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명품이된 폐품 가방 ‘프라이탁’ 열어보니

모두가 사랑한 ‘백’ – 트럭의 폐방수천으로 만들었지만 평균 50만원 모두가 달랐다 – 똑같은 제품 없어… 희소성·차별화로 대박 새 원단? 싸고 좋지… 하지만 그 가방엔 스토리가 없지 않은가 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 – 폐컨테이너로 매장 짓고 빗물 모아 세탁… 첫 가방 보여줬을땐 “왜 더럽냐”던 사람도 재활용했다고 하면 다들 “멋지다”고 감탄 핑크색 가방이 하나도 없는 건… 운송업체들이 핑크색 방수천 안쓴때문… 두세달 동안 안팔리는 못생긴 가방들도 본사 모았다 다른 나라 보내면 제 주인 찾아

가방에 코를 대보니 화학약품 냄새가 풀풀 난다. 알고 보니 가방 천은 트럭 위에 씌우는 방수(防水)천을 떼 내 만들었고, 어깨끈은 폐차에서 뜯어낸 안전벨트로 만들었으며, 접합부에는 자전거 바퀴의 고무 튜브를 떼어 내 붙였다. 쉽게 말해 쓰레기를 뜯어 모아 만든 가방이다. 오물과 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세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가방에서 냄새도 꽤 난다. 그런데 가격은 50만원 전후. 쓰레기를 모아 둔 것치고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스위스산(産)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이야기다.

쓰레기를 가지고 이런 배짱을 부리는데도 홍대·이태원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적어도 한두 명은 꼭 이 가방을 들고 다닌다. 가장 싼 것도 15만원은 하고, 비싼 것은 60만원을 넘는 이 가방이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개가량 팔린다.

왜 사람들은 쓰레기 가방을 수십만원이나 주고 사고, 할리 데이비드슨 동호회 같은 열성 팬이 한국에만 3000명에 이르는 걸까.

그 비결을 알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갔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전철을 타고 북쪽으로 두 정거장 올라가면 오얼리콘역이 나온다. 프라이탁 본사는 이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어느 공장형 빌딩의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개 층에 입주해 있었다. 빌딩은 가로 100m, 세로 200m 규모로 이 중 절반을 프라이탁이 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 공간에 중소기업 21개 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프라이탁의 사무실이자 공장인 이곳에서 매년 가방 40만개를 만들고 전 세계 60개국 매장으로 보낸다.

이 회사의 창업자 형제 중 형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르쿠스 프라이탁(43)씨는 “20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재활용품이고, 더러워 보이고,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싸지?’와 같은 질문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그는 사람들이 재활용품을 명품으로 받아들이게 된 첫째 이유로 희소성을 꼽았다. 프라이탁 가방의 주재료인 트럭 방수천은 절대로 새것을 쓰지 않는다. 실제로 트럭에서 5년 정도 사용된 것을 쓴다. 그러니 같은 소재, 같은 디자인의 방수천이라도 저마다 헌 정도, 묻은 때가 달라진다. 이미 사용한 천을 수거해 그중 일부분을 떼어 내 만든 프라이탁은 태생 자체가 세상에서 유일함을 의미한다. 프라이탁은 1993년 설립 이후 20년 동안 300만개 이상 가방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똑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 회사는 직원 4명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트럭 운송업체를 찾아가 가방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방수천을 구한다. 그 양이 매년 400t 정도다.

폐방수천으로 만든 가방이 이렇게 대박을 터뜨릴 줄은 창업자 형제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솔직히 최초에 ‘재활용품’을 쓰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처음 가방을 만들 당시 우리 집은 고속도로 옆에 붙어 있었어요. 원래는 방수 가방을 만들려고 했는데, 방수가 되면서도 튼튼한 옷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을 보면서 ‘저걸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단 공급업자들에게 문의할 수도 있었지만,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재료를 찾아보고 싶은 욕심이 더 컸어요. 운송회사에 찾아가 트럭의 폐방수천을 받아 갈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고, 그걸로 최초의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가방은 우리가 생각했던 기능성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단단하고 방수가 되면서 질기니까요. 우리는 처음부터 ‘재활용품만 쓰겠어. 이걸로 마케팅을 할 거야’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능성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눈에 띈 재료가 재활용품이었던 것입니다.”

폐방수천 가방이 이렇게 잘 팔린다면 이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폐방수천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다면 만들면 되지 않을까? 트럭 방수천을 만드는 원단 업체에 원하는 원단을 주문생산한 뒤 이를 염색하거나 프린트해서 더 예쁜 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이 방법이 비용도 더 적게 든다. 그런데 왜 안 그랬을까?

이 질문에 대해 마르쿠스씨는 “그렇게 만든다면 스토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첫 시제품부터 실제로 사용됐던 트럭 방수천을 이용해서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회사라면 시제품을 개선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새 천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죠. 우리가 만든 제품의 본질(originality)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새 천을 납품받거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 제품의 스토리가 태어납니다. 트럭 방수천이 최근 5년간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가 고객들에게 ‘역사’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고객이 가방을 사용하면서 제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가는 것입니다. 재활용이란 제품의 ‘두 번째 인생’입니다. 다른 회사라면, 새 제품을 만든 다음 ‘마케팅 팀’ 같은 데서 제품을 설명하는 최적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겠지만, 우리는 억지로 만든 스토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생산 라인 모든 부분에서 그런 룰이 지켜지고 있어요. 그게 다른 회사와 우리의 큰 차이점입니다.”

마르쿠스씨의 동생 대니얼씨 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CEO는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 경영인이 맡고 있다.

프라이탁의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르쿠스 프라이탁씨가 본사 직영매장의 진열장 앞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취리히=윤형준 기자

모두가 사랑한 ‘백’ – 트럭의 폐방수천으로 만들었지만 평균 50만원 모두가 달랐다 – 똑같은 제품 없어… 희소성·차별화로 대박 새 원단? 싸고 좋지… 하지만 그 가방엔 스토리가 없지 않은가 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 – 폐컨테이너로 매장 짓고 빗물 모아 세탁… 첫 가방 보여줬을땐 “왜 더럽냐”던 사람도 재활용했다고 하면 다들 “멋지다”고 감탄 핑크색 가방이 하나도 없는 건… 운송업체들이 핑크색 방수천 안쓴때문… 두세달 동안 안팔리는 못생긴 가방들도 본사 모았다 다른 나라 보내면 제 주인 찾아

마침 공장 1층에서는 폐방수천을 사용할 수 있는 부분만 잘라내는 공정이 한창이었다. 트럭에서 뗀 폐방수천 한 장의 크기는 가로 15m·세로 2.5m 정도에 무게는 약 70㎏가량이다.

근육질 청년 두 명이 대형 테이블에 방수천을 올려놓은 뒤 천에 붙어 있는 철제 스트랩과 구멍이 뚫렸거나 손상이 심한 부분을 잘라내고 있었다. 못 쓰는 부분을 버리고 나면 남는 건 절반 정도. 보통 폐방수천 한 장에 600유로(약 90만원)를 주고 사오는데, 300유로는 버리는 셈이다.

진정성의 힘

마르쿠스씨는 “만약 제가 ‘돈’이 최우선 목적이었다면, 원단을 싸게 산 다음, 생산 라인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고, 공장을 인건비 싼 데로 옮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폐방수천을 구해 가방을 제작하는 것은 절대 저렴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고객들은 우리가 제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미 잘 알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비싼 가방도 기꺼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급받은 원단에는 스토리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활용’이란 핵심 가치에 대한 집착은 프라이탁의 본사 건물에도 드러난다. 본사 공장은 모두 재생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폐건축물의 철근을 가져와 직접 만든 것이다. 건물 옥상에는 자갈을 깔아둔 정원이 있는데, 비가 내리면 자갈과 모래라는 ‘자연 필터’를 거쳐 지하 1층 수조로 모인다. 이 물로 폐방수천을 세탁한다. 폐방수천 중 잘라내고 버리는 부분은 재생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눈 뒤 프랑스의 재생 전문업체에 돈을 주고 맡겨서 처리한다.

―아까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핑크색은 전혀 없고 검은색도 극히 드물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때때로 우리도 핑크색이나 검은색 같은 스페셜한 색을 사용하고 싶어요. 색이 다양하면 더 근사한 제품이 나올 수도 있죠. 더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고, 고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어딘가에서 사용됐던 폐방수천을 쓰는 것은 우리 스토리의 핵심이에요. 새 천을 받아오면 우리 스토리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프라이탁이라고 할 수 없죠. 그래서 쓰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금세 포기합니다. 원칙을 폐기해선 안 되잖아요.

그래도 언젠가 이런 방법은 있을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운송업체 사장님과 직접 만나 점심을 함께하면서 ‘다음번 트럭 방수천에는 핑크색을 좀 써보면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것 말입니다(웃음). 훗날 우리가 점점 큰 회사가 되면, 운송업체와 협약을 맺고 우리가 트럭을 디자인한다든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 우연히 특이한 색을 찾아내면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 드나요?

“물론이죠. 우리도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색, 독특한 디자인의 방수천을 보면 아주 신이 납니다.”

폐컨테이너로 지은 프라이탁의 취리히 직영매장.

모두가 사랑한 ‘백’ – 트럭의 폐방수천으로 만들었지만 평균 50만원 모두가 달랐다 – 똑같은 제품 없어… 희소성·차별화로 대박 새 원단? 싸고 좋지… 하지만 그 가방엔 스토리가 없지 않은가 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 – 폐컨테이너로 매장 짓고 빗물 모아 세탁… 첫 가방 보여줬을땐 “왜 더럽냐”던 사람도 재활용했다고 하면 다들 “멋지다”고 감탄 핑크색 가방이 하나도 없는 건… 운송업체들이 핑크색 방수천 안쓴때문… 두세달 동안 안팔리는 못생긴 가방들도 본사 모았다 다른 나라 보내면 제 주인 찾아

패션보다는 기능

취리히는 사흘 중 하루는 비가 내린다. 한 번에 내리는 비의 양은 많지 않아도 추적추적 내리는 보슬비를 맞다 보면 소지품이 금세 젖어버리기 일쑤다. 디자이너였던 프라이탁 형제는 그림이 비에 젖지 않도록 방수 가방이 필요했다. 그런 고민이 바로 프라이탁의 출발이었다.

―1993년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 어떤 근거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제품을 만들고 처음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땐 ‘이게 뭐냐’ 거나 ‘왜 가방이 이렇게 더럽냐’ 같은 반응이었지만, 트럭의 폐방수천을 재활용했다고 하니 다들 ‘멋지다’고 말하더군요. 친구들이 멋지다고 말하고, 가방의 재료를 궁금해하고, ‘왜 이렇게 더럽냐’는 질문을 했을 때, 이런 부분들이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심이 없으면 질문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친구들의 마지막 질문은 ‘그래, 내 것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어?’였습니다. 그때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라이탁이 소비자를 잡아끌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스스로 직접 가방을 고른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으니 고객이 매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색과 디자인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이 점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 같아요. 둘째는 기능입니다. 비싸고, 소재가 훼손되기 쉬워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명품 가방보다 훨씬 편하게 들 수 있으니까요. 예컨대 ‘레퍼런스(2010년 출시한 프라이탁의 고급 제품군)’는 명품 가방만큼 ‘시크’하지만 마구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셋째는 스토리입니다. 사람들은 우리 제품의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을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란 개념을 좋아합니다. 고객들은 우리가 가방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고, 이것이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옳다’고 생각해 줍니다. 드물지만 프라이탁 가방 특유의 지독한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우리 가방의 빈티지한 매력을 좋아합니다. 요즘 일부 패션 업체는 새 재료를 가공해서 마치 오래 쓴 것처럼 보이게끔 합니다. 그건 가짜 빈티지예요. 반면 우리 제품은 실제로 오래 써서 닳아있는 것을 활용해 가방을 만들고, 고객들의 손때가 묻고 때가 타면서 더 낡아갑니다. 이게 진짜 빈티지라고 생각해요.”

마르쿠스씨는 프라이탁 가방 매장에 가보면 두세 달 동안 팔리지 않는 디자인의 가방이 몇 개씩 있다고 전했다. 프라이탁은 이렇게 안 팔리는 가방들을 본사로 모은 뒤 다른 국가의 다른 매장으로 다시 내보낸다.

“예컨대 정말 이상하고 못생긴(ugly) 제품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전 세계 어딘가에는 그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반드시 있더군요. 그 덕에 몇 년씩 팔리지 않는 제품은 본 적이 없어요.”

―재활용품으로 가방이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에게 조언한다면?

“재료가 가진 특성과 처음 디자이너가 의도한 기능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단지 근사해 보일 것이라고 판단해 기능과 맞지 않는 재료로 제품을 만든다면 결국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기 어렵고, 시장에서도 외면받을 겁니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드는 재료를 찾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몇 달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비용 압박에 따라 최초의 재료를 포기하고 더 싼 재료, 또는 재활용 재료가 아닌 것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어요. 스토리의 본질이 훼손되므로 그래선 안 됩니다. 저는 결국 모든 제품은 ‘패션보다는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면, 브랜드의 생명력이 오래가고 그것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패션에 치중해서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잘 지킨다면, 제품의 ‘스토리’는 자연히 따라붙을 것입니다. 모든 고객이 제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을 테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새로운 스토리

―프라이탁은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했습니다. 광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프라이탁 제품만 200개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있고, 네덜란드의 한 여성은 프라이탁 가방을 모아두는 방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레퍼런스 라인에 대한 시장 반응은 아직 미적지근해 보이는데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가격이 일반 가방의 거의 두 배에 달하니까요. 그런데 가격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레퍼런스 라인은 여러 가지 방수천을 섞지 않고 한 가지 색과 재질로만 만드는데, 보통 방수천에는 무언가가 쓰여 있거나 프린팅이 돼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레퍼런스를 위한 방수천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죠. 레퍼런스 라인은 더 까다롭고 선별적인 제품입니다. 이 때문에 레퍼런스가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보통 고객들은 ‘더럽고 냄새도 나는데 그냥 가방보다도 두 배나 비싸네!’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소매점에서도 레퍼런스 라인을 설명하고,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아직은 익숙지 않은 듯 보입니다.”

―아주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정말 섹시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웃음).”

프라이탁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5大 경영 시사점

① 희소성 – 표현욕구 자극

매달려도 안끊어져요. 프라이탁 가방의 내구성을 시험해 봤다. 몸무게 80㎏ 정도인 성인 남성이 약 10분가량 매달려 있었지만, 가방은 재봉선 하나 벌어지지 않았고 모양에도 변함이 없었다. / 매거진 B 제공

모두가 사랑한 ‘백’ – 트럭의 폐방수천으로 만들었지만 평균 50만원 모두가 달랐다 – 똑같은 제품 없어… 희소성·차별화로 대박 새 원단? 싸고 좋지… 하지만 그 가방엔 스토리가 없지 않은가 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 – 폐컨테이너로 매장 짓고 빗물 모아 세탁… 첫 가방 보여줬을땐 “왜 더럽냐”던 사람도 재활용했다고 하면 다들 “멋지다”고 감탄 핑크색 가방이 하나도 없는 건… 운송업체들이 핑크색 방수천 안쓴때문… 두세달 동안 안팔리는 못생긴 가방들도 본사 모았다 다른 나라 보내면 제 주인 찾아

브랜드 가치의 본질은 희소성에 있다. 한정판 제품이 가격을 몇 배씩 높여 불러도 없어서 못 파는 것은 희소성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탁 제품은 폐방수천으로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

이창양 KAIST 경영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영 전략의 두 축은 제품 차별화와 비용 절감인데, 프라이탁은 제품 차별화 정도가 매우 높다.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되는 것은 물론 회사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도 각자 차별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방 등 패션 제품은 고객의 ‘자기표현 욕구’를 자극하는데, 프라이탁의 경우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차별성 때문에 소비자가 가격에 덜 민감해진다.

② 진정성 – 핵심가치에 집중

‘스토리 브랜딩’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프라이탁은 재활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회사 철학을 지키기 위해 비용을 감수하면서 폐방수천만 활용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올리버와이만 코리아의 신우석 상무는 “진정성이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집요하고도 철저한 노력의 총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번거로울 뿐 아니라 진정성을 포기했을 때 도리어 수익과 매출이 늘어나는 등 이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그럼에도 기업이 진정성을 지켜야 장기적으로 성장하며 명품을 만들 수 있다”며 “세계적 브랜드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한 번 정한 브랜드 콘셉트를 계속 끌고 나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③ 모순 – 폐품 vs 명품

흔히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다. 그러나 프라이탁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도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경제적인 성공을 이어오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JOH의 조수용 대표는 “친환경 업체는 재활용과 비영리라는 개념을 동일화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탁의 모순은 하나 더 있다. 보통 ‘더러움’과 ‘명품’은 상극의 개념이다. 그러나 프라이탁 가방은 때가 묻고 냄새가 지독한데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 조수용 대표는 “보통 제품에 생긴 흠집은 ‘불량’이지만, 5년 이상 길거리를 누빈 트럭의 방수천으로 만든 프라이탁 가방의 흠집은 ‘스토리’가 돼 고객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④ 기능 – 패션 위의 그 무엇

창업자 마르쿠스 프라이탁씨는 “제품은 패션보다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트럭의 방수천을 쓰게 된 것도 ‘방수’와 ‘튼튼함’이라는 기능성에 대한 필요에서 출발했다.

신우석 상무는 “패션 제품의 경우 기능성은 매우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이라며 “보온성과 방수성을 인정받아 1차대전에서 군인 제복으로 채택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나, 견고한 내구성으로 유럽 귀족들의 사랑을 받은 루이뷔통 가방이 명품으로 발전한 사례를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혁신적 수용 창출에 성공한 제품의 공통점 중 하나는 치명적인(magnetic) 매력인데, 그것을 만들어 내는 공식은 ‘M=F·E’ 즉 ‘탁월한 기능성(functionality)과 강력한 감성적 어필(emotional appeal)의 곱’이라고 말했다.

⑤ 狂팬 – 애호가만 3만명

프라이탁 가방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자 가방의 사진을 찍어 서로 자랑하거나 제품의 사용 후기를 올리고, 중고품 거래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프라이탁 애호가는 세계 곳곳에 3만명, 한국에만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동호회를 연상시킨다. 광팬을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는 ‘재활용’이라는 친환경 개념이다. 신우석 상무는 “제품의 진정성에 공감하는 고객은 높은 수준의 제품 충성도를 가지고 오랜 기간 제품을 사용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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