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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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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와이어) 2013년 10월 13일 —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서 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혁신 제품의 존재 이유를 고객의 삶과 연결시킴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삶에 대한 폭넓은 관찰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이란?라이프스타일1 마케팅이란 브랜드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을 강조하는 마케팅이다. 마케팅의 중심은 라이프스타일로, 제품은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할 뿐이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의 대표 주자인 나이키는 Just Do It 광고에서 사람들에게 당장 소파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라고 말한다. 제품은 광고에서 스쳐 지나갈 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는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은 사람을 물건을 써버리는 소비자가 아닌, 삶을 사는 생활자로 바라본다.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한다. 자신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강화한다. 에너지 드링크 중 다른 제품이 아니라 Red Bull을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쌓인 피로를 푸는 삶이 아니라, Red Bull이 담고 있는 젊음을 불 태우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은 제품의 기능/속성을 강조하는 마케팅과 대조적이다. 주로 아웃도어를 포함한 패션, 식음료, 일부 자동차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기능/속성 차별화가 어렵거나, 차별화가 가능하더라도 상징적인 이미지가 구매 선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가전/IT 영역에서는 대부분 기능/속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은 시장 창출에도 효과적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마케팅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혁신 제품의 경우는 어떨까? 제품의 특성에 관계 없이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이 새로운 시장 창출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우선,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은 혁신 제품의 존재 이유를 고객의 삶과 연결시킴으로써 해당 제품에 대한 니즈를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 실패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세그웨이(Segway) 예를 들어 보자.세그웨이는 이륜 1인용 이동 수단, 회전/유체 센서 기반으로 무게 중심 이동에 따라 조작, 최대 속도 약 20Km/h, 전기 충전, 1번 충전에 최대 39Km 등 탁월한 성능과 기술을 홍보했다. 이런 식으로 기술이나 기능을 나열하지 않고, ‘교외에 사는 중장년 소비자 삶에 활력을 더해 줄 레저 기기’ 식으로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타겟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시 켜 제품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면, 더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얻었을 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은 제품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을 직접 언급해 줌으로써, 고객이 자신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친절한 통역사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또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공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기업과 고객은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고객들이 나이키에 대해 충성도를 갖는 이유는 나이키가 품질 좋은 운동화를 만들어서만은 아니다. 나이키가 Just Do It 슬로건으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객들의 열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풍요롭게 해 주는 기업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어 한다. 특히, 혁신 제품일수록, 이러한 고객 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부분 혁신 제품의 경우 첫 제품이 완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초기 제품에 실망해 떠나지 않고, 차기 제품에 대한 기대를 가져주는 고객이 필요하다. 기업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잘 전달한다면, 고객은 자신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될 차기 제품을 응원하며 기다려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혁신 제품을 준비하는 기업 내부에서도 라이프스타일 지향점은 효과적인 교통 정리자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혁신 제품의 경우, 어떤 기능, 어떤 디자인, 어떤 광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다양한 논쟁과 검토 끝에 출시된 제품이 어떤 소비자도 만족시킬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제품이 지향해야 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은 공통된 목표로서, 다양한 부서의 의견을 조율해 주는 교통 정리자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자극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성공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Life Tracker 시장을 연 나이키 퓨얼밴드Life Tracker는 우리가 얼마나 활동을 하고, 어떻게 잠을 자고, 얼마나 먹는지 등 우리의 삶을 기록해 주는 IT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지칭한다. 나이키 퓨얼밴드(Fuelband)는 이 시장을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브랜드 중 하나이다.

나이키보다 BodyMedia, Jawbone 등 여러 기업이 먼저 이 시장을 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 기업들은 이 시장을 열기 위해 제품의 정확성, 방수 기능 여부 등 기능적인 면을 강조했다. 이러한 방식은 Life Tracker라는 제품에 대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이 많았다면, 경쟁 브랜드 사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에는 유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Life Tracker에 대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가 적은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잠자던 시장이 깨어난 것은 나이키가 퓨얼밴드를 출시한 2012년 초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2. 나이키는 이 시장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나이키의 접근 방법은 달랐다. 자신의 주 특기인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을 전개했다. 나이키가 지향한 라이프스타일은 ‘모니터링을 통해,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삶’이었다. 나이키 퓨얼밴드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해 주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했다.

중요한 점은 나이키가 지향한 라이프스타일은 다 만들어진 제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 낸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활동적인 삶에 대한 동기 부여는 나이키의 영원한 숙제이자 동시에 퓨얼밴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나이키는 Just Do It을 통해 사람들이 좀더 몸을 많이 움직이도록 동기부여 해 왔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삶에 대한 모니터링이었다. 측정되지 않은 것은 관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키 퓨얼밴드 프로젝트는 모니터링을 통해 역동적인 삶을 살도록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시작되었고, 슬로건, 제품 기능,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요소들이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응집되었다.

나이키는 자신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Life Is A Sport, Make It Count’라는 짧지만, 강력한 슬로건으로 표현했다. 우리의 삶 역시 스포츠처럼 역동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삶을 측정(Count)함으로써 의미 있게(Count) 만들자 라는 뜻이다.

제품 역시 나이키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퓨얼밴드는 단순히 활동량을 측정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사용자는 활동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활동량이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밴드에 박힌 LED 램프가 빨간색에서 노란색을 거쳐 초록색으로 바뀐다. 사용자들은 잠들기 전 퓨얼밴드에 초록색 램프가 켜 있지 않으면, 할 일을 다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결국 초록색 표시를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낮잠 대신 동료와 농구 한판을 선택하게 된다.

나이키의 라이프스타일 지원자로서의 역할은 SNS 활동으로도 이어진다. 나이키는 퓨얼밴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타겟층이 젊은 층인 만큼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을 통한 소통을 강화했다. 퓨얼밴드의 페이스북 사이트에 ‘활동은 점심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이번 주 다른 사람이 먹고 있는 동안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버는 것에 도전해 보세요’라는 식의 짧지만 강한 어구를 계속 올리고 있다. 활동적인 삶을 살도록 동기부여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하루에 6000 퓨얼(Fuel)3을 얻는 목표를 달성해 보자는 ‘6K Counts’ 캠페인도 시행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노력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퓨얼이 3000 정도라고 한다. 나이키는 페이스북 사이트에 6000 퓨얼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회원들의 사진을 올려 고객들을 자극하고 있다.

나이키는 고객들이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사용자와의 연결이라는 수단을 활용했다. 나이키 사용자 커뮤니티인 나이키 플러스(Nike+)를 통해 다른 사용자와 활동량을 공유하고, 경쟁하게 만들었다. 이는 다른 사용자도 자신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주었다. 게다가 국민 게임 애니팡과 같이 서로의 순위를 의식하게 만들어 경쟁심도 자극했다. 나이키가 이러한 커뮤니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2006년부터 나이키 플러스 커뮤니티를 키워 온 덕분이다.

나이키는 더 많은 사람이 타겟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를 멋지게 포장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손목에 차는 기기라는 점 때문에 시계 모양을 고수할 때, 나이키는 팔찌처럼 디자인 했다. 조작방법 또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했다. 수많은 기능과 버튼을 가지고 있어 어떻게 조작해야 할 지 부담스러운 다른 기기들과 대비된다. 이를 통해 퓨얼밴드 사용자는 하이테크를 맹신하는 괴짜(Geek)가 아니라, 멋스럽게 유행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풍길 수 있었다.

퓨얼밴드를 홍보하는 방식 역시 타겟 라이프스타일을 멋지게 포장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했다. SXSW(South by Southwest)4라는 페스티벌에서 스포츠 영역으로는 처음으로 나이키가 퓨얼밴드를 선보였다. 페스티벌 성격에 맞게 나이키는 획기적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유명 밴드 공연을 열고, 관람자들에게 퓨얼밴드를 착용하게 했다. 사람들이 공연에 열광하면서 모은 퓨얼에 따라 초고층 빌딩의 외벽 색깔을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변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시도로 퓨얼밴드를 알리는 데에 성공했다.

이와 같이 나이키는 타겟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슬로건, 기능, 디자인, 홍보 등 다방면에서 일관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셀프 모니터링을 통해 역동적인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Life Tracker에 대한 수요 또한 커지기 시작했다.

카쉐어링 시장을 연 집카카쉐어링(Carsharing) 서비스는 차를 시간 단위로 빌려 쓰는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그린카, 시티카 등 최근에 이러한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서비스이다. 집카(Zipcar) 전에 공공 기관 중심으로 운영하는 카쉐어링 서비스가 몇 군데 있었으나, 사용자가 극히 적어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집카가 ‘사용 기반 실속형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전달하면서 시장은 성장하기 시작했고, 2013년 7월 기준 집카는 81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대표적인 카쉐어링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집카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뿌리 박힌 자동차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했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의 대상이자, 자유, 편리함, 지위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이동이다. 자동차를 버리고, 필요할 때 빌려 씀으로써 새로운 자유, 편리함,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

처음에는 다른 카쉐어링 서비스처럼 집카 역시 방향을 잘못 잡았다. 집카의 창업자이자, 열렬한 환경 운동가인 로빈 체이스는 자신처럼 다른 사람들도 카쉐어링 서비스를 환경을 위해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주요 마케팅 소구 포인트도 환경을 위한 선택으로 잡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길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타겟 라이프스타일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환경을 위해 흔쾌히 불편을 감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3년에 취임한 스캇 그리피스 CEO는 집카가 지향해야 할 라이프스타일을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실속형 삶’으로 변경했다. 환경을 위한 희생이 아닌,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스마트한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에 자동차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자유, 편리함, 지위의 상징 등을 대체할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우선, 고객의 사무실이나 집 기준으로 걸어서 5분 안에 집카를 찾을 수 있도록 차량을 밀도 있게 배치했다. 이를 위해 인구 밀도가 높은 뉴욕, LA, 시카고 등 지역에 먼저 집중했다. 초반 고객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 대수를 늘리는 것은 상당히 과감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

또한, 자동차 소유자의 골치를 아프게 했던 보험, 주유 등에 필요한 비용을 시간 당 사용 비용에 포함시켰다. 보험 서류 작성, 주유비 정산 등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차량을 예약하고, 회원 카드로 차량 문을 간편하게 개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를 소유할 때의 편리성 못지 않은 수준의 편리성을 제공하면서, 자동차를 소유할 때의 불편한 점까지 해소시켜 새로운 자유를 제공해 주었다.

집카는 타겟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니즈를 자극하기 위해 집카가 필요한 여러 가지 상황이나 장점을 재미있게 전달했다. ‘가끔 장을 볼 때, 집카가 없다면, 화장지를 낱개로 사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지만, 공짜 기름과 보험은 있다’, ‘집카는 골치 아픈 자동차 부품 걱정 없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다’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유쾌하게 전달했다.

사용 기반 라이프스타일을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열등한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멋진 실속주의로 포장하는 것도 중요했다. 초기 CEO가 했던 몇 가지 선택은 이런 면에서 효과가 있었다. 집카는 초기부터 ‘도시적이면서 앞서 나가는(Urban Hip)’ 이미지를 지향했다. 브랜드 이름으로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카쉐어링 대신 ‘Zipcar’를 선택했다. 자동차의 불편함을 휙(zip) 경쾌하게 날려버리겠다는 재미있고, 빠른 느낌의 이름이다. 초기 차량 역시 독특한 모양을 가진 세련된 라임색 폭스바겐 비틀로 구성해, 눈에 띄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집카의 시도는 빌려 쓰는 실용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니즈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카쉐어링에 대한 수요도 성장했다.

다시 태어난 워킹화 시장위의 두 사례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었다고 하면, 워킹화는 떠오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부응해 새롭게 시장을 창출한 사례이다. 2009년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었다. 제주도 올레길에서 출발한 걷기 열풍은 도심 곳곳에서 도심형 올레길이 만들어지고, 매스컴에서 걷기 좋은 길들을 추천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프로스펙스는 2009년 9월 워킹화 브랜드 W를 출시했다.

워킹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객들에게 워킹만을 위한 신발이 따로 필요하다는 점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프로스펙스는 광고를 통해 일단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부각시켰다. ‘워킹은 당신에게 완벽한 스포츠입니다’, ‘올레길을 걷는 당신’ 등 고객의 삶과 연결된 멘트로 광고를 시작했다. 워킹화의 필요성은 그 다음에 나온다. 걷기와 달리기는 사용하는 발 면적이 다르기 때문에 발 전체를 잡아주는 워킹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떠오르는 라이프스타일을 적절히 녹인 커뮤니케이션은 효과를 발휘해 워킹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14개월만에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놀라운 100만족을 판매했다. 이러한 인기 때문에 리복, 르카프, 뉴발란스, 휠라, 아식스 등 다른 브랜드에서도 워킹화를 경쟁적으로 출시해 워킹화 시장의 성장을 촉진했다.

재미있는 것은 워킹화 시장은 한 번 더 변신을 했다는 점이다. 워킹화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젊은 층으로 타겟층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다. 걷기 열풍 덕분에 파워 워킹을 즐기는 30~40대 여성층을 잡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다양한 업체의 진출로 금방 레드오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대 젊은 층은 발가락이 휘어지는 고통에도 하이힐을 멋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고수하고 있었다. 이런 젊은 층들에게 어떻게 워킹화를 신게 할 수 있었을까?

기업들은 20~30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했다. 워낙 바쁜 그들은 따로 파워 워킹을 즐길 만한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만이라도 편한 워킹화를 신고 걷게 할 수 없을까?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극히 일부 있었지만, 대중화 하기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젊은 층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멋이 없어 패션 테러리스트로 비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스펙스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브랜드가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강구한 방법은 워킹화에 멋을 더하는 것이었다. 기존 워킹화에 없었던 현란한 형광빛을 넣었다. 패션 테러리스트가 아닌 앞선 패션 리더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워킹화에 화려한 옷을 입혔다. 또한 파워 워킹이 아닌 출퇴근이나 점심 산책을 위해 가볍고 날렵한 워킹화를 만들었다.

광고 또한 젊은 층의 코드에 맞췄다. 기존 30~40대 일반인 주부나 김혜수 대신, 김연아, 김수현, 손연재, 소희 등 젊은 아이콘들을 앞세웠다. 이들이 화면에서 세련된 워킹화를 신고, 점심 시간과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걷는 모습은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국민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패션 리더인 김남주가 정장에 스니커즈나 워킹화를 신은 모습은 ‘정장 + 구두’라는 패션 공식을 깨뜨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일명 운도녀(운동화를 신은 도시 여자), 노힐족(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은 여자)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이 떠오르게 되었다. 덕분에 워킹화는 운동화 영역를 넘어 일상화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국내 워킹화 시장 규모는 2005년 500억원에서 2012년 1조원을 돌파해 7년 동안 20배 이상 성장했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어떻게 해야 하나?

위의 기업들은 제품의 존재 이유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계해 설득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례들을 통해 성공적인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한 시사점을 뽑아 보자.

첫째, 타겟 라이프스타일 선정은 시장 창출의 시작점이다. 세 사례 모두 타겟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제품 기능, 디자인, 광고 등을 일관되게 구성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을 완성된 제품을 고객에게 홍보하기 위해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메시지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접근할 경우,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마케팅의 각 요소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기괴한 형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타겟 라이프스타일은 명확할수록 좋다. 하나의 제품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될 수 있다. 걸음 수를 세는 기기는 ‘오래 살기 위해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하는 중년 남성’뿐만 아니라 ‘스포츠처럼 역동적인 삶을 살려는 젊은 프로’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할 수 있다. 시장을 창출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담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메시지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할수록, 고객의 인식 속에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셋째, 파급력 있는 타겟 라이프스타일 선택이 관건이다. 볼링을 칠 때, 제일 앞에 있는 헤드핀을 잘 치면, 다른 핀들도 순차적으로 잘 쓰러뜨릴 수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수용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고객층에 영향력이 있는 고객층에 우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할 경우, 더 많은 고객들에게 순차적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 사례 모두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한 이유는 젊은 층이 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된다.

넷째, 타겟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기능, 디자인, 광고 메시지, 매체 등 모든 요소를 응집시킬 필요가 있다. 나이키는 팔찌 모양 디자인, 멋진 LED 램프, 간단한 인터페이스, 앞선 홍보 매체 등을 퓨얼밴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구성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통합성이 있어야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간 연결 고리를 강력하게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겟 라이프스타일의 매력을 강화해야 한다. 집카의 ‘사용 기반 실속형 라이프스타일’처럼 타겟 라이프스타일이 처음부터 빛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타겟 라이프스타일의 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른 매력 요소와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멋진 디자인을 강조했다. 멋진 디자인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제품이 상징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꽤 매력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 간의 공유와 경쟁 또한 라이프스타일의 매력을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를 통해 역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연결해 줌으로써 동질감과 재미를 제공해 주었다.

향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기술, 빅데이터 분석, 다양한 센서 기술 등 다양한 하이테크 기술들이 제품/서비스화 될 것 이다. 이러한 생소한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삶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좀더 친절해 질 필요가 있다. 해당 제품/서비스가 어떤 고객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고객의 숙제로 넘겨서는 안 된다. 기업이 고객의 삶에 대한 폭넓은 관찰과 상상력을 통해 제품과 고객의 삶을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결의 성패가 시장 창출의 성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언론 연락처
  •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
    최경운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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