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임금 올려줘야 기업경쟁력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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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전략` 제시한 제이넵 톤 MIT 교수
인건비 줄이는 기업보다 임금 높은 곳이 성과
`굿`
직원대우 좋은 코스트코 10년동안 주가 3배 올라
선반을 정리하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7년차 직원이 연봉 7000만원 이상을 받는 직장이 있다.
방만한 운영을 일삼는 `신이 숨겨둔 직장`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다. 저렴한 물건을 팔면서도 `좋은 일자리 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의 주유소
및 편의점 체인 퀵트립의 이야기다. 인건비 절감이 효율적인 경영의 지름길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 눈엔 헐값에 시킬 수 있는 일에 월급을 퍼주는
퀵트립이 당연히 적자를 낼 회사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8년 연속 올라와 있는
퀵트립은 경쟁사보다 2배 높은 이윤을 기록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상위 25% 기업 평균보다 50%나 높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한테 인기도 많다. 비결은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효율적 조직 운영의 결합이다. 퀵트립은 직원들에게 후한 회사가 소비자나 주주에게도
좋은 회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적은 월급 탓에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working poor)`는
해묵은 문제다. 10년 전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바라 애런라이크는 본인이 직접 저임금 근로자로 노동현장에 뛰었다.

그 체험을 토대로
쓴 `노동의 배신`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환경과 영양섭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월급을 생생히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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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낮은 임금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며 워킹푸어를 양산하는 논리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월급을 올리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 기업경쟁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제품을 싸게 내놓기 위해서
워킹푸어의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바라 애런라이크 역시 “워킹푸어라고 불리는 그들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박애주의자들이다. 워킹푸어의 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 모두를 위해 익명의 기증자, 이름 없는 기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임금이 낮은 가격의 필요조건이라는 통념을 반박하며 워킹푸어 문제를 해결한 기업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충분한 월급을
주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도요타, 사우스웨스트 항공, 코스트코 같은 기업이다.

제이넵 톤 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월급을
올려주면서도 질 좋은 물건을 싸게 내놓을 수 있다는 `좋은 일자리 전략(good jobs strategy)`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더
성과가 좋다고 증명했다.

그는 “필요한 제품만 파는 식으로 운영을 제대로 하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투자를 하면 월급을 많이 주면서도
성과가 높아져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제이넵 톤 교수와의 일문일답.

-저임금을 경쟁력으로
삼는 것은 몇몇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저임금 근로자가 없으면 아예 굴러가지 않을 산업도 있지 않나.

▶그나마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군은 낫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물건들을 싸게 팔아야 하는 곳에선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다. 대표적인 곳이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유통 부문이다. 정규직 풀타임으로 일해도 1년에 2만1000달러 정도를 받는데 이건 4인 가족의 빈곤선 밑이다. 월급이 이렇게 박한 이유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인건비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월마트식의 `나쁜 일자리 전략`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건비 절약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아닌가.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고도 회사 성과를 유지할 수 있는가.

▶인건비를
절약하는 곳이 경영 성과가 좋을 것 같지만 막상 직원들의 임금이 높고 훈련 기회가 많은 곳이 가격도 싸고 서비스도 좋다. 유통업체 중에서도
코스트코, 메카도나, 퀵트립이 이런 `좋은 일자리 전략`을 쓴다. 이들은 규모가 작은 사회적 기업도 아니다.

잘 알다시피
코스트코는 전 세계 580개 매장을 보유한 연매출 760억달러의 유통 채널이다. 메카도나는 스페인의 가장 큰 유통업체고 퀵트립도 미국 내에
600개의 편의점을 가진 체인이다.

-좋은 일자리 전략은 직원과 소비자 모두 윈윈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론 인건비를 늘리는 상황에서 시도하기는 쉽지 않겠다.

▶상장회사는 단기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주주 때문에 좋은 일자리
전략을 추구할 수 없다고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장회사의 하나인 코스트코는 주주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자리 전략을
고수했고 큰 성과를 거뒀다. 애널리스트들은 코스트코의 사내 복지를 비난하면서 `코스트코는 주주가 되기보다는 직원이 되는 게 더 좋은 회사`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코스트코의 주가 상승률은 경쟁사인 월마트보다 항상 높았다. 코스트코는 10년 동안
주가가 3배 이상 뛰었지만 월마트는 50% 성장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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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를 많이 쓰면서도 성과를 잘 내는 비결은.

▶직원들에 대한 투자와 최적의 운영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들이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네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번째는 경쟁사보다 물건을 더 적게 공급하는 것이다.
두번째 그러면서도 인력 운용에 항상 여유를 둬서 직원 수가 많다. 한마디로 `제품은 적게, 사람은 많게`다. 일반적인 회사들과 정반대 전략이다.
세번째 직원들이 여러 업무에 능통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크로스 트레인(cross-train)`이다. 네번째 표준화된 업무프로세스를 지향하되
고객 서비스 측면에선 직원들에게 재량권을 준다.

-왜 제품수를 줄이는 전략을 써야 하는가.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은 찾는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건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종류를 늘리면 재고가 많아지고
결국 선반에 전시되지 못하고 창고에 처박힌다. 이러면 직원들은 물건을 찾기 위해서 창고와 매장을 왔다갔다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낸다. 직원들이
심지어 이 물건이 창고에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적게 공급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면 된다. 미국 유통업체인 트레이더조가 판매하는 기저귀 브랜드는 수가 별로 없지만 미숙아를 위한 기저귀는 판다. 매출이나 이윤이
따라오진 않지만 정말 필요한 소비자가 있으니까 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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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물건 수를 줄이는 것은 판매자가 선뜻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보통 슈퍼마켓이
평균적으로 4만개의 제품을 판다면 트레이더조는 4000개만 판다. 그러면 고객들은 트레이더 조에 원하는 물건이 없다고 발길을 끊을까. 그렇지
않다. 더 우월한 사용자 경험을 주는 쪽은 트레이더 조다.

가령 트레이더 조에서는 단지 세 종류의 피클만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피클 선반까지 안내하고 각각의 피클의 특징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의
슈퍼마켓은 어떤가. 일단 피클이 어디 있는지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 직원들한테 수십 개의 피클 중 뭐가 좋은지 물어봐도 괜찮은 대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트레이더조의 피클은 가격이 2.3~3.5달러다. 그러나 보통 슈퍼마켓에선 피클이 거의 5달러가 넘어선다. 그렇다면 적은 제품군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이득인 것이 명확하다.

-파트타임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도 근로자들의 처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러나
유통업체는 시간대에 따라서 업무량이 들쭉날쭉해서 파트타임을 쓸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파트타임 직원을 쓰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풀타임 직원들이 다른 분야에도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낫다. 메카도나의 계산대 직원들은 고객들이 많을 때는 당연히 계산대에서
일한다. 그러나 그들은 선반 정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크로스 트레인(cross-train)을 받았다. 고객들이 별로
없을 때는 선반 정리를 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업무를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관리자들이 직원 훈련에 충분한 돈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유통업체들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시간이나 계절에 따라 제품 수요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도 파트타임을 쓰기보다는 직원들을 여러 업무에
통달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낫다.

-업무를 여러 개 맡도록 하면 직원들이 싫어하지 않나.

▶정반대다. 오히려 여러
업무를 도맡을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 실제로도 그 업무들을 모두 수행할 수 있을 때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더 올라간다. 직원들이 여러 업무
역량을 익히고 회사 업무의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중요하다. 여러 가지 업무를 모두 하게 되면 관리자가 하는 일을 말단
직원도 경험해볼 수 있게 된다.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게 되면 힘들고 궂은 일이 모두 말단 직원에게만 몰릴 수 없다. 편의점 체인 퀵트립의
부사장 론 제퍼는 “직원들이 퀵트립에 계속 일하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상사와 그들의 업무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을 항상 여유롭게 넉넉히 뽑아 운영하라고 했다. 직원들을 많이 고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지 않나.

▶직원들을
적게 뽑아서 타이트하게 운영하면 오히려 실수나 업무과다로 인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장기적으론 매출이나 이익에 손해다. 그리고 인력에 여유가
있어야 업무 효율 개선이나 안전 관리, 제품 혁신 등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생길 것이다. 직원들이 피로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고객들에게 응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좋은 일자리 전략`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적 투자, 표준화, 권한 위임, 다방면 업무에 대한 훈련은 사실
넉넉한 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IT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하는 일이 점점 기계로 대체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원들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좋은 일자리 전략`이 유효한가.

▶서비스 부문에서 직원과 고객과의 상호작용은 IT기술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좋은 일자리 전략은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직원들에 대한 투자를 레버리지로 삼는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에게 체화된 훈련과 투자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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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재량권 늘리면 품질 좋아져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표준화와
권한 위임의 병행이 중요하다. 일상적인 업무는 표준화를 추구하되 고객 서비스만큼은 직원들에게 재량을 줘야 한다.

물류회사
UPS에서는 모든 프로세스가 계량화되고 표준화돼 있다. 배송기사들의 운전 속도마저 회사가 통제한다. 이런 세세한 과정들까지 모두 표준화한
UPS방식(UPS way)은 사고나 돌출 상황 발생을 막는다.

그러나 UPS 배송기사들은 고객을 상대하는 면에선 상당한 자율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집 밖에 있어 몇 분 후에 택배를 받고 싶다고 말하면 배송기사들은 주변을 좀 더 서성거리다가 배달을 해준다.
이렇게 융통성을 발휘할 때 그들은 상부의 어떤 허락도 받지 않아도 된다. 고객들이 택배를 직접 받을 때의 기쁨이 UPS에는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화나 권한위임 규범이 쉽게 조직에 뿌리내리지는 않는다. 제이넵 톤 교수는 많은 회사들이
도요타식의 표준화와 권한 위임 시스템을 모방하려고 하지만 충분한 훈련과 투자가 없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관행을 뒤엎고 도요타 방식을 철저히 이식하기 위해선 직원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충분한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화한 프로세스를
준수하려고 하더라도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따라갈 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직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선 시간이 부족해서 허둥대다 프로세스를
놓칠 위험도 있다.

도요타는 생산은 물론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까지 세부 규정들이 모두 마련돼 있을 정도로 극단적인 표준화를
추구한다. 그러면서도 직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있다. 생산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현장 전문가가 팀장에게 보고해서 생산라인을 멈추게 하는
`안돈` 코드가 발동된다. 안돈 코드의 음악이 들리면 라인을 멈추고 문제가 된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간다. 잘
교육받은 직원들이 프로세스를 철저히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을 바로 체크하고 해결하는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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