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Guru] 리더는 `다름` 을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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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안에 대한 경험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다
`클리어 리더십` 저자 저비스 부시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비디경영대학원 교수
 
 
A씨는 최근 자기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담당 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수요일에 열리는 정례 회의에서
신사업 추진 경과를 발표하며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몇몇 임직원들이 A부장에게 질문을 던졌고 개선 방안도 제시되는 등 회의는
별 문제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 생각은 모두 달랐다.

A부장 동료인 B부장은 그가 제안한 개선
방안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잠자코 있었다. A부장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A부장 직속 상관인 임원 C는 그가 질책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문제점을 숨기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A부장 부하직원인 D차장은 개선 방안에 허술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싶었지만 자기 상사와 충돌하고
싶지 않아 아무말도 꺼내지 않았다.

B부장과 D차장은 회의가 끝난 뒤 회사 옥상에서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A부장 발표에 대해
곱씹었다. 그들은 A부장 성격까지 언급하며 그가 많은 사항을 놓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그들은 신사업에 대한 의견을 자기들끼리만
주고받았다. A부장은 자기 나름대로 속이 탔다. 맡은 지 얼마 안 된 신사업에 대해 회사 동료에게 솔직한 의견과 지원을 받고 싶었다. 이를
바탕으로 A부장은 신사업과 관련한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직속상관인 임원 C에게 보고하고 싶었다. 그러나 회의에서 동료에게 지원을 받지 못한
데다 임원 C가 `핑계대는` 부하직원을 싫어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장영철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클리어 리더십(Clear Leadership)` 저자, 저비스 부시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비디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처럼 조직 내
경험을 서로 공유하지 못해 협력이 일어나지 않는 현상을 `대인관계 혼돈(Interpersonal mush)` 상태라고 정의한다. 부시 교수는
“회의에서 발생한 경험이 좋은 결정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가 많다”며 “이는 똑같은 사안에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얻게 된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잘못된 결정으로 계속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리더가 직접 나서서 구성원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집단적 학습이 이뤄지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조직 내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저비스 부시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구성된 계층(Hierarchy)식 조직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조직 내 계층구조가 생겨난 것은 역사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다. 봉건주의 시절 사람들 역할은 그들 태생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각자 역할이 주어지기 시작했고 이에 새로운 조직 형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산업혁명 당시 가장
이상적인 조직 형태는 관료제(bureaucracy)였다. 막스 베버가 말했던 것처럼 계층, 명령과 통제, 역할로 구성된 관료제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 구조였다. 이는 엄청난 업무 향상을 가져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더 이상 관료제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복잡한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생명주기가 9개월 미만인 게 허다한 데다 새로운 경쟁자와 기술이 하룻밤 사이에 등장하고
있다. 관료제에선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직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엔 너무 먼 곳에 있는 자신들
보스(상급관리자), 또 그들 보스의 사인이 있어야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조직 내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미제로 남게
만든다. 이런 구조는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어나갈 것이다.

– 아직도 다수 구성원이 의견을 모아 움직이는
팀제형 조직이 자리 잡지 못한 곳이 많다. 결국 한 명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료제가 조직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나은 형태란 뜻 아닌가.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면 여전히 관료제가 통한다. 그러나 고등 기술을 요하는 곳에선 결코 한 명에게 모든
결정을 기댈 수는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40년 전부터 빠르고 유연하면서 동시에 더 잘 학습할 줄 아는 새로운 조직을 찾아내려는 실험을
계속해왔다. GM은 이미 오래전에 관료제가 아닌 새로운 조직 형태를 제조업에 적용했다. 팀제형 조직으로만 운영되는 공장을 만든 것이다.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관료제형 공장보다 개선이 빨랐고 품질과 생산성, 효율성 면에서 모두 다 뛰어났다. 사람들도 더 행복했다.

그러나 얼마 뒤 다시 명령과 통제로 이뤄진 관료제로 회귀했다. 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다. 조직 내 리더들은 아직도
통제란 권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직원들에게 직접 권한을 주지 못해 협력체계 구축에 실패한다. 결국 리더는 자기 의도와 달리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한다. `클리어 리더십`은 어떻게 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진정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이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다.

– 그렇다면 어떻게 직장 내에서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나.

▶협력 기반 조직에서 효율적인
일처리를 기대하려면 `경험`에서 배울 줄 알아야 한다. 경험은 내 경력이 될 수도 있고 어제 일어난 일, 아니면 오감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회의 이후 5명에게 의견을 물으면 5가지 의견이 나온다. 이는 각자 경험 형성 과정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관료제 조직에서는 결국 보스 경험이
가장 옳은 경험이 된다. 더 나은 생각을 서로 공유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이를 `대인관계 혼돈` 상태라 부른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스부터 구성원 모두 서로 각기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보스가 먼저 나서서 `어떠한 점에서 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하나` `내가 이 분야에 대한 정보를 너와 나눌 수 있다` 등 구성원들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내줘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구성원들이 보스와 다른 경험을 갖는 것 자체에 겁을 낸다. 구성원들이 자신들 경험을 보스와 공유하지 못하면 보스는
현재 일어나는 일에서 점점 더 고립되게 된다. 이는 조직 내에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보스가 직접 나서서 “나는 이런 경험이 있지만 당신
경험도 듣길 원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 당신이 강조하는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적인 업무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나.

▶`이건 네 책임이야` `난 이 일에 대해선 걱정 안 하겠어` `명령대로 일해`란 식으로 보스가 말하는 것은
파트너십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조직 현실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관료제에서는 주로 `You
language(너전달법)`를 쓴다. 예를 들면 `너가 나에게 말해` `너가 보증해`라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다. 이는 진정한 파트너십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조직을 역할이 아닌 파트너십에 기반해 디자인해야 한다. 이 일을 마치기 위해 필수적인 파트너십은 무엇일지, 누가 누구와
일을 해야 더 효과적일지를 따질 줄 알아야 한다.

– `클리어 리더십`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리더상은 무엇인가.

▶리더는 자기 경험을 잘 인식하고(인식 자아), 자기 경험을 남이 잘 공감할 수 있도록 서술할 줄 알며(서술형 자아), 질문을
통해 다른 사람 경험을 잘 끌어낼 줄 알고(호기심 자아), 각자 경험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이를 통해 집단적 학습이 가능(긍정평가 자아)하도록
할 줄 알아야 한다.

조직 내에서 가장 큰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다름 아닌 `불안감(anxiety)`이다. 불안감은 때론 일을
진행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경험을
공유하길 꺼리고 대화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이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리더가 직접 경험에서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
그것에 대해 잘 몰랐는데 더 얘기해 달라`거나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학습자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리더는 곧 배우는 자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 파트너십보다 개개인 간 경쟁을 통한 조직 운영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든지.

▶관리자는 인센티브를 좌지우지 못할 때가 많다. 인센티브는 그 누구도 동기를 촉진하지 못한다. 사람들 동기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관리자는 직원들 동기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불가능하다. 왜냐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갖고 있어 이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더는 더더욱 상대방과 경험을 잘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

– 당신 말처럼 회사 리더십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지 않나.

▶리더십 변화는 1~2년이 아니라 세대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다. 2년 전 미국에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임원 응답자 중 24%는 자기 직장 내에서 진정한 협력을 바탕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반 직원 응답자 중에서는 이 비율이 겨우 3%에 불과했다. 이처럼 조직 전반에 리더십 변화가 이뤄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Who is he?

저비스 부시(Gervase R Bushe)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Simon Fraser)대학
비디(Beedie)경영대학원 교수는 30년간 조직 변화와 개발 분야를 연구한 리더십 전문가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클리어 리더십` 모델을
가르치는 `클리어 러닝(Clear Learning) 대표이기도 하다. 캐나다 정부와 GM, 셸오일 등 세계 각국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그들
조직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차윤탁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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