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전략의 대가 레슬리 버터필드 인터브랜드 CSO

브랜드는 생물이다 계속 `옷` 갈아입혀줘야 잊혀지지않고 빛난다
90년대 영국노동당 브랜드전략 바꿔 정권교체까지 성공
최근 한국 기업들은 근면하고 혁신적인 모습 `창조경제` 문구에 딱 맞아

 

브랜드가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도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고객들은 브랜드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판단하고 더 나아가 기업에 대한 이미지까지 오랜 기간 자신의 무의식 속에 심어버린다. 최근 방한한 레슬리 버터필드 인터브랜드 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로 꼽힌다. 인터브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브랜드 100개를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업체다. 버터필드 CSO는 인터브랜드의 전략컨설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메르세데스 벤츠, 영국항공(British Airways)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컨설팅했을 뿐 아니라 영국 노동당의 브랜드 전략을 재편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내각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버터필드 인터브랜드 CSO는 “살아 있는 기업 자산인 브랜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이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포시즌(Four Seasons)`이던데. 좋은 브랜드의 요건은. 

▶포시즌은 내가 전략을 짠 브랜드는 아니지만 내가 오래 경험한 브랜드다. 포시즌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서비스 브랜드를 구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훌륭한 제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훌륭한 서비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좋은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려면 매일 매시간 순간마다 기준에 따라 똑같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포시즌 호텔은 몰디브 해변, 홍콩 비즈니스호텔, 이집트 카이로 쇼핑센터 속 호텔, 오래된 감옥을 개조한 터키 이스탄불 호텔 등 어디든 서비스가 일정하게 좋다. 이는 브랜드에 있어 정말 중요한 요소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호텔 숙박료를 계산하는데 옆에 미국 신사가 있었다. 포시즌 호텔 직원이 그에게 물었다. “저희 호텔과 보낸 시간들이 즐거우셨나요?” 그 신사는 “탁월했다(Outstanding)”란 단 한마디 대답을 남겼다.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결코 싶지 않다. 

좋은 브랜드는 우연히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브랜드는 서비스 수준을 극도로 유지할 뿐 아니라 직원 교육과 채용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동시에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그들의 만족도를 잘 관찰한다. 좋은 브랜드는 결코 요행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요즘 관심을 기울이는 브랜드 전략 부문이 있다면. 

▶인터브랜드가 최근 중시 여기는 것이 바로 디지털 전략이다. 무엇을 소통할지보다 어떻게 소통할지가 더 중요하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프리미엄 1위 자동차였지만 2006년 BMW에, 지난해 아우디에 밀렸다. 벤츠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무겁고 폐쇄적인 느낌을 줬다. 이에 카탈로그 수준이었던 웹사이트를 브랜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바꿨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토록 했다. 그리고 벤츠의 고성능 제품군인 AMG 오너들의 인터넷 클럽을 강화해 그들의 로열티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디지털은 기업들에 환상적인 브랜드 전략 기회를 준다. 기업들은 디지털의 개방성을 통해 사람들을 얼마든지 자신의 브랜드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영국 노동당(Labour Party)의 브랜드 컨설팅을 맡은 이력이 흥미롭다. 

▶1980년대부터 2007년까지 약 20년간 영국 노동당의 브랜드 전략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노동당이 영국인들에게 어떻게 인식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브랜드와 어떻게 연관 지을지에 대해서다. 노동당은 주로 노동자 계층이나 온건 사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사람들은 노동당에 대해 `뭔가 잘해 보려고 하지 않는 곳` `개발이나 성공, 성장을 원치 않는 곳` `처벌에 능하고 뭐든 국유화하려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나는 이에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깊게 관여했다. 노동당에 어떤 정책을 버릴 필요가 있는지, 세금에 대해 어떻게 재고해야 하는지, 노동당이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언어를 쓸지도 조언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노동당(new labour)` 같은 식이다. 노동당을 `구태의연한 사회주의자 정당(old fashioned socialists` party)`에서 `모던한 사회민주주의 정당(modern social democracy party)`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1997년 노동당 당수로 총선에서 이기고 10년간 총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노동당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의 시작은 `브랜드를 근본적으로 바꿔 말하기`였다. 

-한국 새 정부는 `창조경제(creativity economy)`란 국정철학을 제시했는데, 브랜드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항상 브랜드를 스스로 시험해본다. 브랜드 자체가 사실인지, 아니면 부인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브랜드 전략 중 제일 안 좋은 것이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한국은 정말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있나? 

-한국은 선진공업경제에 가깝지만 창조경제 기반으로 탈바꿈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정확하다. 이는 브랜드가 현실에 대한 야망을 보여주는 역할의 예다. 독일의 사회민주당(SPD)은 독일을 선진공업경제(industrial economy)가 아닌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곳으로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고 싶어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 하면 창의성보단 공업이나 산업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들도 한국처럼 똑같은 고민을 했다. 

내가 보기엔 한국 기업들에 대해 전 세계 모두가 감탄하고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에 맞섰고 결국 앞섰다. 

이는 대단한 일이다. 10년 전 소니가 TV 등 전자제품 부문에서 1위였을 때 이를 제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최근 5년간 한국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 감명을 받았다. 한국 기업의 브랜드는 이제 욕망의 대상이 됐다. 현대ㆍ기아차만 해도 디자인 철학을 바꾸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내 느낌으로 한국의 기업들은 매우 똑똑하고 근면하며 혁신적인 이런 면에서 `창조경제`는 좋은 문구라고 생각한다. 

-저성장 기조에 따라 기업들이 브랜드 전략에 대한 투자에 소홀해지지 않겠나. 

▶브랜드는 이름이나 이미지가 아니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를 `살아 있는 기업 자산(living business asset)`이라 정의한다. 기업들은 자신의 자산에 투자해야 되는지에 대해 토론하지 않는다. 투자가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소홀해지면 하루 이틀 만에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리스크가 드러난다. 이는 고객과의 관계와 소통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좋은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서라도 브랜드에 투자를 해야 한다. 강력한 브랜드는 그 자체가 곧 강력한 비즈니스이자 기업이 충성 고객을 오랜 기간 붙잡아둘 수 있도록 해준다. 

-당신이 강조하는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World Changing Brands)`란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들은 현 상태에 계속 도전하고 기존에 친숙했던 점에 계속 의문점을 던진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애틀랜틱(Virgin Atlantic)을 보자. 브랜슨 회장은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을 이용하면서 그들의 나태한 서비스에 싫증을 냈다. 그는 `영국항공의 독점을 깨자`, `우리는 그들과 달리 짜릿한 경험을 준다`라는 식으로 브랜드 전략을 펼쳐 결국 성공했다. 

이처럼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들은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기회를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잘 잡아낸다. 그리고 얼마든지 브랜드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상상력과 기업가정신, 현실에 대한 불만 등이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들에서 나오는 공통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였던 `버진애틀랜틱`에 어떻게 맞서라고 영국항공에 조언했나. 

▶당시 영국항공은 사람들이 자사 항공사를 계속 이용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영국항공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항공사이기 때문에 버진애틀랜틱이나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과 가격 경쟁력을 펼치긴 불가능했다. 나는 영국항공에 그들과 경쟁하지 말고 영국항공을 더 특별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영국항공은 라이언에어처럼 고객을 막 대하지도 않고, 전 세계를 상대하는 프리미엄 항공사`란 인식을 고객에게 심기 위해 노력했다. 

직원들이 공항터미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완벽할 순 없어도 최선을 다하는 곳이란 브랜드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기 위해 노력했다. 

평면 침대보단 인간미(human touch)를 강조하기로 한 것이다. 인종과 좌석등급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을 동등하게 대하라고 요구했다. 영국항공에 가장 중요한 고객은 `영국인 사업가`였다. 기존의 문화적 인종차별이나 오만함을 당장 멈추라고 조언했다. 별 대단치 않은 전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영국항공을 변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몇 단어 안 되는 슬로건, 브랜드 전략이 회사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버리기도 한다.

■ Who is he? 

레슬리 버터필드(Leslie Butterfield)는 2008년부터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그룹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ㆍCSO)를 맡고 있다. 인터브랜드의 전략컨설팅을 총괄함과 동시에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 `포스트 디지털 월드(The Post Digital World)` `브랜드 정의 모델` 등 인터브랜드의 다양한 컨설팅 이론과 주요 방법론을 직접 개발하고 구축했다. 영국인인 그는 200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생일 당시 영국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을 수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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