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

[김호의 궁지]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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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링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8&aid=0002217167&sid1=001

한겨레] ‘명퇴’를 ‘명예롭게’ 한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명퇴’는 실질적으로 ‘강퇴’(강제퇴직)이다. 20대는 취업으로 마음고생 하지만, 백세 시대에 나이 오십이 다가오면 ‘명퇴’ 후의 삶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다. 직장생활 길어야 삼십년이다. 50대 초반에 ‘명퇴’한다고 치면 또다른 삼십여년을 직장 없이 살아가게 된다.

취업 혹은 취직은 어렵지 않은 단어이지만, 이것이 현실 속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은 연금보다 더 중요하다. 취업 혹은 취직이란 직장에 다니는 상태를 뜻한다. 한 가지 생각해보자.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서 누가 ‘직업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무직’이라고 답하는 것은 정답일까? 직장에 다니면 직업이 있고, 직장을 떠나면 직업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직장과 직업을 혼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끔찍한 결과를 안겨준다. 직장이란 쉽게 말해 매일 아침 출근하는 빌딩, 즉 일하는 장소(place of work), 사무실(office)을 뜻한다. 직업은 직장과 관련은 있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영어로는 프로페션(profession)으로 자신이 가진 전문적 기술로써 자기 분야에서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일정한 돈을 벌 수 있는 일(業)을 말한다.

직장에 다니면 직책, 타이틀은 주어지지만, 직업이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직장을 다니는 상태라기보다는 직장을 떠나서도 독립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내 관찰에 따르면 직장생활 수십년을 하면서 자신의 직업은 만들지 못하고 ‘명퇴’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런 현상은 왜 동네에 수없이 많은 음식점이나 치킨집이 생겼다가 없어지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2~2011년 사이 해마다 전국에 치킨집은 7400개가 생기고 5000여개가 망했다. 치킨집 창업 3년 안에 절반이 실패하며, 80%는 10년 안에 실패한다. 한국의 1000명당 음식점 수는 12개로 일본의 2배가 넘고, 미국의 6배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가며 직장과 상사에게 너무도 충실하게 산다. 하지만 직장과 상사는 나를 보호해줄 수 없다. 직업만이 나를 보호해줄 뿐이다. 직장과 나의 관계란 연애이지 결혼이 아니다. 사귀는(다니는) 동안 열심히 사랑(일)하고, 때론 좋은 상대(직장)가 생기면 떠나는 것이다. 이제 나를 뽑아주는 직장을 다니기보다 내 직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직장을 선택하자. 혁신이론가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은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일자리를 구한 다음에 거기에 그냥 안주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고 구본형은 <내가 직업이다>에서 “자신에게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볼 기회를 한 번은 주어라”라고 적었다.

직장에 대한 고민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고등학교 시절 내 친구는 나이 마흔다섯에 과감하게 직장을 정리하고 올해 요리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제라도 자기 기술을 갖고 직업을 만들어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동안 직장이라는 ‘통장’은 있었지만, 직업이라는 ‘저축’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결과다. 취업을 앞둔 20대에게도 말하고 싶다. 어느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직업에 평생을 걸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직장 경력은 있는데 직업이 없는 사람은 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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