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성공한 리더되려면 자기 두뇌 속의 `사나운 개` 길들여라

세계적 신경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이 말하는 `권력과 CEO`
권력에 취한 CEO에게 작은 승리는 결국 `毒` 오만이 그를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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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그는 겸손했다. 교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공격적인 성격도 아니었다. 방어적인 성격에 가까웠다.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최고 명문대학에 입학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역 은행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이 바뀐다. 첫 직장은 높은 성과를 보인 그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시켰다. 이후 그는 컨설팅 회사를 거쳐 거대 에너지 기업에 입사한다. 어느덧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찬양 일색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더할 나위 없이 똑똑하다”고 했고, 비즈니스위크는 “천연가스ㆍ전기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승승장구할수록 그의 성격은 변해갔다. 거만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부하 직원을 사람이 아니라 물건처럼 다룬다는 얘기를 들었다. 냉혹하고 위선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겸손하며 방어적인 그가 왜 이런 성격이 됐을까. 똑똑하긴 했지만, 천재는 아니었던 그가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CEO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스마트해진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안 로버트슨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심리학과 교수는 “(보스ㆍ리더가 되면서)그가 얻게 된 권력이 뇌의 화학적 작용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슨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권력을 갖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 수치가 높아진다”며 “도파민은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고 목표에 집중하게 하지만, 냉혹하고 위선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키며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때 워스 매거진이 최고 CEO 50인 중 두 번째로 꼽았던 그의 지금 모습은 어떠할까. 그의 이름은 제프리 스킬링, 에너지 기업 엔론의 CEO였다. 현재 그는 감옥에 있다. 엔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질렀던 회계부정이 들통나 2006년 법원에서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로버트슨 교수는 “잇단 성공으로 도파민이 반복적으로 분출되면서 스킬링은 주가만 올리면 된다는 목표에 더욱 집착한 반면 도덕적 판단은 크게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슨 교수는 “권력이 극단적으로 돈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문화와 결합돼 스킬링의 뇌에 작용하면서 그의 판단력이 뒤틀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에서 보스는 권력을 가진 존재다. 문제는 매우 작은 권력마저도 사람의 뇌를 바꿀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보스는 언제나 위선적이고 냉혹한 사람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로버트슨 교수는 “권력을 가진 자아는 언제든지 사나운 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길들여야 한다”며 “그래야 권력의 장점을 누리면서 진정한 승자ㆍ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로버트슨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보스의 뇌가 권력에 취하면 사나운 개가 된다. 그렇다면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 보스가 돼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권력욕이 없는 사람은 승리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간다는 게 증거다.

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권력욕이 없는 선수는 게임을 이기는 데 부담을 느껴 무의식적으로 태만한 플레이를 한다. 이들은 이기겠다는 승부근성, 즉 `킬러 본능`이 부족하다. 이래서는 좋은 리더가 될 수가 없다. 어느 조직이든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에게는 적절한 수준의 권력욕이 필수다.

또한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되면 책임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급속도로 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권력욕이 강한 사람도 리더가 되면 책임감에 시달린다.

이런 스트레스를 이겨내려면 (리더ㆍ보스의 자리에 수반되는)권력을 원해야 하고 즐겨야 한다. 다만 권력욕이 없는 사람은 훌륭한 2인자가 될 수 있다.

-리더에게 권력욕이 필수라면 적절한 제어가 중요하겠다.

▶진짜 승자라면 (권력에 취한)자아가 얼마나 위험하고 사나운 `개`가 될 수 있는지 잘 안다. 그래서 권력을 사용할 때마다 항상 이 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 개의 목줄을 단단히 죈다. 리더에게 가장 큰 도전은 자신의 자아가 (개가 되지 않도록)길들이는 것이다.

진짜 승자는 권력의 혜택도 함께 누린다.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의 분출 덕분에 더욱 똑똑해지고 창조적이 되며 목표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남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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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승리를 이끌어야 할 리더에게 적절한 권력욕은 필요하다고 당신은 강조한다. 권력과 승리는 어떤 관계인가.

▶권력을 가지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권력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뇌의 전두엽에서 도파민을 분출케 한다. 도파민 분비가 늘어난 뇌는 목표 지향적이 되며 전략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자신감은 높아지고 불안ㆍ우울감은 줄어든다. 그 결과, 대담한 모험을 시도하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의 파멜라 스미스 교수팀은 권력을 갖게 되면 인지 능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스미스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책임자 역할을, 다른 한 그룹에는 보조자 역할을 맡겼다. 책임자 그룹은 컴퓨터 관련 여러 가지 테스트에서 거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뇌에서 도파민 증가는 부작용도 상당하지 않은가.

▶이기심과 위선을 강화한다. 자만해지고 남을 괴롭히는 경향도 보인다. 직위에 걸맞은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직원들을 더욱 더 괴롭힌다. 위험을 인식하지 않고 목표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터널에 갇힌 것처럼 주변은 보지 않고 앞만 보는 `터널 비전`에 빠지곤 한다. 결국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게 된다. 특히 보스가 너무 큰 권력을 갖고 있거나, 너무 오래 권력을 행사하면 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심각해진다.(네덜란드 틸버그 대학교의 요리스 라메르스 교수팀은 권력을 가지면 위선적이고 뻔뻔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세입자 A씨는 편법을 쓰면 공영주택에 남들보다 훨씬 빨리 입주할 수 있다. 이 세입자는 편법을 써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권력감에 물든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편법을 더욱 강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세입자 A씨가 바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을 바꾸자 권력에 물든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많이 편법을 쓰겠다고 했다. 남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자신에게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지면 부하 직원을 수단처럼 대하는 경향이 생긴다는데.

▶목표 지향적인 전략적 사고와 관련이 있다. 이런 사고의 특징은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각 개인에 대해 덜 생각하게 된다. 전쟁터의 장수를 예로 들어보자. 그가 개별 군인들의 고통과 죽음만 생각한다면 좋은 장수가 될 수 있을까. 반대로 너무 둔감해져도 좋은 장수가 못 된다. 냉혹하고 차가운 리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보스라면 추상적 사고에서 개별적ㆍ구체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로버트슨 교수가 권력에 취했다고 평가한 제프리 스킬링 엔론 전 CEO는 냉혹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했다. 엔론에서 6개월마다 실시한 직원 평가에서 하위 15% 점수를 받으면 회사를 떠나야 했다.)

-권력의 부정적 효과는 무섭기까지 하다. 권력이 초기에는 승리할 확률을 높인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실패를 낳을 것 같다.

▶권력과 승리에는 모순되는 면이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총리가 된 뒤 잇단 승리를 거두었다. 코소보 사태 해결, 북아일랜드와 평화협정 체결, 시에라리온 반군 제압 등에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연이은 성공을 거둔 덕분에 블레어가 획득한 커다란 권력이 그의 생각과 판단을 왜곡시킨 것 같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핵심 인물로 낙인 찍혀 영국에서는 `버림받은 떠돌이`가 됐다.(로버트슨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블레어는 권력욕의 화신이었다. 그의 권력욕은 정치인 중 최상위 2%에 속했다. 그는 국무회의를 독단적으로 운영했다. 장관 중 누구도 쉽사리 반대의견을 내지 못했다. 이라크 전쟁 참여를 결정하는 국무회의에서도 단 한 명의 장관이 반대했다. 이 장관은 야유와 조롱을 받아야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내고 주주를 위한 승리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엔론이 대표적인 예다. 권력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적정한 수준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권력욕이 강한 보스의 뇌가 도파민에 흠뻑 적셔지는 상황은 매우 위험할 것 같다.

▶그렇다. 많은 양의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흡입한 뒤에는 그 누구도 몸이 말짱할 수가 없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많은 양의 권력을 오랫동안 쥐고 있게 되면 사람이 변하기 마련이다. 과대망상 등의 증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증상을 일컬어 영국 전 외무장관인 데이비드 오언 경은 `자만심 신드롬`이라고 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자만심 신드롬 환자였다.(두 사람은 모두 보급로와 퇴각로에 대한 고려 없이 러시아를 침공했다. 역사상 가장 무모한 작전으로 꼽힐 정도로 참담하게 실패했다.)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자만심 때문에 세상은 처참한 비극을 겪었다. 자비로운 독재자는 있을 수 없다.

-자만심 신드롬의 증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첫째, 나르시시즘에 빠진다. 자신의 권력과 영광을 보여주는 무대로 세상을 인식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자신의 권력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고 믿는다. 스스로가 메시아인 양 행동한다. 둘째,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자신에게 이익이면 조직에도 이익, 자신에게 손해면 조직에도 손해라고 생각한다. 셋째, 자신의 판단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난다. 넷째, 현실과 멀어지면서 무모하고 충동적이 된다. 다섯째, 거만하면서 무능해진다.

-권력이 돈과 결합하면 뇌의 도파민 분비 시스템이 더욱 쉽게 붕괴될 수 있다고 했다. 엔론의 실패도 이 때문이라고 했는데.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너무 부족하면 뇌가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도파민에도 골디락스(Goldilocks,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상태) 영역이 있다. 이 영역에서 권력과 돈은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권력은 돈을 창조하고, 돈은 권력을 창조한다. 따라서 많은 양의 권력이 돈과 함께 있을 때, 리더들은 너무나 쉽게 골디락스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그 결과, 이들의 뇌는 삐뚤어지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월가의 금융인이 받던 고액의 금전적 보상이 뇌의 기능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엄청난 보상은 도파민과 연결된 우리 뇌의 보상 체계에 작용한다. 특히 돈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에게 돈은 마약이 된다. 마약 중독자가 더욱 강한 마약을 원하듯이 돈에 중독되면 더욱 많은 돈을 원하게 된다. 나중에 받을 보너스 금액만을 목표로 삼게 된다. (마약이 우리 뇌의 인지기능을 변화시키듯이)돈도 인지ㆍ심리 기능을 바꿔 놓는다. 예를 들어 불안감을 덜 느끼게 되고 위험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 같은 심리적 변화는 자산 거품을 낳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돈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실험에서 입증됐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 대학교의 케슬린 보 교수팀의 실험에 따르면 돈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읽은 사람들은 자선기금에 돈을 내는 데 인색해졌다.)

■ S권력욕으로 P권력욕을 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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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로버트슨 트리니티칼리지 교수는 권력욕을 P권력욕과 S권력욕으로 나눈다. S권력욕으로 P권력욕을 제어해야 올바른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S권력욕과 P권력욕의 차이는 무엇인가.

▶권력을 얻으려는 동기가 다르다. P권력욕은 개인적이고 자기를 위한 권력욕이다. S권력욕은 사회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권력욕이다. 권력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P권력욕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통제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낀다. P권력욕은 마치 마약과 같다. S권력욕은 P권력욕의 중독성을 완화하는 해독제다. P권력욕으로 발생하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와 지속기간을 줄인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뇌에 미치는 영향도 감소한다.

-P권력욕이 강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면 위험하겠다.

▶P권력욕이 높고, S권력욕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생각해보자.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시 의사결정자들이 P권력욕이 높은 사람들이었다면 핵전쟁을 이끄는 정책 대안을 선택했을 것이다.(이는 뉴욕대학교 존 매기 교수팀의 실험 결과 입증됐다.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을 전제로 어떤 정책대안을 선택할 것인지 조사했다. P권력욕이 높은 학생들일수록 핵전쟁 위험이 높은 대안을 선택했다.)

-S권력욕이 높은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나.

▶그들은 즉석 연설에서 `하지 말아야 한다` `해서는 안 된다` 등 금지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많이 썼다.

이는 도덕과 법으로 스스로를 통제함으로써 P권력욕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S권력욕이 높다.

■ Who he is…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은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심리학과 교수다. 아일랜드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며 신경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250여 편의 과학 논문을 네이처 등 세계적인 저널에 발표했다. 저서로는 `승자효과“마음을 조각하다` `상상하라 그대로 이루어진다` `집중력을 잃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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