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성공의 키? `블록버스터 전략` 이죠

#. 미국 최대 TV 방송국으로 이름을 날렸던 NBC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제프 주커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률 중시 전략`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그와 그의 팀은 “1등이라는 지위보다 수익률을 더 중시한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선 분산 투자가 중요했다. NBC는 고비용 드라마 콘텐츠 제작은 자제하고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기에 열을 올렸으며 톱배우보다는 무명이나 신인급을 기용하는 전략을 폈다.

#. 워너브러더스 CEO인 앨런 혼은 정반대 전략을 펼쳤다. 워너브러더스는 매년 20편 정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이 중 잘될 만한 콘텐츠 4~5개를 골라 집중 투자했다. `될성부른 나무`에 몰아주기를 한 것이다. 혼은 1990년대 말부터 2011년까지 일관되게 이 같은 전략을 밀어붙였다. 대내외적으로 이런 방식에 대해 `지나치게 리스크가 크다`는 비판 목소리도 거셌다.

이들 사례는 완전히 다른 두 전략을 펼친 엔터테인먼트 업계 두 거물 이야기다. 둘 중 어떤 방식이 옳았을까. 언뜻 봐서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제프 주커 방식이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반대로 나타났다. 큰 리스크를 감수했던 앨런 혼의 워너브러더스는 `해리포터 시리즈` `다크나이트` `해피피트`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오션스 시리즈` `셜록 홈스` 등 대박 작품을 쏟아내며 승승장구했다. 물론 크게 베팅해 엄청난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성공이 실패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2012년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 앨런 혼은 당시 위기에 빠져 있던 디즈니를 구제할 CEO로 영입되기까지 했다.

반대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이익 우선주의를 추구한 제프 주커는 2010년 CEO 자리에서 쫓겨났다. NBC는 그가 CEO로 재임한 기간 중 1등 방송국 자리에서 ABC CBS FOX에 이어 4위 브랜드로 추락했다.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줄 만한 대작을 내놓지도 못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역사상 최연소 종신교수가 된 애니타 엘버스 교수는 이를 `블록버스터 전략`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엘버스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여러 콘텐츠와 제품에 이를 고르게 배분하는 전략은 언뜻 봐서는 바람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록버스터급` 콘텐츠와 제품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도로 생각하며 `성의 표시`만 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엘버스 교수 인터뷰 내용이다.

-`블록버스터 전략`이 성공을 위한 키라고 강조했다. 블록버스터 전략에 대한 정의를 내려본다면.

▶블록버스터 전략은 제품이나 콘텐츠 생산자들이 자원과 예산 중 상당수를 포트폴리오상 몇 개 소규모 그룹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워너브러더스 같은 영화사는 매년 20개 정도 영화를 내놓지만 그중 텐트기둥(사업 근간과 기둥이 되는 것) 몇 개 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텐트기둥이 되는 영화 개수는 적으면 3개, 많으면 5개 정도다. 그리고 이 영화들은 전미 혹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확실히 상위권에 랭크될 만한 것들로 추려 뽑는다.

-소수 작품이나 제품 몇 개에 몰아주기는 사업 포트폴리오상 너무 위험도가 높지 않은가.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안다. 특히 `잘될 만한 제품`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렵고 제품이나 콘텐츠 소비층 취향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일부 회사들은 자신들 돈을 모든 포트폴리오에 고르게 배분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홈런`을 치려면 결국 소수 몇 개에 베팅하고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회사 전체적인 성장도 결국 이 소수 베팅이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큰 베팅에서 실패하면 손해도 막대하지 않나.

▶비즈니스를 하면서 실패를 아예 안 하는 방법이라는 건 없다. 앨런 혼도 실패를 했다. 그가 워너브러더스에 있을 때 제작한 `스피드 레이서`는 악몽에 가까운 실패였다. 그리고 실패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실패가 무서워 성공을 아예 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게 해서는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다만 실패를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베팅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블록버스터 전략이 성공으로 가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 항상 회사는 다음 블록버스터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실수나 실패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받아들이며 베팅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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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법칙`이라는 저서에서 이 전략은 특히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ㆍ스포츠ㆍ출판업 등에서 위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내 연구는 블록버스터 법칙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종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워너브러더스를 성공으로 이끌고 위기에 처한 디즈니로 자리를 옮긴 앨런 혼이 1990년대 말부터 이 전략에 따라 움직였다. 또한 그는 디즈니를 살려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판업계 거물인 그랜드 센트럴 출판사를 보라. 이 출판사는 `듀이―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라는 책 판권을 따내기 위해 선인세만 125만달러를 주었다. 그 자체가 화제를 불렀으며, 결국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가장 비싸게 주고 영입한 시나리오가 이 출판사 이익 중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블록버스터 전략의 성공은 두드러진다.

―블록버스터 전략은 다른 산업에도 적용 가능한 공식인가.

▶그렇다. 몇 가지 좋은 예가 있다.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애플, 뉴욕 라스베이거스 시드니 등지에서 대형 나이트클럽을 운영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TAO그룹, 란제리 업체인 빅토리아시크릿, 에너지음료 회사인 레드불, 명품업체 버버리 등은 모두 블록버스터 전략을 써서 성공한 업체들이다. 자신들이 가진 역량과 능력치 대부분을 몇 개 소수 제품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집중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애플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애플은 많은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가 아니다. 경쟁업체에 비해 소수 제품만을 내놓고 크게 베팅한다. 마케팅 역시 큰 단위로 소수 제품에 집중한다. 그 결과 애플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역량을 내놓는 제품에 쏟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출시일이나 제품 정보 공개 범위와 같은 디테일에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다.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애플이 제품 개수를 적게 낸다고 해서, 풀어내는 물량이 엄청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희소성`이라는 가치 부여를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이 애플스토어 앞에서 새벽부터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희소성` 때문이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애플 제품은 반드시 사야 하는 것` `놓칠 수 없는 제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애플의 전략적 접근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강력한 블록버스터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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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블록버스터 전략은 소수 제품에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애플처럼 소수 제품을 출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 같다.

▶물론이다. 블록버스터 전략을 `제품이나 콘텐츠 수를 적게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20개든, 30개든, 100개든 자기 역량에 맞춰 제품이나 콘텐츠를 양산하되 포트폴리오상에서 상위 그룹에 위치할 몇 개를 골라내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 몇 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블록버스터 전략이다. 워너브러더스가 3~5개 정도 영화에 집중 투자하긴 하지만, 나머지 15~17개 영화도 분명히 존재하지 않나.

―나머지 제품들에 대해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블록버스터 법칙에 의거해 상위그룹엔 아낌없이 투자하고, 나머지 대부분 제품이나 콘텐츠엔 작게 베팅하면서 일종의 시험대로 삼으면 된다. 예를 들어 앞으로 차기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준비작업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작은 베팅은 회사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러 가지 재능들을 양성함으로써 구성원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 간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모든 회사가 블록버스터 전략을 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만의 특권이 아닐지.

▶블록버스터 전략 실행을 위해선 두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쓰는 만큼 비용을 자기 제품과 콘텐츠에 쏟아부을 수 있는 역량, 두 번째는 이 투자가 설령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회사가 망하거나 생존 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손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두 가지 능력은 대기업은 대기업 나름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나름대로 그 테두리 안에서 실행 가능한 것이다. 물론 좀 더 규모가 있는 기업이 블록버스터 전략을 실행하기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기업도 파트너십을 통한 블록버스터 전략을 쓰면 한 단계 점프해 스스로가 대기업이 될 수도 있다.

―작은 기업이 파트너십을 통해 블록버스터 전략을 써 성공한 예가 있다면.

▶무명이었던 머룬5를 전 세계적 스타로 키워낸 옥톤레코즈가 대표적이다. 지금이야 옥톤레코즈가 유명하지만, 처음엔 아주 작은 음반 제작사였고, 마룬5도 신인이었다. 옥톤이 애초에 초대형 레코드사와 1대1로 붙어서는 규모 면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일찍이 간파한 옥톤레코즈는 대형 레코드회사와 협력하는 방안을 택했다. 옥톤은 소니뮤직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나중에는 유니버설뮤직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리고 서로 역할 분담을 분명히 했다. 옥톤은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작업을 담당하며 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졌다. 대형 레코드사들은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그때 개입해 음반을 제작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하고, 전국 음반점에 배포하는 일을 수행했다. 그리고 수익은 양사가 동일하게 배분했다. 매우 대담하고, 소형 레이블로는 도전적인 일이었지만, 옥톤은 성공했다. 블록버스터 법칙이 큰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그리고 작은 회사였던 옥톤은 크게 성장했고, 머룬5는 그 자체로 블록버스터가 됐다.

―최근 들어선 파트너십이 한 기업 대 다른 한 기업 간 형식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다각화하고 있는데.

▶결국 파트너십이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 블록버스터 전략의 핵심이다. 파트너십은 점점 더 다각화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와 브랜드, 그리고 그 사이에 또 다른 창의적인 작은 신생 회사까지 모두 다 얽혀서 손잡고 일하는 협업 형태로 가고 있다.

힙합 가수 제이지(Jay―Z)는 랜덤하우스라는 대형 출판사와 손잡고 자서전 `디코디드`를 론칭하며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다. 신생 광고에이전시인 `드로가5`와 손잡고 300쪽에 달하는 그의 책을 전 세계 각국 곳곳에 숨겨두고, 이를 콘텐츠 소비자들이 보물찾기 하듯 찾는 `스캐빈저 헌트(Scavenger hunt)` 방식을 택한 것이다. 제이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페이지들을 어디에 숨겼는지 힌트를 줬다.여기서 또 재미있는 포인트는 이 3자 협업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합류한 것이다. 사실 잘 상상이 안 되는 조합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제이지 보물찾기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 서치엔진인 `빙(Bing)`과 지도서비스를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캠페인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엄청난 돈을 투자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돈을 벌어들였다. 블록버스터 전략 실현을 위해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다.

■ 블록버스터의 법칙 디지털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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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타 엘버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장하는 `블록버스터 전략`은 학계와 업계에서도 상당한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콘텐츠와 제품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블록버스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대표 주자는 잡지 `와이어드(Wired)`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다.

그러나 엘버스 교수는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는다.

엘버스 교수는 “롱테일 경제학에 따르면 틈새시장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옮겨감으로써 블록버스터 전략은 힘을 잃게 될 것이지만 실제 나타난 결과는 그렇지 않다”면서 디지털 음반 다운로드 현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2011년 기준으로 디지털로 1개라도 판매된 음악은 총 800만개였고, 이들을 다운로드한 횟수는 12억7100만건에 달했지만, 800만개 곡 중 상위 102개가 차지하는 다운로드 횟수가 1억8900만건이었고, 상위 1500개 곡이 다운로드 횟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에 달했다”고 말했다. 전체 중 0.001%가 수익 15%를, 0.018%가 수익 40%를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블록버스터 법칙은 디지털 세계에서도 깨지지 않은 것이다.

엘버스 교수는 “디지털 기술 발전은 콘텐츠나 제품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줬고, 더 쉽게 이를 즐길 수 있게 했지만, 이것이 틈새 제품이나 콘텐츠 활성화보다 오히려 인기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람들 소비를 늘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 트렌드를 보면 상위에 랭크된 몇몇 히트 제품에 대한 주목도는 더 커지고 있다”며 “결국 될 만한 제품에 집중 베팅하는 `블록버스터 전략`이 기업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Who she is…

애니타 엘버스(Anita Elberse)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공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블록버스터 법칙`이라는 전략을 뽑아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이 몰리는 `창작산업에서 전략적 마케팅` 강좌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와 스포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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