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심리학] 지쳐있는 사람에게 `결정` 강요말라

`리더의 결정은 이성 아닌 감성이 좌우`한다는 제목의 매경MBA 섹션 칼럼(3월 23일자 B5면)에서 필자는
결정에 있어서 정서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런 추리를 한 번 해보자. 감성이 들어간다는 것은 심드렁한 사고 과정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더해졌다는 것이고 따라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결정은 많은 양의 정서의 개입을 요구한다. 따라서 결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사소해 보이는 결정도 내리고 난 뒤에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운동선수처럼 지쳐 있게 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결정 전후에 일과 상황을 잘못 배치하는 것이다. 많은
실수나 실패들이 여기에서 나온다.

연구와 관찰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무언가 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참을성이 부족해진다. 마음에 드는
것 고르기와 같이 사소해 보이는 결정도 몇 번 계속하다 보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에너지의 소모가 많아진다. 따라서 무언가 참을성이 필요한 일을
해내지 못한다.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여러 번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약간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는 것조차 오래 버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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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지를 못하니 조그만 불편에도 화를 내거나 짜증내기 쉽다. 그리고 생각을 위한 에너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하니 꼼꼼하게 세부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일들은 중간에서 포기하게 된다.

충동구매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서
빈둥대다가 무료함을 달래러 충동구매를 한다고만 생각하지만 오해다. 실제로는 결정이 포함한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겪은 후에 충동구매가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점을 백화점에서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구매라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소비자들이 힘을 잃지 않게끔 매장
면적을 아낌없이 할애해 `먹을 것`을 위한 공간을 둔다.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디든 먹을 것이 있다. 쇼핑을 끝내고 나가는 소비자는
의사결정의 피로감에 싸여 있는데, 슈퍼마켓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활기를 주는 제품들(껌, 사탕)을 의사결정의 긴 마라톤이 끝나는 계산대 바로
옆에 진열해 놓는다.

지혜로운 리더가 결정의 전후로 해야 할 일은 이제 몇 가지로 정리가 된다.

첫째, 지쳐 있는
사람에게 결정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결정 전에는 쉬게 해야 한다. 여기서의 휴식은 말 그대로 편안함이다.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며 불필요한 움직임과 대화 등으로 간섭받지 않도록 해 줘야 한다. 아침에 하는 회의가 길면 좋지 않다는 말이 있는
이유다.

둘째, 이미 여러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연이은 다른 결정을 강요하지 말고 쉬게 해야 한다. 휴식은 여흥의 형태로 활력
혹은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결정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데 대해 수고했다는 격려를 하며 생각을 재충전할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잘 먹여야 한다. 마음과 몸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연결돼 있다. 육체적 에너지는 곧 생각을 위한 에너지이다.

성공한
기업이 최고 구내식당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지혜로운 결정들을 이 식당에서 즐겁게 식사하고 내리기 때문이다. 리더라면 이 돈 역시 아까워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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