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나이키와 리복의 운명 가른건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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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주크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전략 대표 /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의 저자
`세기의 장난감기업` 레고는 가족브랜드로 확장하려다 핵심모델만 잃어버렸다
1980년대 나이키와 리복은 미국 운동화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사람들은 이 둘의 경쟁 관계를 가리켜 `미 운동화 업계의 코카콜라와 펩시`라고 불렀다. 1989년까지만 해도 나이키와 리복은 규모와 상품군,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리복이 자신의 핵심 사업인 스포츠웨어에서 눈을 돌려 랄프 로렌 신발, 보스턴 웨일러 보트, 웨스턴 부츠, 골프웨어 등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두 회사 간의 경쟁 구도가 사실상 끝났다. 여기저기 사업에 손을 대며 위태롭게 떠돌던 리복은 결국 2006년 아디다스에 매각되고야 말았다. 반면 나이키는 특유의 스우시(swoosh) 로고를 이용한 브랜드, 스포츠 선수와 파트너십, 디자인과 신소재, 아시아권의
효율적인 공급망 등 4가지 요소를 갖춘 선순환 사업 모델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Repeatability)`의 저자 크리스 주크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전략부문 대표는 나이키에는 있고 리복에는 없던 것을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Great Repeatable Model)`이라고 칭한다. 나이키는 4가지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골프 등 여러 신규 사업에서 반복적으로 성공했다. 반면 리복은 스포츠웨어의 핵심 역량을 다른 사업에서 활용하지 못하면서 반복 가능한 성공 모델을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크리스 주크 대표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시장에 진출해 있느냐보다 어떤 차별화된 핵심
사업을 갖췄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핵심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재정의(redefinition)를 통해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크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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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말하는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이란.▶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 5년간 수천여 상장기업들의 성과를 분석해왔다. 그 결과 10년 이상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다시 적용함으로써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유지하고,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해나가며 업계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있었다. 우리는 이들 기업이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을 갖고 있다고 본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은 동일한 사업을 계속 반복하란 뜻이 아니다. 다음 3가지 원칙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 사업 전략이 명확한 강점(핵심 역량)이나 차별화 요소에 뿌리를 두고 있고 다양한 환경에 반복적으로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즉 새로운 고객과 지역, 형태 등에 맞춰 약간의 개선과 재정의를 거치면서 꾸준히 반복이 가능한 사업 모델이어야 하다는 뜻이다. 둘째, 해당 전략을 일선 직원들의 행동과 일상 업무 방식에 명확히 연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머리와 손발의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한다. 셋째,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나 직원의 학습, 관찰 등 내부적인 학습체계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이를 경쟁 우위로 삼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 4곳 중 3곳은 이 같은 3가지 주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당신이 말하는 핵심 사업의 재정의와 혁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재정의는 기업의 전체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되는 사업영역에서의 근본적 변화를 뜻한다. IBM이 하드웨어사업에서 소프트웨어ㆍ서비스업으로, 마블엔터테인먼트가 만화책에서 영화ㆍ비디오제작으로, 드비어스가 광업에서 소매업으로 사업을 바꿀 때 실시했던 단계적인 변화가 `재정의`다. 반면 혁신은 기존 사업에서의 비즈니스모델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삼성의 차세대 태블릿PC 개발 또는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통해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하는 것 등이다. 혁신은 재정의보다 1000배쯤 흔한 성장 모델이다.

-최근 10년간 주요 기업들이 한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최고경영진은 항상 더 높은 성장률을 요구받고 있다. 차라리 도박을 하더라도 새로운 성장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편이 낫지 않나.

▶나는 `핵심을 확장하라`는 책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기업의 성장계획안을 살펴보고 성공확률을 계산했다. 당시 관심이 높았던 시장 다변화 전략은 성공확률이 5%에 불과했다. 이는 경영진이 자사 핵심 역량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까지 했다. 최고의 성공 방정식은 회사의 핵심 강점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다변화 전략을 쓰더라도 기존 핵심 사업의 핵심 강점을 신규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핵심 강점과 상관 없이 성장과 규모만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규모의 경제가 신속성, 제품 품질, 고객 친밀도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자사의 핵심 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은 많은 기업의 CEO들이 자사의 핵심 사업이 무엇인지 잘 대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기업들은 핵심 사업과 반복 가능한 모델의 근원이 되는 자신만의 강점을 갖고 있었다. 자신만의 뛰어난 역량이나 특별한 강점을 토대로 핵심 사업을 정의할 줄 알아야 한다. 특별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에 대해 조직 내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조직원들의 자부심과 정체성의 근원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통한 혁신보다 핵심 사업의 재정의를 통한 반복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이유는 무엇인가.

▶혁신은 지난 몇 년간 하버드비즈니스프레스 웹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단어다. 그러나 명확한 의미를 잃은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린 혁신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핵심사업이란 틀 안에서 자유를 주는 것이 직원들을 느슨하게 풀어준 채 뛰어난 차세대 사업을 찾으라고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란 얘기다. 제한도 없이 단순히 유망한 시장을 찾으라고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경쟁 우위나 차별화 요인 없는 성장 전략은 도박을 하거나 복권을 사는 것과 같다.

-기업 상당수가 자신들도 모르게 핵심 모델을 일찍 폐기해 성장 모멘텀을 잃는다고 언급했는데.

▶`세기의 장난감`으로 꼽히는 레고가 대표적이다. 레고의 경영진은 레고를 `장난감이 아닌 강력한 가족 브랜드`라며 브랜드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레고는 이후 테마파크, 의류, 시계, 책 등 수많은 브랜드 사업에 진출했다. 레고의 성장은 멈추고 핵심은 쇠퇴해 세전 2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21%로 급락한 사례가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 중 위대한 반복 가능한 모델을 갖춘 곳은 없나.

▶몇 해 전 `올해의 신규 상장기업`으로 꼽힌 농산품업체 올람(Olam)이 대표적이다.(올람은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식품업체에 공급하는 공급망과 이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 모델을 개발해 2001년 이후 연간 2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디즈니에 인수된 픽사, 에어아시아, 라이언에어, 한국타이어, 하이얼 등도 훌륭한 사례다. 호텔 체인 포시즌스, 오베로이그룹 외에도 뱅가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도 위대한 반복 가능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노키아도 당신이 주창하는 `집중(focusㆍ핵심 사업을 통한 시장 점유율과 이익 증가)-확장(expansionㆍ인접 시장으로 신규 확장)-재정의(redefinitionㆍ기존 비즈니스 모델 새롭게 재정의)`의 기업 성장 사이클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실패했다. 이처럼 기존의 사업 모델이 더 이상 반복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나.

▶노키아는 집중과 확장 면에서 세계 최고였다. 1990년대 중반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폰 수익의 90% 이상을 독식했다. 경쟁자들보다 훨씬 투자 여력이 컸다. 노키아는 저가 모델을 인도 등 지구상 모든 나라에 출시했고 카메라를 포함한 더 많은 내장 기능을 갖춘 차세대 기기들을 계속 개발해냈다. 당시에는 완벽했던 반복 가능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재정의에 실패했다. 노키아는 내부적으로 많은 엔지니어들이 스마트폰 기술에 투자를 권했고 디스플레이 스크린 기술과 초기 모델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대한 현금 축적을 통해 주주들에게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하고 자사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앤디 그로브 인텔 창업자는 “장기적, 단기적으로 당신에게 가해지는 비즈니스 위협에 대해 어느 정도 편집증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IBM 등은 각 사업이 직면할 주요 위협과 그 추이를 공개적으로 확인, 강조하는 절차를 갖고 있다. 10만명 이상 직원들이 이 절차에 참여한다. IBM은 이를 통해 네 번의 역사적인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보다폰도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최고경영진이 매년 모여 회사에 대한 위협과 새로운 계획을 논하는 `브로켓홀(Brockett Hall)`이란 절차를 만들었다. 당시 보다폰 CEO는 이 절차를 거쳐 7개의 주요 결정을 올바르게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결정 대다수는 무언가를 못하게 한다거나 철수하는 결정이 아닌 위협에 대응하도록 하는 결정이었다. 이것이 핵심이다.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은 일종의 자기 복제를 통해 성장한다. 무엇을 어떻게 복제해야 하나.

▶회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이나 시장 우위를 갖춘 2~3개 영역을 기반으로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이 기술을 계속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비즈니스의 자기 복제 기술이다. 스타벅스는 각 국가에 서로 다른 메뉴를 제공하지만 커피에 대한 경험은 동일하게 유지한다. 애플은 모든 기기에서 공통의 디자인 전통을 유지하고 이들은 동일한 운영체제에서 작동한다. 삼성 등 다수의 사업분야를 갖춘 기업들은 시장을 우선 공략한 뒤 혁신하는 방법을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복제한다. 삼성은 많은 측면에서 상당히 독특한 경우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하지 못할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지속적인 개선과 끊임없는 적응이 필요하다. 이케아의 모델을 살펴보자. 겉으론 단순한 구조 같지만 원가, 생산성 측면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가구 사업은 매장을 만들고 창의적인 구매 전략만 있다면 쉽게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케아처럼 협력업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특정 가격대에 맞춘 선진화된 가구 설계 프로세스는 타사에서 모방이 불가능한 것이다.

-당신은 꾸준히 성과를 낸 기업의 4분의 3 이상이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머지 4분의 1은 우리가 확인한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의 3가지 설계 원칙과 분리될 수 있는 특별한 자산이나 조건을 갖고 있었다. 코카콜라는 막대한 브랜드 자산을, 엑손모빌은 규모의 경제와 유전 보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영체제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은 이런 자산을 획득하기 힘들다.

-신생기업이 `위대한 반복 가능한 모델`을 이른 시일 내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매우 분명하게 차별화를 정의하라. 둘째, 고객에게 이 차별화를 증명하고, 스스로의 생각보다 고객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셋째, 창업자의 강인한 정신이 경쟁자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커다란 경쟁 우위란 걸 깨달아라. 창업자의 정신은 조직 내 높은 동기를 부여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기업 `반복 가능한 모델` 만들려면
`패스트 폴로어`로는 한계…재빠르게 차별화를 이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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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ㆍ빠른 추종자)`라는 칭찬과 비아냥을 동시에 듣고 있다. 일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이나 제품을 빠르게 모방한 뒤 오히려 모방 대상이었던 기업을 밀어내고 시장 우위를 차지하는 데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 모방을 넘어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자사만의 고유한 `반복 가능한 모델`로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은 크리스 주크 대표와 패스트 폴로어 전략에 대한 일문일답이다.-한국 기업의 `패스트 폴로어` 전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패스트 폴로어는 단순히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타이어는 선진 기업을 따라가며 타이어를 만들기만 한 것이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대단히 혁신적인 공장과 소매 유통 모델을 보유했다. 그리고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리적 확장 전략에서도 유리한 `반복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를 통해 미쉐린 등 세계적인 강자에 대항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혁신뿐 아니라 기존 모델에서 최대 성과를 냈다. 그리고 반복 가능한 대규모의 저비용 공장과 소매 전략 등 작은 변화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이처럼 따라 가면서도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초반에 패스트 폴로어 전략을 펼쳤더라도 이를 자사만의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패스트 폴로어는
자신이 추종하는 대상과 절대 똑같아질 수 없다. 대신 이들로부터 배워 스스로를 향상시켜야 한다. 차별화가 전략의 정수인 셈이다. 어떠한 전략도 차별화 없이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던 거의 모든 기업들은 결국 다른 기업으로 대체됐다. 선도 기업도 결국 다른 기업을 추종하면서 성장한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차별화를 만들어내느냐, 아니면 추종 대상의 모델을 얼마나 즉흥적으로 잘 개선해내느냐가 또 다른 차별화를 만든다. 차별화야말로 모든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의 근원이란 걸 잊지말라.

■ <용어설멸> 반복 가능한
위대한 모델 : 핵심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ㆍ사업에서도 반복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핵심 역량을 유지한 채 사업을 개선하고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he is…

크리스 주크(Chris Zook)는 1994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해 현재 글로벌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경영전문사이트 `싱커스 50(Thinkers 50)` 등이 선정한 세계 50대 경영 사상가 중 한 명이다. 저서로는 핵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핵심에 집중하라(Profit from the Core)`, `핵심을 확장하라(Beyond the Core)`, `멈추지 않는 기업(Unstoppable)` 등이 있다. 윌리엄스대학교에서 수학ㆍ경제학 학사 학위를, 옥스퍼드대 엑서터칼리지에서 경제학 석사를,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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