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고 영업형CEO 자르고 관리형CEO 쓰면 큰코다쳐

얼마 전 대형 건설 회사 CEO가 대거 교체됐다. 과거 국내 또는 해외 건설 수주의 선봉에 서서 진두지휘했던 이른바 ‘영업통’이 물러나고, 소위 ‘관리통’ 임원이 대거 발탁됐다.

이들은 임명되자마자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일단은 비용을 절감해 불황이 끝날 때까지 버티자는 생각이다. 아마도 불황이 끝난 후에는 “그동안 관리 위주 경영을 하여 미래의 성장 동력에 투자를 못 했다”는 비판이 일어나고, 다시 영업통이 득세할지 모른다.

이런 현상은 CEO가 영업과 관리를 동시에 아우르는, 말 그대로 최고경영자라는 사실에 배치된다. 흔히 “장군은 병과가 없다”고 한다. 이는 최고경영자인 장군이 특정 병과에 치중하지 않고, 군 전체를 총괄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기업의 CEO가 자신의 성향에 따라 경영의 특정 분야에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CEO를 교체하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버트런드·쇼어 교수는 미국의 600개 이상 대기업에서 CEO로 재직했던 최고경영자 500명 이상의 경영 성과를 연구했다.

그런데 만일 어느 CEO가 한 기업에만 재직했다면, 그 기업이 잘되거나 못되어도 기업 탓인지 CEO 탓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한 CEO가 적어도 두 기업에서 3년 이상 CEO로 재직한 경우만 골라서 분석 대상으로 했다.

두 교수는 분석 대상 기업의 각종 재무 성과를 기업의 통상적인 관행에 따라 결정되는 ‘기업 효과’와 CEO가 누구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CEO 효과’로 나누어 보았다.

각 경영지표에 미치는 CEO 효과와 기업 효과

그림과 같이 지표 대부분에서 CEO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즉, 누가 CEO가 되더라도 기업의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시설 투자 91% 정도는 그 기업의 기존 관행대로 이루어지고, CEO가 누구냐에 따라서는 5% 정도만 달라진다. 연구개발 투자와 광고 투자도 기업 효과가 크다. 시설 투자의 현금 흐름에 대한 민감도, 부채 비율, 현금 보유 성향, 배당 성향에 미치는 CEO 효과도 대부분 미미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판매 및 일반관리비는 다른 지표와 크게 차이가 나타났다. 여기서는 기업 효과가 46%밖에 안 되고, CEO 효과는 무려 37%가 될 정도로 다른 지표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이는 CEO가 누구냐에 따라 판매 및 일반관리비를 결정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에서 비용 절감을 강조하던 ‘관리형’ CEO는 다른 기업의 CEO로 가도 마찬가지로 비용을 절감하고, 반면 비용에 관대한 정책을 가진 CEO는 다른 기업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또한 다각화와 인수합병에 대한 정책에서도, CEO 효과가 11% 정도로 기업 효과가 22~25%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한 기업에서 인수합병 또는 다각화를 많이 했던 CEO는 다른 기업의 CEO로 가더라도 역시 비슷한 영업통적 행태를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관리통과 영업통 중 누가 더 나을까? 어느 편이 낫다고 잘라서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같은 관리통 또는 영업통 중에서도 성과가 좋은 사람이 있고 성과가 나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상위 25%의 CEO는 어느 기업으로 가더라도 영업 이익률을 전 기업 평균보다 3%포인트만큼 올리는 유능한 CEO인 반면, 하위 25%의 CEO는 옮겨 가는 회사마다 영업이익을 전 기업 평균보다 2%포인트만큼 낮추는 무능한 CEO로 밝혀졌다.

이러한 실증 분석 결과는 CEO를 임명할 때 단순히 관리통이냐 영업통이냐보다 과거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불황이라는 이유만으로 관리통 CEO를 임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같은 관리통이라도 미래의 성장 동력에 투자를 하는 CEO와 단순히 비용 절감만 추구하는 CEO는 향후 경영 성과가 큰 차이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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