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價 전략은 위대한 기업의 성공 원칙이 될 수 없다

금메달 기업 만드는 세 가지 법칙… 컨설팅社 딜로이트의 레이너·아메드씨 인터뷰
① 低價 전략보다 품질 먼저 가격 낮추면 낮출수록 경기가 회복됐을 때 차별화된 위치 잃어버려
② 원가 절감보다 매출 극대화 차별화된 제품 비싸게 팔고 비용 들어도 브랜드 구축해 판매량 최대한 늘려야
③ 두 원칙 위해선 뭐든 하라내구성·품질·편리함 등 非가격적 경쟁력 창출해 판매 극대화할 때 경이적인 기업 될 수 있어

기업의 가장 고전적이고 일반적인 전략 중 하나는 저가(低價) 전략일 것이다. 월마트는 ‘언제나 저가(Always low prices)’ 전략으로 경쟁 기업 K마트의 아성을 무너뜨렸고, 저가 항공사들은 공룡 항공사들을 멸종시켰다. 저가 전략은 과연 성공의 바이블일까?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Deloitte)의 마이클 레이너(Raynor·47) 리서치 부문 대표와 뭄타즈 아메드(Ahmed·61) 최고전략책임자는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가 전략은 적어도 위대한 기업의 성공 원칙은 아닙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를 스스로 저평가하고 가격을 낮추면 낮출수록 훗날 고통을 맞이할 확률이 커집니다.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자들이 많은 돈을 쓸 여력이 생겼을 때 제품이 차별화된 위치를 상실하기 때문이죠.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비(非)가격적인 요소예요. 내구성, 품질, 편리함, 기능 같은 비가격 가치야말로 기업이 경이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열쇠입니다.”

두 사람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 ‘세 가지 법칙: 앞서가는 기업들의 사고방식’을 썼고 요약본이 지난해 3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커버스토리로 다뤄졌다.

이들은 미국의 유통·운송 등 9개 산업 2만5000개 기업의 1966년부터 2010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두 사람은 이들 기업을 총자산이익률(ROA·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것)을 기준으로 세 그룹으로 나눴다.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상위 10%에 랭크된 금메달 기업(Miracle Worker), 상위 20~40%에 지속적으로 랭크된 은메달 기업(Long runner), 평범한 실적을 내는 평균 기업(Average Joes)이 그것이다. 전체 기업 중 경이적 기업과 장수 기업에 포함된 기업은 각각 174개와 170개였다. 이어 두 사람은 9개 산업마다 금메달 기업과 은메달 기업, 평균 기업 하나씩 3개 기업을 골라(총 27개 기업) 집중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두 사람은 분석의 결과로 금메달 기업을 만드는 법칙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①싸기 전에 좋아야 한다 ②원가 절감보다 매출 증대 ③’더 이상 다른 법칙은 없다’가 그것이다. Weekly BIZ가 뉴욕 딜로이트 본사에서 레이너씨와 아메드씨를 만나 세 가지 법칙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마이클 레이너(왼쪽) 딜로이트 컨설팅 리서치 부문 대표와 뭄타즈 아메드 최고전략책임자가 뉴욕 딜로이트 본사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두 사람은“내구성·품질 등의 비(非)가격적 가치를 만드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 마이클 레이너(왼쪽) 딜로이트 컨설팅 리서치 부문 대표와 뭄타즈 아메드 최고전략책임자가 뉴욕 딜로이트 본사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두 사람은“내구성·품질 등의 비(非)가격적 가치를 만드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 뉴욕(미국)=이신영 기자

①싸기 전에 좋아야 한다
(Better before cheaper)

금메달 기업이 남달랐던 것은, 첫째 저가 전략보다는 제품의 비(非)가격적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은메달 기업은 때때로 저가 전략을 폈다. 1980년대 초 미국 화물 운송 산업은 정부 규제가 풀리면서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평균 기업인 팸(PAM)은 매출의 70% 이상을 자동차 산업에 ‘올인’했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은메달 기업인 워너는 미 대륙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가격을 크게 낮추었지만, 고객이 원하는 기한 내에 배달을 100% 보장하진 못했다.

팸과 워너를 물리친 금메달 기업은 연평균 14.6%의 자산순이익률을 기록한 하틀랜드라는 회사였다. 이 기업은 미국 중서부 지방의 소수 고객에만 집중했고, 그 지역 고객에겐 상황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약속된 기한과 원하는 장소에 운송하는 차별화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경쟁자들에 비해 가격도 10% 올릴 수 있었다.

1960년대부터 20년간 경이적인 기업으로 군림해온 미국 가전기업 메이태그(Maytag)는 LG 등 아시아 경쟁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자 저가의 중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을 다각화했다. 그러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6년 월풀에 인수됐다. 과거 높은 기술력과 품질이라는 비가격적 경쟁력을 무기로 삼았던 메이태그의 차별화된 위치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비가격적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레이너씨가 강조하는 실천 원칙은 ‘파괴적 혁신’이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은 저가 제품 출시로 신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저가 정책에 반대하는 그들의 주장과 모순되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해 레이너씨는 “많은 사람이 파괴적 혁신이 싼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오해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기자도 제 주장이 모순 같다고 하더군요(웃음). 하지만 파괴적 혁신 이론은 기술의 변화와 고객층 공략에 대한 이론입니다. 세분화된 고객층을 공략하는 것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겁니다. 고객이 중시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입니다.”

②원가 절감보다 매출 극대화
(Revenue before cost)

이 두 번째 원칙은 금메달 기업이 어떻게 수익성을 확보하느냐와 관련된 것이다. 아메드씨는 “금메달 기업은 탁월한 수익성을 매출 극대화 전략을 통해 달성한 공통점이 있었다”면서 “원가 절감이 탁월한 수익성의 원천이 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때 매출 극대화는 차별화된 제품을 경쟁사보다 고가에 팔거나, 비용이 들더라도 브랜드 구축에 집중해 판매량을 늘림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분석에 따르면 9개 산업에서 금메달 기업으로 선정된 9개 기업 중에서 6개 기업은 주로 높은 가격을 통해 매출 극대화를 이뤘고, 2개 기업은 주로 판매량을 늘려 매출 극대화를 이뤘다.

제과업계의 금메달리스트이며 ‘츄잉껌’으로 유명한 리글리는 매출의 15% 정도를 광고에 쏟아부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화했다. 그러나 은메달리스트인 투씨 롤은 매출의 2% 정도만을 광고에 지출했고, 얼마 되지 않는 마케팅 예산의 나머지는 할인권이나 판촉 행사에 모두 쏟아부었다.

“흔히 원가 절감과 가격 경쟁을 통해 매출과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체로 그건 평균 기업의 특징이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집중적인 자본 투입을 요하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위험 요소였습니다.”(레이너씨)

기업성공요인

③다른 법칙은 없다

마지막 성공 원칙은 없다. 첫째와 둘째 원칙이 전부라는 것이다. 금메달 기업들은 환경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고 두 원칙을 고수하되 환경에 맞게 창의적으로 적용했다. 의류회사 아베크롬비앤피치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새 이미지를 창조하고, 새로운 제품 라인을 도입했다. 1997년부터 제품을 판매한 아베크롬비앤피치의 목표 고객은 7~14세였다. 2000년 계열사인 홀리스터는 14~18세를 겨냥했고, 2004년 론칭한 루엘 NO. 925는 22~34세에만 집중했다. ‘현재의 유행보다 한발 앞서는’이란 기치를 내건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해변과 서핑을 테마로 삼은 체험형 매장을 만들고, 제품을 외주하지 않고 자체 생산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경쟁 기업들이 할인 공세에 나섰을 때도 가격을 할인하지 않고 버텼다.

아메드씨는 “아베크롬피앤피치는 경쟁자와 다를 바 없는 원가 구조를 유지했지만, 고객층마다 다른 매력을 확실히 어필하는 브랜드 전략으로 경쟁자보다 30~40%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원칙은 신흥 시장의 성공 방정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역혁신(reverse innovation)’ 개념을 창안한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는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선진국 제품 품질의 50%, 가격은 5% 수준으로 팔아야 고객을 만족시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레이너씨의 생각은 이랬다.

“우리 연구가 다른 시장에 적용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흥 시장에서 품질을 미국 시장에보다 낮추되 싸게 파는 것은 사실 비가격 경쟁력의 맥락에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해당 제품과 비슷한 제품이 인도 시장에 없었다면, 그 시장에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므로 그건 단순히 낮은 가격 이상의 비가격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메드씨는 “만약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라면 우리의 원칙보다는 더 근본적인 숙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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