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CEO의 할일은 `행복 바이러스` 퍼뜨리기

`해피 매니페스토` 저자 헨리 스튜어트 해피 창업자
실적이 나빠도 직원 행복하게 했더니 직원이 실적좋게
만들더라
 
 
지옥 같은 사무실을 벗어나 오랜만에 휴가지에서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당신. 하루하루 휴가가 소진될 때마다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빠져든다.
휴가를 마치고 직장이 있는 불행한 삶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멋지게 사표를 던진 뒤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36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중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쉬는지를 뜻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WLB)` 지수는 5.3점으로 36개국 중 33위였다. 일주일에
평균 50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 비율도 36개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한국인의 행복에 있어 직장이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다. 이에 매경 MBA팀은 휴가철을 맞아 고민에 빠진 직장인들을 위한 절충안을 꺼내보이고자 한다. 휴가가 끝난 뒤에도 곧장 돌아가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꿈의 직장`을 만드는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헨리 스튜어트 해피(Happy) 창업자ㆍCEO 겸 베스트셀러
`해피 매니페스토(The Happy Manifesto)` 저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해피`는 25년의 짧은 역사와 약 30명의
직원, 연매출 약 300만파운드(약 51억원) 수준의 소규모 IT전문 교육업체다. 그러나 `해피`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영국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 20곳` 명단에 최근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또한 해피는 `영국에서 가장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이뤄진 조직`(파이낸셜타임스), `영국에서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GPTW), `영국 사회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기업`(비즈니스인커뮤니티), `영국 최고 고객서비스 기업`(매니지먼트 투데이) 등에 선정되는 등 작지만 강한 `직장인들의
천국`으로 꼽히며 전 세계 경영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중충한 영국 날씨와 달리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스튜어트
CEO는 “직원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기 마련”이라며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CEO로서의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스튜어트 CEO는 새벽 1시에 보낸 기자의 짤막한 이메일 답장을 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충고를 던지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해피`가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뽑힌 비결은 무엇인가.

▶해피의 장점은 직원에 대한 믿음과 자유다. 직원들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업무에 대해 어느
정도 자유가 허용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사소한 업무까지 참견을 받고 자신의 보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일이 보고하는 것이다. 나는 직원들에게 일정한 가이드라인만 정해준다. 직원들이 직접 알아서 해법을 찾도록 내버려둔다.

직원들은 기분이 좋을 때 일을 가장 잘한다. 기업은
직원들이 일을 잘할 때 성공한다. 직원들이 일에만 열중하게 되면 경영진은 회사 비전을 세우거나 사내 소통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내가 경영자라고
다른 직원들보다 더 많이 관여하려 들면 직원들은 나에게 의존하게 된다. 관리자로서 내 역할은 직원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항상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내 모든 경영의 역량을 쏟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일하기 좋은 직장은 무엇인가.

▶일하기 좋은 직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에너지가 넘치고 흥분된다. 또한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곳이다. 3~4단계의 경영진 승인을
거쳐야만 하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관리자가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곳이다.

-직원들의 행복이 중요한 이유는.

▶행복한 직원들은 행복한 고객을 만나 행복한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불행한 직원들은 고객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수익도 얻지 못한다. 고객들은 직원들이 행복한지 아닌지 금방 알아챈다. 이 때문에 더더욱 직원들이
행복하도록 신경을 쓴다.

-일하기 좋은 직장은 혁신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란 편견이 있다.

▶(크게 웃으며) 혁신적인 기업 대부분은 일하기 좋은 직장이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한
곳이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의 매니저를 직접 고르는 일하기 좋은 직장 중 한 곳이다.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을 봐라.
구글보다 더 혁신적인 기업을 찾긴 힘들다. 대부분의 혁신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과가 직원들의 행복에서 나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관리자는 직원을 지원하고 조언해주는 `훌륭한 코치`가 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기업들은 보통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관리자로 뽑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한 사람이 프로그래머들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방식이다. 관리자는 말 그대로 사람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행복한 직장을 꿈꾸던 한 IT기업은 `해피`의 조언을 받아들인
지 18개월 만에 매출과 직원 수가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상 최대 실적도 기록했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을 잘 다룰 줄 모르는 관리자들을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었다. 회사의 실적이 좋아져 직원이 행복해할까 아니면 직원이 행복해서
실적이 좋을까. 결론은 회사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들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이 회사 실적이 좋아지도록 도와주기 마련이다.

콘퍼런스에 참석해 관리자들에게 자주 묻는다. 당신의 회사는 직원들이
행복해지는데 초점을 두고 있느냐고. 100명 중 1명꼴로 그렇다고 답한다. 최근 그 1명을 만났다. 직원 8만여 명의 영국 유명 유통업체 존
루이스(John Lewis)의 회장이었다. 그는 “내 경영의 핵심은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임원 회의 때
30분은 재무 등 숫자를 들여다보고 나머지 세 시간은 직원들과 사내 문화에 대해 논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기업의 차별화 요인으로 생각했다.
영국에서 가장 좋은 기업 중 한 곳이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나.

▶해피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매우 좋다. 일주일에 나흘만 일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거나 아이들 학교 수업시간에만 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한다. 우리 직원들은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해 자신이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

나는 직원들이 합리적으로 일하길
원한다. 내 역할 중 하나는 직원들이 오래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피에선 업무 시간이 길어지면 이를 자신의 관리자에게 꼭 얘기해야
된다.

사람은 오래 일할수록 효율성이 떨어진다. 나는 직원들이 주당 40시간만 일하길 원한다. 너무 오래 일하는 직원이 있으면
멈추게 한다.

우리는 `사전승인(pre-approval)`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많은 조직에서 업무를 제대로 마무리 짓기는
힘들다. 관리자에게 일일이 단계별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업무 시작 전에 아이디어를 승인해준다. 과거 회사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 내가 사사건건 관여한 적이 있다. 개편을 담당한 직원은 자신이 간섭을 받는다고 느꼈다. 이때 나는 비용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만 주고 그 일에서 관심을 껐다. 홈페이지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절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 직원을 믿고 업무를 통째로 맡겼다. 결국
우린 훌륭한 홈페이지를 얻었다. 경영이란 관리자 자신이 아닌 직원의 성취와 관련된 것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것이 무슨
의민가.

▶나는 한때 직원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청강하면서 그들의 보완점을 일일이 체크했다. 그리고 피드백을 줬다. 그런데 직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관리자들은 자신의 복제인간 같은 직원들을 만들려고 한다. 그는 자기 다음으로 두 번째로 뛰어난 직원을 만들어낼
뿐이다.

결국 난 직원들에게 교육 방식에 대한 원칙만 정해주기로 했다. “당신이 교육생들에게 질문을 통해 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설명해주지 말라”고.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원칙 안에서 더 혁신적이고 목표가 뚜렷해지기도 한다.

-해피는 모든 직원들이
서로의 연봉을 다 안다고 했다. 연봉을 공개하면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지 않나.

▶연봉 공개의 장점은 직원이 월급을 더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당신보다 5000파운드를 더 받는다고 치자. 당신은 그가 왜 그 연봉을 받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배울 것이다. 반면 연봉을 공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어떤 직원이 보스랑 잘 아는 사이여서, 오래 다녔기 때문에 연봉을 더 받을
것이라고 추측과 오해를 하게 된다. 연봉이 공개되면 적합성과 공정성이 생긴다. 우리는 이것이 동기 부여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연봉을
알게 되면 연봉 차이를 오히려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해피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관리자를 뽑는다고 들었다. 자신을
놀도록 내버려두는 보스를 뽑을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당신은 직원들이 원래 게으르고 일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고 믿을 수 있다. 반대로 당신은 직원들이 일에 대한 열망이 넘치고 훌륭하게 일을 해낸다고 믿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직원들을 후자처럼
믿는다면 직원들은 자기계발을 도와줄 수 있는 관리자를 뽑을 것이다. 그 누구도 제자리 걸음을 하길 원치 않는다. 사람은 성취를 원하고 더욱
생산적이길 원한다. 우리는 직원들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관리자를 뽑도록 직원에게 권한다.

-직원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모든 직원들이 자신이 성취해야 할 목표를 꾸준히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직원들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평가해보기 위해 6개월 간격으로 관리자를 만난다. `해피 매니페스토`는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자아성취에 대해 매우
엄격한 곳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직원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해피가 직원을 뽑는 기준은.

▶우리는 아무 경험이 없던 16세 소녀를 뽑은 적이 있다. 7년 후 소녀는 회사의 재무관리자가 됐다. 수학 등 관련 학위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 직원은 이차방정식은 몰라도 고객들이 지불하는 수강료만 잘 챙기면 된다. 이는 해피 재무관리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학위나 자격증을 보지 않고 태도를 본다. 이 직원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다른 직원들을 잘 도울지, 낙관적인지와 일을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본다.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면 일하기 좋은 직장 환경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는데.

▶해피도 2001년
힘든시기를 겪었다. 행복한 직장은 힘들 때 더 고통받을 수 있다. 우리는 힘들 때일수록 사내 문화를 더욱 굳건히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직원들을 한데 모아 회사 재정상태가 어떤지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어떻게 비용을 아낄 수 있을지 논의했다.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수십만
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결국 우리는 그해 아무도 회사에서 나갈 필요가 없었다. 비용 절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충분한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자신의 직장을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우선 직원들에게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냐고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매번
경과를 보고하라고 하는 대신 “이미 승인됐으니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말하라. 관리자를 훌륭한 코치로 재교육하라.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에게 조언하는 것이다.

Related Posts

Comment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5 × 1 =

Stay Connected

spot_img

Recent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