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빅3 SPA브랜드의 3色전략

패스트패션(SPA) 전성시대다. 과거 의류업체들은 봄ㆍ여름, 가을ㆍ겨울 두 차례 열리는 전 세계 패션쇼에 자사 디자이너들을 보내 소비자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고 9개월에서 1년에 걸쳐 제작한 옷을 이듬해 시장에 내놨다. 그러나 SPA 브랜드들은 최신 유행을 담은 옷을 일주일에 몇 벌씩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3대 글로벌 SPA 브랜드로 자라(ZARA)ㆍ유니클로(UNIQLO)ㆍH&M이 꼽힌다. 3대 브랜드들은 매출이나 브랜드 가치, 시장점유율 면에서 끊임없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그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SPA의 3대 공통 핵심 전략으로 트렌드 분석과 공급망 관리, 그리고 매장 관리가 꼽힌다. 글로벌 3대 SPA 브랜드의 3대 핵심 전략을 분석ㆍ비교해봤다. 

스페인의 `자라`는 일반적인 SPA 정의에 가장 잘 들어맞는 업체다. 자라는 전 세계 1700여 매장에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매주 최소 2벌씩, 매년 1만벌씩 공급한다. 전체 생산량 중 15~20%만 미리 생산하고 80~85%를 시장 반응에 따라 만들어 내놓는다. 

자라가 SPA 3사 중 트렌드에 가장 빠르고 민감한 이유다. 제품당 재고율이 20%가 채 안 될 정도로 회전율이 빠르다 보니 금주에 자라 매장에서 봤던 디자인의 옷이 다음주에는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자라는 이를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의 방편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라는 이를 위해 80여 명의 디자이너를 동원한다. 80%는 런웨이 디자이너 컬렉션을, 20%는 유명인사와 현재 유행하는 길거리 패션을 분석해 모방한다. 또한 상품매니저와 매장매니저가 소비자의 반응을 매주 1회씩 공유한다. 자라가 트렌드를 잡아낸 뒤 생산에 돌입하는 데 3주면 충분하다. 

자라는 원단을 미리 확보하되 최종 디자인 확정을 최대한 늦추는 식으로 시간을 벌고 비용을 아낀다. 이후 스페인에서 직접 운영하는 14개의 첨단 자동화 공장에서 원단 가공 작업을 마친다. 협력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탄력 있는 생산이 가능하다. 이후 포르투갈 등에 위치한 300여 협력사들이 마무리 작업을 한다. 

자라의 마지막 성공 노하우는 체계적인 매장 입지 선정에 있다. 자라 매장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거의 동일하다. 본사에서 매달 2번씩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매장 구성(VMD)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니클로`는 자라와 완전히 다른 전략을 펼친다. 이 때문에 SPA 브랜드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유니클로는 패션에 민감하지 않다. 대신 장기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유니클로는 단기적인 패션 트렌드보다 장기적인 면에서 독창적인 소재를 개발해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다. 여름철 `에어리즘`, 겨울철 `히트텍`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자라의 화려한 원피스와 달리 유니클로는 청바지, 속옷, 재킷, 아동복 등 캐주얼하면서도 타 SPA에 비해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유니클로 디자이너들은 트렌드를 수집하기보다 소재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인다. 연구개발센터가 소재를 하나 정하면 도쿄ㆍ뉴욕ㆍ파리ㆍ밀라노에 상주한 디자이너들이 이에 맞는 디자인을 구상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기획부터 유통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이 경쟁 SPA보다 최소 한 달 이상 더 걸린다. 대신 품목 수가 적고 발주 물량이 많아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

유니클로는 일본 협력사와 공동 소재 개발을 통해 원단을 미리 확보한다. 자체 공장이 없는 유니클로는 중국 70여 협력사에 전체 생산량 중 90%를 발주한다. 

유니클로는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매장 입지를 직접 찾아다니는 스타일이다. 우수 점장 관리자에게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우선 부여하는 식으로 직원들을 붙잡는다. 

스웨덴 `H&M`의 전략은 마치 자라와 유니클로 전략을 적절히 섞은 것처럼 보인다. H&M은 약 80%의 옷을 미리 생산한다. 시장 트렌드에 맞춰 내놓는 제품들은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자라처럼 트렌디한 제품을 내놓지만 유니클로처럼 아동복과 속옷, 액세서리까지 생산한다는 점에서 다른 두 브랜드의 하이브리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H&M은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전적으로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최신 유행 파악을 위해 자체적으로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디렉터, 패턴메이커(옷본을 만드는 사람)로 구성된 팀을 운영하면서도 `WGSN`처럼 글로벌 패션 트렌드 분석업체를 적극 활용한다. 

H&M이 3대 SPA 브랜드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부분은 협력사 운용이다. 전 세계 20여 개국에 퍼져 있는 협력사 700여 곳을 마치 자체 부서처럼 활용한다. 전 세계 30여 곳에 달하는 H&M 생산관리사무소는 협력사와 지리적으로 밀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최신 패션 트렌드 정보와 회사 내부 사정까지 협력사와 공유한다. H&M은 자라와 달리 자체 생산 공장이 없다. 원가 절감을 위해 필수적인 사전 원단 확보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H&M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협력사들이 알아서 원단을 미리 확보해 놓는다. 700여 협력사 중 H&M 사정에 맞게 원단을 미리 확보해둔 곳에 발주를 넣으면 되는 식이다. H&M은 좋은 매장 입지를 발견하면 입주가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자라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매장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별로 맞춤형 매장 구성을 통해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3대 SPA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독자적인 경쟁 우위를 구축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L.E.K의 조영준 부사장은 “3대 SPA 브랜드들은 성장 과정과 포지셔닝, 브랜드 콘셉트의 차이를 통해 각기 다른 성공을 이뤄냈다”며 “국내 SPA 브랜드들도 공급망 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3대 브랜드처럼 차별적인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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