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이직 막는건 毒…자유로운 이동이 혁신 낳는다

[매경 MBA] 이직 막는건 毒…자유로운 이동이 혁신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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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는 자유를 원한다` 저자…`이직 예찬론자` 오를리 로벨 美 샌디에이고大 법대 교수
정녕 기업 혁신을 원하는가, 떠날 사람은 고이 보내시라 재능있는 새 인물 모이리니

페이스북 직원 5명 중 1명은 구글 출신이다.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의 인력 엑소더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구글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전략 회의도 열지만 별로 소용이 없는 듯하다. 세계 최고 직장이라는 구글 직원들마저 페이스북을 `더 섹시한 직장`으로 부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워낙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혜택을 제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 때문만은 아니다.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긴 한 인재는 “실리콘밸리 사람이라면 가장 `핫`한 직장에 있고 싶어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고 이직 이유를 설명했다. 구글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한때는 구글이 가장 `핫`하며 `섹시`한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우수한 IT 인재를 무더기로 빼앗아왔다. 그 덕분에 오늘의 구글이 존재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성장은 이처럼 숱한 `인재 빼앗기`로 이뤄진 것이다. 인력을 빼앗기 위해 아예 해당 기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해 제품은 버리고 창업자와 엔지니어, 팀만 통째로 가져오는 방식은 `채용을 위한 인수(acq-hire)`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직원들의 이직이 이렇게 잦다면, 겨우 키워낸 인재들을 경쟁기업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법적 계약을 통해서라도 이직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실제 미국에서도 90%의 직원들이 채용 전에 `경쟁금지조항`에 사인을 한다. 퇴직이나 해고 후에도 일정 기간 경쟁 기업에 취업을 하지 않고 자기 사업도 벌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인력이동을 허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회사의 혁신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직에 관대한 기업일수록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직원들이 자기계발에 최대한 몰두하게 된다. 직원은 이직 기회가 있을 때 자신에게 최대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기도 쉽다. 외부 인재들은 이직에 관대한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한다.

오를리 로벨 샌디에이고대 법대 교수는 “이직자를 회사의 잠재적 자원으로 잘 관리하면 결국 기업은 이득을 얻게 된다”며 “이직을 막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인력 이동이 전체 기업의 성과를 올리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가는 직원 잡지 말고 오는 직원 막지 않아야` 회사가 잘된다는 얘기다. 다음은 로벨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빼내가려는 경쟁 기업 때문에 인력 유출로 고민하는 회사가 많다.

▶인재 유치 전쟁(talent war)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수한 인재 한 명을 데려오면 그 사람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의 네트워크, 에너지, 이전 직장의 노하우까지 함께 가져올 수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회사가 경쟁 기업 또는 아예 다른 영역에서 사람을 영입한다.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아예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일도 많다. 최근 구글은 소셜검색 부분의 신생기업인 앙스트로(Angstro)를 인수했다. 창업자 로빗 케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직원 한 명이 이직할 때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그 직원 연봉의 두 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직하는 직원이 늘어나면 회사로서도 손실이다. 그러나 인력 유출의 위기는 기회로 반전될 수 있다. 첫째, 그 원인을 알면 회사들은 스스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나간 직원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식 표현에 따르면 `창조적 파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더구나 이직한 직원들을 나중에 다시 불러들이면 회사로서는 큰 이득이다. 외부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회사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회사를 떠난 직원들을 다시는 고용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한 회사들도 많은데 이러면 장기적인 인재 유치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떠나간 직원이 다시 회사로 돌아오면 다른 직원들은 `남의 떡이 항상 큰 것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지금 있는 회사를 더 좋아하게 된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가.

▶직원들의 이직이 보다 자유로운 곳일수록 더 많은 혁신과 발전이 있다. 미국의 52개주 중에서 캘리포니아주에서만 경쟁금지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직원들이 자유롭게 경쟁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혁신이 나올 수 있는 게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경쟁금지조항이 느슨한 주일수록 투자와 혁신이 많이 이뤄졌다. 인력 이동에 관대한 이스라엘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독일처럼 노동 시장이 경직적인 국가보다 더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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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으로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회사가 많다.

▶ 이직에 대해 회사가 강경한 태도를 보일수록 새로운 인재들을 뽑기가 어려워서 결국 회사에 손해다. 과거 인텔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엔지니어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법무팀에 분기별로 2건 이상 소송을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이직을 막기는 했지만 구직자들 사이에 인텔의 평판을 떨어뜨렸다. 결국 능력 있는 새 직원들이 필요할 때 채용에 난항을 겪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반면 시스코는 이직하는 직원들과 소송을 하지 않는 회사로 평판을 쌓았다. 이 때문에 시스코는 기업 인수ㆍ합병(M&A)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인수되는 기업 직원들 사이에 시스코가 직원들 앞길을 막는 회사가 아니란 신뢰가 있어서다.

- 이직을 제한해야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통념이 그간 지배적이었다.

▶ 인력 통제는 근로자나 고용주에게 안정감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의와 혁신을 억제하는 양날의 칼이다. 통제보다는 경쟁이 효과적이다. 회사 외부에 더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직원들이 자기 계발에 더욱 열심이다. 그래서 결국 인적자본의 질을 끌어올린다. 회사가 다소 교육 투자를 줄이더라도 직원들 스스로의 자기 투자가 이를 상쇄할 것이다. 그리고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는 더욱 더 많은 인재들을 끌어오는 선순환을 하기 때문에 회사는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자의적인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해고를 하지 않는 반대급부로 이직을 막아서도 안 된다. 인재들이 적합한 자리를 찾아갈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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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언제 나갈지 모르는 직원들에게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려고 하겠나. 독일에서는 동종업계끼리 근로자들을 빼오지 않기로 협약을 맺은 덕분에 직무훈련이 활성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 직원들의 이직이 자유로워져도 장기적으로는 직원연수나 훈련 기회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실증분석에 따르면 인력에 대한 통제가 강해질수록 직원 1인당 연구개발(R&D)이나 자본투자가 줄어들었다.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내부 직원들에게 투자를 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특히 좋은 연수 기회 같은 혜택은 다른 회사의 직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들은 인재 투자에 더 노력할 것이다. 과거엔 연수와 훈련이 단순히 내부 직원을 육성하기 위한 기회였다면 이제는 외부 직원들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 됐다.

- 인재 유출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2년 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문제로 소송까지 간 적이 있다. 직원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기술을 빼내갔다는 게 소송의 쟁점이었다.

▶ 물론 특허 차원에서 보호돼야 하는 핵심 기술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R&D 분야에서 보안이 필요한 기술이 직원 이직을 통해 빠져 나간다면 막아야 한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와 같은 경우엔 인력 유출을 금지할 명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특허로 보호받는 영업 기밀이 아닌데도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것은 문제다. 지나친 보안과 인적자원에 대한 통제는 기업 측면에서도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경영자들은 알아야 한다.

- 법적으로 이직을 막는 것이 무리라면 더 많은 임금과 혜택을 줘서 직원들을 붙들고 있는 것은 어떤가.

▶ 이미 여러 기업에서 그런 방법을 쓰고 있다. 이베이(eBay)에선 다른 기업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기술자가 CEO보다 2배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 구글은 자사 엔지니어가 페이스북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고 연봉 350만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기업이 임금 인상카드를 꺼낼 여력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직원들에겐 돈이 전부는 아니다.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도록 하는 회사가 인재를 오래 붙들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신생기업의 직원들이 대기업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돈은 회사가 줄 수 있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임금을 더 올려주는 것보다는 스톡옵션이나 팀 보너스처럼 기업과 직원들의 특성에 맞는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 IT기업은 끊임없는 혁신을 위해서 인력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다른 산업군에도 모두 직원과 아이디어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나.

▶ 인재유치 전쟁도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저작권이나 특허 보호 같은 개념이 별로 없다. 이런 곳에선 이직을 통해 활발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이 쏟아진다. 예를 들어 과거 바비인형을 만드는 MGA의 임원이 경쟁사로 가서 비슷한 디자인의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바비 인형의 디자인은 한 기업의 것이 아니라 미국 전체의 것`이라고 판결할 정도로 이직과 모방에 관대하다.반면 제약이나 생명공학 산업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투자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20년에 이를 정도로 굉장히 긴 특허 기간을 보장해준다. 여기에선 외부 인력을 빼가는 것이 크게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이직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IT 산업은 특허 보호 수준이 중간쯤 되고 인력 이동도 패션산업과 제약 산업의 중간 정도다.

- 전통적으로 한국, 일본 같은 아시아 기업들은 평생직장, 평생고용의 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런 관념이 혁신이나 경제 성장을 막고 있다고 보는가.

▶ 동아시아권 기업의 직장 문화가 과거엔 평생 고용을 지향했는지 몰라도 이젠 달라지고 있다. MIT 경영대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한 직장에 머물러 일하는 기간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짧다. 이제 아시아권 직원들도 한 직장에 평생 충성하기보다는 여러 직장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평생 근무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신의 직무에 대한 자부심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아시아권 기업들의 혁신과 성공을 예상케 하는 열쇠다.

■ 이직한 직원도 `동창생`처럼 챙겨라

석유화학회사 쉘은 `알리앙스엑스쉘`(AlliancexShell)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쉘을 버리고(?) 이직한 직원들을 위한 사이트다. 이직자들에게 각종 재취업 정보도 제공한다. 이직자를 배신자로 취급하는 일부 한국 회사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쉘은 이직자들과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맺는 게 회사에 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쉘처럼 이직한 직원들의 경력도 세심하게 챙기는 `대인배` 회사는 많지 않다. 매몰차게 회사를 떠난 직원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start-up) 기업에서는 창업 초반에 동고동락한 사람이 이직하면 이혼한 느낌까지 든다고 한다.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한국 직장에서도 이직자에 대한 배신감을 표출하는 상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직한 직원은 장차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자원이다. 따라서 이들을 잘 관리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를리 로벨 교수는 “요즘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보면 직원과 협력사ㆍ경쟁사ㆍ고객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며 “이직 직원들이 언제든 고객이나 협력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원만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직자들을 `동창생`(alumni)으로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대학이 동문회를 열어 동창생을 관리하듯이 직장도 이직자들을 동문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 이미 캐피털원 마이크로소프트 맥킨지 언스트&영 P&G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은 이직 직원들을 동창생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직자들을 자주 모아 콘퍼런스, 온라인 포럼, 이벤트를 여는 것도 그래서다. SNS 덕분에 이직 직원들과 자주 접촉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이직자의 도움으로 회사가 큰 수익을 올린 사례는 매우 많다. 미국의 로펌 쿨리 고드워드(Cooley Godward)는 이베이(eBay)로 이직한 파트너 변호사 덕분에 초대형 계약을 따냈다. 이 변호사가 무려 13억달러에 이르는 이베이의 기업공개(IPO)를 쿨리 고드워드에 맡긴 것이다.

쿨리 고드워드의 성공에 자극받은 많은 로펌들이 동창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직 직원들 100여 명을 모아 칵테일 파티를 열어 친목을 도모하고 전직 직원들의 프로필을 강조하는 뉴스레터도 발행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이직자들이 매출을 올려주는 회사다. 이직자들이 설립한 헤지펀드들이 대거 골드만삭스의 고객이 됐기 때문이다. 오를리 로벨 교수는 “직원들의 이직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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