼마
뒤 일본 보건당국은 유업체 A사가 만든 저지방 우유에서 식중독의 원인인 포도상구균을 찾아냈다. A사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제품 회수에
나섰고 직접 공장으로 달려가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공개 사과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A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품질관리팀을 독립부서로
승격시키고 모든 생산공정에 다단계 품질검사를 실시했다. A사는 이 사건을 발판으로 일본 국민우유 업체로 성장했다.

#2.
2000년 6월 27일. 일본 오사카에서 우유를 사 마시고 구토를 일으켰다는 고객의 항의가 유업체 B사로 접수됐다. 28일 오사카 보건당국은
오사카 공장에서 생산된 B사 우유로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임상 결과를 확보했다. 그러나 B사 오사카 공장은 본사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7월 1일까지도 제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채 6000명이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식중독 사건 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7월 3일 늦은 밤이 되어서야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시 B사 CEO는 기자들의 질문에 에둘러 답한 뒤 회견 중간에 엘리베이터로
도망치다시피 했다.

한 기자가 따져 묻자 그는 “어제 한 숨도 못 잤다”며 짜증을 냈다. 기자들이 “우리도 잠 못 잤다. 당신네
우유 마시고 병원에 누워 있는 애들은 생각해 봤냐”고 핀잔을 주자 B사 CEO는 기자회견장으로 돌아왔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일본 전역으로
수차례 방영됐다. 이미 식중독 환자 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수준인 1만3000여 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B사는 CEO 사임 이후에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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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 방식에 대해 A사는 성공, B사는 실패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AㆍB사
모두 `유키지루시 유업`이란 동일 기업의 얘기다. 한 기업에서 똑같은 위기상황을 두고 2가지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실패 전문가`인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부학장은 자신의 저서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원제 Why
Smart Executives Failㆍ왜 똑똑한 경영진들은 실패하는가)`에서 유키지루시 유업의 위기는 잘못된 리더십 탓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진이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못하자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결국 오사카 공장처럼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게 됐다.

2010년부터 매년 `올해 최악의 CEO 5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 핑켈스타인 교수는
매경MBA팀과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CEO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빨리 인정하고 변화에 순응하려 한다”며 “최악의 CEO들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었음에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핑켈스타인 교수와의 일문일답.

-최악의 CEO 5인을
선정해 발표하는 까닭은.

▶형편없는 리더십으로 고통 받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최악의 CEO들이 저지른 실수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해하면 사람들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어떤 CEO가 형편 없었는지 알길 원한다.

-최악의 CEO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적응력(adaptability)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적응하거나 변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의 공동 CEO인 짐 발자일과 마이클 라자리디스는 2011년 최악의 CEO 1위로
선정됐다. 이들은 애플이 몰고 온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아 전략적으로 큰 실패를 맛봤다. 반면 훌륭한 CEO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정하고 빨리 변화에 순응하려 한다. 이들은 더 잘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꾸준히 지켜본다.

지난해
최악의 CEO 2위, 4위로 뽑힌 오브리 매클렌던 전 체서피크에너지 CEO와 마크 핀커스 징가 CEO를 보자. 그들은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했다. CEO 1명이 모든 상황 판단과 전략적 결정을 내리게 되면 직원들은 매번 그가 옳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다. (매클렌던 전 CEO는
회사 제트기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직원들을 자신의 집 수리에 동원했다. 결국 올해 1월 CEO 자리서 물러났다. 소셜게임업체 징가는 스마트폰
게임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을 읽지 못하고 매출의 80%를 페이스북에 의존했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핀커스의 제왕적이고 초보적인 리더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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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CEO를 뽑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3가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첫째는 재정적인
면이다. 회사가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주식수익률과 현 재무상황을 총체적으로 평가했다. 많은 회사들이 재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둘째로 CEO가 잘못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지는지도 봤다. CEO가 잘못된 결정을 하거나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으면 회사에 안 좋은
결과가 찾아온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어떤 지배구조 아래 전략적 의사 결정을 하는지 살펴봤다.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경영진들이 장기 전략을 잘
따르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중간 중간 확인하는지 살펴봤다. 왜냐하면 기업은 올바른 전략을 따르다가도 방향을 돌려야 할 때가 생긴다.
도중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정하고 고치려는 CEO가 있는 회사는 나아진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거나 잘못 자체를 부인하는
경영진이 있는 회사는 계속 어려움에 빠진다.

-CEO들로부터 반발은 없었나.

▶최악의 CEO로 뽑힌 CEO들은
공식적으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이 공식적으로 항의할수록 그들의 이미지가 더욱 안 좋아진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최악의 CEO로 선정된 2명 정도가 이를 영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비공식적으로 전해 들었다.

-당신의 베스트셀러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이 나온 지도 10년이 지났다. 책을 다시 펴낸다면 실패 사례 중 무엇을 추가하고 싶은가.

▶굳이
하나를 택하자면 토니 헤이워드 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CEO다. BP는 2010년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로 심각한 환경 재앙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1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헤이워드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사전에 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많은 산업에서 가장 중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안전 정책이다. BP는 2005년 미국 텍사스 정유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를 겪었다. 다수의
직원들이 목숨을 잃었고 BP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적인 조사를 거쳐 개선점을 포함한 보고서를 2007년 내놨다. 헤이워드는 이
조사결과를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결국 정유공장 폭발사고 5년 뒤 멕시코만에서 또 사고가 터졌다. 헤이워드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위험한 전략을
펼쳤다. 결국 그는 환경을 망쳤고 주주와 오염 피해지역 거주민들 모두에게 재앙을 불러왔다.

-당신은 CEO들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정보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CEO가 자신의
기업뿐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거나 자신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믿는 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들은 미래보다는 과거를
들여다본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에도 그대로 먹힐 것이라 생각하고 과거에 집착해 결정을 내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기업의 모든 실패
원인이 CEO 개인 1명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당연히 조직적인 문제도 있다. 실패한 조직들은 관료주의에 빠져
새로운 재능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 모토롤라가 대표적이다. 모토롤라는 기술 면에서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부서끼리 서로
의견을 교환하지 않는 `사일로(silo) 현상`에 빠져 결국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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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기업도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다가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GE나 시스코, 이튼 등 M&A에 매우 성공적인 기업들도 많다. 이들은 M&A가 자신들의 핵심역량이 되도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들은 한 계약에서 얻은 인수 경험을 다른 계약에서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안다. M&A에 대한 핵심
역량을 개발한 후 3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인수할 기업의 가격을 매기는 고유의 방법론과 전문지식을 갖춰야 고가에 기업을 인수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어떤 인수 방식이 적절한지 전략적인 시각으로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수 후 복잡한 통합계획을 미리 짜 놓아야
실패를 막을 수 있다.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위험 신호를 어떻게 알아채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회사를 떠나는 데는 좋은 이유도 있다. 그러나 회사에 문제가 생겨 그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떠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제이미 다이먼 CEO가 이끌고 있는 JP모건의 많은 임원들이 떠나고 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CEO가
어디에 사는지를 통해서도 그 회사가 잘 운영되는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사임한 론 존슨 전 JC페니 CEO는 회사 본사와 멀리 떨어져 아예
다른 주에서 살았다.

또한 경쟁사의 신제품이 나왔을 때 CEO의 반응으로도 위험신호를 알 수 있다. 리서치인모션 CEO는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비웃었다. 그런 것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CEO들의 자기인식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실패에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잘못에 대해 `그렇다`고 인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인정하지 않으면 고치지도 못한다. 내가
만난 많은 CEO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둘째, 잘못된 이유를 면밀하게 찾아내야 한다. 어떤 실수들은 피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실수가 조직 내에서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파악해야 한다. 셋째, 편협한 조직이 아닌 열린 문화를 갖춘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열린
문화를 만들 의지가 없는 CEO들은 실패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조직을 만들게 된다.

-당신은 아시아 기업들의 실패 사례도 다양하게
조사했다. 그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무엇이었나.

▶많은 아시아 기업들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아시아
기업들은 CEO 등 리더에게 대단한 존경심을 보인다. 꼭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너무 지나치면 아무도 경영진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게 된다. 맬컴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 소개된 1997년 대한항공 괌 항공기 추락사고처럼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직원들이 문화적으로 경영진에게 도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티브 잡스는 한 세대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CEO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을 순 없다.
그는 특별하다. 그는 CEO일 뿐 아니라 최고혁신책임자(CIO)였으며 동시에 열정가였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경영 스타일과 그가 해왔던 일들은
다른 회사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리더십 방식을 도입하면 분명 많은 기업들이 실패를 맛볼 것이다. 그는 제품과 고객에 대한
확신에 찬 전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에 관해서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감각을 주로 믿었다. 스티브 잡스는 팀 쿡 등 재능있는 경영진들에
둘러쌓여 도움을 받았다. 물론 팀 쿡은 잡스처럼 마술을 부리진 못한다. 그는 잡스처럼 비전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팀 쿡은 애플이 개발한
지도에 문제가 터졌을 때 빠르게 대처했다는 점에서 잡스보다 낫다.

`똑똑한 실패 학습법` 도입한 해외기업들은…

홈데포 설립자, 도발적 질문 허용…보복도 안해

영화 `야망의 함정`은 조직이나 그 조직의 우두머리를 대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유명 로펌에서 탄탄대로를 걷던 주인공(톰 크루즈)은 로펌 내부의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활동을
발견하면서 삶이 뒤바뀐다. 그가 이 사건을 조사하려 하자 급기야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 받는다.

현실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노선에 복종하지 않거나 회사에 잠재적으로 피해가 될 수 있는 정보를 밝혀내려 하는 사람들은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부학장은 자신의 저서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에서 엔론, 월드콤, 타이코 등
수많은 기업의 CEO들이 내부에서 지적하는 실패 요인을 인정하지 않고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 비극을 맞았다고 언급했다. 핑켈스타인 부학장은
똑똑한 경영자들이 편협한 조직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임직원 간 쌍방향 소통 창구를 마련하라고 제안한다.

보잉은 윤리적인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해 누구든 문제를 지적할 수 있도록 했다. GE는 최신 IT기술에 능한 젊은 경영자들이 고위 경영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홈데포의 설립자 버니 마커스는 현장 피드백을 듣기 위해 전국을 돌며 진행했던 `버니 로드쇼`로 유명하다.
그는 공개회의에서 자신에 대해 그 어떤 공격적인 질문도 서슴없이 하도록 허용했다. 그리고 그 어떤 어리석은 질문에도 결코 `보복`을 하는 법이
없었다. 조직 내에서 최상의 업적뿐 아니라 최악의 실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실수를 자연스레 인정할 줄 아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핑켈스타인
부학장은 강조했다.

미 공군은 임무를 마친 뒤 사후 보고를 위한 팀 회의 때 서로 관등성명을 대지 않는다. 또한 팀 외부의 사람은
아무리 계급이 높아도 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팀원들은 서로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고 임무상 실수의 근원적인
이유를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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