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당신의 조직이 변하지 않는 진짜 이유

[Weekly BIZ][김호의 ‘새로운 발견’] 당신의 조직이 변하지 않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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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변화를 외치지만 남들에겐 달라지라 하면서 속으론 대부분 ‘나는 말고’
조직의 상·중·하 구성원들 서로의 상황 제대로 못봐
효과적인 회의法 ‘투트’ 할 일·하지 말 일 요구없이 그저 각자 입장만 말해보라
모두 둘러앉아 털어놓으면 시스템 전체를 보는 눈 생겨

“조직 변화는 왜 힘든가?” 2028년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는 여전히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릴 수 있다. 조직 변화는 경영학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우리 회사는 변화가 필요해…” 흔히 듣는 말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왜 조직은 변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보스턴대에서 시스템을 연구하던 배리 오시리(Oshry)씨는 1972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한 마을에서 ‘파워랩’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40년 넘게 인간의 조직 행동에 대한 관찰 연구를 하고 있다.

‘리더십 개발의 월드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을 경험하기 위해 매년 전 세계에서 리더들이 모여든다. 일반적인 리더십 워크숍과는 완전히 다르다. 참여자들은 엘리트 그룹, 이민자, 중간층 등 세 그룹으로 나뉘어 이 마을에서 각본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엘리트층은 음식, 은행, 법정, 신문, 취업 등에 대해 모든 권한을 갖게 되는 반면, 이민자층은 아무런 힘도 없이 시키는 일을 하며 어려운 삶을 살아야 한다. 중간층은 엘리트의 지시를 받아 이민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인류학자와 스태프는 참가자들을 따라붙어 그 행동을 낱낱이 기록한다. 일주일 뒤 참가자들은 기록된 내용을 브리핑받으며, 시스템 전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듣고, 경험을 공유한다. 필자는 지난 12월과 4월 이 워크숍에 참석했다.

“우리 조직은 변화가 필요해”라고 말할 때 속뜻은 거의 “다른 사람들은 변해야 해. 나는 말고”이다. 모두 다른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니 조직 변화가 힘든 건 당연하다. 구성원 각자가 자기 자신만 변화하면 조직 변화는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조직은 상(CEO와 임원), 중(팀장), 하(직원)로 구성된다. 이들은 서로 상대방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시리씨는 사람들이 서로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가 힘들다며, 이를 ‘시스템에 대한 무지(system blindness)’라고 표현했다. 조직의 상·중·하층은 서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서로에 대해 불평을 하며 긍정적 파트너십을 만들지 못한다. 상사, 팀장, 부하의 개인적인 성격을 언급하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비협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에서 우리가 개인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중 상당 부분은 개인적이지 않다. 오히려 상사나 부하라는 역할 자체가 특정 행동을 유발한다.

삽화

평직원은 CEO나 임원이 얼마나 많은 의사 결정을 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리더의 상황은 한마디로 복잡성(complexity)이라 정의할 수 있다. 직원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상부에 제안하지만, 반응이 없거나 진전이 없으면 리더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직원들 제안 대부분을 또 하나의 복잡성으로 받아들인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제안이라고 해도 이미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사에게 제안할 때에는 상사가 그 제안을 지지해 주기 편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진행 과정에서 누가 어떤 임무를 담당할 것인지, 누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명기해 이 제안이 상사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되지 않을 것임을 미리 확인시켜 주라는 것이다.

반면 일반 직원들의 상황은 ‘취약성(vulnerability)’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직원들은 보통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그저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할 뿐이다. 자신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일이 잘못될 것 같아도 굳이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는다.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중요한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함께 참여하도록 기회를 주고, 관련된 중요한 정보나 교육의 기회를 주며, 지시보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좋은 리더는 부하 직원을 프로젝트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동 창조자(co-creator)’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조직의 변화를 원한다면 변하라고 다그치기보다 상·중·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상황, 즉 조직 내부의 시스템을 좀 더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시리씨는 ‘한발 물러서는 시간(TOOT ·Times Out Of Time)’이란 독특한 회의를 고안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가 아니라 서로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회의다. 이 회의에선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무엇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 대신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마다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말한다. 진행자는 이렇게 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당신이 바라보는 상세한 그림을 그려 달라. 당신의 설명 외에 우리가 당신의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회의를 하다 보면 자기주장만 강조하느라 결론을 쉽게 내지 못한다. 하지만 사장과 실무자 등 프로젝트 구성원이 모두 둘러앉아 TOOT 회의를 하고 나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귀담아듣고 난 뒤이기 때문이다.

조직이란 시스템 구석구석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이 서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상대의 모습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변화를 원하는 리더가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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