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직원에 동기부여하고 싶나 `작은 전진` 맛보게 하라

`리더십 대가` 아마빌 美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한번의 퇴보 회복하는데는 세번의 전진이
필요하다

#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은 지옥훈련으로 유명하다. SK와이번스 감독
시절 훈련 장면을 담은 `지옥의 펑고` 동영상이 아직도 인터넷에 떠 있다. 동영상에서는 김 감독이 공을 쳐 내야로 보내면 수비수가 공을 잡는
펑고 훈련이 끝없이 반복된다. 내야수인 최정은 “살인적이다. 숨을 못 쉬겠다”고 말한다. 김 감독이 내뱉는 말도 가혹하다. 공을 놓친 최정에게
“너 때문에 한국시리즈 2년 연속 탈락이다”라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가혹해 보이는 그를 믿고 따른다. 지옥훈련을 받아들이겠다는
동기부여가 돼 있다.

# 수많은 관리자들에게 김 감독은 신기한 존재다. `지옥의 펑고` 동영상을 본 한 관리자는
“그의 지옥훈련처럼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고 말까지 고약하게 하면 직원들의 업무 동기는 땅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해 한다.

김성근 감독은 만년 하위 팀을 선두 팀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꼴찌였던 쌍방울을 맡아 2위로 올려놓았다. 스타급 선수들이 없던 SK를 맡아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나 했다. 꼴찌 선수가 그의 밑에서
일등으로 변신한 셈이다. 김 감독의 자서전 `꼴찌에서 일등으로`라는 제목 그대로다.

덕분에 평범한 선수들도 김 감독과 함께라면
프로선수로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프로선수에겐 생명과 같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선수들이 지옥훈련에 동기부여가 됐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매일 자신들의 야구가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정명원이 “훈련을 쉬는 날이 없었다. 오대산에서 새벽이고 밤이고 행군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믿음을 줬다”고 회상하는 것도 그래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김 감독의 리더십 사례는 테레사 아마빌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아마빌 교수팀은 3년 동안 238명의 전문직 직장인들로부터 일기를 받아 이들의 내면 생활을 추적했다. 그 결과 아마빌 교수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전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최고로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를 일컬어 아마빌 교수는 `전진의
원리`(Progress Principle)라고 명명했다. 이는 결국 리더들이 직원들의 전진을 도와야만 동기부여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이 가혹한 말과 훈련에도 최고의 리더가 된 비결은 `전진의 원리`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전진의 원리는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직장인들은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 비율이 11%뿐이라는 게 증거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비율이 영국은 17%, 캐나다 16%, 스웨덴 16%, 독일 15% 등에 이른다. 세계 평균도 13%다. 한국 기업들이
전진의 원리를 따른다면 업무 몰입도를 선진국 이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아마빌 교수를 인터뷰해
기업들이 전진의 원리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다음은 아마빌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방대한 분량의 일기를 수집해
분석했는데.

▶3개 산업의 7개 기업, 26개 프로젝트 팀에서 일하는 238명의 전문직 직장인들을 섭외했다. 그리고는 몇 년 동안
이들로부터 자신들의 직장 생활에 대한 일기를 받아 분석했다. 날짜로 따지면 거의 1만2000일에 이르는 분량이었다. 내가 이 연구를 시작한
데에는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 직장에서 사람들이 언제 행복하게 되고, 동기부여를 받는지, 언제 생산적이 되고, 창조적이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전진의 원리를 도출했나.

▶1만2000일 중 직원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날들만 가려냈다.
그리고는 이런 날에 직원들이 일기에 쓴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신의 일에서 전진했을 때 직원들의 감정이 가장 크게 고양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원들은 내면적으로 동기부여가 돼 자신의 업무를 더욱 깊이 파고 들었다.

-당신이 말하는 전진은 꼭 크고 중요한 전진이어야
하는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전진의 원리는 일상적이거나 점진적인 작은 전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 큰 승리가 아닌
`작은 승리`(small wins)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는 일기 분석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김 감독의 선수들도 지옥훈련을 통해 큰
전진을 한 게 아니다. 매일의 점진적이고 작은 전진이 쌓인 것이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에서 주인공 팀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그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아버지는 유언을 남긴다. `오늘 하루를 살고 잠 잘 시간이 됐을 때 다시 아침으로 돌아가라. 그런 다음 똑같은 날을 다시
살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긴장과 불안으로 보이지 않던 삶의 행복이 두 번째 날에는 보인다고 했다. 팀은 아버지의 유언을 지킨다.

# 처음 살아본 하루=팀이 변호사로 일하는 로펌 회의실. 상사가 팀의 동료 루퍼트가 쓴 보고서에 화를 낸다. “이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냐?” 팀과 루퍼트는 우울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한다. 둘은 법원에도 지각할 뻔했다. 피곤한 얼굴로 선고를 기다린다. 다행히 무죄
판결이 나왔다. 팀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퇴근 후 아내에게 “힘든 하루였다”고 말한다.

# 다시 살아본 하루=상사는 역시
루퍼트의 보고서를 보고 화를 낸다. 그러나 팀은 `(이 상사는) 완전 악질 또라이`라고 쓴 메모를 보여주며 루퍼트를 위로한다. 둘은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역시 법원에 지각할 뻔했지만 표정은 좋다. 이번에도 무죄 판결이다. 팀은 루퍼트와 재판 관계자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눈다. 팀은
아내에게 “좋은 하루였다”고 말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같은 일을 당해도 우리 내면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복감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애초 팀은 상사의 비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재판에 이겼지만
그저 안도할 일로만 받아들인다. 그러나 두 번째 삶에서는 상사의 비판을 웃어넘긴다. 재판 승리는 그에게 정말 기쁜 일이다. 그 결과, 팀의
감정도 완전히 달라진다. 두 번째 삶에서 팀은 기쁨을 만끽하고 동료애를 나눈다. 덕분에 팀은 일이 더욱 재미있어졌다. 법정에 지각할 뻔했지만
`법정 건물이 아름답다`고 감탄할 정도다. 업무에 대해 확실하게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 직장에서 사건을 어떻게
인식(percetpion)하느냐에 따라 감정(emotion)이나 동기부여(motivation)가 크게 달라진다.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식ㆍ감정ㆍ동기부여의 3가지 요소를 통틀어 `내면의 직장생활(inner work life)`이라고 불렀다. 아마빌 교수는
“1만2000일 분량의 일기를 분석한 결과, 내면의 직장생활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동기부여ㆍ행복감ㆍ생산성ㆍ창조력이 크게 달라진다”고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딱 그런 경우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내면의 직장생활과 전진의 원리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다.

▶내면의 직장생활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전진이다. 직장인들이 `베스트`로 꼽은 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면 전진이 1위로 나온다는 게 증거다.
둘은 고리(loop)처럼 연결돼 있다. 내면의 직장생활이 좋으면 사람은 더욱 생산적이고 창조적이 된다. 덕분에 전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전진의 결과로 내면의 직장생활은 더욱 좋아진다. 그 결과 또다시 전진하게 된다.

이 같은 전진의 고리(Progress Loop)가
제대로 돌아가면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 (기업은 성과를 내고 직원은 행복해지기 때문에 양쪽에 모두 득이라는
뜻이다.) 전진의 고리야말로 고성과 기업의 비밀 병기다. (그러나 아마빌 교수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아직도 전진의 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바밀 교수가 세계 12개 기업 669명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단지 5%의 관리자만이 동기부여를
위해 직원들이 업무에서 전진하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전진의 고리를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의 예를
들어달라.

▶우리가 연구한 7개 기업 중 한 회사가 있다. 우리가 `오레일리 코티드 머티리얼스(O`Reilly Coated
Materialsㆍ이하 오레일리)`라고 부르는 기업이다. 오레일리에서는 관리자들이 직급을 불문하고 부하 직원들이 업무에서 전진하도록 돕는 기술이
뛰어나다. 직원들이 내면의 직장생활을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우리가 오레일리의 4개 프로젝트 팀을 조사한 결과, 전진의
고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긍정적인 감정과 강력한 동기부여를 경험했다. 비록 프로젝트 진행 중에 여러 차례 기술적인
퇴보를 경험했지만 자신의 업무에서 일관되게 전진했다. 오레일리는 우리가 조사한 7개 기업 중 지금도 최고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진이 그토록 중요하면 그 역도 성립하지 않을까. 퇴보는 내면의 직장생활을 부정적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 같다.

▶퇴보는 전진과 정반대 효과를 낸다. 내면의 직장생활을 악화시킨다. 그 부정적인 힘은 전진보다 훨씬 강력하다. 한 번의 퇴보로
악화된 내면의 직장생활을 원위치하려면 2~3번의 전진이 필요하다. 자기 업무에서 뒷걸음질치는 경우만 퇴보인 것은 아니다. 업무에서 정체되거나
가로막히는 경우도 퇴보다.

-동기부여에는 작은 전진 다시 말해 `작은 승리`로 충분하다고 했다. 내면의 직장생활 전체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것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일기를 분석한 결과, 사소한 사건 중 28%가 내면의 직장생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크고 도전적인 목표를 향해 가는 도중에 작고 성취 가능한 임시적인 목표를 부하
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큰 승리가 작은 승리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큰 승리는 드물다. 제약산업에서는
특히 그렇다. 반면 작은 승리는 일상적이다.

-전진 외에 내면의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촉매(catalyst)와 영양소(nourisher)가 있다. 부정적 요인으로는 방해제(inhibitor)와
독소(toxin) 등이 있다. 촉매는 업무를 직접 지원하는 관리 측면의 조치를 뜻한다.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거나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 등이다. 방해제는 촉매의 반대 조치다. 불명확한 목표, 마이크로매니지먼트 등이다. 영양소는 내면의 직장생활을 직접 지원하는
조치다. 부하 직원에 대한 존경, 이들의 노고에 대한 인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독소는 영양소의 정반대다. 부하 직원의 공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촉매와 영양소를 제공해야 하며 방해제와 독소는 삼가야 한다.

-그러나 당신은
“많은 관리자들이 독이 되는 업무 환경을 스스로 창조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리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떤 관리자가
계속해서 방해제와 독소를 뿌린다면 해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해고에 앞서 그 관리자에게 효과적인 관리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부하 직원들의 내면의 직장생활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스스로 개선하려 할 것이다. 내가 쓴 책 `전진의 원리`를 읽는 게 좋은
출발점일 수 있다.

■ 직원들이 무력해지는 4가지 이유

일에서 전진이 있을 때 가장 크게
동기부여가 된다는 `전진의 원리`가 성립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에 대해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직원들이
업무를 통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무언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가치 없는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전진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 아마빌
교수는 “내 일이 내게 중요한 누군가, 예를 들어 나 자신 또는 내 가족, 동료 등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비참하게 만든다. `내가 하는 일은 의미나 가치가 없구나`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아마빌
교수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4가지 방법을 통해 직원들에게 무력감을 심는다.

부하가 애써 내놓은 아이디어를 무사하는 게 첫째다.
직원의 아이디어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탐색하기보다는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데 급급한 관리자가 이런 유형이다.

둘째는
부하에게 업무에 대한 통제권을 주지 않는 것이다. 지시사항과 우선순위를 쉽게 뒤집고 부하의 업무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상사가 꽤 많다.

셋째는 부하 직원에게 `내 일은 미래에 인정받을 가능성이 없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상당수 상사들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넷째는 부하 직원 능력에 비해 너무 사소한 일을 맡기는 상사다.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직원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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