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쌍용車 부활 비결은 '란체스터 전략'… 현대車의 약점 SUV 집중공략

쌍용車 부활 비결은 ‘란체스터 전략’… 현대車의 약점 SUV 집중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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弱者의 선택과 집중 전략
强者에 ‘미투 전략’으로
들이미는 건 자살 행위
적이 가장 약한 곳에
집중적으로 힘 쏟아부어
수적 열세 극복할 수 있어

쌍용차, SUV에 승부수
내수시장 점유율 4%이지만
SUV만 보면 21%에 달해
픽업트럭은 경쟁 모델 없어
시장 100% 장악

코란도 투리스모 올 판매량
작년보다 1700% 급증

르노삼성·한국GM 고전 이유
현대차와 차종 겹치는데
1등 차종은 하나도 없어

지난 2010년 초 평택시 칠괴동에 위치한 쌍용차 상품운영 회의실.

책임자로 갓 영입된 이재완 부사장이 개발진 30여명과 함께 향후 제품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 업계에서 잘 쓰지 않는 용어로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란체스터(Lanchester) 전략’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쌍용차는 자동차 업계 약자입니다. 약자가 강자와 맞서 생존하기 위해선 강자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쌍용차의 살길이 이 전략 안에 숨어 있습니다.”

그는 197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30년 이상 제품 기획을 맡아 왔고, 쌍용차에 구원투수로 영입됐던 참이었다. 당시 쌍용차는 ‘사느냐 죽느냐’ 기로(岐路)에 놓여 있었다. 실적 악화로 신음하던 중 대주주 중국 상하이차가 철수했고,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다(쌍용차는 뒤에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로 주인이 바뀐다). 전성기에 연간 20만대까지 팔리던 차가 2009년에 3만5000대까지 추락하면서 기업으로서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져가던 상황이었다.

[그래픽] 자동차 회사별 내수 판매대수 증가율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쌍용차의 상황은 완전 딴판으로 바뀌었다.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 같은 경쟁업체의 작년 내수 판매가 전부 마이너스 또는 정체였던 반면, 쌍용차는 23% 성장했다. 쌍용차는 올 들어 9월까지도 전년 대비 32%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성기 수준에 근접한 15만대, 2016년까지는 3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지난 3년간 쌍용차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변화의 비결이 바로 ‘란체스터 전략’이다. 란체스터 전략은 ‘란체스터 법칙'(용어설명 참고)을 역이용한 것이다. 란체스터 법칙이란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인 프레드릭 란체스터가 1차대전 당시 공중전 결과를 분석해 발견한 법칙으로, 핵심은 ‘전면전을 펼칠 경우 수적으로 우세인 쪽과 열세인 쪽의 전력(戰力) 차는 수적인 차이의 제곱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비행기의 성능과 파일럿의 기술 등 조건이 똑같은 아군 전투기 5대와 적군 전투기 3대가 공중전을 벌일 경우 적의 전투기가 섬멸된 뒤 아군 전투기는 2대가 남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제곱인 4대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약자가 강자에 ‘미투 전략’으로 들이미는 것은 자살 행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약자가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의 가장 약한 곳에 화기를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것이 바로 란체스터 전략이다.

약자는 국지전에 모든 화력 집중해야

란체스터 전략은 1960년대 일본의 경영학자 다오카 노부오가 경영 전략으로 완성했다. 그는 중소기업이나 후발 주자가 어떻게 시장 지배자를 뚫고 성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소개한 란체스터 법칙에 따르면, 강자는 아무리 약해 보이는 적이라 해도 단숨에 많은 물량을 쏟아부어 단숨에 제압해야 하는 것이 옳다. 전력 차가 크면 클수록, 적을 제압할 때 발생하는 아군 손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도전에 그토록 무자비한지도 이 법칙으로 설명이 된다.

그런데 바로 이 법칙에서 약자의 전략도 자연스레 도출된다. 상대와 전력 차가 가장 작은 지역에서 국지전을 유도하고, 그곳에 힘을 집중해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다.

란체스터 법칙은 공중전과 같은 원거리 전면전을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일대일 근접전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 근접전의 경우엔 수적으로 우세한 쪽이라 하더라도 그 우세를 전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약자 입장에서는 전체 전력이 맞붙는 원거리전을 피하고 국지전을 유도해야 한다.

쌍용차는 이 전략을 어떻게 응용했을까? 경쟁자인 현대·기아차는 생산량이 50배에 달하는 골리앗이다. 현대·기아차의 각 차종에 전부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개전(開戰)과 동시에 전멸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모든 면에서 강한 것은 아니다. 연간 생산 대수 700만대라는 규모는 엄청나지만, 경차, 소형세단, 중·대형세단, SUV, 고급세단, 승합차 등 싸워야 할 전선(戰線)이 너무 넓고 흩어져 있다.

[그래픽] 쌍용차 주력 모델의 내수 판매 실적

쌍용차는 경쟁자들과 전력 차가 가장 적은 부분, 즉 SUV 그것도 특정 분야에 보유 화기(火器)를 모두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 전략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됐는지는 시장을 쪼개어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올해 1~9월 내수판매에서 현대·기아차가 82만대를 파는 동안, 쌍용차는 고작 4만500대 팔았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고작 4%에 불과하다. 그러나 SUV 시장 점유율만 보면 쌍용차의 점유율이 21%로 상승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SUT(SUV 스타일의 픽업트럭)는 시장을 100% 독식했다. 쌍용차의 ‘코란도 스포츠’가 유일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11인승 다목적 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는 9월까지의 판매량이 7900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450대에 비해 1700% 급증했다. 유일한 경쟁자였던 기아 ‘그랜드 카니발’에 식상해 있던 소비자에게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SUV 같은 세련된 외모로 어필하면서 순식간에 시장 주류로 올라선 것이다.

거꾸로 갔던 과거

그럼 쌍용차는 왜 예전에 고전했을까. 란체스터 법칙을 철저히 무시했던 과거 행보에서도 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과거 쌍용차의 전략은 완전히 거꾸로였다.

2006년 말 상하이차가 쌍용차 대주주이던 시절 기자가 만났던 필립 머터우 당시 쌍용차 공동대표는 쌍용차의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쌍용차의 핵심가치는 ‘오프로더(험로주행용차) 전문회사’라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 핵심 상품인 ‘코란도(지프형차)’ 생산 시설을 헐값에 해외에 팔아넘겼어요. 그리고는 현대처럼 승용차 스타일의 차를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죠. 핵심가치는 버리고 승산 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그는 이듬해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이후로도 쌍용차는 현대차를 닮겠다는 ‘미투 전략’을 계속 추진한다. 현대의 아반떼 같은 준중형세단 개발에 착수했다가 중도 포기했고, 쏘나타급 이상까지 만들겠다고 과욕을 부렸다. 그런 사이 경쟁사들은 SUV 신모델을 속속 내놓았고, ‘4륜 구동의 명가’로 불렸던 쌍용차의 핵심역량은 무너져 갔다.

4년 만에 주간 1교대에서 주야 2교대로 전환하기 시작한 지난 5월 평택 공장.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 못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4년 만에 주간 1교대에서 주야 2교대로 전환하기 시작한 지난 5월 평택 공장.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 못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 조선일보 DB

르노삼성, 한국GM이 고전하는 이유

르노삼성이나 한국GM이 내수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란체스터 전략으로 설명 가능하다.

르노삼성은 준중형·중형·대형세단·준중형 SUV를 판매하는데, 전부 현대·기아차에 일대일 대응하는 ‘미투 전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단 한 차종도 1등 또는 우위를 갖는 상품이 없다.

한국GM은 르노삼성보다 더 많은 차종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란체스터 전략에 따른다면, 한국GM과 현대·기아 사이에 전력 차이가 가장 적은 ‘경차’ 시장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한국GM의 ‘스파크’로 시장 1위인 기아 ‘모닝’을 제압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전 지역에서 동시에 전면전을 펼치는 대신, 전국에서 모닝 대비 스파크의 판매 격차가 가장 작은 곳을 찾은 뒤 그 지역에서부터 모닝을 이기고, 여세를 몰아 전국적으로 역전시키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스파크는 경쟁 모델 모닝과 맞붙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위를 차지한 적이 없다.

군사 전략 전문가인 아주대 NCW(네트워크중심전)학과 홍성표 교수는 “베트남전 당시 월맹군이 압도적 화력을 가진 미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듯이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국지적인 우세를 이용해서 전세를 뒤집은 사례가 많다”면서 “란체스터 전략은 약소 기업이 ‘제한적 전투’를 잘 활용하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란체스터의 법칙(Lanchester’s Law)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인 프레드릭 란체스터가 1차대전 당시 공중전 결과를 분석해 발견한 법칙이다. 핵심은 ‘수적으로 우세인 쪽과 열세인 쪽의 실제 전력(戰力) 차이는 수적 차이보다 훨씬 큰 차이로 커진다’이다. 예를 들어 성능이 같은 아군 전투기 5대와 적군 전투기 3대가 공중전을 벌여서 적군 전투기 3대가 모두 격추될 때까지 살아남는 아군 전투기 대수는 5에서 3을 뺀 2대가 아니라, √(5²-3²), 즉 √(25-9)=4대라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때 미군이 이 법칙을 활용해 큰 전과를 올렸으며, 1960년대 일본 경영학자 다오카 노부오가 책 ‘란체스터 전략 입문’을 펴내면서 일본 경영자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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