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Do the right thing” 실천 못하는 직원떠나 보내라

나쁜 기업을 위대한 기업 만들려면
`조직혁신`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서튼 교수
페이스북도 픽사도
동료가 곁길로 샌다면 “똑바로해” 당당히 말한다
참 나쁜 기업이다. 세월호의 선주 회사
청해진해운 얘기다. 침몰하는 배에 고객들을 내버려둔 채 선장 등이 탈출해 버렸다. 고객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무책임의 극치다. 뜻밖에도 이런
무책임한 조직이 꽤 많다. 미국 킹스카운티 병원에서는 2008년 한 환자가 어이없이 사망했다. `에스민 그린`이라는 이름의 이 환자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대기실에서 24시간이나 기다렸다. 마지막에 그는 1시간이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30분간 경련 후 사망할 때까지 여러 직원이
그 곁을 지나갔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직원들의 사례도 충격적이다. `피비`라는 이름의 10세
소녀가 2012년 홀로 이 항공사 비행기를 탔다. 미시간주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소녀는 시카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항공사 측은 직원을 보내 소녀의 환승을 돕겠다며 소녀의 부모에게 99달러를 받아갔다.

하지만 소녀가 시카고에 내렸을 때
누구도 소녀를 돕지 않았다. 소녀의 부모는 캠프 측으로부터 `딸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뒤 당황했다.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소녀의 아버지가 한 직원을 붙잡고 “당신 딸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애원한 뒤에야 겨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쁜 기업ㆍ조직`에도 희망은 있다. 소수지만 탁월한 직원들이 있다. 세월호의 젊은 승무원 박지영
씨가 그런 예다. 그는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며 “선원은 마지막이다. 너희부터 탈출하라”고 했다.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이들이 보여준 탁월함을 온 조직에 전파한다면 `나쁜 기업`도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묻기 위해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서튼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조직 내 탁월한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는지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갖고 이 믿음대로 살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마인드를 직원들 사이에 확산시키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선사라면 `승객이 먼저, 선원은 나중에`라는 믿음을 실천하는 박지영 씨의 마인드를 모든 직원들에게 퍼뜨려야 한다는 뜻이다.

서튼
교수는 “이 같은 마인드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서로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압박하고 돕는 문화를 만들어야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작업은 한두 차례 폭격으로 끝나는 `공중전`이 아니라 오랫동안 계속해서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지상전`임을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책임한 기업이 많다. 책임감 있는 기업의 예를 들어 달라.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Pixar)가 대표적이다. 정말 놀라운 회사다.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기술자뿐만 아니라 응접 직원과 보안 요원, 행정 보조 직원까지도
위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영화가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모든 직원들이 `우리가 무엇인가 잘못했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픽사가 그런 기업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

▶리더십의 역할이 컸다. 에드 캣멀 픽사 사장은 책임감 있는
픽사 문화의 수호자다. `옳은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직원은 픽사를 떠나야 한다. 남아 있고
싶어도 해고당한다. 픽사 직원에게는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며, 이 회사가 나의 주인이다(I own the place, and the place
owns me)`라는 생각이 배어 있다.

-`이 회사가 나의 주인이다`는 무슨 뜻인가.

▶내 성과가 기준에 못
미쳤을 때 또는 내가 회사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해내지 못했을 때 다른 직원들이 내게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그 결과 다른 직원들이 내게
“그러면 안돼. 우리가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다. 나도 동료들에게 같은 책임감을 느낀다. 그들이 기준에 못 미쳤을 때
`그러지 말라`고 말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 결국 직원들이 서로에게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할 권리가 있고, 당신 역시 내게 그런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말은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한다는 뜻이다.

-결국 직원들이 서로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압박하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일이라는 데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겠다.

▶그렇다. 내가
대기업 리더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당신 기업에는 중요하거나 신성시되는 게 무엇이며, 터부시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같은 기업의 리더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다면 매우 나쁜 신호다. 직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는가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고 그 믿음대로 살겠다는 마인드를 확산시키는 작업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쉽지 않다. 그 같은 작업은 한두 차례 폭격으로 끝나는 공중전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지상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조직에서 한두 차례 훈련으로 끝난다는 게 문제다. 미국 공항의 보안검색 직원 훈련이 그런 예다. 5만명의 직원에게 고객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 대해 겨우 몇 시간 훈련만 하고 끝냈다. 후속 조치는 없었다.

-모범 사례를 들어 달라.

▶페이스북으로 예를 들어보자. 페이스북에서는 `빠르게 움직이고 혁신을 꾀하라(Move fast, break things)`는
믿음이 신성시된다. 완벽을 추구하느라 늦게 움직이는 것은 터부시된다.

페이스북은 신입 직원들에게 이런 믿음과 터부를 전파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해냈다. 우선 채용단계에서 자신들의 믿음에 적합한 사람만 골라 뽑는다. 그러고는 이들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신병
훈련소(boot camp)`를 연다. 페이스북에서 신성시되는 믿음대로 살겠다는 마인드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신입 직원들은 6주간의 캠프가 끝난
뒤에야 정식 업무를 부여받는다. 자신의 작업이 완벽해질 때까지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직원은 페이스북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

-다른 회사들이 페이스북 사례를 따르는 게 좋을까.

▶그렇지는 않다. 직원들에게 올바른 마인드를 불어넣는 자신만의
방법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믿음도 기업마다 제각각인 현실에서 한 가지 방법만이 옳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핵잠수함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VM웨어는 페이스북과는 정반대 믿음을 갖고 있다.(핵잠수함용 제품이 완벽하지 않다면 엄청난 문제가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애플은 `비밀주의`를 신성시하지만,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를 만든 모질라(Mozilla)는 비밀주의를 배격한다.

-올바른 마인드를 확산하기 위해 직원들의 청각ㆍ시각ㆍ후각 등 모든 감각을 자극하라고 당신은 조언한다. 예를 들어 달라.

▶직원들에게 무엇이 올바른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얘기만 해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이는 그저 직원들의 청각에만 호소하는
것이다.)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ㆍ후각 등 직원들의 모든 감각을 자극해야 한다.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올바른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무실 벽에 누군가가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그림을 걸어두면 직원들의 책임감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앞으로 모든 선장실에 침몰하는 세월호 사진을 걸어두는 것도 선원들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법이겠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는지를 아는 직원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직원은 드물다.(예를 들어 승객을 버린 세월호 선장도 `선원보다는 승객이
먼저`라는 구조 원칙을 알았을 것이다.)

▶앎이 믿음과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직원들이 감정적으로 고양돼야 한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는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화나게 만들거나 자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04년 비영리기관인 IHI는 미국 병원에서 환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 했다. 의료진이 손을 씻지 않는 등의 관행으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스토리는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몇 가지
관행을 바꾸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는 스토리는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고양시켰다.

덕분에 더 많은 의료진이
IHI의 캠페인에 감정적으로 연결됐고 헌신하게 됐다. 이처럼 스토리는 감정적인 에너지와 헌신을 이끌어낸다. 스토리는 그 자체로 `뜨거운
대의명분(Hot Cause)`을 창조하기 때문이다.(서튼 교수는 환자 생명을 살리자는 대의명분을 의료진이 감정적으로 뜨겁게 믿게 됐다는 뜻에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옳은 일을 하자는 `대의명분`을 직원들이 `뜨겁게` 믿게 만드는 다른 방법은 없나.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는 문제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IHI 캠페인의 이름은 `1만명의 생명을 구하자(10000 Lives
Campaign)`였다. 좋은 이름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가이드 노릇을 한다.

우리가 싸울 적을 분명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이 방법에 능했다. 잡스는 처음에는 IBM을, 나중에는 구글을 적으로 규정했다.(잡스는 IBM을 혁신을
막는 `빅 브러더`로 묘사했다. 구글에 대해서는 애플 아이폰의 운영체제를 베꼈다며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잡스는 직원들의 감정을 자극해 조직이 제시한 대의명분에 대한 헌신을 불러일으켰다.(한때 애플에서 일했던 존 릴리 모질라 전 CEO는
직원들이 마치 잡스를 따라 절벽에서라도 뛰어내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중요한 것은 믿음과 행동 사이에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믿음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믿음을 더욱 강화시킨다.

-조직 안에서 탁월함의 씨앗을 찾아내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는 역량은 기업마다 다를 것 같다. 당신은 `역량의 크기=인재×책임감`이라는 공식을 제시했다.

▶10년간 픽사와
교류하면서 얻은 공식이다. 픽사는 훌륭한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그러나 나는 `올바른 인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IHI 캠페인은 상근 직원이 겨우 10명이었다. 그러나 3200여 개 병원을 참여시켰다. 캠페인 팀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등 모두가 올바른
일을 하자고 서로를 압박하는 상황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이 위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IHI 캠페인은 짧은 시일에
마치 도미노처럼 미국 전역의 병원으로 퍼졌다.

▶사람들을 `연결해(connect)` 탁월함이 `흘러내리게(cascade)` 한
대표적인 사례가 IHI 캠페인이다. 첫 2개월 만에 1600개 병원이 참여했을 정도다.

캠페인 팀 혼자서 수많은 병원에 올바른
관행을 전파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웃소싱이 필요했다. 캠페인 팀은 200개 병원을 `멘토 병원`으로 지정하고 다른 병원들과 연결시켰다.
그러면 멘토 병원의 스태프들이 다른 병원에 올바른 관행을 전파했다. 새롭게 올바른 관행을 배운 병원 역시 다른 병원을 가르쳤다.

■ 조직내 악질을 제거하라…잘못된 행동의 영향력은 선행의 5배

“조직 내 소수에게서 보이는 탁월함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악행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에서 “나쁜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내 악질과 악행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서튼 교수는 “악행의 영향력은 선행의 5배에 이른다는 5대 1의 법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악행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조직에 퍼지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면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게 서튼 교수의 주장이다.

사회학자인 릭 그래니스가
20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은 악행의 강력한 전파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래니스는 3년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동료 학생으로부터 부정행위를 권유받은 학생은 실제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무려 32배나
높아졌다. 약 다섯 명의 학생으로부터 부정행위를 권유받았다면 거의 100%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이 실험 결과는 매우 놀라운 사실을 시사한다.
조직에서 단지 몇 명이라도 악질이 인정받고 승승장구한다면 악행이 금세 확산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서튼 교수는
“위대한 리더의 스타일은 각양각색이지만 악행을 없애려 한다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이는 마치 품질관리자가 무결점을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튼 교수는 한 명의 악질이 조직 내 성과를 30%나 떨어뜨린다며 기업마다 `악질 제로 규정(No
Asshole Rule)`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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