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100명중 1명도 되기 힘든 임원… 일 찾아 하는 사람에 기회 온다

롯데 인재개발원 전영민 이사가 말하는 ‘임원 되는 법’
승진 탈락 가장 큰 이유는… 주어진 일 이상은 안하는 것
열심히 하는데 몰라주면… 위·아래 소통 능력의 문제
부하엔 가혹한 사이코들… 승승장구하는 시대 끝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1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는 데는 평균 21.2년이 걸리며, 확률은 0.8%이다. 100명에 1명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임원이 될 수 있을까.

롯데그룹에서 입사 이후 20년 동안 인사 담당으로만 일한 전영민(47·사진) 이사는 이런 바늘구멍을 통과하느라 애쓰는 직장인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책을 썼다. 제목은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 직장인이 던져야 할 11가지 질문’.

전 이사는 위클리비즈 인터뷰에서 취업 정보업체 인크루트가 내놓은 설문 결과를 인용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승진 대열에서 처지는 직원들이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조사한 것이었다.

‘주어진 일만 처리하기 때문'(29.6%)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본인의 성과를 잘 부각하지 못한다'(23.1%), ‘실무자로서 역량은 뛰어나지만, 관리자로서는 미달'(21.8%), ‘상사와 인간관계가 좋지 않다'(17.6%) 같은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전 이사는 “열심히 일한다? 그건 당연한 거예요. 지금 기업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직원이 있습니까. 중요한 건 잘하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직원이 (임원) 경쟁에서 한발 앞서 갑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열정’이 중요하다. 열정은 열심과 다르다. 전 이사는 사람은 세 가지 동기가 생기면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공포, 인센티브, 자각. 공포는 강압에 의한 것이고, 인센티브는 당근을 주면 나오는 수동적인 반응에 불과하다. 결국 외부 자극이 없어도 알아서 변하려 하는 자각에서 열정이 탄생한다고 전 이사는 지적한다. 이런 열정을 지니고 있어야 임원을 바라볼 수 있는 자격이라도 따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롯데그룹만 하더라도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이 200대1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뽑힌 우수한 직원들이 나란히 출발선에 서는데 ‘난 오늘 맡긴 일은 큰 문제 없이 처리했다’고 안심하고 책상 앞 컴퓨터를 끄는 순간, 이미 레이스에서 뒤처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본인 성과를 잘 부각하지 못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잘난 체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런 태도는 반감을 삽니다. 다만 성과가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면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난 열심히 하는데 남들이 몰라준다? 그럼 그 직원은 아래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회사에서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하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 대기업 임원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어떤 게 있습니까.

“신규 임원을 고를 때 당연히 위아래로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사)를 합니다. 여기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탈락합니다. 아래에는 가혹하고 위에만 정성을 들이는 ‘정신 이상자’들이 승승장구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물론 인사를 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10명 중 1명은 임원이 되면 안 되는 사람이 뽑힙니다. 꼭 되어야 하는 사람이 임원이 못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기업 인사의 목표는 이런 실패 확률을 꾸준히 줄여나가는 작업입니다. 따지고 보면 하느님도 인사를 잘못해서 아담이 선악과를 먹은 것 아니겠습니까. 완벽한 인사는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어야 바람직한 조직입니다.”

– 자질은 뛰어난데 임원에 못 오르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20년 동안 인사 담당을 맡으며 배운 이치는 그런 사람이 한두 번 승진 인사에서 누락될 수는 있으나 결국은 중용된다는 겁니다. 물을 먹어도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준비를 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부장에서 이사 승진할 때 2번이나 누락되고도 지금은 그룹 계열사 사장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 임원을 뽑는 기준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한국 기업에서 승진은 일을 잘했으니 주는 성과물이란 특성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성장하려면 이런 보상적 관점으로는 적응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성과가 없는 직원이 임원이 될 수 없는 건 자명합니다. 다만 지금은 그 자리를 맡겼을 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전략적 통찰력과 리더십입니다.”

– 임원이 되기 위한 리더십은 어떤 겁니까.

“리더십이란 전생의 원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져서 변심을 시키고 나를 위해 한 번쯤은 죽어 주게 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 난도의 용병술이죠. 2차 세계대전 때 가장 효율적으로 군대를 운영한 건 독일이었습니다. 독일은 임무 중심적인 체계를 운용했는데 명령을 내릴 때 임무는 주고 자세한 지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통망을 강화해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교신하며 수정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휘관이 일일이 세세한 것까지 지시하는 구조였다고 합니다. 독일군이 화력이 몇 배나 강한 미군을 상대로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런 ‘임무 중심적 지휘 체계(mission oriented command system)’의 장점이 발휘됐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이란 이뤄야 할 목표를 조직원들을 통해 실현하는 기술입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조직의 힘을 빌려 협력하면서 성취하는 것입니다. 독불장군은 리더로서는 미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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