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성장하고 싶은가? 그럼 고객을 차별하라

`고객지상주의의 함정` 저자, 마케팅 석학 피터 페이더 美 와튼스쿨 교수
제대로 된 1% 고객이 성장엔진, 99%는 회사를 유지시키는 일상…성장을 위해 때론 일상을 버려라
피터 페이더 미국 와튼스쿨 교수는 마케팅 분야 석학이다. 그는 매학기 똑같은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한다.”많은 기업들이 고객이 중심이라고 말합니다. 스타벅스ㆍ애플ㆍ노드스트롬ㆍ코스트코ㆍ월마트 등은 고객 중심주의를 실천하고 있을까요?”

스타벅스는 커피에 대한 탁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로 정평이 높다.

애플은 고객 충성도가 세계 최고다.
노드스트롬은 고객 지상주의를 실천한 마케팅의 교본으로 꼽힌다.

당연히 학생들 입에서는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

“스타벅스ㆍ애플 등은 진짜 고객 중심주의적”이라는 극찬을 내놓는다.

그러나 페이더 교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답이 나온다. “스타벅스ㆍ애플 등은 고객 중심주의적 기업이 아닙니다.

고객 중심주의를 고객 친절로 잘못 이해하는 기업이죠.”

노드스트롬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노드스트롬은 틀렸다”고 까지 말했다.

노드스트롬의 고객 지상주의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일화를 “잘못된 마케팅 사례”라고 평가절하했다.

노드스트롬의 전설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진상 고객이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판 적이 없는 타이어를 들고 와 반품을 요구했다. VIP 고객이라며 특별대우를 요구한 것이다. 터무니없는 요구였지만 노드스트롬은 즉시 환불 조치했다. `모든 고객은 왕입니다. 고객은 언제나 옳습니다`라는 고객 지상주의의 철학을 실천한 것이다.

그러나 페이더 교수는 “해당 고객이 VIP 고객이 맞는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고객인지를 파악한 후에 어떤 조치가 옳은지 결정해야 했다”며 “평범한 고객이라면 당연히 `안된다`고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짜 고객 중심주의는 무엇일까. 페이더 교수는 “평생 동안 기업에 가져다 줄 가치의 합이 큰 고객, 다시 말해 생애주기가치가 높은 `올바른 고객`(right customer)를 찾아내고 이 고객에게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에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고객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세분화가 필수라는 게 페이더 교수가 강조하는 점이다. “그저 한 번 왔다 갈 고객은 누구인지, 자주 찾아올 고객은 누구인지 등으로 고객을 세분화해야 진짜 올바른 고객과 나머지 고객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고객마다 그에 적절한 비즈니스 활동을 펼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플과 스타벅스 등은 고객 세분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 중심주의 기업일 수가 없다는 게 페이더 교수의 주장이다. 다음은 페이더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장기적으로 기업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고객, 즉 `올바른 고객`은 소수다. 1%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99%의 고객은 버리라는 뜻인가.

▶나머지 고객의 숫자는 올바른 고객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이들의 구매를 모두 합치면 올바른 고객의 구매를 능가할 수도 있다.

내 말 뜻은 1%를 위해 99%를 버리라는 게 아니다. 이들은 당신의 회사를 유지시키고 굴러가게 해주는 일종의 `자갈 길`과 같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선 안 된다. 이들의 말도 안되는 불만에는 “안됩니다(Too Bad)”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올바른 고객이 회사에 `성장`을 의미한다면, 나머지 고객은 `일상`을 의미한다고 말이다. 일상도 중요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흘러가는 일상보다는 성장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고객들에게 친절한 스타벅스가 고객 중심주의 기업이 아니라고 하니 뜻밖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스타벅스를 방문해 음료를 주문한다. 일부 직원들은 고객들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 어떤 음료를 좋아하는지를 미리 알고 응대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고객 중심주의적 행동이 맞긴 하다. 그러나 고객이 매일 가던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스타벅스를 간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스타벅스를 매일 찾는 `올바른 고객`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나머지 일반 고객`이 모두 하나의 동일한 고객군으로 뭉뚱그려진다. 충성도 높은 올바른 고객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스타벅스는 고객 데이터를
회사 차원에서 모으지 않았고 여러 고객 중에서 올바른 고객을 분류해 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중심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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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왜 고객중심주의적 기업이 아닌가.▶애플은 세계 어떤 기업도 갖지 못한 최고의 고객
로열티를 보유하고 있고, 훌륭한 디자인의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자신들의 핵심 고객을 추려내 제대로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철저하게 제품중심주의적인 기업이다. 과거 제품중심주의(Product Centricity)를 이 땅에 가져왔던 헨리 포드가 그랬던 것처럼, 애플은 좋은 제품을 개발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팔고, 이윤을 낸다. 하지만 애플은 자신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고객이 최고의 충성고객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 `고객 맞춤식 마케팅`을 하는 데 인색하다.

아이튠즈만 봐도 그렇다. 산업 전체를 흔들 만한 영향력을 가진 아이튠즈에 `지니어스`라는 고객 맞춤형 노래 추천 서비스를 내놓은 건 불과 2008년의 일이다. 아마존은 이 같은 서비스를 이미 10년 앞서 내놨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와 애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쩌면 이들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지금도 잘 돌아가는데 왜 굳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들여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어떤 산업군의 어떤 기업에는 고객중심주의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10~20년 후, 기술격차는 줄어들고 서비스 수준 차이도 커지지 않게 되면 결국 고객중심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올바른 고객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핵심이다. 특히 고객중심주의는 기존 고객을 이탈하지 않게 하고, 이 고객들이 좀 더 많이 자사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제품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업도 있다. 빠른 속도와 효율성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기업은 어떻게 고객중심주의를 적절히 실천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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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나 월마트와 같은 기업의 비즈니스 핵심은 빠르고 효율적이면서 싼 가격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영업적 효율성`에 있다. `최고의 고객`을 찾는 것은 우선순위가 그 다음이다. 이런 기업들은 고객중심주의로 완전히 탈바꿈하기보다는 일부 요소들을 더하는 방법도 가능하다.예를 들어 월마트는 최근 상당히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캔-앤-고(Scan-and-go)`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고객은 스마트폰에 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깔고 구매하려는 제품을 스캔한다. 그런 다음 셀프체크카운터에서 모바일로 직접 결제를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데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월마트가 이 앱을 통해 어떤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어떤 빈도로 구매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둘째, 고객들의 결제를 간편하게 함으로써 기존 비즈니스의 핵심인 영업적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고객중심주의와 영업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한다면.

▶제약업체인 머크 사례도 흥미롭다. 사실 제약업은 제품중심주의적일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약을 개발하고, 많이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머크는 최고경영자(CEO) 위에 `고객 최고 책임자`를 두고 있다. CEO보다 더 높은 직급에서 고객과 만나고,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고객 최고 책임자`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현재 미셸 부나초스가 맡고 있다.

-올바른 고객을 분류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대로 된 고객생애가치(CLV, Customer Lifetime Value) 계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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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CLV의 정확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개별 고객 CLV의 총합이 기업이 가진 고객 자산이다. 결국 개별 CLV를 제대로 계산해야만 기업은 자신이 어느 정도의 고객 자산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계산 방법이 지금까지 아주 잘못돼 왔다.-어떤 측면에서 잘못됐나.

▶대부분의 기업은 개별 고객의 존재와 의미, 이들이 처한 각기 다른 상황 등을 무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CLV를 계산할 때 이른바 `평균`을 계산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까지 기업은 CLV를 계산하기 위해 현재 존재하는 고객들을 하나의 `동일한` 고객집단으로 묶었다. 그런 다음 이들의 평균 CLV를 계산했다.
최종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고객의 숫자를 평균 값에 곱하는 방식으로 전체 CLV를 계산했다.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이 방법은 `고객의 이질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점을 무시한 잘못된 것이다. 결국 기업은 자신들의 고객가치를 평가절하하기 쉽다.

-올바른 CLV는 어떻게 계산하나.

▶`평균`은 잊어라. 현재와 미래에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고 분석하라. 그런 다음 고객을 최대한 세분화하라. 각각의 세분화된 고객마다 CLV를 계산하라.

그래야만 기업은 자신들의 고객이 갖는 진짜 가치가 얼마인지를 알고, 적당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고객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내야 한다. 데이터가 있어야 고객을 나누는 세분화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인 보다폰 이탈리아는 유명한 사례다. 고객의 이질성을 생각하지 않고 고객 이탈률 평균 값을 활용해 고객
생애주기를 계산했더니 5.6년이 나왔다. 반면 고객을 3개 집단으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그룹에 맞는 이탈률 값을 구해 적용했더니, 고객의 생애주기는 12.4년에 이르렀다. 보다폰이 만약 5.6년을 적용해 CLV를 계산했다면 고객 가치를 절반 이하로 평가절하할 뻔했다.

-CLV 계산의 또 다른 모범사례가 있다면.

▶게임회사 EA다. 이들은 매일 CLV를 계산해 고객의 생애가치를 도출해낸다. 그리고 다시 주단위, 월단위로 계산한다. 그래서 고객이 자신들에게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한다.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고객자산이라는 가치를 계산하는 기업이다.

`고객지상주의의 함정`서 지적했던 기업들
반응은?

피터 페이더 미국 와튼스쿨 교수는 `고객지상주의의 함정`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고객중심주의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책 출간 후에 각 기업들로부터 받은 반응을 들려줬다.


스타벅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기업이다. 회사 전체적인 차원에서 `고객중심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많은 프로젝트들이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각 로컬 지점에선 고객 응대가 잘 이뤄지지만 다른 지점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다양한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시행 중인 `스타벅스카드`나 `이프리퀀시`와 같은 시스템도 비슷한 시도다.

◇ 월마트

약간은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책에서 언급된 내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점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스캔-앤드-고`는 좋은 시작으로 보인다.

◇ 노드스트롬ㆍ애플

가장 강한 비판을 받았던 노드스트롬은 놀랍게도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회사 일부 인사들이 개인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회사 차원의 대화 시도나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아쉬운 부분이다. 애플은 예상했던 대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애플은 향후 몇 년간은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반면 노드스트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메이시즈(Macy`s)는 오히려 큰 관심을 보이며 내게 자문을 구했다. 테스코의 고객중심주의를 이끈 주역으로 언급했던 던 험비가 메이시즈로 자리를 옮기면서 발전하고 있는 부분도 흥미롭다.

■ He is…

피터 페이더 교수는 프랑스 태생으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와튼 고객 분석 이니셔티브`의 공동 디렉터도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ㆍ월스트리트저널ㆍ이코노미스트ㆍ워싱턴포스트 등 수많은 미디어에 그의 연구가 인용되고 보도됐다.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교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케팅이 그저 연성 학문으로 비치는 것에 반대하며 기업과 학계가 힘을 합쳐 이 같은 편견을 깨야 한다고 믿는다. 최`고객지상주의의 함정`이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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