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정동일 교수의 리더십 이야기] “入社땐 죽도록 고생… 대신 비전을 주겠다”라는 애플

최고만 뽑는다, B급 인재 뽑기 시작하면 결국 C급으로 가득 차
연봉보다 목적의식, “지구상 최고의 제품 만드는 데 동참하라”
최고 경영자가 나선다, 필요한 인재라 여기면 CEO가 직접 영입 나서

오늘은 이상한 기업 이야기를 하나 하자.

직원 수는 7만6000명, 매출은 약 180조원. 회사 분위기는 살벌하기 이를 데 없다. 모든 의사 결정은 보스가 내린다. 철저하게 톱다운 방식의 독재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지고, 같은 제품 개발에 서너 팀이 목숨을 건 경쟁을 한다. 직원들의 복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 흔한 공짜 점심과 헬스클럽도 없다. 직원들의 경력 개발에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 잘 준비된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직원 채용을 할 때는 노골적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은 잊어버려라. 그런 직장을 원한다면 여기는 당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다”고 이야기한다. 일과 삶의 균형보다 일이 더 강조되며, 회사가 일부러 필요한 인력의 70% 정도만 채용하기 때문에 하루에 12시간씩 죽도록 일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이 회사에 오는 걸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금세 이직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지난 1년 동안 매출은 45%, 수익은 61% 증가했으며, 순수익률이 무려 22%나 된다. 채용 광고도 하지 않는데 구직자는 줄을 서고 이직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포천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most admired company)’ 리스트에서 지난 6년 연속 1위를 했다.

이런 괴물 같은 회사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인재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다른 기업과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다르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위대한 기업이 되길 원한다면,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철학과 관리 방식도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애플의 인재 관리에 대한 비밀을 두 번에 걸쳐 살짝 엿보도록 하자.

인재 채용에서 애플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최고 인재만을 뽑는다’는 것이다. B급 직원을 뽑기 시작하면 회사가 C급 직원으로 가득 차는 건 시간문제란 생각이다. 채용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철저히 팀장과 매니저에게 주어진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정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연봉은 ‘시가(market price)’이다. 횟집에서 메뉴판을 보면 정말 귀하고 비싼 생선은 가격란에 ‘시가’라고 쓰여 있듯이 말이다.

애플의 인재 채용에 관한 둘째 철학은 연봉과 직원 복지를 강조하기보다 목적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신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목적의식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데 동참하자는 영감을 자극하려 노력한다.

애플은 홈페이지에 ‘애플에서 일하게 된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쓴 적이 있다. 목적의식을 공유하게 되면 조직 구성원은 직원에서 주인으로 변하며, 그들이 하는 일은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미션으로 변하게 된다.


	2010년 아이패드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고 애플 매장 직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애플은 매장 직원을 뽑을 때도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와 열정을 전달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2010년 아이패드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고 애플 매장 직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애플은 매장 직원을 뽑을 때도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와 열정을 전달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블룸버그

애플의 인재 채용에 관한 셋째 철학은 최고 경영자의 적극적 참여이다. 애플에 정말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서서 설득하고 자신의 비전과 목적의식을 공유하려 했다. 애플의 많은 인재는 스티브 잡스와 같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애플에서 일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고 이야기한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채용하는 방식에서도 애플은 흥미로운 제도가 있다. 고객과 최접점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야말로 애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애플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핵심 인재를 선발하는 것만큼이나 매장에서 고객에게 최고 서비스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 선발에 노력을 기울인다.

채용 담당자나 애플 직원이 다른 회사 매장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주인 의식을 가진 직원을 발견하게 되면 조그만 카드를 내민다. 카드 앞에는 ‘당신은 최고입니다.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You are amazing. We should talk!)’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뒷면에는 ‘당신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최상입니다. 나는 애플 스토어에서 일하는데 우리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신이 일하는 곳이 만족스럽다면 그만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직을 생각한다면 전화 주십시오. 이것이 미래에 위대한 일을 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적혀 있다.

기업의 목표가 직원들의 적당한 만족이라면 애플의 인재 선발 방식과 다음번에 이야기할 애플의 직원 평가 방식은 분명 받아들이기 부담스럽다. 그러나 선도 기업을 꿈꾼다면 애플의 독특한 인재 관리 방식을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대 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조직의 혁신 역량에 달려 있고, 혁신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기억하자. 혁신은 정장 차림 직원들이 엄숙한 회의를 할 때가 아니라,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미친 듯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며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단아(rebel)들이 있을 때 이뤄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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