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피어 네트워크의 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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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달러면 우리 돈으로 6000원도 안 된다. 이 돈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커피 두 잔을 사기도
어렵다. 그러나 파이버닷컴(fiverr.com)에 접속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7만5000만명이 무려 60만개 이상 서비스를
5달러씩에 제공하겠단다. `당신이 작곡한 노래를 원하는 스타일로 불러드립니다` `당신 사진을 그림으로 바꿔 드립니다` `어떤 캐릭터든 그려
드릴게요` `언론 보도자료를 대신 써드려요` 등. 5달러로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
에어비앤비(Airbnb)는 192개국 3만4000개 도시에서 30만개 숙박 공간을 제공한다. 극지방 이글루부터 중세 고성(古城)까지 다양하다.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세계 어느 호텔 체인도 우리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서비스와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자부할 정도다. 놀라운 점은 이들 숙박시설 중 에어비앤비 소유는 한 곳도 없다는 것. 에어비엔비 회원들이 자기 집을 숙박
공간으로 내놓은 것이다.

파이버닷컴 에어비앤비 등 기업을 외국 석학과 경영자들은 `피어 네트워크(Peer Network)`라고
부른다. 지위가 동등한 `피어(peer)`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파이버닷컴에서 5달러에 물건을 사고파는 개인들은 지위가 똑같다.
에어비앤비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지시를 하는 사람도, 지시를 받는 사람도 없다. 인터넷을 통해 평등하게 연결돼 있을 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술가로 꼽히는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피어 네크워크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피어들이 자기 차를 공유하는 버즈카,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인터넷에서 사고파는 에치(Etsy), 누구든지 쓰고 편집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피어 네트워크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이나 정부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혁신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또는 정부가 5달러에 파이버닷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느 대형 호텔 체인도 에어비앤비처럼 192개국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지는 못한다. 존슨이 매일경제 MBA팀과 몇 차례에 걸쳐 이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피어 네트워크는 큰 정부와 대기업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버즈카와 에어비앤비 등에 대형 렌탈 업체나 호텔 체인은 전혀 개입하지 않습니다. 개인 피어들이 다른 개인 피어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뿐이죠. 이런 방식은 효율적이면서도 참여자들에게 더 이롭습니다. 예를 들어 버즈카는 차량 소유를 줄이기 때문에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죠.”

매일경제 MBA팀은 존슨과 체스키 CEO와 연쇄 인터뷰를 통해 피어 네트워크가 어떻게 혁신을 일으켜
대기업과 큰 정부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탐색했다. 먼저 존슨과 일문일답한 내용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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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네트워크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첫째는 분권적이라는 점이다. 소수가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가 없다. 둘째는 높은 밀도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피어가 매우 많다. 셋째는 다양성이다. 피어들 가치와 관점 등이 매우 다양하다.
넷째는 (지식ㆍ정보ㆍ서비스 등을 피어들이)자유롭게 교환한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파이버닷컴은 거래를 통제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없다. 다수가
참여해 엄청나게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한다. 이들은 자유롭게 5달러짜리 상품을 공개된 공간에서 교환한다.)

-에어비앤비와
파이버닷컴 등은 기업이다. 결국 기업 경영자들이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게 아닌가.

“에어비앤비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은 단지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다. 이 플랫폼 위에서 개인들이 직접 거래를 한다.”(파이버닷컴 경영진은 개인에게 5달러에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라고
지시할 수가 없다. 결국 결정권은 동등한 개인, 즉 피어들에게 있다.)

뉴욕 스태턴 섬에서 맨해튼으로 향하는 낡은 페리 여객선
2층. 골덴 바지와 헐렁한 점퍼를 입은 젊은 여인, 앤 마슨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승객들은 황당하다는 눈길을 주지만, 마슨은 개의치 않는다.
즉홍적인 그녀의 춤은 맨해튼에 내려서도 계속된다. 월스트리트, 양키 스타디움을 거쳐 센트럴파크에 이른다. 밤이 되자 뉴욕 시민 100여 명이
그녀의 춤에 동참한다.

이 내용은 `걸 워크//올 데이(Girl Walk//All Day)`라는 뮤직 비디오 줄거리다. 4~5분
분량인 일반 뮤직 비디오와 달리 71분으로 계획됐다. “전통적인 뮤직 비디오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는 제이컵 크룹닉 감독 설명 그대로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예술 작품에 제작비를 댈 음반사는 없다는 것. 크룹닉은 기존 제작사에서는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50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스티븐 존슨은 “비주류의 혁신적인 예술 작품에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시장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걸 워크//올 데이`는 2011년 제작에 성공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비욘세, 아델 등을 제치고 스핀 메가진이 선정하는 2011년 가장 창조적인 뮤직 비디오에 꼽혔다.

그렇다면 크룹닉은 어디서
제작비를 마련했을까. 정답은 `킥스타터(Kickstarter)`였다. 크룹닉은 단지 킥스타터 웹사이트에 접속해 “2011년 3월 14일까지
4800달러를 지원받고 싶다”고 올렸을 뿐이었다. 물론 뮤직 비디오 제작 계획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기는 했다.

킥스타터가 놀라운
점은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할지 결정하는 권한을 특정인이 갖고 있지 않다는 것. 동등한 지위인 개인, 즉 피어들이 집단적으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크룹닉의 비디오를 보고 싶다면 누구나 킥스타터를 통해 돈을 낼 수 있다. 1달러를 내도 된다. 이렇게
모은 돈이 목표액을 초과하면 프로젝트에 돈이 지원된다. 그러나 목표액에 못 미치면 아예 없는 일이 된다.

다행히 크룹닉 뮤직
비디오에는 577명이 목표액보다 6배가 넘는 2만4817달러를 내겠다고 나섰다. 대형 음반사들도 못한 혁신적인 뮤직 비디오 제작을 개인들, 즉
피어들이 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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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피어 네트워크가 시장 실패를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킥스타터를 든다. 킥스타터가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많은 개인들이 소액이라도 창조적인 프로젝트에 돈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돈을 낸 사람들에게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다.”(크룹닉은 15달러 이하로 돈을 낸 사람에게는 `감사합니다`는 말로 보상했다.
500달러 이상에는 앤 마슨의 댄스 강습이 보상이었다.)

-킥스타터에서는 개인들이 사실상 돈을 공짜로 기부하는 것 같다.

“킥스터터 등 상당수 피어 네트워크들은 (무료로 재능ㆍ서비스ㆍ돈 등을 내놓거나 남과 공유하는)기부 경제(gift economy)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위키피디아와 오픈 소스 소트프웨어 등이 그런 사례다. 이는 사람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당신이 네트워크를 제대로 디자인한다면 기부 경제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에어비앤비 등 또 다른 피어 네트워크에서는 상업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부와 공유가 점점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피어 네트워크가
정부 실패를 해결한 사례로 당신은 특허 심사를 예로 든다. 왜 인가.(미국 특허청에 출원된 특허 심사 신청 중 심사를 제때 못해 밀린 건수가
70만건에 이른다. 이 때문에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에 제때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부 실패 사례다.)

“피어 네트워크는
특허 시스템을 훨씬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2009년 6월 베스 노벡 뉴욕대 법대 교수가 미국 특허청과 함께 만든 `피어 투
페이턴트(Peer To Patent)`가 그 같은 예다. 피어 투 페이턴트는 외부 전문가와 실력 있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온라인 플랫폼이다.
특허 출원된 기술과 비슷한 선행 기술이 존재하는지 검색하는 일을 했다. 덕분에 지루하기만 했던 선행 기술 검색에 들어가던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피어 투 페이턴트는 설립 1년5개월여 만에 11만4395명이 55만7560쪽에 이르는 특허 출원 서류를 리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당연히 특허청 심사 인력들은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고 심사 기간이 단축됐다.)

-기존 기업들은 대개 계층제가 기반이다. 그러나 피어
네트워크에서는 모든 개인 지위가 똑같은 수평제다. 피어 네트워크 급증이 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가.

“물론이다. 계층제
형태인 대기업만 시장에서 번성하라는 법은 없다. 많은 기업, 특히 기술 업계에서 계층제가 점점 깨지고 있다. 피어 네트워크처럼 의사결정 권한이
분권화하는 것이다. (급여와 보너스 등)경제적 보상도 마찬가지다. 경영진 등 소수에게 급여를 몰아주는 대신 더욱 더 평등하게 보상을 배분한다.
홀푸드가 대표적이다.”(홀푸드는 팀 보너스를 모든 팀원이 똑같이 나눠 가진다. 심지어는 다른 팀에 보너스를 나눠주기도 한다. 통상 팀 보너스 중
30%는 다른 팀에 양보한다. 구글도 한 직원이 다른 동료에게 보너스 500달러를 줄 수 있는 `피어 보너스(peer bonuse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킥스타터 등 많은 피어 네트워크들은 인터넷이 기반이다. 인터넷이야말로 피어 네트워크의 대표 같다.

“물론이다. 인터넷은 롤 모델(role model)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모델로 다양한 피어 네트워크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시장과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많은 사회ㆍ경제적 문제를 풀 수 있다. 우리가 인터넷이 조직되고 만들어지는 방식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 H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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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존슨은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 저술가이자 미디어 이론가. 피드ㆍ플라스틱닷컴ㆍ아웃사이드인 등 선구적인
웹사이트 3개를 만들었다. 피어 네트워크의 힘을 다룬 `퓨처 퍼펙트` 등 책을 섰다.

특히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가`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

브라운대학에서 기호학 전공으로 학사를,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객실 하나 없이도 숙박업 성공 비결은 `피어의 힘`

“이글루부터 유럽의 고성까지…원하는 방은 다 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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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2008년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숙박 네트워크 기업 에어비앤비(Airbnb) 성장세가 놀랍다. 인터넷
산업 분석가인 래리 다운스에 따르면 작년 에어비앤비가 숙박을 주선한 방 개수만 1200만~1500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연간 숙박 예약 1억건, 매출 10억달러가 목표다.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매일경제 MBA팀과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경쟁자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다음은 체스키 CEO와 일문일답.

-에어비앤비
서비스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다. 빈집을 내주는 주인은 숙박객이 집을 함부로 쓸까 걱정할 것 같다. 반대로 숙박객은 예약한 집이 기대와
어긋날까 염려할 것 같다.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은 신뢰다. 에어비앤비는 매일 24시간 최상급 서비스를 통해 숙박객과 집주인
사이에 신뢰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집주인들이 자기 프로필을 더욱 자세하게 제공하도록 유도한다. 숙박 예약을 하려는 사람들은 앞서
숙박한 고객들 리뷰를 찾아 읽어볼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고객들이 서로를 잘 알 수 있게 됐고 더욱 신뢰하게 됐다.”(이 밖에 에어비앤비는
숙박객이 집을 훼손할 때를 대비해 100만달러 보험에도 가입한다.)

-지금까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고객 수는.

“400만명이 넘었다. 우리 서비스가 얼마나 안전한지는 이 수치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적절한 숙박료는
어떻게 정하나.

“집주인들은 원하는 대로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우리는 집 위치, 크기, 편의성, 계절 등을 따져 적절한 숙박료가
책정될 수 있도록 돕는다.”(숙박료는 호텔보다 훨신 저렴하다. 프라이스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아파트를 빌리면 호텔보다 21.2%
저렴하다. 아파트 방 한 칸을 빌리면 호텔보다 49.5%나 싸다.)

-어떻게 수익을 내나.

“집주인과 숙박객한테서
각각 3%, 6~12%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러나 집주인이 웹사이트에 집을 등록하는 것은 무료다.”

-페이스북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고 들었다.

“페이스북ㆍ에어비앤비 연동 서비스를 구축해 놓고 있다. 당신의 페이스북 친구 중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집을
사용한 사람이 있는지 또는 당신 집에서 숙박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의 개인 프로필을 에어비앤비 프로필과 연동할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탄생했나.

“공동 창업자인 조 게비아와 내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였다. 당시 우리는 렌트비를 낼 돈이 없어 아파트 빈방을 세놓기로 했다. 샌프란시코에서 열린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대상이었다. 우리는
렌트비 이상으로 수입을 올렸고, 숙박객들과 좋은 친구가 됐다. 숙박객 중 한 명은 자기 결혼식에 우리를 초대하기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에어비앤비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용어설명>

▷ 피어 네트워크 : 지위가 동등한 `피어(peer)`들이 만든 네트워크다. 참여자들이
서로 동등한 지위를 갖기 때문에 온전히 수평적인 관계다. 계층제를 기반으로 하는 정부나 대기업과는 정반대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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